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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용언 마법사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한강노루
작품등록일 :
2019.10.20 18:44
최근연재일 :
2019.11.06 18:49
연재수 :
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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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12
추천수 :
180
글자수 :
107,812

작성
19.10.27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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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9화. 미지의 섬

DUMMY

안은 마시고 남은 베히모스의 피를 아주 자그마한 병에 담아, 다이커스의 품 안에 넣어주었다.


“베히모스의 피야. 귀한 것이니 가는 도중에 혼자 마셔. 그리고 누구에게도 내 정체를 이야기 하면 안 돼. 특히 크로우에게는”


다이커스가 목례했다.


“갚을 길 없는 은혜를 입었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다이커스는 미련이 남는 듯 한동안 안을 그윽하게 바라보더니, 결심한 듯 망토를 휘날리며 떠났다. 안은 작아지는 다이커스의 당당한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가봐라. 금방 돌아오겠지.’


레어는 다시 적막해졌다.


안은 다이커스가 지나간 길에 짓밟힌 잔디들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읽다 만 마법책 [블랙홀]을 뽑아들었다.


[블랙홀의 술식은 모든 고위마법 중에 가장 간단하다. 5성의 경지에 다다른 자라면 누구나 블랙홀을 이해할 수 있다.]


‘뭐야 5성? 그럼 나도 쓸 수 있잖아?’


[그럼에도 이 마법을 10성으로 분류한 것은, 블랙홀이 자신보다 약한 마법만을 무효화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안은 빠르게 페이지를 넘겼다.


[블랙홀은 모든 비전 마법을 상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대부분의 비전 마법은 9성이고 그걸 막으려면 10성에 도달해야 하므로, 블랙홀을 10성의 영역에 둔 것이다]


[본 책에서 기초마법인 마나증폭을 적어둔 이유를 이제 알겠는가? 모두 꾸준히 수행해서 나와 같은 10성의 경지에 도달하길 바란다]


‘뭐야 이게 끝인가? 마지막은 자화자찬이군.’


안은 블랙홀의 술식과 삽화가 그려진 페이지를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모든 것을 삼키는 화염이라.’


생각보다 허무한 블랙홀을 다시 넣어두고, 안은 서재에서 아칸왕국의 격투술 하권을 뽑아들었다.


‘이게 다이커스가 익힌 격투술이군. 상당히 효율적인데’


하권을 다 읽고 중권, 상권을 뽑아들었다. 간만에 맞는 달콤한 독서의 시간. 읽을수록 강해지는 꿈같은 순간이었다.


‘슬슬 올 때가 됐는데’


안은 창문 너머를 바라보았다. 다이커스가 짓밟고 간 잔디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고, 어느새 그 자리엔 해변의 매끄러운 자갈들이 잔뜩 깔려있었다.


섬이 움직이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


‘지금쯤 꽤나 당황하고 있겠군.’


아니나 다를까, 얼마 후 멀리서 익숙한 발소리가 들렸다.


침울한 표정의 다이커스가 레어 입구에서 쭈뼛거리고 있었다.


안은 짐짓 모른 체하며 문을 열었다.


“어 무슨 일이야.”


“그게 저···아무래도 길을···”


안은 웃으며 다이커스의 등을 두드렸다. 판금갑옷이 텅텅 울릴 때마다 다이커스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안은 다이커스에게 육포처럼 말린 트롤고기와 물을 챙기게 했다. 민망해하는 다이커스를 데리고 해안을 향해 걸었다.


다이커스는 내내 부끄러운 듯 고개를 들지 못했다.


“섬 자체가 움직이다니, 소문으로는 들었지만···정말 지독한 곳이군요.”


“그치? 돌아가게 되면 널 이런데 혼자 보낸 사람과는 절대 가까이 하지 마.”


안은 평소보다도 훨씬 큰 두 개의 태양을 한참 노려보았다. 당장이라도 지상으로 떨어져 섬을 다 불태울 만큼 태양은 비대해져 있었다.


‘그러고 보니 섬을 직접 탐험하는 건 나도 처음이군. 늘 레어에만 있어서 이곳에 이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장소 중 하나라는 걸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어.


아르테미 해역. 작은 설정도 놓치지 않는 활자중독인 안조차 이곳에 대해 모든 걸 알지는 못했다. 그만큼 베일에 싸인 섬.


드래곤의 레어가 있고, 약탈이나 수행을 위해 잠입한 이들이 흔적조차 없이 사라지는 곳.


‘원작에서 주인공인 ‘크로우’가 제국의 중심세력으로 떠오른 것도, 1년 후 이곳에서 피닉스의 시험을 통과해 10성의 영역에 도달한 이후였지‘


안은 돌아가는 길을 헤매지 않기 위해, 용언으로 지워지지 않는 빨간 발자국을 남기며 걸었다. 하지만 이런 원시적인 방법으로 섬을 탈출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여긴 헨젤과 그레텔처럼 단순한 동화 속 세상이 아니니까.’


