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황철수 님의 서재입니다.

무림으로 간 권투선수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스포츠

황철수
작품등록일 :
2022.05.09 14:39
최근연재일 :
2022.08.15 03:15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1,074
추천수 :
21
글자수 :
42,835

작성
22.06.10 12:45
조회
103
추천
1
글자
12쪽

4화 비무

DUMMY

4화


용복은 5일이 남자 컨디션 관리에 들어갔다. 시합에 나가기 전 매번 하던 것과 비슷했다.


오히려 지금이 나은 것이 체중조절을 할 것이 없으니 가장 최적의 몸상태로 비무 시합에 나갈 수 있을 것이었다.


외총관에게 물어 제갈세가 무공의 특징을 파악하기도 하였고, 자신의 무공을 다듬으며 자신을 관조해보기도 하였다.


그리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통해 제갈청 그녀석의 얼굴을 아주 뭉개놓기도 여러번이었다.






“자 그럼 제갈세가와 황보세가 사이의 친목도모 및 양측 무공 증진을 위한 교류회가 시작하겠습니다.”


내총관 황보윤이 비무 시합의 개최를 알렸다.


한 측에는 황보세가 가주 황보철과 가문 중진들이 앉아있었고, 마찬가지로 다른 한편에는 제갈세가의 가주 제갈근과 그 측근들이 앉아있었다.


첫 번째 무대


제갈세가의 이류무사 제갈청이 올라왔다.


이미 용복이 자신이 제갈청을 상대하겠다고 황보세가 무인들에게 일러둔 후라, 모두 용복에게 차례를 양보하였다.


제갈청은 무대로 올라오는 이용복을 보며 얼굴이 기묘하게 일그러졌다. 왜냐하면 그의 기억에 이용복은 삼류 낭인이었기 때문이었다.


“어이, 수명을 그렇게 단축시킬 필요가 있나.”


제갈청은 용복을 노려보며 한 마디씩 힘을 주어 읖조렸다.


“훗, 멍청한 녀석.”


용복도 지지않고 소곤거렸다. 물론 이는 당사자 둘만 들을 수 있었다.


교류회인데 싸움으로 변질되어선 곤란했다.


다만 그 소곤거림을 들은 제갈청의 얼굴이 시뻘겋게 물들었고 이마에 혈관이 돋아났다.


그 둘의 대화를 모르는 사람이 보았다면 제갈청이 무슨 특수한 심법이라도 운용하는 듯 보였을 것이다.


‘짜식, 심리전에서는 하수군.’


권투라는 승부의 세계에 살았던 용복은 심리적으로도 상대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보기에 이 제갈청이라는 녀석은 철부지에 불과했다.


두명의 무사가 비무대 위에서 형식상의 포권을 취하며 비무가 시작되었다.


“타핫”


몸이 달아오른 제갈청이 바로 이용복에게 짓쳐들었다. 그의 우수에는 나름 비율이 맞아떨어지는 얄상한 검이 하나 들려있었다.


아직 고수의 반열에 오르지 못한 용복에게 검은 위협적인 무기였다.


그러나 전 권투선수로서의 감각이 그에게 말해주고 있었다.


‘검만을 의식한다면 필패!’


그렇게 용복은 검에 주의력을 두면서도 제갈청의 상체와 눈빛, 하체의 움직임까지 자연스레 시야에 담으려 하였다.


그리고 제갈청이 지척에 다다르자 용복은 몸을 천천히 흔들기 시작했다.


리듬감은 용복의 반응속도를 높여주는 하나의 기술이었다.


그러면서 찰나간 상념에 빠진다.


‘다이슨이라면, 검을 들고 있는 이자에게 어땠을까? 졌을까?’


‘아니, 다이슨이라면 필시 저자를 묵사발로 만들었을터.’


용복의 상상 속에서 다이슨이 ,검을 들고 있다고 한들, 고작 저런 자에게 패배하는 것은 그려지지 않았다.


