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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창의 글숲

색마의 키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무협

황금창
작품등록일 :
2018.04.10 08:24
최근연재일 :
2018.04.12 11:43
연재수 :
3 회
조회수 :
844
추천수 :
8
글자수 :
14,453

작성
18.04.11 10:57
조회
215
추천
3
글자
10쪽

색마의 키스 #002. 내가 색마라고?

DUMMY

002




박은애.

정말 그 녀석의 명찰에는 그렇게 이름이 박혀 있었다.

그러나 나는 웃을 수가 없었다. 내가 웃는 순간 녀석의 주먹이 날아들 것만 같았다. 아니, 그 전에 녀석의 살기에 질식할 수도 있었다.

수업이 어떻게 끝났는지도 몰랐다. 내 신경은 칠판보다 바로 옆에 앉아 있는 전학생에게 가 있었고, 얼마나 긴장을 했는지 목이 다 뻐근할 정도였다.

쉬는 시간이 되었지만 내 주변으로 오는 학생들이 없었다. 오히려 슬슬 피하는 눈치였다. 나 때문이 아니라 당연히 새로 온 전학생 때문이었다.


건드리지 마라! 건드리는 놈은 죽는다!


그의 살기 어린 한 마디가 어디에서 전학을 왔는지, 어쩌다 이름이 박은애가 되었는지, 어디에 사는지 등등 전학생에 대한 간단한 질문조차 막아 버렸다.


어디서 괴물 하나 굴러 들어왔군!

분명히 전에 있던 학교에서 사고를 치고 어쩔 수 없이 전학을 왔을 거야!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그는 쉬는 시간에도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책상에 엎드리지도 않았는데, 그는 상체를 세운 자세 그대로 눈을 감고 있을 뿐이었다. 잠을 자는 것 같기도 했고, 무슨 생각에 깊이 잠겨 있는 것 같기도 했으며, 한편으로는 아무런 생각도 없어 보였다. 분명한 것은 그의 그런 태도가 모든 학생들의 호기심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물론 공포감까지 조성한다는 사실이었다.


“어? 너 머리 왜 그래?”

다음 시간에 수업을 들어온 선생님이 박은애를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학생이 백발이라니!

“왜요?”

녀석이 귀찮다는 듯이 반문했다.

건드리지 마라! 건드리는 놈은 죽는다!

그가 선언을 했지만 선생님한테까지 적용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왜 은발이야? 누가 학교에 염색하고 오라고 했어?”

“염색 안 했는데요?”

“뭐?”

선생님이 눈을 꿈벅꿈벅하더니 가까이 다가왔다.

“염색한 것이 아니라고?”

“예.”

선생님이 그의 머리칼을 이리저리 살피더니 또 물었다.

“염색을 안 했다고? 그럼 원래 이렇단 말이야?”

“예.”

선생님은 혐의점을 찾아내지 못하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래도 학생이 백발로 다니면 이상하잖아. 할아버지도 아니고. 내일 당장 염색하고 와.”

선생님으로서는 당연한 조치였으나 그의 반응은 의외였다.

“싫은데요.”

“뭐?”

돌아서려던 선생님이 그를 돌아보았다.

“지금 염색을 못하겠다고 했냐?”

“예.”

교실에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학생들은 숨을 죽이고 선생님과 새로온 전학생 박은애 사이에 흐르는 팽팽한 긴장감을 지켜보고 있었다.

“왜 못하겠다는 거야? 선생님의 지시를 거부하겠다는 거냐?”

“염색을 하는 것은 교칙 위반인데요?”

“뭐?”

선생님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기는 했다. 학생이 염색을 하고 등교하는 것은 교칙 위반이었다.

선생님이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그를 보고 있을 때 그가 말했다.

“학교에서 학생에게 강제로 염색을 시켜도 되는지 교육청에 물어볼까요?”

“뭐? 이놈 봐라?”

그러나 선생님은 더 이상 시비하지 않았다. 그의 태도나 눈빛으로 보아 절대로 염색할 놈이 아니었고, 염색을 강요해야 할 명분도 없었던 것이다.

“끄으응. 알았다. 네 마음대로 해라.”

그리고는 끝이었다. 몇 명의 선생님이 그를 거쳐 갔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저 놈 정말 괴물이네!


우리는 전학을 오자마자 학생들을 한 마디로 제압한 것은 물론 선생님들까지 무력화시키는 그에게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서로 말은 없었지만 전학생 박은애는 단 하루만에 공포의 대상이자 존경의 대상이 되고 있었다.


“야, 너 나 좀 보자!”

종례가 끝나고 하교할 때 그가 말했고, 나는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다.

그는 담임이 이름을 말할 때 내가 뿜었다는 것을 잊지 않고 있었고, 그가 그렇게 오랫동안 꼼짝도 하지 않고 눈을 감은 채 나를 어떻게 죽일까 골똘하게 연구한 것이 분명했으며, 선생님들로부터 온갖 수모를 겪으면서도 침묵을 지켰던 것도 바로 이때를 기다렸기 때문일 것이다.

선빵을 날릴까?

학생들 싸움에서 선빵은 일단 절반을 먹고 들어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정말 나를 때리려는 것일까?

설마 목에 깁스를 하고 있는 환자에게 주먹을 날리겠어?

그래도 몰라. 저놈 눈빛은 사람이 아니거든.

