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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큐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오크에게 국밥을 끓여줘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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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큐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4.14 12:08
최근연재일 :
2024.05.24 08:25
연재수 :
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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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6
글자수 :
220,232

작성
24.04.25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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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최고의 보리음료.

DUMMY

두줄보리가 있다면 맥주 만드는 것은 일도 아니다.

야채밭 옆으로 솔방울 모양의 황록색 꽃이 널려 있으니까.


“홉을 쓰는 데가 하나도 없단 말이지.”


지체할 거 없이 보리를 물에 담가두고 홉을 채취했다.

물에서 싹이 튼 보리는 건조시켜 맥주제조에 집중했다.


“준우! 지하는 네가 지시한 대로 완성했다. 지상에만 환기구를 제외하고 돌을 쌓으면 될 것 같네.”

“고생했어 야그나르. 오늘은 늦었으니까 내일 이어서 작업하자.”

“알겠네. 듣자하니 밖에서 드워프를 마주쳤다지?”

“아··· 응.”

“혼자 밖에 나가는 일은 없도록 해라.”

“알겠어.”


이제야 야그나르에게 소식이 들어간 모양.

꽤나 화가난 모양이다.


“네가 죽으면 더 이상 네 음식을 맛 볼 수 없게 되잖나!”


그거였냐..

잠깐 짜증이 날 뻔 했지만, 내 음식에 환장하는 오크의 모습을 보니 오히려 기분이 좋아졌다.


“알겠어, 아무튼 그 드워프는 어떻게 됐어?”

“포로로 잡아 심문 중이다.”

“오크가 심문도 해?”

“평소라면 바로 죽이지만, 지난 번 패배한 전투가 드워프와의 전투였다.”

“그러면 더 죽여야 하는 거 아냐?”

“드워프의 약점을 파악하기 위해 살려두었으나···”


야그나르가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뭔데?”

“대장장이 드워프들 사이에도 서로를 견제가 심하더군. 놈은 견디다 못해 탈출했다가 길을 잃은 모양이야.”

“길을 잃어..? 이런 일이 흔해?”

“나도 처음 보는 군.”

“같이 가보겠나?”

“좋아.”


마을에서 가장 구석지고 그늘진 곳에 다 무너져가는 작은 흙집.


‘아니.. 집이라고 할 수나 있나..?’


화장실만 한 건물에 들어가자 드워프가 아무런 결박이나 속박도 되지 않은 채 차분히 앉아있었다.


“아까 그 인간이군.”


그 와중에도 드워프는 오롯이 나만을 노려봤다.

아까의 앙금이 풀리지 않···기는


“오크랑 같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날 죽이려고 한 거예요?”

“오크는 우리 드워프의 적이니까.”

“그런 드워프들이 아저씨한테 어떤 존재죠?”

“최고의 대장장이들인 동시에 최강의 존재들이지, 나는 드워프로 태어난 것이 자랑스럽다.”

“다른 드워프들도 아저씨가 자랑스럽대요?”

“주..준우.. 진정해라.”


나도 모르게 잠시 흥분했다.

오크 최고전사 야그나르의 뒤에 숨어서.


“근데 야그나르 저 아저씨 묶어놓거나 하지 않아도 돼?”

“이곳에 끌려 온 이상. 마을을 벗어날 순 없다. 그리고 우리 오크 중에 비무장한 드워프를 이기지 못하는 전사는 없다.”

“아···”


묶여있진 않지만 무장은 해제 된 상태였다.

온통 오크들의 집으로 둘러 싸인데다 외곽에는 거대한 나무 벽과 절벽 그리고 경비도 삼엄했다.


“날 내보내라. 이 곳의 정보는 일체 발설하지 않을테니.”

“쫓겨났으니 말할 수도 없는 거겠지.”

“난 최고의 대장장이다. 그들도 나를 시기질투해 그런 것이고.”

“드워프들은 실력을 최고로 여기는 걸로 아는데, 그럼에도 당신을 존경하거나 존중하지 않는다구요?”


적어도 내가 아는 드워프라면 그랬다.


“흠.. 그랬었지.. 그간 실력만 믿고 너무 자만했던 것 같다..”

“쫓겨나서 갈 곳 없이 떠돌고 있던 거예요?”

“아니다.. 이 곳에 드워프들이 올 수 없기 때문에 우리에게 부족한 광물이 잔뜩 있다. 그것을 몰래 가져가려다.. 길을 잃었지.”

“아저씨 길 잃었다가 나한테 들켰구나?”

“근데 왜 자꾸 아저씨라 하는거지?”


얼굴마저 근육질로 보이고 주름이 가득하며 긴 수염을 가진 아저씨다.

근데 왜 아저씨냐고?


“딱 봐도 오십은 되어보이는데 뭐라고 불러요?”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는 군. 나는 이제 스물이다!”

“에-?”


스무살에 최고 대장장이라니.

뭔가 믿음이 떨어지긴 하는데···


외적인 모습에서 가장 믿음이 떨어졌다.

외모의 잘남과 못남을 따지는 것이 아니다.


“그 얼굴이 스무살 일 리 없잖아!”

