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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 님의 서재입니다.

용사는 지랄, 나는 용사가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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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rmquki
작품등록일 :
2021.08.18 01:50
최근연재일 :
2021.10.21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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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10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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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용사 (3)

DUMMY

5화


진정한 용사 (3)


끼익-

활의 시위에 화살을 건다. 조잡한 활에 걸린 조잡한 화살을 힘껏 당긴다. 본인이 느끼기에도 어색한 자세에서 화살을 잡은 손을 놓는다.

피융.

화살이 날아가서 슬라임 하나에 꽂힌다.

레아와 루아의 화살과는 달리 슬라임의 몸통을 뚫지는 못했지만, 상관없었다.

화살의 목적은 슬라임 하나만의 주의를 끄는 것, 그것이 다였다.

화살에 맞은 슬라임이 서진에게 다가오지만, 나머지 슬라임들은 아무런 생각도 없이 초원을 뛰어다닌다.

‘온다!’

활과 화살통을 바닥에 내려놓고, 검과 방패를 쥔다. 다가오는 슬라임에게 먼저 검으로 공격을 시도한다.

공격은 성공. 강하게 베인 슬라임의 몸은 다시 복구되지 않았다. 하지만 슬라임은 멈출 줄을 모르고 다가왔다.

쿵.

슬라임의 육중한 무게가 실린 박치기를 방패로 막는다. 충격이 온몸을 휩쓴다. 다리가 떨리지만 힘없이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다시 검을 휘두른다.

세로로 크게 베인 슬라임의 몸에 십자가 형태의 흔적이 남았다.

‘더. 더, 휘두른다.’

서진의 기세에 눌린 걸까. 아니면 살을 파고드는 공격이 아팠던 것일까. 슬라임이 잠시 멈춘 틈을 타서 강서진은 검을 두 번 더 휘둘렀다.

왼쪽과 오른쪽 대각선 베기. 공격은 성공적이었다. 십자가 형태의 흔적에 대각선이 두 개 추가되었다.

어느덧 정신을 차린 슬라임이 다가왔다. 강서진은 물러나지 않았다. 뛰어다니지 않는 슬라임은 몰라도, 뛰어다니는 슬라임은 빠른 몬스터다.

강서진은 방패를 굳게 쥐었다.

슬라임이 공격했다. 전과 같은 박치기였다.

다만 문제는 방패와 부딪힌 슬라임의 부분이 십자가로 베인 흔적의 중심이라는 점이었다.

“읍!”

공격을 피하지 않고 막아낸 서진이 슬라임의 몸속으로 쑥 들어갔다.

내장은 없었다. 물컹물컹하고 질퍽거리고 끈적거리는 초록색 액체 덩어리만이 있었다.

숨이 막혀왔지만, 서진은 침착하게 오른손의 검을 휘둘렀다. 100만 룰의 숏소드는 날카로웠다. 밖과 달리 부드러운 슬라임의 내부는 베이고, 베여서 순식간에 내려앉았다.

“푸학. 우웩.”

퍼억.

슬라임에서 벗어난 강서진이 슬라임의 사체를 걷어찼다.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1 -> 2]

[근력이 상승하였습니다.]

[1 -> 2]

[민첩이 상승하였습니다.]

[1 -> 2]

[체력이 상승하였습니다.

[0 -> 2]


“슬라임은 약하다. 그런데 나도 약했던 거지. ······푸하하하! 병신같이, 용사라면 무언가 있는 게 아니야. 용사는 애초부터 강해.”

희망은 절망 속에 피어나는 법. 이제 서진은 희망을 갈구하지 않기로 했다. 그저 평소에 전력을 다한다. 절망이라는 빈틈을 내어주지 않을 정도로, 전력을 다해 슬라임을 상대한다.

‘나는 강해진다. 10번째 용사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진다. 희망과 절망이라는 것을 겪지 않을 정도로, 애초부터 강해진다.’

서진은 다시 화살통을 어깨에 메고 활을 들었다. 침착하게 활시위에 화살을 걸던 그는 환하게 빛나는 달을 볼 수 있었다.

지구에서의 것과는 달리 유난히 밝은 달이었다.


