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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스쿨한 다크 판타지 전문 작가의 서재

위자드라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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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선장
작품등록일 :
2020.11.14 00:20
최근연재일 :
2021.01.15 22:08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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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4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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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화 - 아카데미의 천덕꾸러기

DUMMY

마도왕국의 아카데미의 입학에는 몇 가지 특별한 절차가 존재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을 꼽으라고 하면, 사용자의 마도적성을 측정하는 마도적성검사가 있다.


윙제스터는 아카데미의 강당에 설치된 검사장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신입생들은 저마다 검사장비의 일부인 수정구에 손을 대고 자신의 마력을 주입하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면 수정구를 중심으로 설치된 마법진으로부터 측정된 마도적성에 따라 색과 방출되는 마나의 양으로 마도적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앞에서는 마법진의 측정반응을 체크하는 검사관이 차트를 들고 각 학생의 검사결과를 체크하고 있었다.


우웅-


유난히 큰 반응이 마법진으로부터 솟구쳐 나오고, 스파크를 튀기며 자잘한 전격을 일으킨다.

줄을 서 있던 학생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져 나오고, 마법진을 반응시킨 백금발의 미청년은 반쯤 곱슬진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한껏 자부심을 드러낸다.


“로무루스 T. 세이즈. 7서클···아니, 이정도면 8서클도···. 주요 속성은 뇌격이네.”

시험관조차 놀라서 자기도 모르게 검사결과를 발설해버리자, 신입생들 사이에서 박수가 터져 나온다.


인간이 마도사로서 도달할 수 있는 경지는 일반적으로 8서클이 한계라고 알려져 있었고, 그 이상은 아주 간간히 역사상에 이름을 남기는 전설적인 대마법사들이나 9서클에 도달하는 것이 전부였다.

보통은 7서클만 되어도 대마법사 소릴 들으며 추앙받는 것이다.


마도적성검사에서 초장부터 이정도 평가를 받았다는 것은, 장래에 대마법사가 되는 것은 확실하다는 것이므로, 로무루스는 마도왕국에서 흔히 말하는 ‘엘리트’에 해당하게 된다.


로무루스의 가문인 세이즈 가문은 마도왕국의 6대 기둥이라 칭해지는 가문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런 가문의 자제가 마도적성이 낮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


로무루스가 한껏 폼을 잡으며 검사장을 나서고, 다른 학생들도 혹시나 하는 마음을 품고서 의욕적으로 검사에 임한다.


시간이 지나 윙제스터의 차례가 오자, 그 역시 조심스럽게 수정구에 양 손을 얹고 집중했다.

주위의 에테르를 체내로 끌어들여 마나로 환원한 후, 그것을 조금씩 수정구를 향해 내뿜었다.


곧 마법진에서 핑크빛 증기와 함께 산들바람 같은 바람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던 신입생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보통의 반응에 비해서 눈에 띄게 약한 모습.

게다가 핑크빛 증기는 보통은 등한시되는 무속성 체계에 들어가는 마법인 ‘신체’속성의 마법을 뜻하는 것이었다.


검시관은 내심 코웃음을 치며 윙제스터의 검사결과 란에 4서클, 육체 강화 마법 이라고 적은 뒤 쳐다보지도 않고 손짓만으로 검사가 끝났음을 표해 물러나게 했다.

마도왕국에는 흔치 않은, 소위 말하는 재능 없는 녀석인 것이다.


이 나라에서 마도적성이 낮다는 것은 혈통이 변변찮다는 것을 의미했고, 혈통이 변변찮다는 것은 즉 신분이 낮다는 뜻이다.


이 아카데미가 마도왕국 국적자라면 누구나 입학 가능하기에 망정이지, 그게 아니라면 이런 학생은 받지도 않았을 것이다.


비싼 돈을 들여 교육시켜봐야 간신히 마법사 소리를 듣는 레벨인 4서클이 끝이고, 할 줄 아는 마법도 잘해봐야 신체강화 마법 같은 보조마법이 전부일 이런 가망 없는 녀석을 가르치는 것은, 교사들로서도 즐거운 일이 아니었다.


검사를 끝낸 신입생들은 그대로 강당 안쪽의 홀에서 입학식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각자 자리에 착석한 채로 단상에 교사진이 오르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다.


마도적성 검사가 모두 끝나고 5분여가 지난 뒤, 교사들이 차례로 단상 위로 올라오고, 교장에 해당하는 마도학장이 마지막으로 올라와 발언대 앞에 서서 확성기를 툭툭 치며 작동을 확인한다.