“그게 무슨 뜻이지?”

“딱 봐도 마흔은 넘어보이는데..”

“무슨 소리냐, 동안으로 유명한 나 인걸.”


절대적인 기준이 다를 순 있지만..

인간인 내 눈에는 인생의 온갖 풍파를 다 맞은 최고 대장장이로 보였다.


그런데 아니라니..


“하.. 야그나르 그럼 이 드워프는 이제 어쩔거야?”


드워프에게 들리지 않게 물었다.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던 야그나르는..


“드워프와의 다음 전투에 넘겨주도록 하지.”

“나를?!”


작게 얘기한다곤 했지만, 야그나르의 큰 목소리는 드워프 귀에 들어갔다.


“잠깐, 난 돌아가지 않을거야.”

“그럼 어쩌겠다는거지? 죽여달라는건가? 우리 오크는 전투를 즐긴다. 인질 따위는 필요없어.”

“그냥.. 그냥 날 놓아줘.”

“넌 우리 준우를 공격하려 했다. 그럴 순 없지.”

“나한테 뭘 원하지?”

“대장장이에게 바라는 것이 뭐가 있겠나. 우리를 위해 일해라.”

“뭐?!”


야그나르는 드워프를 데리고 무기고로 향했다.


“여기있는 것들 보다 더 나은 무기를 만들 수 있겠나?”

“흐음..”


드워프는 무기를 하나하나 세세히 살폈다.


“전부 쓰레기군.”

“뭐?”

“이까짓 것들을 가지고 드워프와 전쟁을 벌일 생각을 하다니.. 역시 오크는 무식하군.”

“너희 드워프따위는 무기 없이도 찢어발겨주마.”

“최근에도 패한 주제에 무슨 근거도 없는 자신감을.”

“어디 근거가 없는지 확인해보겠나?”


야그나르가 드워프의 어깨를 손에 쥐자···


“내가 만들어보지!”

“만일 우리 무기에 개수작이라도 부렸다간 네 목이 날아갈거다.”

“대장장이는 자신의 작품에 장난질 따위 치지 않는다. 약속하지. 단 조건이 있다.”

“말해봐라. 조건이 뭐지?”


조건은 두가지였다.

두달간 30여개 무기를 만들어주는 대신.


드레이니에 있는 어떠한 광물채취 허가.

그리고 또 한가지는··· 30여개를 완성하면 드레이니에서 살려 보내달라는 것.


“그렇게 하지.”

“혹시 꼭 무기가 아니어도 되나? 그럼 부탁 좀 할 수 있을까?”


대장장이라면 무기 뿐 아니라 다른 것도 만들 수 있겠지.

위생적이고 오래 쓸 수 있는 그릇이나 냄비 또는 집기류도 가능할지 모른다.


“거절하지. 날 속인 인간에게 만들어 줄 것은 없다.”

“내가 뭘 속였다고 그래!”

“인간이라고 하더니, 오크였잖나!”

“난 인간이라고! 그리고 난 오크들이랑 잘 지내고 있었는데 당신이 오크에게 잡힐까봐 걱정한거잖아.”


생각해보면 이 녀석은 오크를 경계했을 뿐.

처음 본 나를 지켜주려 했다.


“어째서 인간이 오크들과 함께 하는거지?”

“멀리서 온 나를 야그나르가 지켜주기로 했거든.”

“고작 그 이유냐?”

“난 내 고향과 아주 먼 이곳에 혼자인데? 여긴 어디든 전장이 되는 곳인데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하지 않겠어?”

“그래서 선택한 것이 오크라니..


굳히 요리에 대한 것은 말할 필요 없겠지.


“알겠어. 싫다는 드워프한테 억지로 만들라고 할 순 없지.”

“아니다 준우. 우리 무기를 좀 줄이더라도..!”

“걱정마 야그나르, 나도 생각이 있으니까.”


드워프를 만난 후.

말린 고추 중 매운 것과 덜 매운 것들을 구분했다.

그리고..


“맥주 만들어야지.”


발아한 맥아를 약한 불에서 건조해 가루로 만들고, 당화시키는 등 처리과정을 거쳤다.


“1주일 뒤에 보자고.”


최종적으로는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일주일 뒤면 알콜이 만들어진다.


이 맥주로 놈을 꼬셔 필요한 물품들을 제작하게 할 계획이다.

안되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겠지만..


“드워프가 맥주 안 마시고 배겨?”


이후 며칠간은 드레이니에 평화가 찾아왔다.


농사를 짓는 인원.

드워프 감시 인원 그리고 작업인원들까지.


오크 상당수가 드레이니 내부 일로 바빴으니까.


“농사로 힘 빼고 있어도 돼?”


혹여 내부 일로 지쳤을 때.

다른 종족이 공격해 올까 걱정이었다.


“보다시피 외부에서 드레이니 내부를 볼 수 없다. 우리가 뭘 하는지 외부인은 알 수 없단 말이지.”

“흐음..”


야그나르 말대로 드레이니는 양쪽이 깎아지른 절벽.

앞 뒤는 수백개의 통나무로 빈틈없이 가려져있다.


