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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여우 님의 서재입니다.

이브에 소원을 빌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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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녹색여우
작품등록일 :
2019.11.26 04:13
최근연재일 :
2019.12.07 06:10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3,623
추천수 :
94
글자수 :
143,088

작성
19.11.28 06:10
조회
188
추천
5
글자
12쪽

4. 소녀와 함께 음양모텔

DUMMY

.


-두두두두두두


“사-람-살-려어어어! 야이 개애-자식들아! 민간인! 여기 민간인 있다고요오오오!?”


내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들으시는 듯, 화끈하게 총알 세례를 퍼부어주시는 검은 쫄쫄이 샐러리맨 부대. 그것도 한명이 아니라 열 명이 넘는 샐러리맨 부대가 권총도 아니고 소총탄을 퍼부어대니 그 모습이 공포를 넘어 컬쳐쇼크다. 농담 아니고 여기 서울 한복판인데 진짜 저래도 되는 거야?


“휴. 공격이 엄청 거세네요. 시간을 끄는 것 같은데······여기서 발목 잡힐 순 없죠. 에휴. 과격파 그 시발새-아니 그놈들이 아주 작정했나 봐요. 까딱 실수하면 총 맞고 골로 가겠는데요.”


너 임마 방금 욕했지. 아니 솔직히 그건 별로 문제가 아냐. 더 큰 문제는 말이다······.


“왜 니가 내 등 뒤에 숨어있는 건데에에에!?”

“아이 참. 머리에 바람구멍 나기 싫으면 가만히 있어주세요. 재수 없게 오빠 몸에 바람구멍 나면 저만 상사한테 깨지거든요? 치유마법도 있으니 죽진 않겠지만.”


다시 읊어봐 이년아. 재수 없게 뭐라고요?


이 꼬맹이. 움직이지도 못하는 나를 방패로 삼고 뒤에 숨어있다. 어째선지 모르지만 저 양반들이 나를 쏘려는 것 같지는 않는데, 이 꼬맹이 때문에 내 쪽으로 총알이 날아온다. 꼴에 마법사들이라고 재주 좋게 안 맞추긴 하지만······솔직히 이거 미칠 듯이 살 떨린다.


“잘하고 있어요. 어차피 저 놈들은 오빠를 사살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생포해가는 게 목적이니까 오빠한테는 안 쏠 거에요. 그러니까 이대로 천천히 입구 쪽으로 움직여 주세요.”


나에게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는구나. 아깐 가만있으라며? 잘못 움직이다 총 맞으면 책임 질 거냐?


움직이지 않는 건 너를 위해서가 아니라 너무 겁먹어서 몸이 굳어버린 거란다 이 꼬꼬마 녀석아.


······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게 좀 잘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본능을 따라 맘껏 비명이나 질렀다.


“으-아-아-아! 살려 주세요-!?”

“아 진짜. 남자가 왜 이리 패기가 없어요?”


채라가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날 타박했다. 네가 짜증낼 게 아니라 내가 짜증내야 되거든? 지금 이 상황 좀 어떻게 안 되겠니? 하다못해 아까 그 복대라도 좀 주길 바란다. 최소한 목숨은 건져야지. 응?


“알았어요. 잠시만 기다려 보세요.”


잠시 꼼지락 거리는 기척이 느껴지더니, 이내 채라의 조막만한 손이 내 허리에 복대를 두르기 시작했다. 물론 기다리는 동안 나는 죽을 맛이었다.


······당연히 주위를 쉴 새 없이 날아다니는 총탄 때문에 죽을 맛이었다는 뜻이다. 이 상황에서 어린 여자아이의 손길에 흥분되는 걸 참느라 죽을 맛이었다고 해석한 사람이 있다면 사타구니 잡고 반성해야 할 거다. 로리콘은 병입니다. 병.


“자. 다 됐어요. 이건 좀 좋은 복대니까 훨씬 덜 아플걸요.”


휴. 드디어 한숨 돌릴 수 있겠구나. 이젠 실수로 총알 맞아도 죽진 않겠······“끄아으어아으어억!?”


쏘지 마! 이런 씨······쏘지 마! 미치고 팔짝 뛰겠네 진짜! 어떻게 복대를 두르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나한테도 쏘기 시작하는 거냐!? 특히 거기 배 나온 아저씨, 앓던 이가 빠졌다는 표정 짓지 마쇼!


“미안해요. 그래도 남자니까 희생 좀 해줘요? 프렌드 실드.”


네 이년 날 방패삼아 들고 뛰지 마라!


