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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비우스

빙의한 독자로 살아가는 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뇌비우스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2.03.13 12:50
최근연재일 :
2022.04.22 12:03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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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71
추천수 :
869
글자수 :
190,464

작성
22.03.23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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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13화

DUMMY

‘이게 돼?’


이안이 지팡이로 낙뢰를 튕겨내고 나서 한 생각이었다.

솔직한 심정으로 좀 어처구니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궁여지책.

더 솔직한 말로 무대포 대응이었다.

그저 저 앞길 창창한 젊은 군인이 허무하게 죽지 않기만을 바라며.

아무런 계산도 없이 무턱대고 달려든 것.


그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고작 1써클에 불과한 그의 마나는 넉넉지 않았고, 믿을 구석이라곤 튼튼한 몸뚱이 하나뿐이었다.

근데 이게 통했다.

죽은 아서, 그리고 라크로씬이 전성기 시절의 모습으로 살아 돌아오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전사의 극의極意.

그것이 그의 일격으로 체현된 것이다.


“아.”


잠시 멍했던 정신이 되돌아왔다.

이안은 그제서야 자신의 상태가 엉망이라는 걸 깨달았다.

피곤죽이 된 말의 시체.

그 시뻘건 살더미에 파묻힌 채였다.

이안은 그 살점 속을 비집고 나왔다.

비릿한 혈항이 온몸에 가득했다.

그는 손바닥을 들어 자신의 상태를 점검했다.


“하.”


순간 헛바람이 나왔다.

몸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

다친 곳도, 흠집조차 하나 없었다.

오히려 뭔가 활력이 돋는 기분이다.

쿵쿵, 북장단 치듯 울려대는 심장의 혈류가 적나라하게 느껴진다.


‘이게 무슨...’


그는 흥분하고 있었다.

피가 마구 끓는 것이 느껴졌다.

마치 이런 일을 몇 번이고 더 원하는 것처럼.

이안은 저도 모르게 비틀어진 헛웃음을 내뱉었다.

자신이 몽땅 버리려했던 마나.

그것이 그의 육체에 굉장히 이질적인 강건함을 부여하고 말았음을.. 새삼스레 깨달았다.


이안 자신도 그렇게 놀랐으니.

그것을 옆에서 지켜보던 엘쉬나와 로토는 오죽했겠는가.

그들은 안도하면서도 얼떨떨했다.

큰 위기를 지나쳐서 다행이기는 한데,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어안이 벙벙했다.

특히 엘쉬나는 더욱 혼란스러웠다.


‘저건 분명..!’


일반적인 천둥이 아니었다.

고위계 마나로 형성된, 전격계 마법이었다.

그걸 맨몸으로 막아내다니.


원정대에서 내노라했던, 최상급의 오러 유저.

그들마저도 일전一轉의 기세로써 대응할 수 있는 절기이건만.


이제 그녀의 두 눈에 이안은 예전의 그 대마법사가 아니었다.

확연히 다른 사람 같았고, 과거적 시절만큼이나 더 위대해 보였다.


“어어, 저거?!”


순간 들려오는 로토의 대경실색.

그와 함께 저편에서 무리지어 다가오는 무언가가 보였다.

후두두두! 숲 속에 숨어 있던 수많은 동물들이 달려 나오고 있었다.


여우, 너구리, 그리고 토끼 떼들.

작은 포유류들이 이쪽을 향해 일제히 달음질해왔다.

그 모습이 꼭 시커먼 파도가 짓쳐오는 것 같다.


더불어 그들의 동태가 상당히 괴이쩍었다.

흡사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모습이랄까.

어딘가에서 불현듯 일어난 사건 때문에 큰 수모를 겪고 도망쳐 나오는 듯한 눈빛이다.

적어도 로토에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안의 감상은 달랐다.

그의 얼굴에 격전을 대비하는 듯한 어둑한 음영이 새겨졌다.


“준비해.”