룬이 모든 부상을 회복했을 때는 임무를 시작한 이후로 4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10번째 용사 일행이 여관의 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시끄럽게 다투고 있었다.

“어쨌든 나는 강해졌고, 슬라임은 약하잖아?”

다툼의 원인은 10번째 용사 강서진의 단독 사냥. 정확히는 서진이 밤마다 혼자서 슬라임을 사냥하는 걸 레아가 눈치챘기 때문이다.

쾅.

레아가 식탁을 거칠게 내려치며 일어났다.

“그래도요! 죽을 수도 있었잖아요! 슬라임은 약해도, 몬스터라고요!”

“뭐, 어쨌든 나는 강해졌어. 나는 용사야. 그리고, 용사는 절대적으로 강해야 하는 법이지.”

‘그래, 귀족 새끼들은 다 죽여버리기 위해서라도 강해야 하는 법.’

사실 죽이고 싶지는 않다. 문명이 발달한 지구에서 살아온 그는 평범한 문명인.

하지만 적어도 무릎을 꿇리고 네발로 기어 다니게 하면서 발바닥을 핥고 양손을 비비며 빌게 하고는 싶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라면 강해져야 하는 건 맞았다.

‘집사장. 메모해 두게. 10번째 용사는 쓰레기다······라니. 말이 너무 심하잖아.’

귀족 하나가 말했던 한마디가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있었다.

10번째 용사의 이름으로. 언젠가 자신을 모욕했던 귀족, 그것도 집사장에게 메모를 시켰던 귀족은 반드시 처벌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강해져야 한다고. 레아 너는 내 마음을 몰라. 메모를 당했던 그 마음을 넌 몰라.”

루아가 고개를 저었다.

“역시 우리가 맡은 용사는 정신이 이상해. 레아, 지금이라도······.”

“루아! 그래도 용사님을 모욕하는 건 용납이 안 되는 일이야. 비판하더라도 비난은 안 돼. 사과해.”

“됐어. 저 녀석이 한두 번 저러는 것도 아니고.”

“뭐? 10번째 용사 주제에 나를 평가하지 마!”

식당이 시끄러워졌다. 여관 주인이 제지했지만 10번째 용사 일행은 조용해지지 않았다.

10번째 용사 일행을 조용히 시킨 건 갑작스럽게 여관으로 들어온 6번째 용사 일행이었다.

“강서진이었나. 반갑다.”

“카토? 어쩐 일이야?”

“음, 심심해서.”

서진은 웃으며 츠카토를 환영했다.

“그때는 고마웠어. 네가 아니었다면 룬과 나는 살아남지 못했겠지.”

“하하, 됐어. 지나가는 길에 우연히 만났던 거일 뿐이야. 이번이 두 번째지? 어떻게 지냈어? 우리는 되게 재밌게 놀았던 것 같은데.”

카토 일행은 10번째 용사 일행처럼 용사 하나와 용사 도우미 셋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인원수는 같았지만, 전체적인 기량은 달랐다.

“흐음, 우리는 별로 사냥도 못 했어. 우리 일행 중 하나가 꽤 큰 부상을 당했었거든.”

“아, 그때 다쳤던 푸른 머리?”

룬이 민망한 듯 고개를 숙였다. 카토가 웃으며 룬의 어깨에 팔을 걸었다.

“그런데 왜 온 거야? 이 여관에 들어온 것도 우연이 아니라면 너희들은 우리를 만나러 온 거 아닌가?”

카토는 심심해서 이곳에 왔다고 했다. 충분히 다른 목적이 있을 수 있었기에 서진은 카토 일행을 경계했다.

“맞아. 10번째 용사 일행이 이 여관에서 묵고 있다고 하더라고.”

“그럼 우리를 만나러 온 이유가 뭔데?”

서진은 카토를 환영했다. 카토는 그와 룬의 목숨을 구한 은인이었다. 하지만 카토 일행은 엄밀히 말하자면 6번째 용사 일행. 그리고 6번째 용사 일행은 10번째 용사 일행보다 훨씬 강하다.

카토의 목적이 나쁜 것이라면 10번째 용사 일행은 한순간에 당할 수도 있다.