아무튼 박은애의 백발은 학교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교복을 입은 백발머리는 어디를 가나 눈에 띠었고, 입소문을 타면서 심지어 쉬는 시간에 그의 백발머리를 보려고 우리 반을 기웃거리는 여학생들도 있었다.

그런 그와 같이 가고 있는 나를 보고 있는 시선들도 다양했다. 나란히 걷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두 사람이 벌써 친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전학생이 온 첫날 최초의 희생자가 되었다는 안쓰러움이 묻어나는 눈길이었다.

그랬다. 나는 학생들의 눈에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소처럼 보이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종례가 끝나면 내 옆에 자석처럼 붙어서 장난을 쳐대는 똥파리도 어디론가 사라졌다는 것이 그것을 반증하고 있었다.

의리 없는 새끼!

교문을 벗어나 나와 박은애는 아파트 단지 옆 작은 공원으로 갔다. 그의 목적지가 공원이라는 것을 아는 순간부터 나는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물론 그가 먼저 공격할 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선빵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그가 내게 물었다. 그와 눈이 마주쳤을 때 순간적으로 시야가 흔들렸지만 심하지는 않았다.


나를 지그시 응시하던 그가 물었다.

“너 나를 몰라보는 거냐?”

엥? 이것은 또 무슨 소리지? 오늘 처음 만났잖아!

“뭘 몰라봐?”

“내가 누군지 정말 모르겠냐고.”

나는 눈을 멀뚱멀뚱 떴다. 그의 얼굴을 다시 살폈고, 그의 이름표에 박힌 박은애라는 글자를 확인했지만 그가 무엇을 묻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내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전에 만난 적 있냐?”

“허어. 이거 참.”

그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더니 더 바짝 다가왔다. 나는 그가 손을 뻗는 것을 보고 뒤로 한 걸음 물러났으나 그는 망설임이나 거리낌도 없이 내 얼굴을 두 손으로 잡았다. 나는 꼼짝도 못하고 그를 바라보아야 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중간에 뭐가 잘못된 거 아니야? 이러면 곤란한데.”

그가 내 얼굴을 감싸 쥐고 이리저리 돌려보고 있었다. 내가 분명히 목에 깁스를 하고 있는데도 그에게는 그런 것도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이건 뭐냐? 다친 거냐?”

내가 인상을 쓰는 것을 보고 나서야 얼굴을 놓아주며 그가 물었다. 그제야 그는 내가 목에 깁스한 것이 보인 모양이었다.

“보면 모르냐?”

내가 퉁명스럽게 대꾸하자 그가 피식 웃었다.

“뼈를 다친 것도 아니고, 그 정도는 운기조식으로 가볍게 풀어내면 되지 왜 요란스럽게 하고 다니냐?”

“운기조식? 그게 뭔데?”

“그것도 몰라?”

나를 바라보는 그의 표정이 심각하게 굳었다.

“이러면 정말 곤란한데.”

대체 뭐가 곤란하다는 것인지 그가 또 그 말을 했다.

나를 살피던 그가 내 명찰을 보더니 말했다.

“천리안. 이게 이 세상에서의 네 이름이냐?”

이 세상? 그럼 너는 저 세상에서 왔냐?

내가 속으로 중얼거릴 때 그가 말했다.

“이름은 그럴싸하군. 그런데 뭐가 보여야 천리안이지.”

이상한 놈이었다. 내 이름이 천리안이라고 세상을 다 볼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럼 손오공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근두운을 타고 날아다니는 원숭이겠네?

“나를 보자는 이유가 뭐냐?”

“흠.”

그가 나를 심각한 눈으로 보더니 말했다.

“뭐가 어디에서부터 잘못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에게는 시간이 별로 없다. 정상적이라면 너는 구미호를 찾아냈을 것이고, 내가 누군지 한눈에 알아보았을 것이다.”

“구미호? 구미호는 또 뭐야?”

“그런데 너는 나를 알아보지도 못했고, 또 네가 누군지도 모르는 것 같군. 이러면 곤란한데.”

“구미호라면···. 꼬리가 아홉 개 달린 여우라는 말이냐?”

“그래. 너는 달아난 구미호를 찾아 이 세상에 온 거지.”

“내가?”

이것은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소리인가 싶었다. 아까는 운기조식 운운하더니 이제는 구미호라니?

“내가 정말 구미호를 잡으려고 이 세상에 왔다고?”

“그래. 구미호의 행방을 알 수 있는 사람은 너밖에 없거든.”

“······!”

나는 그를 다시 살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생긴 것은 멀쩡한데···. 이거 미친놈 아니야?

나도 미친 척 해보기로 했다.

“그러니까 내가 원래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거지?”

“그래. 잠깐 몸을 빌리고 있을 뿐이다. 곧 돌아가야 한다.”

으음. 역시 제대로 미친놈이군.

“그럼 너도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거냐?”

“그래.”

“그럼 너는 원래 뭐였는데?”

“천마(天魔).”

“천마···?”

“만약 지금이 아니라 예전같았으면 네놈은 내 이름을 듣기도 전에 죽었을 것이다.”

크헉. 이, 이런···. 미쳐도 제대로 미친놈 같으니라고!

나는 내가 왜 이런 또라이하고 대화를 계속해야 하는지 짜증이 났다. 그냥 조폭이라고 하면 그만이지 천마는 또 뭐야?

“네가 천마면 나는 누군데?”

내 물음에 그가 나를 지그시 응시하더니 대답했다.


“색마(色魔)!”







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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