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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창의 글숲

색마의 키스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무협

황금창
작품등록일 :
2018.04.10 08:24
최근연재일 :
2018.04.12 11:43
연재수 :
3 회
조회수 :
843
추천수 :
8
글자수 :
14,453

작성
18.04.10 21:56
조회
310
추천
2
글자
11쪽

색마의 키스 #001. 전학을 온 천마

DUMMY

001



척!

촤악!

이게 뭔 소리냐고?

바로 내가 며칠 동안 인터넷을 검색해가면서 어렵게 쓰고 있는 편지를 펼치는 소리다 이거야.

흠. 흠. 그동안 어떻게 썼나 살펴보고 뒤를 이어 써야지.



아버님 전상서.


봄빛이 완연한 요즘 여전히 기체후 일양만강하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 리안이 그래도 문안 인사 올리옵니다.

불초 소자가 감히 아버님께 글을 올리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최근에 발생한 벽간 소음의 고충 때문이옵니다.

아버님도 잘 아시다시피 소자 리안이 그 동안 학생 신분임을 망각하고 학교보다는 체육관과 오락실에 충성했던 관계로 성적이 바닥을 기었다는 것을 소자 또한 잘 알고 있사옵니다.

그러나 이제 고등학생이 된 만큼 그동안의 일탈을 반성하고 학업에 열중하리라 굳은 결심을 했사옵니다. 참, 며칠 전에 존경하옵는 아버님께서 소자가 교복을 입고 있는 것을 보시고 ‘너 언제 중학생이 되었냐?’ 라고 물으셨지만 소자 고등학생이옵니다. 골프와 낚시에 여념이 없으시고, 최근에는 경마장까지 다니시느라 가정사에 소홀히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소자가 어찌 모르겠습니까만···. 뭐, 그건 그렇고. 음. 벽간 소음···.

다른 집에서는 층간 소음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고 가끔 분쟁도 일어난다고 들었습니다만, 왜 우리 집에서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층간 소음이 아닌 벽간 소음에 시달려야 한다는 말이옵니까?

소자가 마음을 먹고 책상 앞에 앉아서 책을 펼치고, 졸린 눈을 부릅뜨면서 예전에는 거들떠도 안 보았던 공부를 하려는데 벽을 타고 들려오는 엄마의 흐느낌 섞인 오페라는 대체 무엇이란 말이옵니까? 엄마의 오페라가 들릴 때마다 소자의 가슴이 쿵쾅거리고 손발이 다 떨릴 때의 심정을 존경하옵는 아버님께서는 아실런지요?

아버님께서 별로 관심도 없으시겠지만 소자도 남자이옵니다. 그것도 혈기왕성한 고등학생이옵니다. 운동으로 다져진 이 몸에 야동으로 온갖 이론을 완벽하게 갖춘 사나이란 말이옵니다. 혹시 아버님께서는 소자의 수능을 염려하시어 소자에게 추리 상상적 사고 능력을 키워 주시려는 의도는 아니겠지요?

존경하옵는 아버님께서 소자가 커다란 헤드폰을 끼고 책상에 앉아 있는 것을 보시고 뭐라고 하셨지만, 교묘하게 신경을 자극하는 엄마의 오페라를 차단하기 위한 아들의 눈물겨운 노력임을 왜 모르시옵니까? 헤드폰 안에 귀마개까지 했다는 것을 아시면 그런 말씀은 못하셨을 것이옵니다.

물론 소자 또한 사내인지라 우리 집에서 밥을 얻어먹기 위한 아버님의 목숨을 건 투쟁이라는 것을 소생이 왜 모르겠습니까? 그거라도 하지 않으면 골프는 어떻게 치며, 낚시는 어떻게 가고, 경마장에 가서 가산을 탕진한다고 해도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소자도 잘 알고 있사옵니다.

하오나 아버님.

한밤중의 오페라까지는 그렇다고 쳐도 새벽에 곤히 잠든 소자를 엄마의 오페라로 깨울 것까지는 없지 않겠습니까? 물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라는 아버님의 가르침도 중요합니다만 밤과 새벽으로 이어지는 오페라로 피골이 상접해지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도 생각해 주시옵소서.

하여 불초 소자가 감히 존경하옵는 아버님께 목숨을 걸고 몇 가지 간청 드리옵니다.

첫째, 안방에 방음벽을 설치해 주십시오!

소자가 오죽하면 이런 말씀을 드리겠사옵니까마는···.


“야! 뭐하냐?”

퍽!

“으윽!”

지이익!

끄아아아.