갑자기 차가워진 서진의 반응에도 카토는 웃으며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 나쁜 목적은 아니야. 그런데 서진. 내가 나쁘게 보여?”

“······.”

“하하! 긴장하지 말라고. 장난이야. 내가 너희들을 만나러 온 이유가 따로 있겠어? 정말로 심심해서야. 슬라임도 질려서 말이지. 우리는 다음 목적지로 향할 거야. 너희들도 이 도시에서 계속 머물 건 아니잖아?”

카토의 말뜻을 읽은 레아가 물었다.

“동행을 제안하는 건가요?”

“뭐, 그렇지. 보다시피 이 녀석들은 재미없는 녀석들이라서. 다른 용사 일행은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도시에서 마을로 향하는 길은 험난하다. 도시와 떨어진 곳에서는 언제 도적이 나타날지 모른다. 운이 나쁘면 몬스터들이 습격을 해올 수도 있다.

그럼 면에서 보자면 카토의 제안은 매력적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거절할 이유가 없는 좋은 제안이었다.

‘우리는 약하다. 고작 슬라임에도 쩔쩔매는 초보 용사야. 하지만 용사 일행이 둘이나 있다면 웬만한 도적들도 건들지 못한다.’

애초에 용사가 두 명이나 있는 집단을 건들 도적이 있을까?

하지만 문제는 따로 있었다.

“미안하지만 우리는 맡은 임무가 있어. 그 임무를 해결할 때까지 츠카리카리를 떠나지 못해.”

“음, 그런가. 임무는 언제 끝나는데?”

“적어도 일주일.”

“그럼, 그때까지 츠카리카리에 남아 있지 뭐. 당분간 이 여관에서 지낼 테니 임무가 끝나면 찾아오라고.”

카토가 주먹을 내밀었다. 서진이 주먹으로 카토의 주먹을 가볍게 쳤다.

“알았어. 임무가 끝나면 같이 가자.”


* * *


왕이 직접 부여한 임무는 츠카리카리의 슬라임을 처리하는 것.

츠카리카리 주변의 숲에 작은 구역만이 있을 뿐이었던 슬라임들이 츠카리카리 성문 근처까지 구역을 넓힌 이유는 압도적으로 많아진 개체 수 때문이다.

그 수를 줄이려면 단순히 슬라임을 처리해서는 안 된다. ‘슬라임이 압도적으로 많아진 원인’을 처리해야 한다.

“여기 지도에 따르면 그 원인은 츠카리카리 서쪽의 동굴에 있다고 하네요. 그곳에서 자꾸 슬라임들이 생산된다는데, 그쪽에 ‘슬라임 킹’이라는 보스 몬스터가 있다고 해요.”

“그렇다면 그 슬라임 킹을 처리하면 슬라임들이 줄어든다는 건가?”

“확정 지을 수는 없겠지만, 가능성이 가장 높은 건 슬라임 킹 처리죠. 보스 몬스터는 몬스터를 모으니까요. 진영은 예전과 같아요.”

“너랑 루아가 뒤에서 활로 공격하고, 나랑 룬이 앞에서 슬라임을 공격하면서 버티는 거?”

“네. 그리고 용사님. 저번처럼 갑자기 땅에 쓰러지지 마세요.”

레아가 만든 진영은 완벽했었다. 다만 서진의 돌발 행동이 진영을 흐트러뜨렸고, 그 때문에 첫 번째 사냥이 실패로 돌아갔던 것.

룬의 부상도 서진 때문이었다.

서진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지 마. 이제 그런 꼴사나운 행동은 안 해. 그리고 애초에, 슬라임들은 내 적수가 되지 못해.”

서진이 다가오던 슬라임에게 검을 휘둘렀다.

숏소드가 슬라임의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더니 이내 슬라임을 반으로 가르며 위로 솟아올랐다.

슬라임의 살들이 철퍽거리며 땅에 떨어졌다.

예상보다도 훨씬 강한 서진의 무위에 레아가 감탄했다. 감탄한 건 루아와 룬도 마찬가지였다.

“강하군요. 역시 용사라는 건가요.”