용복은 허리심을 이용해서 상체를 왼쪽, 오른쪽으로 흔들면서 그 경쾌한 리듬감을 활용, 제갈청에게 마주 천천히 걸어갔다.


“허헛”

“저자가!”


용복의 동료 무사들이 있는 진영에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들은 용복의 패기가 가상했지만, 이류무사인 용복이 검을 든 무사에게 정면으로 다가가는 자살행위처럼 보였기 때문이라라.


하지만 이를 대면하는 제갈청은 묘한 위압감을 느꼈다.


세가의 지위를 등에 업고 용복을 객잔에서 핍박할 때는 용복이 그저 일개 무력한 낭인에 불과했지만, 정면으로 다가오는 이용복은 위압감이 있는 사내였다.


그리고 용복의 리듬감 있는 전진은 제갈청의 보법, 삼청보(森靑步)의 운용을 불편하게 하였다.


다급함을 느낀 제갈청은 냅다 그의 검을 용복의 목, 성대 부근으로 찔러넣었다.


쉬익


그러나 이는 큰 실수 였다.


용복의 상체 흔들림은 이러한 찌르기 공격을 회피하는 것에 특화된 동작이었다.


씨익


제갈청의 찌르기는 나름 쾌속하였지만 용복에 시력에 잡히는 움직임이었고, 검이 용복의 얼굴에서 한 뼘거리에 도달했을 때 그것을 우보(右步)로 피하며 느껴지는 바람의 쾌청함에 용복은 환희를 느꼈다.


한때 모든 것을 포기했던 그였기에, 지금 이 순간을 순전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치 물아일체(物我一體)가 된 듯, 그 회전력에 용복의 오른쪽 훅이 제갈청의 왼 뺨을 향해 뻗어나왔다.



검이 전투에서 유리한 이유가 무엇이던가. 그 살상력과 거리감에 있었다.


제갈세가라는 나름 유리한 환경에서 자라온 제갈청이 이런 인파이팅의 진흙탕 싸움을 알 리가 없었다.




미약한 기운으로 얼굴을 보호한 제갈청이었으나 턱에 정타로 들어간 훅이었다.


그대로 스러지는 제갈청.


장내가 조용했다.


잠시 후,


와아아아아!


구경을 하던 전 용복의 동료들인 외원무사들의 함성이 크게 울렸다.


이제 그들에게 용복은 잠깐의 동료가 아닌 외원무사들의 우상이 되어 가고 있었다.


반년간의 수련 후에 내원에 들어가서 제갈세가의 무사를 일격에 쓰러뜨리다니...


그들이 꿈에서나 상상할 법한 상황아닌가.


“조용!”


황보세가 외총관 황보군악의 외침이었다.


잠시 헛기침을 한 제갈세가주 제갈근은 이내 미소를 지으며 항보군악에게 말을 하였다.


“외총관, 저 자의 실력이 출중한 듯한데 연승전으로 하는 것이 어떻소?”


“흠”


외총관은 용복의 실력이 궁금한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제갈근의 속내는 좋은 뜻이 아닐 것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제갈가의 가주가 아니던가. 어느정도 체면치레를 할 기회는 주어야 했다.


“그렇게 하시지요.”


“용복아 연승전이다. 잠깐 숨을 고르거라.”


“예, 외총관.”


안그래도 용복은 대련에 대한 갈증이 일고 있었다. 모순적이게도 검이 지척에 다다르는, 그간 느껴보지 못한 짜릿한 생사의 경계가 용복에게 자유를 선사하던 중이었다.


다음 상대는 키가 6척에 달하는 장한이었다. 다름 근육도 다부진 것이 제갈세가에서 별종이라불릴만 했다.


“제갈무요.”


“이용복이요.”


그는 삼국지의 관우가 생각나게끔 언월도를 들고 나왔다.