이안의 말이 신호탄이라도 된듯, 짐승들의 눈에서 이성이 사라졌다.


그와-우우-!


그것들에게서 소름끼치는 울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작은 동물들의 입에서 나오는 것이라곤 믿을 수 없다.

짐승들의 안구. 그 밖으로 음침한 자색紫色 기운이 흘러나온다.

이윽고 그것들의 조그만 몸뚱이가 울긋불긋 흉하게 꿈틀대기 시작했다.

뾰족했던 주둥이가 안으로 말려 우그러들고,

이빨은 좀더 뾰족하고 날카로워진다.

이윽고 사방에서 피어오르는 연기와 함께, 짙은 유황 냄새가 퍼지기 시작한다.


캬-아아악!


동물들은 마침내 미끈한 벌거숭이로 변이했다.

촤좌자작! 네 발로 달리던 것이 점차 두 발로 딛고 서서 빗길을 질주한다.

완성된 놈들의 생김새는 흉측했다.

온몸의 털이 벗겨진 초록 원숭이 같았다.


이안은 저 초록 원숭이들을 무어라 일컫는지 알고 있다.


“Goblin!”


고블린.

마도시대의 처음과 끝을 장식했던 대표적인 잡몹.


“Goblin! Goblia!”


“..!!”


로토는 머리통이 찡할 정도로 아찔한 충격을 받았다.

그래, 그 책속의 괴물들이 바로 여기 있구나.

코를 틀어막아도 확 풍겨오는 짙은 유황 냄새.

하지만 저 끔찍한 외견과 냄새가 그의 용맹함까지 불식시키진 못했다.

도리어 피가 끓었다.

한번 죽다 살아나니 저도 모르게 의연해진 듯했다.


“네 녀석들 아주 잘 알지!”


무엇보다 그 역시 저것들이 뭔지 잘 알고 있었다.

역사에 관심이 많은지라,

악마들에 대해서도 어느정도 학습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선배 동무.”


로토는 이안에게 말했다.


“잠시 원호를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그의 물음에 이안은 고개를 끄덕였고,

로토는 즉시 그가 탄 말 등에 메어진 안장가방을 뒤졌다.

그리고 그 안에서, 묵직한 무언가를 재빠르게 꺼내들었다.

그것은 두 피스로 나뉘어진 묵직한 은색 철덩어리였고,

마침내 그것이 하나로 조립이 되었을 때 새로운 형태로 드러났다.

두 눈이 시릴 정도로 하얗게 빛나는 기다란 총신.

이안은 그것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은(銀)수리.’


연방의 화승권총, ‘황금사자’와 완벽한 한 쌍을 이루는, 화승장총이었다.


“잠깐이면 충분합니다.”


로토의 목소리에 넘치는 자신감이 느껴졌다.


“그럼 놈들은 저항도 못한 채 즉시..엇, 조심!!”


갑자기 퍼뜩 소스라친 로토가 소리쳤다.


캬악! 무리들 중에서도 가장 특출나게 앞서오던 고블린 한 마리.


파앗! 놈이 이를 악 문채 허리를 튕기며 뛰어 올랐다.

그 높이가 달리는 말의 귀끝 어름에 닿을 정도였다.


인간의 허리짬도 못 올만한 작은 체구.

그에 비하면 놀랄 만큼 거센 도약이다.


“헉!”


그렇게 선두를 앞세워 몇 마리가 뒤따라 튀어 올랐다.


“Goblo!!”


고블린들은 그렇게 고무공처럼 땅을 박차 올랐다.

쇄액-! 인간들을 향한 녹색 포물선이 연이어 그려진다.

동시에 일제히 두 팔을 쫙 벌린 채,

날카로운 손톱을 세운다.

섬뜩한 보랏빛 안광이 긴 꼬리를 그리며 동반해온다.


이안은 두 발을 박차 앞으로 치고 나갔다.

야아아악! 그렇게 괴성을 지르며 날아오는 고블린들을 맞이했다.

