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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창의 글숲

색마의 키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무협

황금창
작품등록일 :
2018.04.10 08:24
최근연재일 :
2018.04.12 11:43
연재수 :
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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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수 :
14,453

작성
18.04.12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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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색마의 키스 #003. 첫 번째 여자

DUMMY

003. 첫 번째 여자



“어디 갔었니? 한참 기다렸잖아.”

자기가 천마라고 말하는 또라이 전학생 박은애와의 말도 안 되는 대화에서 나를 구한 것은 엄마의 전화였다. 그리고 나는 교문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는 엄마의 차를 발견했다.

“이상한 놈이 전학을 왔거든. 이야기 좀 하느라고.”

“전학생? 어디에서 왔는데?”

“몰라. 그런데 웃기는 것은 이름이 박은애야. 남자인데 말이야. 흐흐흐.”

“박은애? 여자 이름 같다.”

그것으로 대화는 끝이었다. 엄마는 운전에 집중했고, 나는 그가 나를 색마라고 불렀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나보고 색마라고? 내가 어디를 봐서 색마야? 미친놈. 색마에 근접한 사람은 존경하옵는 아버님이시지. 흐흐흐.

그나저나 운기조식은 또 뭐야?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인터넷 검색이다. 정보화시대에 모르는 지식은 충실하게 일러주는 휴대용 사전.

가만 있자. 운기조식이라···.

여기 있군.


운기조식(運氣調息)은 기공에서 호흡을 통해 기를 생성하고 흐름을 조절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본래는 도가의 양생법(건강관리법)의 일종으로 명상과 비슷한 행위이다. 운기토납(運氣吐納)이라고도 한다.



다 좋은데 뭐가 이렇게 어려워?



모든 무협소설에 대중적으로 존재하는 설정. 묘사되지 않는 작품은 있어도 이게 없다고 나오는 작품은 없다. 가부좌를 틀고 자신이 익힌 내공심법에 따라 자신의 내력을 몸속에서 순환시키는 걸 말한다. 공력이 저급한 하수들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공력이 깊고 심후한 고수일수록 삼화취정, 오기조원이라는 현상이 나타나며 심지어 공중으로 떠오르기까지 한다는 설정이 자주 보인다.


크게 대주천, 소주천으로 나뉜다. 소주천은 내공을 운용하는 입문단계에 든 무림인이 주로 취하는 방법이고, 대주천은 어느 정도 수준이 오른 무림인부터 가능하다. 소주천은 사용하는 혈도가 적은 만큼 끝내는 시간도 빠르지만, 그 효과가 미약하다. 대주천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지만, 아래에서 나올 효과 대부분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주화입마의 가능성도 늘어난다.


여기서 삼화취정이란 운기조식 중 머리 위에 꽃 3개의 환영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걸 말하며 오기조원이랑 동일한 경지로 취급받는다. 오기조원은 운기조식 중 머리 위에 청적흑백황, 오방색을 상징하는 다섯 색깔의 고리가 정수리 위에 나타난다.


영약이나 흡성대법 같은 수단을 제외하면 인간이 내공을 쌓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법으로 부수적인 효과로 가벼운 내상 정도는 치유할 수도 있다. 그리고 깨달음 같은 여러 기연이 가장 자주 찾아온다. 하지만 거꾸로 운기조식 중에는 내공을 운용하는 모든 심력을 쏟는 상태기에 외부의 충격에 극히 미약하며, 심하면 주화입마가 찾아올 수도 있다. 마공서 등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바로 수면대체. 3시간 정도만 운기조식하면 더는 수면을 취할 필요가 없이 몸의 피로가 사라졌다는 설정이 자주 등장한다.



역시 나무위키야. 크크크.

그런데···.

뭔지는 모르지만 무협소설에 나온다는 거지?

그놈이 무협지 마니아였나?

천마는 또 뭐지?

나는 천마를 검색해 보았다.



