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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스쿨한 다크 판타지 전문 작가의 서재

위자드라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구선장
작품등록일 :
2020.11.14 00:20
최근연재일 :
2021.01.15 22:08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2,781
추천수 :
32
글자수 :
169,063

작성
20.11.14 00:25
조회
254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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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0 - 프롤로그

DUMMY

서대륙의 남부 연맹체에서 마법과 마도공학으로 유명한 이 곳, 마도왕국 ‘위자드리온’.


그에 걸맞게 사람들까지 각자 갖고 태어난 마도적성에 의해 서열이 매겨지고, 그에 따라 사회적 위치를 지정받도록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사회구조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사람은 시대를 불문하고 존재해왔다.

지금 연구에 몰두중인 이 남자, 괴짜로 유명한 마도공학자 슈타이어 박사도 그 중 한 명이었다.


그의 책상에는 외국에서 들여온 여러 도면들이 난잡하게 늘어져 있었다.

도면의 대부분은 해상왕국에서 최근 만들어지기 시작한, 동쪽 나라에서 들여온 화약이라는 물질을 이용해 납덩이를 쏘아내는 총이라는 신문물의 설계도면들이었다.


도면 뿐 아니라 지금 그가 작업 중인 작업대에는 거치대에 고정된 1정의 머스킷과, 구석에 굴러다니고 있는 1정의 리볼버가 있었다.


예전 전쟁에서 수많은 마법사들을 쏘아죽여 문제가 된 총기류를 위험을 무릅쓰고 밀반입해 연구 중인 것이다.


그의 손에 만지작거려지고 있는 것은, 흡사 마법사들의 지팡이를 억지로 총 모양으로 꾸며놓은 듯 어정쩡한 물건이었다.


중간에 지팡이에 으레 쓰이는 인챈트 된 수정구가 박혀 있었고, 총구로 보이는 쪽에는 구멍이 뚫려있는 게 아니고 금속으로 덮여 있었다.

“역시 미스릴 이었어! 조금만 더 하면···!”


연구에 진전이 보이는 것에 만족하고 있을 무렵, 그의 집 문을 누군가 노크한다.


깜짝 놀란 그가 황급히 작업대에 굴러다니던 두 총기를 집어 들어 작업대 밑의 서랍에 냅다 쑤셔 넣고 닫았다.

마법사들이 극히 혐오하는 총기류를 밀반입한 것이 들키면 분명 중범죄자 취급을 받을 테니까.


문을 열기 위해 일어섰다가, 문득 도면도 들키면 골치 아플 것이라 생각해 잽싸게 책상을 팔로 쓸어 도면들 역시 서랍 안에 억지로 쑤셔 넣었다.


주섬주섬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현관문으로 다가가 문을 열면, 검은 로브를 걸친 익숙한 인물이 눈에 띈다.

“아, 자넨가! 어쩐 일인가. 이런 시간에.”

“······날이 이러니 자네와 차를 좀, 마시고 싶어서 말이야.”


어딘가 가라앉은 음성으로 말하는 오랜 친구를, 슈타이어 박사는 환대하며 안으로 들였다.

바깥은 한창 장마철이라 비가 쏟아지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마도왕국 사람답게 간단한 방어막 마법으로 비 따위는 문제가 없었지만, 몸이 식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난롯가에 친구를 앉혀준 그는 이내 부엌에서 티세트를 들고 와 차를 대접한다.

“요새 일은 어떤가? 왕궁에 스카우트 된 후로 얼굴 보기가 힘들어졌던데.”

“내 미천한 재주를 높이 사 주시는 분들 덕에 손발이 닳아 없어지도록 뛰어다니는 중이지.”

“핫핫하! 자네 재능은 동기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들잖나! 높으신 분들 눈썰미는 확실히 걸물이구만!”


자기 일처럼 기뻐하는 슈타이어 박사를 응시하던 남자는, 뭔가 망설이는 듯 입술을 우물거린다.


그것을 본 슈타이어 박사는 문득 친구가 출출한 모양이라고 생각했는지, 다시 부엌으로 가서 크래커를 꺼내오기 시작했다.

“나 원 참, 나도 요새 연구에 바쁘다보니 자꾸 뭘 잊어버린다니까.”