중간 부분에 머물러 있던 지팡이의 파지把持를 끄트머리로 옮겼다.

휙! 이어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한차례 부채꼴을 그리며 힘껏 휘둘렀다.

그 움직임은 대기질을 왜곡하는 듯한 희뿌연 반원을 동반했다.


“Blak!”


한차례 억눌린 신음소리.

그와 함께 여섯 마리 괴물들의 고개가 뒤로 홱 젖혀졌다.

어느새 휘둘러진 지팡이의 보주가 그것들의 턱주가리를 매섭게 훑었다.

놈들의 대가리가 터지는 감각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목구멍을 비집고 나온 신음소리의 울림.

두쪽으로 갈라지는 아래턱.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출렁이는 뇌의 움직임.

그 모든 것이 지팡이를 타고 흘러 이안의 손끝까지 고스란히 전달된다.


그 찰나의 짜릿함 뒤, 이안은 그것들을 휙 지나쳐 보냈다.

그리곤 여상한 태도로 지팡이에 묻은 혈흔을 털어냈다.


“..와.”


로토는 짤막한 탄성을 내뱉었다.

괴물들의 시체가 하늘 아래 낙하하고 있었다.

놈의 시체와 함께 공중으로 비산하는 뼛조각.

꽤나 섬뜩했다. 마치 우주의 절대자가 내다 버린 더러운 녹색 쓰레기 같다.


괴물떼의 대가리를 공 마냥 타구打毬로 쏘아 올리는 거력.

로토는 저도 모르게 하하 하고 헛웃음이 나왔다.


‘이 분을 마법사라 부르는 게 맞을까?’


줄곧 읽어왔던 정사의 내용이 의심될 정도다.

그 문약하고 예민한 느낌의 백면서생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지금은 그냥.. 마법도 곧잘하는 라크로씬 드라고노프같다.


‘고증 오류가 되버렸어.’


이쯤 되면 가브론트가 관이라도 뚫고 나와 개정판을 다시 써야할 정도다.


“뭐 하려던 거 아니었나?”


“..예!”


매번 신출내기같은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쯤해야했다.


“Goblo!! Gobliooooo-!!!”


무엇보다 생떼같이 밀려오는 괴물들이 일행과 부딪기 직전이었다.


파앗! 재차 발동된 로토의 오러.

그것이 그의 육체와 정신을 다시 일깨웠다.

그는 재빨리 은수리를 장전하기 시작했다.


- 오른손 총구- 하늘- 위로!


그의 귓전에서 지휘관의 구령 소리가 아른거렸다.

가상의 지휘관이 뱃심으로 내지르는 구령 소리는 계속 이어졌다.


- 왼손!


휙! 그 구령에 따라 왼손이 신속히 움직인다.

오른쪽 옆구리 가방의 탄알을 꺼낸다.


- 화약, 탄알- 넣엇!!


입으로 찢은 화약포와 탄알을 총구에 집어넣는다.


- 탄알 다져- 넣엇!!


총알을 쇠꼬질대로 총열 안에 밀어 넣는다.

저격용 총알은 색깔도 달랐다.

은빛으로 반짝이는 원추형 총알.

그것이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총열 깊숙이 들어앉았다.

이 일련의 과정이 눈 깜짝할 새 흘러갔다.


- 불- 당겨!


가슴 앞섶에 끼워 놓은 여러 다발의 화승.

그 중 하나를 꺼내 불을 당겼다.

악천후건 뭐건 상관 없었다.

치이이익...! 오러로 발화한 시퍼런 불.

그것이 일체의 누그러짐없이 형형한 기세로 심지를 태운다.

이렇게 고도로 훈련된, 연방의 사격제식동작이 완성되었다.


우우웅...! 거기에 더한 마지막 백미, 오러가 응집된다.

이 일련의 과정들이,

놀랍도록 빠르게 마무리 되었다.


- 사격- 개시!


“필-중!”


펑! 조여진 방아쇠와 함께 용두에서 희뿌연 폭발이 일어났다.