섬이 활동을 시작했을 때 이곳을 탈출하는 방법은 단 한 가지.


드래곤의 기운을 몸에 지닐 것.


드래곤이거나, 드래곤의 피나 심장을 섭취했거나, 드래곤의 뼈로 만든 본소드를 가졌거나.


하다못해 드래곤의 비늘 한 조각이라도 몸에 지니지 않고서는, 활동을 시작한 미지의 섬에서 절대 빠져나갈 수 없었다. 용의 기운을 지니지 않은 경우엔 섬의 휴식기에만 탈출이 가능했다.


용린 한 조각도 얻는 게 불가능할 만큼 난이도가 높은 수집품이었지만, 안은 이미 이 어려운 요구조건을 충족하고 있었다. 안은 검지에 낀 카일의 루비반지를 가볍게 문질렀다.


‘이 녀석이 없었으면 애 먹을 뻔했군. 운이 좋아’


“잘 따라와. 또 미아 되기 싫으면”


“알겠습니다. 선지자님”


‘그나저나 일주일 쉰 게 이런 결과를 초래할 줄이야’


원작에서 다이커스는 일주일 전에 떠났기 때문에 섬의 활동을 피해갔었다.


‘즉, 내가 미래를 바꿨다.’


이게 나중에 어떤 나비효과로 돌아올지는 누구도 알 수 없었지만, 분명한 건 더 이상 다이커스의 팔 한쪽을 잃지 않아도 될 터였다. 안에게는 다른 무엇보다 그것이 더 중요했다.


미래가 어떤 식으로 바뀌더라도, 장차 안에게 큰 전력이 될 다이커스를 허무하게 잃을 수는 없었으니까.


안과 다이커스는 뒤틀린 나무들 사이로 풍기는 음산한 바다 냄새를 따라갔다. 점차 레어 근처의 숲이 걷히며 바닷바람이 코끝을 스쳤다.


다이커스가 긴 팔을 벌려 깊게 심호흡을 했다.


“아, 역시 선지자님···이 소금기가 그리웠습니다. 종일 같은 길만 뱅뱅 돌았더니···”


모든 것이 잘 되어가고 있는 듯 했다. 그러나 안은 문득 걸음을 멈췄다.


‘뭔가 이상한데. 여기까지 오면서 몬스터들의 기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


본래 섬이 활동을 시작하면 어지간한 몬스터들은 모두 사냥을 멈췄다. 그렇기에 걱정하지 않고 다이커스를 혼자 보냈던 것이었다. 하지만 뭔가가 달랐다.


안은 용언으로 공기 중에 오러를 흘려보냈다. 반경 1킬로미터 내에 오러를 지닌 어떤 존재도 감지되지 않았다.


‘이거 설마···다른 게 또 있는 건가.’


안은 마른침을 삼켰다.


본래 레어에서 해안까지 가는 동쪽 해변길이 다이커스나 안에게 위험한 것은 아니었다. 이곳은 섬의 가장 얕은 곳으로, 3성 마법바위게에서 5성 사이클롭스 정도의 몬스터들이 분포해 있었다.


정말 드물게 보이는 것이 6성 변종 사이클롭스였지만, 건강한 다이커스나 각성한 안의 상대는 되지 못했다.


한마디로 이곳은 아르테미해역에서 가장 난이도가 쉬운 땅. 그렇지만 몬스터들의 숫자만큼은 섬의 어느 곳에 뒤지지 않는 지역이었다.


‘그런데도 몬스터가 하나도 없다는 건 분명······.’


불길한 느낌에 안은 뒤를 돌아보았다. 분명 똑바르게 일직선으로만 걸어왔는데, 빨간 발자국들이 달팽이 등껍질처럼 나선형으로 찍혀있었다.


안은 미간을 찡그린 채 어지럽게 찍힌 빨간 발자국들을 노려보았다. 조금씩이지만 분명하게, 마치 소용돌이치듯 발자국들이 시시각각 움직이고 있었다.


‘설마 했는데 틀림없어. 섬이 움직이면서 이곳에 뭔가가 나타난 거야.’


분명 아까까지 이곳은 섬에서 가장 얕고 안전한 곳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


섬이 움직이는 바람에, 동쪽 해변에서 서식하지 않는 강한 몬스터가 이곳에 출현한 것이었다. 몬스터들이 집단으로 도망치는 경우는 그것뿐이었으니까.


‘위험을 느끼고 모조리 피신했군. 지진이나 해일 같은 거대한 자연재해가 터지기 전에, 쥐나 새떼처럼 약한 개체들이 집단으로 도망치는 것처럼···’


안은 마른침을 삼켰다. 용언의 힘을 가진 이후 처음 느끼는 긴장감이었다. 다이커스도 안의 분위기 변화를 느끼고 등에 맨 대검에 손을 가져다댔다.


안은 이 소동의 주인이 누구일지 가늠해보았다. 지금의 이 상황은 명백히 인위적인 구석이 있었다.