느닷없이 날아온 뒤통수 한 방에 볼펜을 잡고 있던 손이 미끄러지면서 그동안 공들이고 공들였던 종이가 찢어지고 말았다.

이런 제길!

내가 이거 쓰느라고 얼마나 오랫동안 시시때때로 올라오는 오바히트를 참아가면서 노력을 했는데···.

“야! 똥파리! 이 새끼가 죽을라고!”

우리 반에서 감히 내 뒤통수를 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밖에 없다. 중학교 때부터 친구랍시고 깝죽거리는 김동팔.

김동팔. 동팔이. 똥파리···.

“너 이리 와! 이리 안 와?”

내가 눈을 부릅떠도 똥파리는 빙글빙글 웃기만 한다.

“너 오늘 왜 그래? 약 먹었냐? 왜 볼펜을 똥보다 만지기 질색하던 네가 오늘은 아침부터 계속 뭔가 쓰고 있던데. 죽을 때가 된 것도 아니고. 너 갑자기 왜 그래?”

약? 아, 그렇지 약 먹어야지.

밥을 먹은 후에 약을 꼭 챙겨 먹으라던 것을 깜박 잊었다.

“이건 뭐야? 아버님 전상서? 너 유서 쓰고 있었냐?”

“아니, 그런데 이 새끼가!”

퍽!

꼭 매를 번다니까.

그런데도 똥파리는 여전히 웃는다.

“어, 어? 환자가 사람을 치네? 너 그러다 목 완전히 나간다!”

“목에 깁스한 사람 뒤통수 친 놈이 누군데 그래?”

퍽!

그랬다. 나는 지금 목에 깁스를 한 상태였다. 목을 고정시켜야 했고, 제때에 약도 먹어야 했다.

내가 목에 깁스를 한 것은 지난 주에 있었던 돌발적인 교통사고 때문이었다. 그날따라 엄마는 나를 위한답시고 굳이 내가 버스를 타고 가겠다는 것을 자신이 태워다 주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아마도 뒤늦게 딴 자동차 운전면허를 내 앞에서 과시하고 싶었던 모양인데 내가 아무리 엄마를 사랑한다고 해도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걸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도 엄마는 내 귀를 잡고 기어코 자기 차에 나를 태운 것이었다.

“이놈아. 네가 아무리 나를 무시해도 유분수지. 내 차를 한 번 타고 나면 계속 태워 달라고 난리를 칠 거다!”

그렇게 자신만만해 하던 엄마였다.

아파트 단지를 무사히 빠져나온 것까지는 좋았다. 나도 엄마의 기대하지 않았던 핸들링에 자동차 손잡이를 잡고 부들부들 떨다가 손을 놓을 정도로 안심이 되었다. 엄마는 음악까지 틀면서 의기양양했고, 나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핸드폰을 열고 게임에 빠졌다.

그런데 내가 한참 레벨업에 집중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엄마의 날카로운 외침이 들렸다.

“어머, 어머! 저 차 뭐하는 거야?”

나까지 덩달아 놀라 고개를 들었을 때였다.

쾅!

엄마의 차는 아름다운 소리를 내며 앞차를 그대로 들이받고 있었다.

퍽!

“으윽!”

우두둑!

나는 앞좌석에 그대로 얼굴을 박아버렸고, 그 순간 목뼈가 연달아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나는 죽는 줄 알았다. 순간적으로 정신이 아득했고, 나는 그대로 널부러졌다. 아아, 내가 목이 부러진 채 죽다니!

“아이고! 우리 아들 리안아!”

엄마는 비명을 지른 것에 비해 너무도 멀쩡했다. 제때에 에어백이 터졌고, 엄마는 오른쪽 무릎에만 약간의 타박상을 입었을 뿐 형편없이 찌그러진 범퍼와 달리 신기할 정도로 멀쩡했다.

엄마는 목을 잡고 쓰러진 나를 안고 소리를 고래고래 질러댔는데, 목보다 엄마의 목소리에 먼저 죽을 것만 같았다.

119에 실려 병원으로 갔고, 병원에서 정밀진단을 받았지만 다행히도 목뼈가 부러진 것은 아니었다. 내가 들었던 우두둑 소리는 손가락 마디를 꺾을 때 나는 소리처럼 목 관절을 풀어준 것에 불과했다.

그래도 깁스를 해야 했다. 의사 말로는 신경과 근육이 놀랐다고 했고, 나도 고개를 좌우로 돌릴 수 없는 상태였던 것이다. 나는 병원에 하루 정도 입원했다가 깁스와 함께 목을 고정시키는 장치를 하고 퇴원했던 것이다.

그건 그렇고···.

쫘아악! 쫙!