그와 동시에 총열 안에 잠들어 있던 은빛 탄환이 총열을 밀어내며 바깥으로 쏘아졌다.

한순간 삐이이! 하는 소리가 대기 중에 울려 퍼졌다.

흡사 거대 조류가 포효하는 듯했다.

은수리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은 총성이다.


쐐애액---!! 고속으로 회전하는 탄환.

그것에는 로토의 싯푸른 오러가 덧씌워져 있었다.

그 오러는 즉시, 일직선의 날카로운 탄도彈道가 되어 고블린 무리들을 꿰뚫고 지나갔다.


“Gooaak!!” “Goblk!”


파란색 꼬리를 그리며 스쳐간 탄두의 잔영.

그 뒤로 괴물들의 시뻘건 피륙이 마구 튀어 올랐다.

그 속도가 너무도 빨라 마치 폭죽이 파바박 하고 터지는 듯했다.


그렇게 도합 10초도 되지 않는 시간이 지나니,

일행의 눈앞을 가렸던 시꺼먼 길이 허옇게 열린 채였다.

그 열린 길 아래 비에 젖은 핏물이 작은 내를 이루어 철철 흐른다.


“blkk!!”


그 작게 열린 길 하나만으로도 충분했다.

일행은 그 틈을 따라 거침없이 돌파했다.


로토가 타고 있던 말의 앞자리를 내어주고,

이안이 자연스레 그 빈자리로 뛰어들어 동승했다.


그렇게 두 사람의 합공이 시작되었다.

퍼억! 뒤따라 붙는 것들을 말발길질로 후리고 지나갔다.

펑! 펑! 펑! 로토는 퀵드로우로 응수했다.

화승권총 황금사자. 그것의 빠른 속사를 이용해 잔챙이들의 머리통을 연속적으로 터뜨렸다.

오러의 작용으로 민첩해진 대위의 손이 부쩍 바빠졌다.


사각, 사각!


장전 속도를 최소화한 기본속사.

그것이 마구 시연되었다.


은수리가 가진 위력적인 오러의 직사.

그것에 비해 광범위하진 않으나, 재빠르고 정확한 사격이 탁월했다.

쏘는 족족 고블린들의 머리에 백발백중으로 박히면서,

하나하나 빠르게 처리해나갔다.


“Goblo! Kiaao!!”


한편 좌우 사각지대로부터 튀어 나오는 놈들은 이안이 처리했다.


“디그Dig.”


여남은 마나가 지팡이 밖으로 발출됐다.

동시에 뛰어오던 고블린들의 몸이 훅 꺼진다.

꺄윽! 뒤따라 오던 놈들은 그것들에 걸려 넘어졌다.

그리하여 함께 볼썽사납게 얽혔다.

한순간 바닥을 옴폭 꺼트리는, 구덩이 땅굴 마법.

그 토끼굴 파먹는 데나 써먹을 법한 만만한 장기가 놈들의 전열을 흐트렸다.


허나 그거면 충분했다.

이젠 이안의 물리력이 발휘할 차례다.

달리는 말의 속력에 더해진 지팡이는 철퇴 같다.

파직! 놈들의 뜨끈한 살점이 분화되어 튀어오른다.


꺄아악!


온몸에 철갑을 두른 마상기사 못지않은 용력으로 초록 원숭이들을 압살한다.

그렇게 두 사람의 연계가 잇따르니,

놈들의 양상에 패색이 짙어졌다.


“Tribe gone!”


조금이라도 겁을 아는 놈들은 이제 머리를 감싸쥐며 달아나기 시작했다.


뜬금없게도 몇몇 놈들은 서로 엉겨붙은 채 교접交接을 시작했다.


아욱, 아욱!


피떡이 된 몰골도 불사한 채,

씩씩대는 숨으로 허리를 흔들어 댄다.

극한의 상황에서 발휘된다는 고블린종 특유의 번식 본능이었다.


“..뭐야 저거?”


