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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용언 마법사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한강노루
작품등록일 :
2019.10.20 18:44
최근연재일 :
2019.11.06 18:49
연재수 :
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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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11
추천수 :
180
글자수 :
107,812

작성
19.10.30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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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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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12화. 실프

DUMMY

안은 단게의 동요를 놓치지 않고 말했다.


“단게라고 했나? 여기서 더 시간을 끄는 건 현명한 일이 아닌 것 같은데. 크로우가 당신을 기다리다가 또 누군가에게 의뢰를 맡겼을지 몰라.”


단게는 크로우라는 말에 얼굴이 흙빛이 됐지만, 그걸 들키지 않으려는 듯 이내 코웃음을 쳤다.


“흥, 이런 협박을 하면 겁먹을 줄 알았나? 대형 몬스터들 간의 사투가 있었겠지. 장담컨대 너 따위가 트롤로드를 잡았을 리 없어. 감히 나를 속이려 하다니···넌 절대 육지를 밟지 못할 것이다.”


그 점에서는 안도 같은 생각이었다. 안은 저 쓰레기를 육지로 분리수거 할 생각이 없었다. 크로우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에는 시기가 너무 일렀다.


안은 자신을 향해 저주를 퍼붓는 단게를 보며, 다시 한 번 다이커스에게 언질을 주었다.


“알겠지? 절대로 나서지 마”


단게는 풀었던 허리띠를 매고, 장검을 뽑아 들어 안을 정면으로 겨누었다.


“뻔히 보이는 거짓말로 날 조롱하다니. 난 평생을 전장에서 살아왔다. 굳은살조차 없는 너의 손, 너의 자세, 보폭, 시선. 모든 것이 네가 전투에 익숙지 않다는 걸 알려주고 있어.”


“게다가 무기조차 없는 놈이 마법사처럼 서서히 오러를 끌어올리거나, 몰래 술식을 중얼거리지도 않아. 내가 보증하지. 넌 검사도 마법사도 아니다.”


단게의 말은 구구절절 옳았지만, 안의 힘은 그런 논리나 상식 너머에 있었다. 단게가 마이트를 외치자 장검 끝에 푸른 오러가 서렸다.


카스미르 길드의 육체보조마법 중 완력을 강화하는 [마이트]를 시전한 것이었다. 안이 트롤로드를 잡을 때 사용했던 것과 같은 마법이지만, 오러의 밝기는 절반 정도에 불과했다.


‘확실히 같은 마법도 용언으로 사용한 것과는 차이가 나는군. 그나저나 상대를 이렇게까지 무시하면서도 꽤나 준비가 철저한 녀석이야. 베테랑은 베테랑이라는 건가.’


안은 능청스럽게 웃으며 단게에게 수작을 걸었다.


“당신말대로 난 지금 빈틈이 많아. 트롤로드를 처치하느라 지친 상태거든.”


사실이었다. 안의 오러는 거의 바닥난 상태. 하지만 안은 단게를 쓰러트릴 방법을 이미 머릿속으로 떠올리고 있었다.


“곧 죽을 놈이 허세는! 스치기만 해도 넌 두 동강이 날거다.”


하지만 다음 순간, 단게의 장검은 허무하게 공중을 갈랐다. 단게는 당황해하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 또한 베테랑. 곧 자세를 추스르고 검을 고쳐 잡았다.


“별다른 공격수단도 없는 놈이 피하는 것 하나는 칭찬해줄만 하구나. 이 단게님을 피곤하게 하다니 감히···죽음으로 사죄해라.”


단게의 검이 푸르게 빛나더니, 헤이스트 마법이 전신에 휘감겼다.


하지만 빨라진 단게가 검을 아무리 휘둘러도, 용언으로 강화된 헤이스트를 받고 있는 안의 몸에 닿을 수는 없었다.


게다가 육체보조 마법은 켜져 있는 동안 끊임없이 마나를 소진했기에, 단게는 점점 조바심이 났다.


“크읏, 이게 왜 이렇게 안 맞아”


그에 비해 안은 싸우면서도 극한으로 집중된 마나증폭과 마나회복이 켜져 있었기에, 이 정도 보조마법을 유지하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작정하고 피하는 것만 신경 쓰는 안에게 평범한 7성 기사의 공격은 너무나도 느렸다.


‘같은 7성이라도 다이커스와는 명백히 급 차이가 나는군.’


하지만 단게 역시 싸움에 이골이 난 사내. 일반적인 공격으로는 안을 맞출 수 없다는 사실을 빠르게 파악하고, 검기를 뿌리며 범위공격을 펼치기 시작했다.


“에이 쥐새끼 같은 놈. 근처를 통째로 날려주마. “


하지만 이 또한 안의 예측범위 안이었다. 안은 기다렸다는 듯 슬슬 변종 슬라임 곁으로 단게를 유인했다.