이런 다양한 무기는 용복에게 경험을 줄테지만, 첫 대면은 긴장감을 키웠다.


임시방편으로 용복은 황보세가 일반 서고에서 다양한 책들을 재미삼아 빌려보곤 했다.


그가 전에 읽었던 ‘중원무림 무기도’라는 책에는 다양한 무구의 그림이 그려져있었고 특징이 병기되어 중원 초짜인 용복에게 큰 재미를 주었다.


그 중 하나인 언월도가 등장한 것이다.


언월도는 창과 같은 무기인데 머리 쪽에 칼날이 붙어있어 베는 것에 강점을 가진 까다로운 무기였다.


사실 찌르기는 권투의 잽에 극도로 단련이 된 용복에게 피하기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위기는 기회를 창출하듯 그 틈새로 파고든 용복은 제갈청을 손쉽게 꺾었다.


그러나 상대가 봉술과 도법에 조예가 깊다면 이는 거리를 파고드는 것에 큰 어려움이 있을 것이었다.


용복은 먼저 체력을 아끼며 탐색전에 들어갔다. 차분히 용복의 왼편으로 돌았다.


제갈무는 용복에게 쉴틈을 줄 생각이 없었다.


그는 이용복의 순발력과 그 파고드는 담력을 높이 평가했다.


중원 속담 중 ‘키 큰 이 중에 속이 깊은 자 없다’라는 말이 있지만 제갈무는 차분하고 생각이 깊은 사내였다.


이렇게 신중한 자가 무력을 갖추면 상대하기가 꽤나 어려웠다.


제갈무의 언월도가 태극의 움직임을 그리며 좌로 우로 자연스럽게 휘둘러졌다.


그럴 때마다 용복은 크게 몸을 젖히거나 숙이는 등 체력 소모가 비교적 큰 움직임을 가져가게 되었다.


용복이 언월도가 베어진 틈을 파고 들었으나, 제갈무는 그 원심력을 활용하여 언월도의 밑부분으로 재차 용복의 턱을 노렸다.


터억


용복이 다급히 양손바닥을 겹쳐 턱을 보호하였으나 제갈무의 용력에 몸이 붕 뜸을 느꼈다.


그 기회를 살려 제갈무가 다시 그 봉 밑부분으로 낙하하는 용복의 명치를 노리며 찔렀다.


‘가드로는 막을 수 없다.’


권투의 방어법으로는 저 작은 봉 끝부분의 면적을 방어할 수 없다 여긴 용복이 낙하와 동시에 손바닥으로 복부를 보호하고 두 발에 힘을 풀었다.


퍼억


멀리서 보던 자들은 이대로 승부가 끝나겠다 싶었다.


용복의 손바닥에 꽂힌 봉이 용복을 그대로 밀어내었고, 용복은 뒤로 두 바퀴나 구르게 되었다.


용복이 제갈무의 움직임에 흐름을 맞겼기 때문일까.


‘감촉이 없었다.’


제갈무는 아직 용복에게 치명타를 적중시키지 못했음을 감지하였고 그대로 용복을 따라 쫓아가며 언월도를 용복의 머리를 향해 위에서 내려 베려하였다.


‘정신차려야 한다. 이곳은 무림. 죽을지도 모른다.’


충격이 적잖았던 용복은 정신을 차리기 위해 노력했다. 비무라곤 하지만 진검을 들고 하는 대결.


비무에서도 불구가 되는 자가 적지 않다고 들었다.


정신 차린 용복의 눈에 내리 꽂히는 언월도가 눈에 들어왔다.


무릎까지 굽혀진 상황 피하기 쉽지 않았다. 그리고 도를 어찌 팔로 방어한단 말인가.


그 때


‘저건’


용복의 눈에 언월도의 창대를 구성하는 나무의 결이 보였다.


칼날의 한 뼘 아래, 나무 눈이 박힌 그 부분.