나는 며칠 전부터 편지에 쓰이는 용어들을 열심히 검색하면서 공들여 썼던 편지를 찢어버렸다. 그동안 공을 들인 것이 억울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찢어진 편지를 존경하옵는 아버님께 줄 수는 없었다. 가지고 있다가 컴퓨터로 타이핑을 할까도 생각했지만 막상 찢어버리고 나자 한편으로는 시원하기도 했다. 존경하옵는 아버지는 내 편지를 읽고 안방에 방음벽을 설치할 리도 없었고, 오히려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안방에 너무 신경 쓴다는 꾸지람만 할 것이다.

그러고 보면 내 신세도 참 따분하다. 이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야 하나? 갑자기 막막해졌다.

“뭐야? 그걸 왜 찢어? 유서 아니었어?”

“유서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너 정말 유서 쓰게 만들어줘?”

아직도 빙글거리는 동팔이를 향해 내가 주먹을 드는 순간 종소리가 울렸고, 나는 손을 내리고 말았다. 운동할 때 상대를 패다가도 종소리가 울리면 타격을 멈춰야 한다고 배웠던 것이다.

“야, 똥파리! 너 종이 살린 줄 알아라!”

동팔이가 가운데 손가락을 세우면서 자기 자리로 돌아가고 있었다.

크으음. 언젠가 저놈의 손가락을 꺾어버리리라!

담임 수업시간이었다. 앞머리가 시원하게 벗겨진 사회 선생님이신데, 목소리가 구수해서 저절로 잠이 솔솔 오게 만들기 때문에 무척이나 좋아하는 선생님이었다.

그런데 담임이자 사회 선생님인 박해동의 뒤를 따라 들어오는 한 인간이 있었다.

어허헉! 저 놈은 뭐야?

다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백발!

분명히 교복을 입고 있으니까 학생일 텐데 그의 머리는 백발이었던 것이다.

그는 키가 큰 편이었고, 덩치도 있었다. 고수는 고수를 알아보는 법이다. 내가 체육관에다가 투자한 시간만큼 그를 보는 순간 운동으로 다져진 몸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그리고, 그는 교복을 단정하게 입고 있었는데 너무도 단정하게 갖춰 입은 곤청색 교복이 마치 조폭들이 입는 검은색 양복과 같은 느낌을 줄 정도였다.

얼굴도 갖춰 입은 교복만큼이나 단정한 편이었는데 문제는 얼굴이 무표정하게 굳어 있고, 약간 가늘게 뜬 눈에서 살기가 번뜩인다는 사실이었다.

교복을 입은 백발의 조폭!

그것이 그의 첫인상이었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우리반 학생들 모두 그를 보는 순간 새로운 인물에 대한 호기심보다 그가 풍기는 막강한 기도에 짓눌리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살벌한 놈이군!

순간적으로 강적의 등장에 내 신경도 곤두서고 있었다.

담임이 그를 소개하며 말했다.

“이번에 전학을 온 친구다. 따뜻하게 맞아주길 바란다! 야, 박은애! 이리 와서 인사를 해라!”

푸핫!

나는 뿜어버리고 말았다.

박은애? 박은애라니! 무슨 남자 이름이 그래? 대체 누굴 박았다는 거야?

그 순간 그가 나를 쏘아보았고, 나는 경직되고 말았다.

엄청난 살기!

하지만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지지직!

그와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시야가 흐려지며 마치 그래픽카드가 나간 모니터처럼 지직거리는 것이었다.

뭐지?

시선을 돌려 다른 곳을 보면 멀쩡한데, 그 녀석과 눈이 마주치면 또 지직거리는 것이었다.

내가 잠시 멍한 사이에 그가 시선을 돌렸고, 지직거림이 멈추었다.

두 번째였다.

내 시야를 흐리게 만들며 지직거리게 한 사람은!

어쨌든 그는 교탁 앞에 섰다. 그런데 그는 아무런 말도 없이 우리 반 학생들을 하나하나 쏘아보는 것이었다. 우리 반 학생들은 그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시선을 돌리거나 고개를 숙였고, 그렇게 모든 학생을 응시하던 그가 입을 열었다.

“어지간하면 나를 건드리지 마라! 건드리는 놈은 죽는다!”

뜨어헉!

전학생의 인사말치고는 살벌했다. 담임도 놀랐는지 백발을 응시하며 입만 딱 벌렸다. 그러다가 그가 옆으로 움직이자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담임이 내 쪽을 응시하며 말했다.

“저기 빈자리 있지? 거, 거기 가서 앉아라!”

으윽!

담임이 가리킨 빈자리는 바로 내 옆자리였다.





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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