“여전하군. 슈타이어.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건.”


친구의 말에 뒷머리를 긁적이며 부끄러워하는 박사.

“알잖나. 난 자네처럼 재능이 없어.”

“···하지만 동기 중에서 가장 훌륭한 마도공학자로 이름이 높지.”

“내가 가진 건 그게 전부니까.”


서글프게 웃는 친구를 바라보던 남자는, 천천히 품속에서 자신의 완드를 꺼낸다.

“? 무슨 일인가?”

실내에서 도구가 필요할 정도의 마법을 쓴다는 것이 의아했는지 박사가 갸웃거린다.

얕게 떨리던 완드를 든 손이 조금씩이지만 진정되었다.

결심을 굳힌 남자는, 박사에게 완드를 겨눈다.


“! 어이 친구! 대체···?”

“미안하네. 박사.”

“······! 그런 것인가.”


그것만으로 모든 것을 이해한 슈타이어 박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양 손을 든 채 천천히 작업대를 등지고 섰다.

그 움직임을 따라 마주 일어선 남자도 완드를 겨눈 채 오랜 친구를 복잡한 기분으로 바라보았다.


“어째서인가, 난 왕국에 해가 될 만한 일은 아무것도···.”

“······.”

“···그래. 그렇겠지. 자네는 그저, 명령을 따를 뿐인가.”

“······.”

“무엇 하고 있나. 일을 마무리해야지.”

“···마지막으로 남길 말은, 있는가.”

“···부디, 건강하게.”

“···!”


6서클 화염계 마법, 내츄럴 이그니션(자연발화)의 주문이 집안에서 작은 소리로 영창 되었다, 몇 초 뒤 박사가 있던 자리에는 미약한 그을음과 약간의 잿더미 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었다.


곧 집 안에 조용히 들어온 가면을 쓴 마도사들을 대동한 남자는, 집을 나서며 그들에게 조용히 지시한다.

“서랍 안에 든 물건은 모두 회수하라. 이후 집은 깨끗이 불태우도록.”

“? 회수하는 겁니까?”


가면을 쓴 부하가 의아해하자, 남자는 자신의 가면을 쓰며 조용히 속삭이듯 명령한다.

“왕궁의 지시다. 만에 하나를 위해 모든 연구 자료는 압수한다.”

“그러면 전부 왕궁으로 보내는 겁니까?”

“아니. 회수한 물품은 모두 내가 책임지고 처리한다.”

“아, 알겠습니다.”


슈타이어 박사는 위험한 실험도중 폭발사고로 인해 집과 함께 통째로 타죽은 것으로 처리되었다.

그가 죽기 직전까지 무엇을 연구했는지는 자료가 모두 유실되어 알 수 없게 되었다.


그렇게 그의 이름은 마도왕국에서 잊혀져 갔다.


*


현재.

마을의 묘지에 한 소년이 꽃다발을 들고 성묘를 하고 있었다.

꽃다발을 묘비 앞에 내려놓은 소년은, 묘비 주변에 자라기 시작한 잡초를 직접 손으로 뽑아 멀리 던져 치우며 주변을 정리했다.


먼지가 조금 쌓인 묘비를 행주로 닦아내자, 묘비에 새겨져있던 이름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슈타이어 머스탱 박사>


소년은 그 이름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존경하던 마도공학자였던 할아버지가 위험한 연구를 하다가 사고로 돌아가셨다는 사실은 아직도 납득하기 힘들었다.

“······.”


곧 멀리서 들려오는 아카데미의 종 소리가 귀에 들어오자, 자리를 털고 일어난 소년이 묘비를 내려다본다.

“갔다 올게요. 할아버지.”


소년이 걸친 교복 로브에 달린 명찰이 아침햇살을 받아 반짝인다.


<윙제스터 S. 머스탱>


머스탱 가문의 장남이자 슈타이어 박사의 손자인 소년은 아카데미를 향해 걸음을 내딛었다.

8살의 봄, 드디어 마법사가 되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 것이다.


소년은 아직까지 모르고 있었다.

자신이 앞으로 해낼 일들과, 그로 인해 이 나라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훗날 용자로 전해지는 마도사수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프롤로그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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