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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루찬 님의 서재입니다.

디 아이 엔터테인먼트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느루찬
작품등록일 :
2018.03.03 02:21
최근연재일 :
2018.05.14 21:44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10,364
추천수 :
31
글자수 :
148,671

작성
18.03.03 02:26
조회
697
추천
2
글자
7쪽

평범한 사람

DUMMY

사람은 누구나 재능을 타고난다. 하지만 모두가 그 재능을 찾아내진 못한다. 자신의 재능을 활용하여 성공하는 사람은 백중의 하나정도나 될까. 대부분 사람들은 본래의 재능과 상관없는 삶을 살아간다.

그리고 백중 하나에 속한 사람들조차도 재능의 일부만을 활용할 뿐이다. 그들도 나름의 재능을 사용하지만, 선택받은 사람만이 타고난 재능을 완벽히 꽃피울 수 있다.


운동, 예술, 학문 등 재능은 인간의 삶 어디에서나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세상은 재능충들의 무대이다.


***


‘이유하’는 오늘도 아이스크림을 팔고 있다. 프랜차이즈를 상징하는 유니폼을 입은 그 모습은 ‘직원’ 그 자체이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뿔테안경의 그는 약간 덥수룩한 머리위에 모자를 눌러쓰고 있다. 그 모습은 다른 지점에 가더라도 똑같이 주문을 받고 있을 것 같은 모양새였다.

그리그 본인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어디에서도 눈에 띄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학창시절, 학기가 끝나갈 무렵에도 담임선생님이 그의 이름을 확신을 담아 부르지 못한 적이 종종 있었을 정도였다.

그런 유하에게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이 사내의 시선은 매우 오랜만에 느껴보는 부담스러움 이었다.


몸에 꼭 맞는 정장을 입고 들어온 그 사내는 등장과 함께 매장의 온 주목을 끌었다.

멋지게 차려입은 옷도 한 몫 했지만 새카만 선글라스가 시선의 주범이었다. 3월말의 쌀쌀한 오늘은 눈이나 비가 올 것 같은 우중충한 하늘이었다.

한껏 밝혀놓은 매장의 조명에도 가시지 못한 침침함과 진한 검정색의 선글라스는 다소 어울리지 않았다.

그 이질적인 사내는 주위의 시선을 그러모으며 망설임 없이 카운터로 걸어왔다.

“어서 오세요, 주문 도와드릴까요?”

“네, 두세 명이 먹을 만한 걸로 포장 부탁드립니다.”

“그럼, 세 가지 맛으로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7200원입니다. 포인트 적립 하시겠습니까?”

“아뇨, 괜찮습니다.”

“여기 카드랑 영수증 받으시고요, 아이스크림은 어떤 것으로 드릴까요?”

“어... 30대 여자가 먹을 건데 추천해주시겠습니까?”

“여성분들은 보통 치즈케이크나 딸기 등 과일 들어간 제품을 좋아하시는데 그렇게 담아드릴까요?”

“네, 부탁드립니다.”

유하는 아이스크림을 담으면서도 뒤통수에 꽂히는 사내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보통의 손님들도 아이스크림을 담는 동안 쳐다보고는 한다지만 이 선글라스남자의 시선은 유독 부담스럽게 느껴지고 있었다.


처음 등장하는 순간부터 주문을 하고, 지금까지 이 사내는 단 한 번도 다른 곳에 시선을 두는 법이 없었다. 마치 이 방문의 목적이 자신인 것처럼 명확한 목표의식을 가진 시선이었다.

감정을 느낄 수 없는 까만 시선은 살면서 받아온 어떤 주목보다도 더 부담스러운 관심이었다.

유하는 서둘러 아이스크림을 포장해 건네주었다. 시선에서 벗어나려는 유하의 시도는 실패하였다.

사내는 아이스크림을 건네받고도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

검은 선글라스 아래, 굳게 닫힌 입이 느릿하게 열렸다. 문장이 완성되기도 전에 사내의 손이 불쑥 앞으로 튀어나왔다.