천마는 우리나라 각처의 깊은 산에서 자라는 다년생 초본이다. 생육환경은 습기가 많은 돌 틈과 음지 혹은 반그늘에 참나무류 또는 뽕나무가 쓰러져 썩은 곳에서 자란다. 키는 60~90㎝이고 잎은 없으며, 생선 비늘과 같은 모양을 한 것이 짧게 있고, 황갈색의 줄기가 올라간다. 뿌리는 길이가 10~18㎝, 지름 3.5㎝로 긴 타원형으로 가로로 뻗고 뚜렷하지 않은 테가 있다. 꽃은 황갈색이며(파란천마는 푸른색) 길이 0.7~1.2㎝, 폭 약 0.2㎝로 꽃자루가 있는 여러 개의 꽃이 길이 10~30㎝의 긴 꽃대에 어긋나게 붙어서 밑에서부터 층층이 줄기를 따라 많은 꽃이 달린다. 바깥꽃덮이 3개는 합쳐져 표면이 부풀고 윗부분이 3개로 갈라지고 안쪽에 내꽃덮이가 달려 5개로 갈라진 것처럼 보인다. 입술모양꽃부리는 길이가 약 1㎝ 정도이고 아래로 돌출되어 자라는 것은 가장자리에서 볼 수 있다. 열매는 9~10월경에 길이 1~1.5㎝의 타원형으로 달리고, 종자는 먼지처럼 작은 것들이 검은 씨방 안에 많이 들어 있다. 땅속 덩이줄기는 약용으로 쓰인다.



뭐야? 먹는 거잖아?

나는 그가 자신을 먹는 것에 비유했을 리 없다는 생각에 사람과 관련된 검색을 해 보았다.



천마란 본래 불교의 용어로 천자마(天子魔)의 준말이다. 주로 무협소설에서 사용되어지는 명칭인데, 마교(魔敎)의 창시자로 나오거나 만마의 종주로 떠받들여지는 절대자로 설정되는 경우가 많다. 또는 마교 교주에게 붙는 전용 호칭이나 별명일 때도 많다. 그리고 다른 플랫폼의 설정에서도 이와 같은 '마도(魔道)의 절대강자'라는 기본적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이건가?

마도의 절대강자?

박은애가?

크크크. 지나가던 개도 웃을 일이다.

그러다 나는 내친 김에 색마도 검색해 보았다.



색마

성행위나 성관계 따위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사람을 마귀에 비유하여 이르는 말



으윽. 이게 나라고?

내가 기억하기로는···. 이 몸은 오리지날 총각인데?

그리고 성행위나 성관계 따위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사람이라···.

생각만 해도 색마가 되나?

혹시나 해서 다른 것을 검색해 보았지만 사전에 나온 내용 외에 특별히 따로 설명해 놓은 것이 없었다.

천마는 먹는 것을 빼고는 제법 거창하게 설명이 되어 있었는데 색마는 달랑 한 줄이었다.

한 마디로 섹스 마귀.

내가···?

이런 미친!

내가 핸드폰에 열중하는 것을 보고 엄마가 한 마디 한다.

“너 또 게임하지? 차 안에서는 하지 말라고 했잖아. 그렇게 당하고도 또 하니?”

“사전 찾아보는 거야.”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목에 깁스를 한 것은 엄마의 부주의 때문이거든요?

“집에 밥 차려 놓았으니까 먹고 치워.”

아파트 단지로 차가 들어서고 있었다.

“엄마는?”

“가게에 나가봐야지.”

두 남자를 부양하는 생활력 강한 엄마였다.

가산을 탕진하는 어른 남자. 학교에 돈을 낭비하고 있는 학생 남자.

아무튼 엄마는 나를 내려놓고 몇 번이나 밥 먹고 약을 챙겨먹어야 한다고 강조한 다음에 사라졌다. 이제부터는 오로지 나만의 시간이었다.

내가 핸드폰에 코를 박고 천마와 관련된 내용을 검색하면서 엘리베이터 앞에 이르렀을 때였다. 우리 학교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다가 나를 돌아보았다.

지직. 지지직.

또 그래픽카드가 나가버렸다. 화면이 떨리면서 그녀의 얼굴이 제멋대로 일그러졌고, 여러 가지 영상이 겹치는 것이었다.

이거 또 왜 이러지?

탁. 탁.

나는 고장 난 컴퓨터를 때리듯 손으로 내 관자놀이를 두들겼다. 다행히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역시 기계는 일단 때리고 봐야 한다니까. 아니지. 내가 기계는 아니잖아?

딩동.

엘리베이터가 멈추었고, 나는 그녀를 따라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그녀는 엘리베이터에 먼저 탔는데도 버튼을 누르지 않고 내 눈치를 살폈다. 내가 먼저 누르라는 의미였다.

9층.

내가 버튼을 누르고 나자 그녀가 눌렀다.

12층.

위이잉!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 동안 묘한 침묵이 흘렀다. 내가 여학생을 노리는 강간범도 아니고, 내가 그녀를 어떻게 할 마음조차 없는데 괜히 마음 졸여야 한다는 것이 짜증스러운 시간이었다.

9층이 왜 이렇게 머냐?

시선을 둘 곳 없어 이리저리 돌리다가 거울에 비친 그녀의 명찰을 보게 되었다.

구미호.