접근은 커녕 안을 볼 수도 없긴하다.


“그럼 오늘 사냥 나갈 때 나도 같이 나가도 될까?”

“나는 석빙고 마무리 작업을 해야하니 크룰크와 함께 다녀오게.”

“응.”


최근 전투다 뭐다해서 사냥을 나가지 못한 오크들은 식량이 부족했다.

남은 고기에 채소들을 먹으며 배를 채웠고.


“출발하겠네.”


크룰크를 비롯한 다섯 오크와 함께 근처 숲으로 향했다.


“여러분 사냥하시는 동안 저는 인근에서 야생 식물이나 과일들 좀 채취할게요.”

“편한대로 하시게. 하지만, 사냥 중에 우리가 보호해주긴 어렵네. 무기는 챙겼나?”

“네.”


오크들 무기에 비하면 소박하지만 인벤토리엔 항상 손도끼 한자루가 들어있다.


숲으로 들어가는 내내 나무 위 아래를 살피기 바빴다.

어느 나무에 어떤 열매가 있을지 모르고.

아래엔 보기드문 풀잎이 있으니까.


“잘 따라오고 있나 준우.”

“네.”

“저 앞에 곰 서식지가 있다, 이제부터 소리를 죽이고 잘 따라와라.”

“어..어 가요. 금방 따라갈게요.”


몸은 크룰크를 따라갔지만, 시선은 숲의 곳곳을 살피느라 바빴다.


“어! 이거 삼 아니야?”


땅 위로 올라 온 이파리와 꽃을 보니 삼이 분명했다.

흙을 살살 파내니 꽤나 굵은 산삼 한뿌리가 올라왔다.


“와 미친 산삼도 있네. 대체 몇 년이나 묵은거야.”


인간이 없는 이 곳의 삼은 최소 십수년은 된 듯 했다.


“심봤다아아!!”


삼 뿌리에 집중해 주변을 돌아보니 두 뿌리를 더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좆됐네 이거···”


삼을 캤다는 사실에 기뻐 주변을 둘러보니 크룰크와 오크들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그들의 진행방향을 따라 바닥을 살피니 숲 바닥에 미세하게 발자국이 남아있긴 했다.


“이거라도 따라 가야지..”


서두르지 않으면 풀과 나뭇잎들에 가려질 수 있다.


희미한 발자국을 확인하며 가려니 시간이 지체됐고, 주위를 살피지 못했다.

그리고 그 댓가는 꽤나 혹독했다.


“케륵..?!”


눈 앞에 생전 처음보는 괴물이 나타난 것.

내 가슴팍까지밖에 오지 않는 키에 덩치도 크지 않지만, 다부진 근육에 초록빛 피부.

군데군데 비었지만 날카로운 이빨까지.


“고블린인가..!”


녹슨 단검 하나를 손에 쥔 녀석은 나를 뚫어져라 노려보고있다.


“인벤토리.”


조용히 외친 뒤, 손도끼를 꺼내 꽉 쥐었다.


내가 아는 고블린이라면 무리를 지어 활동한다.

주위에 몇 마리가 더 있을지 모른다.


“케륵!”

“생각할 시간도 안 주는거냐고!”


그 작은 녀석이 꽤나 높이 튀어올라 옆의 나무를 박차고 내 목을 향해 달려들었다.


놈의 움직임은 가벼웠고 탄력이 엄청났다.


놀랐지만 반사적으로 놈을 향해 손도끼를 휘둘렀고.


까앙-!


놈의 단검과 손도끼가 부딪힌 순간.


댕강.


고블린의 녹슨 단검이 부러졌다.


“케륵?!”

“이게 된다고..?”


서로 당황했지만, 단검을 버린 고블린이 손도끼를 뺏기위해 내게 매달렸다.


놈은 양손으로 빼앗으려 했지만, 손도끼를 쥔 내 오른손은 꿈쩍도 않았다.


“뭐야? 너 왜 이렇게 힘이 없어?”

“케..케륵..?”


[ ‘오크의 샘물’을 10일간 섭취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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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오크에게 국밥을 끓여줘봤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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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드레이니에 온 추가 병력 24.04.29 254 13 12쪽
14 드워프 꼬시기 24.04.28 260 13 11쪽
13 두번째 정착민 24.04.27 259 14 11쪽
12 요리사의 자급자족 +1 24.04.26 266 14 11쪽
» 최고의 보리음료. 24.04.25 275 11 11쪽
10 최초의 음료 만들기 +1 24.04.24 272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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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석빙고를 부탁해! 24.04.22 308 14 14쪽
7 오크족 단체급식. 24.04.21 324 14 13쪽
6 첫 만남은 너무 어려워. 24.04.20 330 14 13쪽
5 오크 마을의 분위기. 24.04.19 337 17 13쪽
4 농사짓는 오크. +1 24.04.18 353 15 12쪽
3 오크야!! 밥 먹어라! +1 24.04.17 382 16 12쪽
2 이세계에서 살아남기. +2 24.04.16 396 18 11쪽
1 후각상실 지셰프 +1 24.04.15 514 1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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