<어흠. 큼. 우리 시그세이지 마도아카데미에 입학한 것을 환영합니다. 학생 여러분. 여러분은 이곳에서 앞으로 8년간 마법사로서 기초와 향후 마도왕국에 공헌할 여러 전문과정을···.>


교장의 긴 연설이 끝나자, 각 방면의 교사들을 간단히 소개하기 시작했다.


속공의 코흐. 혹은 대마도사 코흐.

아카데미의 영창학 선생을 맡고 있는 대마도사이자. 윙제스터의 할아버지의 친구이기도 하다.

속공영창을 특기로 하는 그는 윙제스터의 어린 시절 간간히 찾아와 멘토가 되어준 고마운 사람이었다.


본래 가업을 잇는데 집중해야 마땅한 마도적성이 낮은 윙제스터가 무리해서 아카데미 입학을 결정한 것도, 코흐 선생님에게 가르침을 받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비록 윙제스터의 가업인 인챈트와는 크게 접점이 없는 영창학이지만, 코흐의 가르침은 그런 것을 떠나 마도사로서 윙제스터에게 큰 영향을 주는 것이었다.


마도적성의 고저를 막론하고 늘 소탈한 태도로 상대를 대하는 그 성격은 마도사들 사이에서도 유명할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코흐는 윙제스터의 할아버지와 돈독한 우정을 나눌 수 있었고,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지금은 사실상의 대조부 정도 되는 분이었다.


입학식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교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코흐와 마주쳤다.

“윙제스터 군. 기어이 입학했구나.”

“네. 선생님께 꼭 가르침을 받고 싶었습니다.”

“이런이런, 나 같은 나이만 먹은 마도사에게 가르침이라니···.”


너스레를 떠는 코흐를 바라보며 피식 웃은 윙제스터.

“설마, 왕국 내에서 100명이 채 안 된다는 7서클 유저이자 속공의 이명을 지닌 분을 나이만 먹은 마도사라뇨.”

“8서클 진입도 못하고 나이만 먹어서 이제 퇴물취급 받는 이름만 대마도사라고?”

“하하핫! 그래도 저에겐 구름위의 스승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이런이런.”


그렇게 나란히 걸어서 윙제스터의 집인 인챈트 용품 가게 앞까지 도착한 두 사람.

바래다 준 것에 감사를 표하려던 윙제스터를 제치고 냉큼 가게 문을 열어젖히는 코흐 선생이었다.


“여어-. 요새 장사는 잘 되나들?”

“어머. 코흐 선생님! 오래간만이시네요!”

“미안하게 되었네. 요 근래 애들 입학 준비로 바빠서 말이야.”

“뭘요. 왕립 아카데미의 선생님이신데 당연히 바쁘시겠죠.”

“교보재로 쓸 만한 아이템이 있는지 좀 보겠네.”


넉살맞게 마침 가게를 보던 윙제스터의 어머니와 대화를 나누며 진열장을 살피며 흥미로운 도구가 없나 살피는 코흐의 뒤로, 윙제스터가 조심스레 들어온다.


“윙제스터도 같이 왔구나? 선생님한테 차 내올 동안 가게 좀 봐줄래?”

“아, 네!”

“아니, 그럴 필요까진 없다네. 잠깐 구경 좀 하다 갈 거니까.”

“아뇨아뇨! 모처럼 오셨는데 잠시 앉아서 쉬시다 가세요.”

부산스럽게 준비하러 부엌으로 들어가는 그녀를 바라보던 코흐는, 다시 진열장으로 고개를 돌린다.


“호오. 이 팔찌는 못 보던 물건인데. 그새 새로운 걸 개발했나보군.”

한 달 전 신상으로 나온 팔찌를 유심히 살펴보며 흥미를 표하자, 카운터에 서있던 윙제스터가 그것을 꺼내어 보여준다.


“이건···충격 마법이군.”

팔찌에 음각된 인챈트 문양을 보고 알아챈 코흐가 고개를 끄덕인다.

“네. 호신용 전기충격 팔찌예요.”

“작동은 어떻게 하는 것이냐?”

“팔에 차고 있을 때 대상을 강하게 손으로 밀거나 때리면 발동해요.”

“간편하겠는데? 지팡이를 들지 않은 손에 차고 있다가 접근해온 적에게 전기통구이를 해주면 딱 이겠군.”

곧바로 용도를 추론해내는 선생님을 보며 내심 감탄했다.


“네! 아버지도 그걸 생각하고 만드신 겁니다.”

“호호오. 역시 뭘 좀 아는 친구야.”

“···코흐 선생님에겐 크게 필요하진 않을지도.”