번식이고 나발이고 로토에겐 혐오스럽기 그지 없었다.


“얏!”


놈들의 등허리에 세검을 확 찔러박았다.

깨액! 위 아래로 포개진 놈들에게서 이구동성의 신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징그러운 것들!”


로토는 질렸다는 표정으로 세검을 휙휙 털어냈다.


“먹지 마라!”


컹! 이안의 외침에 팔보크가 다시 일행을 뒤쫓아왔다.

하필이면 배꼽 맞추다 죽은 것들을 뜯어 먹다니.

으웩.. 로토는 솔직히 좀 역겨웠다.


“인상적인 사격이었어.”


이안이 로토를 향해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잘했네.”


“..영광! 감사합니다!”


로토의 가슴이 이상하게 뭉클거렸다.

전신에 혈기가 살아 도는 느낌이었다.

한순간 쑥 빠져나간 오러로 인해 지쳤던 몸 상태를 잠시 잊을 정도였다.


“또 옵니다!!”


로토가 동요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일행이 물리치고 꿰뚫었던 길.

그 너머로 또다시 초록색 파도가 꾸물럭거리며 다가왔다.

캬아아악! 종전보다 훨씬 더 거대한 흐름으로, 잔뜩 악에 받친 채.


“제길!”


로토는 다시 사격 장전을 준비했다.

그러나 그를 가로막는 고운 손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이젠 내게 맡겨.”


엘쉬나가 말했다.

그 말에 이안의 눈썹이 한 차례 꿈틀거렸다.

그의 시선이 엘쉬나의 이마 위로 옮겨졌다.

이제야 좀 가라앉는가 싶었던 그녀의 이마 위 작은 줄기.

그드드득...!! 그것이 갑자기 급속도로 생장하며 뻗어 나가기 시작한다.


“엑-사르마Ex‘arma!!”


그녀는 자신의 두 팔을 하늘 위로 쭉 뻗으며 한 차례 큰 함성으로 외쳤다.

휘이잉-! 빗발치는 하늘 아래 불어오는 큰 바람.

요정은 그 바람 앞에 맞선 채, 벌거벗은 말과 함께 앞으로 나아갔다.

로토는 자신의 등 뒤 솜털이 우스스 떨려오는 것을 느꼈다. 이내 전신이 떨려온다.

엘쉬나의 모습에 소름이 돋는다.

하지만 그 때문만은 아니었다.


쿠두두두-!!! 그들의 뒤켠에서 무언가가 쏜살같은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허억!”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다는 느낌이 이런 걸까?

집채만한 엘크Elk 떼들이 이리로 질주해오고 있었다.


‘자이언트 엘크!’


큰 덩치에 비해 소심하고 조심스러운 초식동물.

때문에 울창하고 깊은 숲에서도 일년에 몇 번 볼까말까한 녀석들이 떼를 지어 몰려온다.


무우우-!! 점점 가까워진 그것들의 모습을 보니 이제 이유를 알겠다.

엘크들의 안구가 죄다 백태를 덧씌운 것 마냥 뿌얬다.

엘크들은 일행을 빠르게 스치고 지나갔다.


“흑!”


그 스친 바람이 어찌나 매섭던지 한 차례 헛숨이 튀어 나올 정도였다.


“아쉬크Achi‘k!”


위대한 자연의 독전관의 입에서 요격 명령이 떨어졌다.


무우우우우!


황소보다 더 거대한 엘크들의 질주가 한층 더 거칠어졌다. 이윽고 머리를 낮게 내려,

거대한 손바닥 모양의 뿔을 바짝 세운다.


“Blaaaakkk!!!”


그 뿔들의 돌격 위로, 피낭자가 된 초록 괴물들의 시체가 솟구쳤다.

순식간에 펼쳐지는 압도적인 풍광에 로토는 감격어린 기함을 터뜨렸다.


“전설의 드루이드...!”


원정대의 축을 담당했던,

위대한 요정의 신화가 되살아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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