총알 맞은 부위가 진짜 미칠 듯이 따갑다. 어떤 고통이냐면, 콧구멍 속에 난 거대 여드름을 짰을 때 같은 극한의 고통이다. 그게 한두 발도 아니고 수십 발입니다. 수십 발.


솔직히 마음 같아선 진즉에 기절하고 싶긴 한데, 너무 아파서 기절도 못하겠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채라가 나를 들쳐 매고 빨리 안전한곳을 향해 대피하기를 정말. 정말로 간절히 소망했다.





“궤에에엑-.”


어디서 몬스터가 나타났냐는 소리 하지 마라. 죽어가는 내가 내는 신음소리다. 폼이 안 나지만 내가 지금 그딴 거 따지게 생겼냐.


난생 처음으로 평범한 사람은 한 번 경험하기도 힘들다는 황천길 관광을 다녀왔다. 강 건너 저 편? 아 그거 별거 없더라고. 본 적도 없는 금발의 섹시한 누님이 손 흔들고 있던데?


남자의 본능에 충실하게 막 풍만한 가슴 속으로 달려들려고 하니까 돌아가신 외할아버지가 내 뒷덜미를 잡아채고 ‘넌 아직 준비가 안됐다!’라면서 반대쪽으로 집어던지시더라.


······분명 ‘내가 먼저 찜한 가슴에 상위입찰하지 마라!’라는 호통이 들린 것도 같지만 그럴 리 없을 거다.


“에구. 괜찮아요? 많이 아프겠다.”


순진한 표정으로 쳐다보지 마라 이 디아블로 같은 꼬맹아.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악랄할 수 있냐. 고기방패라니, 현실에서 진짜로 그딴 거 쓰는 인간이 있었을 줄이야.


“너 진짜 어린이만 아니었으면, 아니 여자만 아니었으면 콱······.”


철컥.


“콱 뭐요?”


어, 그러니까. 내 눈 앞에 있는 게 총만 아니길 빈다.


“쏘, 쏠 거야?”

“쏴도 안 죽어요.”


쏜다는 거냐. 잠깐잠깐 진짜 쏘려고?


“그러니까 빨리 일어나세요.”

“넵.”


아니 솔직히 말해서, 얘 진짜 쏠 것 같다. 무지개 반사 복대 때문에 죽지 않으니 사정없이 쏴댈 것 같은데.


총알 저거 진짜 아프다. 고작 한 발이 권투 좀 배운 사람한테 스트레이트를 맞는 느낌. 그리고 난 그걸 수백 발 단위로 얻어맞았다. 이거 명품이라며. 혹시 짝퉁 준 거 아냐?


“명품이니까 그만큼으로 끝난 거거든요? 싸구려는 데미지가 그대로 들어온다고요. 비싼 거니까 잘 간수하세요. 그거 하나면 수입차 한 대 뽑고도 남는데.”

“리얼?”

“리얼.”


맙소사. 이거 그렇게 비싼 거였어? 수입차 한 대라고 하니까 가격이 확 와 닿네.


······오예. 돈 굳었다.


근데 명품이 이렇게 아픈 걸 보면 일반 마법사들이 쓰는 건 얼마나 아프다는 거냐. 그러고 보면 처음에 채라한테 총 맞은 아저씨가 기절한 이유도 대충 짐작이 간다. 명품도 이정도인데 가난한 샐러리맨이 쓰는 보급품은 오죽하랴.


세상살이란 게 참 힘들구나. 중년아저씨가 떠올라 괜시리 눈가가 시큰해졌다.


“이러고 있을 시간 없어요. 대충 돌아가는 꼬라지 보니까 과격파 놈들이 오빠 잡으려고 사람 좀 풀어댄 것 같은데, 빨리 탈출해야 하거든요?”


너 점점 본 성격 나오는구나. 이래서 장차 대한민국이 어찌 될는지. 앞날이 걱정이다.


“아까부터 과격파 과격파 하는데 설명 좀 부탁하면 안 되겠지?”

“납탄으로 샤워하면서 설명 듣고 싶으면 들으시던가요.”

“······.”


나는 입을 꾹 다문 다음 골목 속으로 총총히 사라지는 채라의 뒤를 쫓았다. 물론 지나가는 길에 출몰한 쫄다구 중년 아저씨 마법사들이 모두 채라의 앙증맞은 손에 떡실신 당한 건 말할 필요도 없다.





“일단 지원이 올 때까지 여기에 숨어있는 게 나을 것 같네요.”


······Mamma Mia.


신이시여. 내가 너한테 대관절 뭔 잘못을 했기에 나를 이리 시험하시나이까.