“꼭 연락 부탁드립니다.”

“네?”

“그럼, 이만.”

사내는 유하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들어올 때처럼 성큼성큼 매장을 나섰다. 유하의 손에는 한 장의 명함이 남아있었다.


늦은 밤이 되어서야 유하는 퇴근하였다.

집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며 사내가 남기고간 명함을 살펴보았다.

[디 아이 엔터테인먼트 사장 김희환]

그 사내는 사장이었다.

선글라스의 사내가 홀연히 사라지고 명함을 보았을 때 유하는 그가 사장이라는 것에 크게 놀라지 않았다. 그가 보여준 당당한 태도에서 나오는 카리스마는 사장이란 직함에 더없이 어울렸다.

‘하지만 연예기획사인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디 아이 엔터테인먼트는 이토록 우연한 기회에 사장의 명함을 받기에는 꽤나 큰 기획사였다. 연예계에 깊은 관심을 가지지 않는 유하조차도 디아이소속의 연예인 5명 정도는 막힘없이 늘어놓을 수 있었다.

심지어 지금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조차 디아이소속의 ‘업그레이드’가 부른 노래였다.


처음 유하는 사기라고 결론을 내렸다. 일단 연예기획사가 자기에게 명함을 줄 조금의 이유조차 없었다.

길거리 캐스팅? 본인이 봤을 때, 자신의 외모는 눈에 띠게 잘생기지 않았다, 나보다 잘생긴 사람은 많다. 춤이나 노래? 볼 기회조차 없었다. 그 사내는 자신의 무엇을 보고 명함을 주었을까.


아무도 없는 컴컴한 원룸에 들어섰다. 작은 행거의 옷은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고 책상과 TV, 침대가 전부인 깔끔한 방이다.

겉옷을 벗어 행거에 걸어놓고 침대에 누워 검색을 해본다. 김희환. 일단 디아이 대표의 이름은 김희환이 맞다.


[디 아이 엔터테인먼트, 사업 확장에 나선다.

국내 4대 연예기획사로 불리는 디아이가 연예사업뿐만이 아닌 다른 사업으로의 진출을 발표하였다. 미다스의 손이라 불리며 디 아이를 키워낸 디아이의 대표 김희환은 그동안 쌓아온 연예기획사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다양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을 발굴하여 한국의 재능 육성시스템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히었다. 그와 함께, 피아니스트 박영환, 미술가 노선영, 요리사 최민섭 등 다양한 분야의 인재들을 이미 영입하였음을 밝히기도 하였다. (중략) 한편 디아이 소속의 남자 아이돌 그룹 브리즈가 타이틀곡 <I'm so far>로 2주째 차트 정상을 유지하고 있다.]


김희환 사장의 사진이 나온 기사는 약 1년 전의 기사가 최신이었다. 과도한 플래시세례로 생기가 사라진 사진에서 김희환 대표는 여전히 까만 선글라스를 쓴 채 유하를 쳐다보고 있었다.

‘뭐야, 진짜잖아?’

어이없게도 명함은 진짜였다. 다소 느낌은 달랐지만 선글라스의 강렬한 인상은 닮은 사람이 아니라는 확신을 주었다.


미다스의 손이라 불리는 김희환 사장은 나에게 왜 명함을 주었을까. 혹시 나에게서 특별한 무언가를 보았을까. 그러기엔 김희환 사장과의 만남은 터무니없이 가벼웠다.

유하는 잠시 핸드폰을 붙잡고 고민하다 언제 그랬냐는 듯 잠에 빠졌다.


그날의 고민이 무색하게도 유하의 일상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시간표에 맞추어 강의를 들었고, 정해진 시간에 아르바이트를 했다. 명함은 원룸 어디엔가 있을 것이다.

대학교 2학년인 이유하는 복학 후 조용히 학교를 다니고 있었다. 그날의 사건이 유독 특별했을 뿐, 평소 그의 삶은 다른 사람이 대신 살아도 달라질 것이 없을 정도로 무난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는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평범한 복학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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