단게는 정말 미칠 노릇이었다. 용병생활로 잔뼈가 굵은 자신에 비해 상대는 검 한 자루 없는 호리호리한 청년. 한방만 맞추면 자신이 이길 것이 분명한데, 맞을 듯 맞을 듯 하면서 도무지 맞질 않으니 말이다.


정신없이 안을 뒤쫓던 단게의 검기가 마침내 슬라임을 향하는 순간, 안은 쏜살같이 나머지 인원을 데리고 플라이 마법을 사용했다.


안은 숲의 가장 높은 나무 꼭대기에 자리를 잡았다.


단게의 검기가 슬라임에게 박히는 찰나. 수천마리의 변종 슬라임들이 순식간에 지상으로 솟구쳐 대지를 녹여버렸다.


단게는 비명 한번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액체가 되어 땅속에 잠겼다. 안은 손바닥으로 어린 엘프의 눈을 가렸다.


‘인간쓰레기에 허풍이 좀 세긴 했지만, 7성 기사가 손 한번 못쓰다니’


축구장 대여섯개 크기의 대지는 한참동안이나 부글부글 끓으며, 땅 위의 모든 것을 액화시켰다.


‘원작에서 크로우는 1년 뒤 이 슬라임 군락을 정면으로 클리어 했었지···괴물은 괴물이군. 진주인공다워’


안은 갑작스런 상황에 당황하고 있는 로브 쓴 사내에게 용언으로 일갈했다.


{죽어 이 쓰레기}


크로우의 끄나풀은 유언 한마디 남기지 못하고 절명했다. 안은 끄나풀이 끼고 있던 순간이동 반지를 뺀 후, 시체를 슬라임 군락에 던져버렸다.


흔적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제 제국 어디에서도 끄나풀과 단게의 모습을 찾을 수 없을 터였다.


‘내 정체를 아는 놈들을 살려둘 수는 없지’


그때 슬라임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요요요···용언이다. 용이다 용. 용이 나타났어.”


수천마리의 슬라임들이 기겁을 하며 수선을 떨었다. 푸딩처럼 탱글탱글한 표면을 부들부들 떨더니, 순식간에 땅 속으로 모습을 감춰 버렸다.


눈을 가리고 있던 엘프마저 눈물을 흘리며 공포에 질려 있었다.


“당신은···용인가요? 그래도 착한용이죠?”


엘프 말을 못 알아듣는 다이커스는 어린 소녀가 울자. 진땀을 빼며 달래기에 여념이 없었다.


안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다이커스와 어린 엘프를 안전해진 땅 위에 내려놓았다.


슬라임 수천마리가 정신없이 땅 속으로 파고들어가는 난리 통에, 지상엔 모래먼지가 가득했다.


희뿌연 먼지가 한차례 걷혔을 때, 안의 눈에 무릎을 꿇고 있는 다이커스가 보였다.


“힘들 텐데 앉아서 쉬지 뭐해.”


하지만 다이커스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대검을 양손으로 받쳐 안에게 들어올렸다.


“아칸왕국의 기사 다이커스. 주군께 충성을 맹세하겠습니다.”


안은 의아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주군? 나도 좋긴 한데···아직 여동생 병도 못 고쳤잖아?”


다이커스는 검을 내리지 않고 심지 굳은 목소리로 외쳤다.


“몇 번씩이나 목숨을 걸고 저를 구해주셨습니다. 또 주군은 제가 만난 그 어떤 인물보다도 현명하십니다. 주군이 달을 태양이라 해도 저는 의심하지 않겠습니다.”


다이커스의 진중한 목소리에서 강철 같은 맹세가 느껴졌다.


안은 자세를 고쳐 잡고 양손으로 대검을 받아들었다.


‘이렇게 무거운걸 한손으로 휘두르다니 괴물은 괴물이야. 아칸왕국에서 평생을 살았으니 그쪽 방식대로 해줄까’


안은 다이커스의 코코넛열매 같은 다부진 어깨에 가만히 검을 올려놓았다.


“아칸왕국 헤이븐 여왕의 이름으로, 널 나의 첫 번째 기사로 임명한다.”


다이커스는 맨 처음 연심을 고백하는 소년처럼, 들뜬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목숨이 다 할 때까지, 이 몸 바쳐 주군을 보필하겠습니다.”


안은 다이커스의 어깨에 올린 검을 거두며 말했다.


“그럼 다이커스. 첫 임무를 내리겠다.”


안이 지시만 하면, 카일에게라도 싸움을 걸 태세로 다이커스가 답했다.


“무엇이든, 주군의 뜻대로!”


안은 그런 다이커스를 내려다보며 뜻 모를 미소를 지었다.


“이 엘프소녀를 네가 가져라”


다이커스는 한동안 대답을 하지 못했다. 명령을 이해하지 못한 듯 했다.


“예? 이 어린 엘프를 가지라구요? 제가 말입니까?”


붉어진 얼굴로 다이커스가 되물었지만, 안의 태도는 단호했다.


