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걸 상상해야 한다. 시각과 기상, 옷차림, 장소, 분위기, 초점이 맞춰진 대상의 생각과 그 뒤로 이어질 이야기의 수순. 대략 이렇다, 그냥 이렇게 써야지가 아니라 그걸 선명하게 그려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몇 번이나 손가락을 놀리다 지워버린다. 이렇게 고민한다고 나오는 문장이 명문인 것도 아니고, 고민하지 않고 쓴대도 아주 그렇게 막장으로 떨어지지도 않지만 늘 이 고집이 날 붙잡고 늘어진다. 도무지 떨쳐 낼 수가 없다.
강박증, 집착. 그놈의 집착. 이것 때문에 글을 죽 쓰기 시작했고, 지금까지 왔지만 이번엔 이것이 날 가로막는다. 새로운 장면을 쓸 때면 별 쓰잘데기 없는 옷차림까지 고심하고, 그게 이유를 가져야한다. 씨발 이게 무슨 쓸모가 있는데? 대충 넘겨보려해도 놔버릴 수가 없다. 이게 집착이 아니면, 강박증이 아니면 또 뭐냐.
젠장, 망할.
001. 큰불
14.05.18 01:51
불평을 쏟아냈더니 거짓말처럼 써진다. 세상에.
002. 큰불
14.05.18 02:03
놀라움과 동시에 짜증이 난다. 그렇게 생각하고 고민하던 시간들이 순간의 번뜩임만도 못하다니. 영감이 찾아오기만 기다려서 어느 천 년에 글을 쓸까. 나는 감나무 밑에 입 벌린 백수가 아니다. 타자치는 백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