그곳으로 향해 용복의 강화된 손끝이 파고들었다. 3개월간 수련한 철포삼의 본능적인 구현이었다.


언원도의 칼날이 허공에서 회전하며 날았고 제갈무의 눈은 믿기어렵다는 듯이 커져있었다.


용복은 그 틈에 튕겨나가며 손끝을 제갈무의 성대에 겨눴다.


“...졌습니다.”


제갈무는 자신이 완패했음을 느꼈다.


마지막에 야성이 활성화된 용복의 눈빛은 흉포했고 그 강화된 그의 손끝이 제갈무의 목을 찢어놓을 것 같았다.


아직은 미약하지만 이렇게 용복은 중원에서 한 마리 야수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용복 승”


외총관 황보군악이 알렸다.


와아아아아아

이용복, 이용복!


황보세가 외원 무인들은 축제 분위기였다. 그리고 내원 무사들은 놀라운 표정으로 용복을 처다볼 뿐이었다.


외공에 기반하였지만 그 기묘한 보법과 탄력, 적극적인 파고듬과 주먹 기술들은 황보세가에서 기존에 볼 수 없던 것들이었다.


외총관 황보군악도 내심 크게 놀라고 있었다.


‘저자가 어찌...’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아직 용복의 기운은 일천하지만 자신만의 움직임이 있었고 자연스러웠다.

그리고 야수와 같던 그 기세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던가.


체면을 구긴 제갈세가는 다음 상대로 일류 무사를 올려보내었다.


그는 제갈린. 얼핏 가녀린 여무사였다.


‘방심하지말자.’


용복은 그러나 전보다 약한 무사가 올라올 가능성은 희박했기에, 집중하려 하였다.


사실 방심하기 쉬운 구도였다. 근육질의 용복과 그 앞의 소녀처럼 보이는 여성.


그러나 내원 무사들은 제갈린이 어떤 여성인지 아는 듯 했다.


그녀는 제갈근의 막내 딸로 사랑을 독차지 하는 여성이었다.


제갈근이 그녀를 유독아끼는 이유 중 하나는 그녀의 재능이었다.


이제 19살이 된 그녀는 세가의 도움을 받았다지만 내공의 양, 그리고 검술의 세밀함으로 제갈세가에서 기대를 받고 있었다.


내공이 40년에 가까운 그녀는 겉보기에 근육은 보잘 것 없어보였지만, 내공의 힘으로 외력은 크게 중요치 않은 단계이기도 하였다.


제갈린이 웃으며 포권하였다.


그리고 사뿐사뿐 용복에게로 걸어갔다.


오른 손에는 제갈청의 검보다 한층 더 얄상해 보이는 검이 들려 있었다.


그 검은 제갈린의 애병 홍화(紅花)였다.


적요석(赤曜石)를 백일 간 제련해 만든 홍화는 강도가 일반 강철보다 단단하여 얇은 검날에도 우수한 내구성을 자랑한다.


세가의 기대주인 제갈린을 위해 제갈근이 선물한 것으로 값을 매기기 어려운 보검이었다.


자신에게 맞는 가벼운 검을 갖춘 제갈린의 무공은 그 후로 더욱 일취월장하였다.


이제는 정파 후기지수 중 최고라 불리는 삼룡이화에 준하지 않냐는 평가를 받는 그녀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무림으로 간 권투선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 10 22.08.15 51 2 6쪽
9 9화 22.08.08 57 1 9쪽
8 8화 22.08.02 67 2 5쪽
7 7화 +5 22.06.14 84 2 12쪽
6 6화 첫 강호행 +1 22.06.12 90 3 12쪽
5 5화 22.06.10 112 2 12쪽
» 4화 비무 22.06.10 104 1 12쪽
3 철포삼 +1 22.05.13 132 2 10쪽
2 2화 사나이의 눈물 +1 22.05.10 145 3 10쪽
1 1화 황보세가를 찾아서 22.05.09 233 3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