지금 내 몸은 딱딱하게 굳어있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이 상황에서 굳지 않는 사람이 이상한 거다.


그도 그럴 것이. 내 앞에 있는 건물에 대문짝만하게 붙어있는 저 간판의 존재감이 범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음양모텔


뭐냐 저건. 아니. 아니아니. 뭐지? 아니 저게 뭐냐고. 엥? 설마? 진짜요?


일단 눈을 거세게 비벼봤다. 내가 헛것을 본 거 아닌가?


음양모텔


아무래도 나는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 좋아. 피보나치 수열을 세자. 아니 피보나치 수열은 아까 셌던 것 같은데. 파이를 세야 하나? 3.1415926······6······6······에이 씨 몰라. 때려치워. 3.14로도 충분히 사칙연산의 악마가 된다고. 니들이 원의 넓이 구할 때 하나하나 3.14를 곱하던 고통을 알아? 딱 맞아떨어지지 않아서 항상 더러운 소숫점을 낳는 초등학생의 천적을 아냐고! 계산기 허용이 안 되는 한국에서 소숫점 곱셈은 이단이다!


뭐······어쨌든 진정은 됐다. 이제 천천히 눈을 뜨자. 눈을 뜨면 내 앞엔 멋지고 폼나게 생긴 마법사들의 비밀벙커 같은 게 있을 거다. 자. 하나, 둘, 셋.


음양모텔


음. 꿈이 아닌가 보다.


······으에에에에에엥!?


“······뭐해요? 우물쭈물거리지 말고 빨리 들어와요.”

“어,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여기에 같이 들어가자는 건 아니겠지.”


제발 아니라고 말해줘. 암만 그래도 이건 심하잖아. 응?


솔직히 말해서, 남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것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마법사니까······잠깐, 야동취향은 제외. 그건 아무래도 이해가 안 돼.


남을 고기방패삼아 총알받이로 쓰는 것도 뭐, 무지개반사 복대 덕에 죽진 않으니까, 어쩔 수 없다고 쳐.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암만 그래도 초등학생이랑 같이 모텔에 들어가라는 요구는 너무 심하지 않니?”


도덕적으로 말이야. 설마 “마력이 부족해요. 우리 함께 마력충전을 하죠."라는 건 아니겠지?


아니 네가 깜찍하고 예쁘다는 건 인정하지만 그래도 일단은 사회의 시선이란 게 있단다. 아무리 사랑엔 나이가 없다지만 그······뭐시냐. 밤일엔 나이가 있거든. 그러니까 10년 후에 보자 요년아.


“······미친 거 아녜요?”


채라가 뭔가 진심 어이없다는 눈으로 쳐다본다. 뭐냐 그 더러운 것을 보는 눈동자는. 그럼 내가 뭘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건데.


아니 솔직히 말해서 그렇잖아. 저거저거 간판 좀 보소. ‘화끈한 밤을 책임집니다. 둘이 들어와서 셋이 나가보세요.’가 뭐냐. 모텔이름도 모텔이름이지만 저 간판 너무 노골적인 거 아냐? 저기 주인 안 잡혀가나?


아무리 추워 죽겠다지만 그렇다고 모텔은 아니지.


“히토미 좀 작작 보세요. 오빠. 지금 우리 쫓기고 있는 거 잊었어요? 일단 지원팀이 올 때까지 들키지 않고 숨어있어야 돼요.”


아. 그런 의미였냐. 그렇다면야 납득······이 될 리가 있나.


왜 하필 저런 노골적인 네이밍의 모텔에 가서 숨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아니 까놓고 말해서, 고등학생인 내가 초등학생인 채라를 데리고 모텔로 들어가는 모습을 상상해 봐라.


······범죄잖아?! 뭐 어떻게 빼도 박도 못 할 범죄잖아!


“우리 다른 곳으로 가면 안 될까? 여기에 들어가는 걸 다른 사람에게 들켰다간 나 정말 사회적으로 죽어버리고 말 거야. 응?”


라고 말했지만 채라는 가차 없었다.


“배부른 소리 그만하고 빨리 들어오기나 해요. 오빤 목숨이 중요해요 순간의 수치심이 중요해요? 오히려 이런 곳이 더 숨기 좋은 거 몰라요? 그리고 여긴 무인시스템이라 괜찮아요.”

“하, 하지만······.”

“에효. 답답해 죽겠네.”


퍽. 소리와 함께 시야가 어두워진다. 뒷목을 때리다니 이게 영화인 줄 아나······.


정신을 차리고 보니, 모텔 안이었습니다.


······What?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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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소녀와 함께 음양모텔 19.11.28 189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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