“어째서지? 나도 근접전에선 연약한 나이 먹은 마도사인데···?”

“그야, 코흐 선생님은 속공의 이명을 지닐 정도로 고속영창에 능하시잖습니까?”

“큼큼···.”

수염을 만지작거리던 코흐가, 슬그머니 소년에게 다가가 속삭이듯 말한다.


“실전에선, 절대라는 게 없거든. 게다가 나도 이제 나이가 나이라서 말이야. 이런 거 보험으로 하나 쯤 있으면 맘이 놓일 것 같은데···.”

“에에···정말요?”

“고럼. 그러니 일단 이 팔찌 하나는 사는 것으로.”

“감사합니다!”

“뭘, 나도 간만에 보험이 생겨서 맘이 놓이는구만.”


그렇게 물건들을 구경하며 차까지 대접받은 코흐는, 윙제스터와 아카데미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나누다 팔찌를 비롯한 몇몇 마도구를 사서 돌아갔다.


마도적성이 낮아 아카데미에서 고된 나날을 보낼 것이 뻔한 그를 특별히 격려해주기 위해서 가게까지 찾아왔던 것이다.

“조심해서 들어가십쇼-!”


돌아가는 선생을 최대한 멀리까지 배웅해준 윙제스터는, 선생님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아카데미에서 반드시 뭔가를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비록 마도적성은 최저수준이지만, 그런 자신이라도 자신 있는 과목이 엄연히 존재했던 것이다.


다음날부터 곧바로 학교생활이 시작되었다.

나름 기대를 하고 시작한 학교생활이었지만, 윙제스터에게 학교생활은 한없이 고된 것이었다.


마도적성검사 결과는 학생들 사이에 알음알음 퍼져나가, 윙제스터 처럼 마도적성이 낮은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멸시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일주일이 지나자 학생들 사이에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는지 윙제스터는 순식간에 혼자가 되었다.


반푼이. 열등종.

학급에서 윙제스터를 부르는 공공연한 멸칭이었다.

“어이! 반푼아! 이거 좀 날라라!”

“······.”


질 나쁜 학우들이 가리킨 것은 묵직해 보이는 인챈트 수업에 쓰이는 테이블이었다.

“우리들은 매일 파괴마법 연마에 몰두하다보니 팔 힘이 없거든-.”

“평소에 마도구 만진다고 들었다 놨다 하는 너라면 가능하겠지?”


벌써 이런 일이 몇 번째다.

중간에 두 번 정도 이런 식으로 도발하는 녀석들을 주먹질로 이겨보려 했지만, 상대는 아직 어려도 마도사였다.

각종 마법으로 나뒹구는 것은 언제나 그였다.


심지어 주먹질을 했다는 이유로 교사들에게 문책을 당하는 것은 언제나 윙제스터 뿐.


결국 이를 악물고 그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힘겹게 테이블을 지정된 교실에 나르고 나와 손을 털고 있을 무렵, 이번에는 자신들의 가방까지 옮겨달라는 요구에 인상을 찌푸린다.


“뭐야? 불만 있냐? 또 냉기 마법으로 동태로 만들어주랴?”

“시킨 일만 잘 하라고. 너 같은 열등종은 그게 왕국에 기여하는 지름길이니까. 빨리 움직여!”


*


2년 뒤.

여느 때처럼 윙제스터는 혼자서 아카데미의 지하 창고의 청소를 도맡아 하고 있었다.

오래도록 관리를 하지 않았는지 내부는 온통 거미줄과 먼지덩어리로 가득했다.

“끄응···.”


빗자루질과 공기정화 마법을 번갈아 사용하며 내부를 정리하던 와중, 그의 발치에 뭔가 턱하고 걸렸다.

“으악?!”


우당탕.


어두운 실내를 원망하며 끙끙대며 다시 일어난 윙제스터는 짜증 섞인 눈으로 뭐에 걸려 넘어졌는지를 살폈다.

“이건···?”


붉은 봉인용 띠로 칭칭 감기다시피 되어 있는 길쭉한 상자가 선반 아래 칸에서 굴러 내려와 있는 것이 발견되었다.

본래대로라면 그냥 다시 선반에 밀어 넣고 돌아서야 하지만, 윙제스터는 그것에 다가갈수록 가슴이 묘하게 울렁거리는 것을 느꼈다.

“······.”


“아니. 아니지.”

막 띠를 뜯어내려던 손을 고개를 저으며 거둔 그는 이내 상자를 들어서 원래 있던 자리로 돌려 두었다.

그리고는 청소를 마저 끝내기 위해 빗자루를 들고 자리를 벗어났다.


-1화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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