끄어억. 구미호라고···?

내가 놀라서 눈을 부릅떴는데 다시 자세히 보니 구미호가 아니었다.

구미효.

미호가 아니라 미효였다.

그럼 그렇지. 아무리 그렇다고 여자 이름을 구미호라고 지었겠냐.

미효. 흠. 이름만 보면 예쁘기는 한데···.

헌데···.

구미호나 구미효나···.

“뭘 보냐?”

아무래도 내가 거울을 통해 이리저리 살피고 있는 내가 신경 쓰였나 보다. 그녀가 싸늘한 어조로 한 마디 한다.

“아니, 그게 아니라 그게···.”

그녀가 초면에 반말을 하는 것은 내가 일학년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2학년이었다.

그래픽카드가 망가져서 그녀를 볼 때마다 노이즈와 버퍼링이 뒤엉키지만 얼핏얼핏 내 눈깔이 제 기능을 발휘할 때 보면 객관적으로 그녀는 퀸카였다.

거의 170Cm에 육박하는 여자치고 큰 키에 날씬한 몸매, 허리까지 늘어진 긴 생머리에 얼굴도 예뻤다. 그녀가 살기를 띠고 노려보는 것만 아니라면 커다란 눈망울에 섹시함까지 갖춘 그야말로···.

정말 여우 뺨치게 생겼군.

그런데 여우···?

구미호?

순간 나는 내가 구미호를 잡으러 온 색마라는 박은애의 말을 떠올렸고, 나는 눈을 부릅뜨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 이 여선배가 설마···. 내가 잡으러 온 구미호?

“아니긴 뭐가 아니야? 지금도 나를 보고 있잖아. 또 그런 눈은 뭐야?”

나는 얼른 시선을 돌렸다.

“아, 아니. 그건···. 누, 누나가 너무 예뻐서···.”

커헉!

이거 내 입에서 나온 말 맞아?

딩동.

내가 말해 놓고서 내가 놀랄 때 엘리베이터가 멈추었다. 9층에 도착한 것이다.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얼른 내렸다. 그녀의 눈이 꽂히는 뒤통수가 따끔거렸지만 나는 후다닥 움직여 현관의 키를 눌렀고, 도망치듯 현관문 안으로 들어왔다.

쿵. 쾅. 쿵. 쾅.

심장이 튀어나오려고 발버둥치고 있었다. 나는 한동안 현관에 서 있다가 가까스로 신발을 벗었다.

구미호. 구미호라···.

나는 또 검색을 했다.



구미호(九尾狐)는 동아시아에서 구전되는, 황금빛 털에 9개의 꼬리를 가진 여우이다.



여기까지는 뭐 그렇다고 치자.

구미효가 구미호일 리는 없었다. 그녀는 황금빛 털을 갖지도 않았고, 꼬리도 없었다. 혹시 아홉 개나 되는 꼬리를 치마 속에 감추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접어버렸다. 치마 속을 생각하자 갑자기 현란한 야동이 펼쳐졌던 것이다. 끄으음.



중국 고전 《산해경》에서는 “다시 동쪽으로 300리를 가면 청구산이라는 곳인데, 그 남쪽에서는 옥이, 북쪽에서는 청호가 많이 난다. 이곳의 어떤 짐승은 생김새가 여우같은데, 아홉 개의 꼬리가 있으며 그 소리는 마치 어린애 같고 사람을 잘 잡아먹는다. 이것을 먹으면 요사스러운 기운에 빠지지 않는다.”라는 말처럼 구미호가 청구국에 사는 신령스런 요괴라고 적혀있고, 중국 고전에서도 꼬리 아홉 달린 흰여우를 보면 왕의 자리에 오른다고 되어 있다. 이후 중국과 일본에서 구미호의 인상이 실추된 데에는 은나라 말기의 요괴 달기의 영향이 크다. 그러나 한반도에서는 이후에도 오랫동안 구미호가 높은 서열의 요괴로 숭상 받아왔다.



흐음. 높은 서열의 요괴라?

다음을 또 검색해 볼까?

나는 점점 구미호에 빠지고 있었다.

분명한 것은 그 구미효라는 여선배가 박은애라는 자칭 천마라는 전학생보다 먼저 나에게 노이즈와 버퍼링을 일으키게 만든 첫 번째 여자라는 사실이었다.




004. 너 정말 천마였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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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색마의 키스 #003. 첫 번째 여자 18.04.12 275 3 11쪽
2 색마의 키스 #002. 내가 색마라고? 18.04.11 217 3 10쪽
1 색마의 키스 #001. 전학을 온 천마 18.04.10 312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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