‘혹시 카일인가? 내일이면 딱 한 달째긴 한데···’


카일의 차갑고 냉소적인 미소가 반가울 지경이었지만, 안은 금세 고개를 저었다.


‘아니. 카일이라고 생각하는 건 희망사항이지. 드래곤들은 섬과 육지를 이동할 때 단번에 날아가거나 차원이동을 사용하니까. 이렇게 요란할 리가 없어.’


안은 잠시 멈춰서 생각에 잠겼다.


‘확실한건 누군가 인위적으로 만든 미궁이나, 포식자급 몬스터가 출현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야. 설마 베히모스는 아니겠지. 그러면 드레이크? 데몬? 키메라? 자이언트?’


안은 최악의 상황들을 가정했지만, 동쪽 해안의 몬스터들은 평균적인 능력치가 4성에 불과했다. 높은 확률, 아마 90퍼센트 정도는 7성급 몬스터가 출현할 터.


그러나 100퍼센트는 아니었다. 알 수 없다. 앞으로의 한걸음 한걸음은 그야말로 ‘미지의 영역’이었다. 안이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내딛는 ‘낯선 세계’


지금까지는 이미 100퍼센트 알고 있던 지식과 상황으로 살아남아, 용언의 힘을 각성시키기 까지 했다.


안은 눈앞에 흉흉하게 펼쳐진 울창한 잡목 숲을 내다보았다.


무엇이 나타날지 확신 수 없지만 오히려 잘 된 일인지도 몰랐다. 그렇지 않아도 안은 실전감각에 목말라 있었으니까.


‘여차하면 카일을 부르지 뭐. 여긴 레어도 아니니까 다이커스도 괜찮겠지.’


게다가 이 소동의 주인을 잠재우면, 어려운 만큼 좋은 보상이 따라오리라는 건 자명한 일이었다. 미지의 섬은 난이도만큼 메리트가 확실한 곳이니까.


카일이 있어 감히 누구도 발을 들이지 못하지만 말이다.


‘잊고 있었어. 미래를 모른다는 이 떨림. 어떤 녀석이 나와 주려나’


안은 손가락에 낀 루비반지를 단단히 고정하고, 서재에서 본 카스미르길드의 육체보조마법을 시전 했다.


패시브처럼 켜져 있는 마나회복 덕에, 어렵지 않게 모든 육체보조마법들을 몸에 휘감을 수 있었다. 안에게 변화가 생기자 머릿속 익숙한 목소리가 곧장 그것을 일러주었다.


[완력이 강화됩니다.]

[회피가 증가합니다.]

[지력이 증가합니다.]

[마법에 대한 내성이 올라갑니다.]

[탐지 능력이 강화됩니다]

[움직임이 빨라집니다.]


안은 다이커스에게도 헤이스트를 걸어주었다. 한결 가벼워진 몸놀림으로 안과 다이커스는 해안가 숲에 진입했다.


그냥 걷기도 쉽지 않은 우거진 숲이었지만, 그들은 헤이스트 덕분에 빠르게 이동했다. 5분쯤 지나자 서서히 숲의 끝자락이 보이기 시작했다.


안과 다이커스는 얼굴에 빠르게 달라붙는 덤불들을 헤치며 숲을 빠져나갔다.


마지막 나무들이 사라진 순간, 엄청나게 거대한 그림자가 안의 시야를 뒤덮었다. 좀 전까지 떠 있던 태양 두 개가 돌연 사라진 기분이었다.


안은 침을 삼키며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크기가 10층 건물은 족히 되어 보이는 새가, 사람만한 동공으로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한강노루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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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9. 선지자 메르헨 +2 19.11.06 137 4 12쪽
19 18화: 백년의 맹약 +4 19.11.05 147 6 13쪽
18 17. 자연감응 훈련 +4 19.11.04 163 7 12쪽
17 16. 용언의 비밀 +2 19.11.03 224 8 11쪽
16 15화. 폐관수련 (하) 19.11.02 200 7 12쪽
15 14. 폐관수련 (상) 19.11.01 204 9 12쪽
14 13화. 이별과 재회 19.10.31 229 6 12쪽
13 12화. 실프 19.10.30 215 7 11쪽
12 11화. 피닉스의 시험 (하) +4 19.10.29 274 8 12쪽
11 10화. 피닉스의 시험 (상) 19.10.28 256 8 13쪽
» 9화. 미지의 섬 19.10.27 292 8 12쪽
9 8화. 충성맹세 +2 19.10.26 294 10 12쪽
8 7화. 다이커스 +4 19.10.25 313 12 13쪽
7 6화. 용언의 각성 19.10.24 346 11 12쪽
6 5화. 첫 번째 전투 19.10.23 347 10 15쪽
5 4화. 베히모스의 힘 19.10.22 364 10 14쪽
4 3화. 듣기만 해도 강해진다. 19.10.21 450 10 13쪽
3 2화. 내가 선지자라고? 19.10.20 482 11 11쪽
2 1화. 카일과의 만남. 19.10.20 595 15 13쪽
1 프롤로그 +2 19.10.20 672 13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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