룬은 가장 가까이에서 서진의 공격을 지켜볼 수 있었다. 서진의 공격은 간결했다. 쓸데없는 동작과 불필요한 행동을 줄였기 때문이다.

‘슬라임을 많이 죽이셨군. 슬라임을 상대하는 효율적인 방법을 알고 있어.’

룬은 방패를 쥔 손을 단단히 굳혔다. 이번 사냥에서 그가 맡아야 할 역할은 방어밖에 없을 것이다.

스겅.

한숨에 반 토막 난 슬라임이 힘없이 흘러내렸다.

‘지금 내 레벨은 4. 근력은 6, 민첩은 7, 체력은 8이야. 일반적인 슬라임은 내 상대가 되지 않아.’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서진의 그동안 자신이 밤낮을 가려가며 했던 노력을 믿었다. 그리고 역시나, 노력은 그를 배신하지 않았다.

슬라임은 약한 몬스터. 용사는 약한 존재였지만, 성장한 용사는 강했다. 그리고 그런 성장한 용사에게 슬라임은 더욱 약한 몬스터였다.

‘이제 나는 슬라임보다 강해. 다만, 문제가 있다면······.’

“후욱!”

숨이 가빠온다.

‘더럽게 많은 슬라임이겠네.’

슬라임들이 불어난 원인으로 생각되는 츠카리카리 서쪽 동굴에 가까워질수록 슬라임들의 수가 많아졌다.

‘슬라임들의 수와 내 체력의 싸움이야. 이긴다. 이길 거야.’

이기고 싶었다. 그동안의 노력은 슬라임 하나를 죽이는 데에는 충분했지만, 끊임없이 밀려오는 슬라임들을 죽이는 데에는 충분하지 못했다.

못마땅한 듯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던 서진이 말했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후우. 네. 그게 좋겠어요.”

레아와 루아, 룬은 서진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들은 기사로서 수많은 훈련을 통한 강인한 체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힘이 봉인된 검사에 불과했다.

오직 육체만을 가진 검사는 약하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의 레아와 루아와 룬이었다.

두 번째 사냥을 끝낸 서진 일행은 여관으로 돌아갔다. 여관에는 카토 일행이 있었다. 서진 일행은 카토 일행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 날 서진 일행은 곧바로 세 번째 사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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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최고의 마법사 (5) 21.10.20 19 0 11쪽
24 최고의 마법사 (4) 21.10.20 1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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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최고의 마법사 (1) 21.10.16 23 0 11쪽
20 용사 도우미 룬 (5) 21.10.16 25 0 11쪽
19 용사 도우미 룬 (4) 21.10.15 20 0 11쪽
18 용사 도우미 룬 (3) 21.10.15 22 1 11쪽
17 용사 도우미 룬 (2) 21.10.14 23 0 11쪽
16 용사 도우미 룬 (1) 21.10.14 28 0 11쪽
15 마을의 위기, 갑작스레 나타난 용사 (6) 21.10.13 21 0 12쪽
14 마을의 위기, 갑작스레 나타난 용사 (5) 21.10.13 23 0 11쪽
13 마을의 위기, 갑작스레 나타난 용사 (4) 21.10.13 21 0 13쪽
12 마을의 위기, 갑작스레 나타난 용사 (3) 21.10.12 22 0 12쪽
11 마을의 위기, 갑작스레 나타난 용사 (2) 21.10.12 21 0 12쪽
10 마을의 위기, 갑작스레 나타난 용사 (1) 21.10.12 28 0 12쪽
9 진정한 용사 (7) 21.10.11 29 0 11쪽
8 진정한 용사 (6) 21.10.11 24 0 12쪽
7 진정한 용사 (5) 21.10.11 25 0 11쪽
6 진정한 용사 (4) 21.10.10 27 0 11쪽
» 진정한 용사 (3) 21.10.10 28 0 12쪽
4 진정한 용사 (2) 21.10.10 40 0 12쪽
3 진정한 용사 (1) 21.10.09 51 0 12쪽
2 뭐라고요? 내가 용사라고요? (2) 21.10.09 68 0 12쪽
1 뭐라고요? 내가 용사라고요? (1) 21.10.09 10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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