“그래. 어떻게 생각해도 그게 최선이야”


흔들림 없는 눈동자. 명령이라는 뜻이었다. 다이커스는 오른쪽 새끼손가락에 오러를 실어, 왼쪽 쇄골을 살며시 그었다.


절대적으로 명을 받든다는 기사의 의식이었다.


“모든 것은 주군의 뜻대로, 임무를 수행하겠습니다.”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는 다이커스를 보며, 안은 웃음을 터트렸다.


“뭘 그렇게까지. 무슨 생각하는 거야 다이커스”


“네···?”


“생각해봐. 아까 그놈들이 한 이야기를 돌이켜보면 이 엘프는 숲으로 돌아가도 살아남기 힘들어. 이미 가족을 다 잃었으니까.”


“그렇군요.”


“그렇다고 내가 데리고 있기에는 위험이 너무 크지. 아까 말했듯이 난 드래곤과 할 일이 있으니까. 게다가 여기가 어떤 곳인지는 너도 충분히 느꼈잖아”


“예. 주군”


“그럼 어떻게 할까 다이커스?”


“어떻게라고 하셔도···”


“그냥 두고 갈 거야? 몬스터들한테 금방 잡아먹힐 텐데.”


다이커스는 손사래를 치며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기사로써 그럴 수는 없죠.”


“그치? 그러니까 네가 데리고 갈 수밖에 없어. 너도 알다시피 합법적으로 이종족과 함께 살려면 결혼하거나 소유하는 수밖에 없으니까. 이 꼬맹이가 누군가와 결혼하기엔 아직 이르잖아?”


안은 고개를 돌려 엘프소녀를 바라보았다. 녹색의 커다란 눈망울에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엄마를 잃은 슬픔과, 살아남았다는 안도감이 뒤섞인 복잡한 눈으로 안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꼬마야 이름이 뭐니?”


안이 엘프어를 사용하자 놀란 듯, 엘프소녀는 흘러내리는 어깨끈을 힘껏 움켜쥐었다.


“실프에요. 엄마가 계약한 바람의 정령이 제 이름을 지어줬어요.”


실프는 용병에게 죽임당한 엄마 생각이 난 듯, 주먹을 쥐며 젖은 눈망울에 힘을 주었다. 울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듯 했다.


“씩씩하구나. 나도 너랑 비슷한 처지야.”


안은 천천히 팔을 뻗어 실프의 작은 주먹을 감싸 쥐었다. 오러를 흘려보내 용언으로 몇 마디를 중얼거린 후, 감싸 쥔 손을 가만히 떼었다.


“이제 손 펴도 돼 실프.”


실프는 망설이며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아직 빠지지 않은 하얗고 작은 젖니가 드러났다.


“날 믿어 실프”


실프는 다정한 안의 시선과 맞닿자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드래곤님”


실프가 떨리는 손가락을 천천히 펼쳤지만, 원피스는 흘러내리지 않았다. 안이 용언으로 어깨끈을 이어 붙여놓았기 때문이었다.


‘전에 다이커스의 갑옷과 찢어진 옷을 수선한 게 도움이 됐어’


실프는 말끔해진 어깨끈을 내려다보며 펄쩍펄쩍 뛰었다. 엘프가 안의 지근거리에 접근하자, 다이커스가 실프에게 호통을 쳤다.


“떨어져라! 주군, 정체모를 소녀와 너무 가까이 계시면···”


안은 손을 들어 제지했다.


“그만 다이커스. 난 이 아이가 누군지 알고 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한강노루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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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9. 선지자 메르헨 +2 19.11.06 137 4 12쪽
19 18화: 백년의 맹약 +4 19.11.05 147 6 13쪽
18 17. 자연감응 훈련 +4 19.11.04 163 7 12쪽
17 16. 용언의 비밀 +2 19.11.03 224 8 11쪽
16 15화. 폐관수련 (하) 19.11.02 200 7 12쪽
15 14. 폐관수련 (상) 19.11.01 204 9 12쪽
14 13화. 이별과 재회 19.10.31 229 6 12쪽
» 12화. 실프 19.10.30 215 7 11쪽
12 11화. 피닉스의 시험 (하) +4 19.10.29 274 8 12쪽
11 10화. 피닉스의 시험 (상) 19.10.28 256 8 13쪽
10 9화. 미지의 섬 19.10.27 291 8 12쪽
9 8화. 충성맹세 +2 19.10.26 294 10 12쪽
8 7화. 다이커스 +4 19.10.25 313 12 13쪽
7 6화. 용언의 각성 19.10.24 346 11 12쪽
6 5화. 첫 번째 전투 19.10.23 347 10 15쪽
5 4화. 베히모스의 힘 19.10.22 364 10 14쪽
4 3화. 듣기만 해도 강해진다. 19.10.21 450 10 13쪽
3 2화. 내가 선지자라고? 19.10.20 482 11 11쪽
2 1화. 카일과의 만남. 19.10.20 595 15 13쪽
1 프롤로그 +2 19.10.20 672 13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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