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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월 님의 서재입니다.

주인공에 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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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
작품등록일 :
2023.05.22 16:05
최근연재일 :
2023.06.17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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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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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769

작성
23.06.13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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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4화 힘(1)

DUMMY

24. 힘(1)


“뭐지? 시간이 없다. 빨리 말해라.”

“마나로 둥지를 탐지해 핵의 위치를 알아내겠습니다.”

“마법사인 내 견해로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둥지를 탐지하기 전에 뇌가 녹아버릴 거다.”


아니다.

오히려 지금이 기회다.


“거의 모든 용이 둥지 밖을 나왔습니다. 그리고 둥지는 하나의 생명체. 핵만 찾아내면 됩니다.”


장군은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무리일 거 같으면 바로 탈출하겠습니다.”

“내가 믿을 것 같으냐?”

“장군, 그것 말고는 방법이 없습니다. 새로운 용이 태어나기 전에 끝내야 합니다!”


장군의 고민은 길었다.


“장군!”


동이 트기 직전이다.

용이 움직일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되겠나?”

“예!”

“사람은? 혼자서 할 생각인가?”

“붉은 손과 같이 움직이겠습니다.”

“허가한다. 서둘러라.”

“예!”


기사단을 빠져나왔다.

붉은 손의 텐트를 열었다.


“나와 같이 둥지로 돌입한다. 서둘러라!”

“어? 갑자기 무슨 소리야?”


불을 피웠다.


“타 죽기 싫으면 서둘러 움직여!”


준비를 끝낸 용병들과 함께 기지를 벗어났다.

용 무리를 뚫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래서 이제 뭐 하면 되냐?”

“스칼, 드핸, 멀은 내가 둥지를 탐지하는 동안 지켜.”

“대장, 그럼 나는 우야노?”

“치유도로 내가 끝났다고 할 때까지 치료해.”

“알겠다.”

“모두 준비.”


땅으로 손을 가져갔다.


“대장, 조금 아플 기다.”


리드가 치유도로 옆구리를 찔렀다.


“크윽···.”

“아따. 이번 대장은 전 대장과는 다르게 비명 하나 안 지르네.”

“감상은 됐으니까, 준비나 끝났는지 말해.”

“성격은 개차반이네.”


리드가 내 등을 때렸다.


“언제든지 시작하이소.”

“스칼, 드핸, 멀. 나를 확실히 지켜.”

“알겠으니까 빨리 시작이나 해.”


눈을 감고.

집중했다.

전신에서 흐르는 마나를 손끝에서 뽑아내 땅속으로 집어넣었다.

계속 뽑아냈다.

벽과 천장 할 것 없이 내 마나를 넓게 펼쳤다.


“으윽···!”


뇌로 직접 들어오는 무지막지한 정보량!

담아내기가 벅차다.

머리가 뜨거워지고.

터질 것만 같다.


“조금만 참아래이. 조금만 버티면 괜찮아질 거여.”


몸속으로 들어오는 청량한 마나에 터질 것 같던 머리가 조금씩 식어갔다.

나는 믿고 마나를 더욱 펼쳤다.


‘여긴 아니야.’


머리가 뜨거웠다, 차갑다를 반복했다.


‘여기도.’


코에서 무언가가 흐르는 느낌이 들었지만, 무시했다.

구역질이 치밀었지만 뻗어 나가는 마나에만 집중했다.


“우웩!”


여기도 아니다.


“야 와이러노!”

“힘든가 본데. 치유도 몇 개 더 꼽지?”

“미안하다. 일단 하나만 더 꼽을게?”


계속 찾았다.

전신의 마나를 다 뽑아낼 때까지 할 작정으로 시작했다.

둥지의 구석구석.

혹은 중심부라 여겨지는 곳.

모든 곳을 누볐다.


두근···.


강인한 무언가가 박동하는 느낌이 마나를 타고 전해졌다.


‘박동이 느껴지는 곳으로.’


뻗으면 뻗을수록 박동은 강해졌다.


그워어어···.


‘용의 기운.’


이건 분명 핵이다.

나는 마나를 회수하고 눈을 떴다.


“찾았어, 다시···.”


말을 끝까지 꺼낼 수 없었다.

탈력감이 전신을 덮쳤다.

무릎을 꿇었다.

극도의 현기증에 계속 세상이 돌아갔다.


“좀 괜찮나?”


여성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울린다.

조심스러운 손길이 나를 땅에 눕혔다.


“조금 쉬어라. 괜찮아질 때까지는 우리가 확실히 지켜줄게.”


말은 나오지 않았다.

대신 여자의 손을 붙잡고.

눈을 마주쳤다.


‘믿고 눈을 감을게.’


생각이 전해졌을 거라 믿고 눈을 감았다.

그렇게 얼마만큼의 시간이 흘렀을까.


“으음···.”

“이제 정신이 좀 드나?”


나를 가장 먼저 반긴 건 리드였다.

주위를 살폈다.

사지가 뜯기고 찢어진 용의 사체.

그 위에 앉아 노닥거리고 있는 나머지 셋.


“여, 대장. 이제는 좀 괜찮냐?”


나는 스칼이 내민 손을 잡고 일어났다.


“답지 않게 명령을 잘 따라줬네?”

“뭐야? 부하인 우리를 믿지 못한 거야?”


그의 팔을 가볍게 쳐줬다.


“믿었어. 생각보다 잘 수행해서 칭찬한 거야.”

“칭찬이구나.”


스칼이 뒤통수를 긁으며 해맑게 웃었다.


“그런 행동 좀 그만하면 안 되냐? 역겨운데.”

“사람한테 역겹다니!”

“전 대장. 그 건에 대해서는 나도 동의해.”

“저도요.”

“이하동문.”

“너희들까지.”

“잡담은 거기까지. 길을 알아냈으니까 따라와.”


마나가 닦아놓은 길을 따라 걸었다.


“치유도는 몇 번이나 쓸 수 있지?”

“상황을 조금 지켜봐야 알겄는디? 얼마나 다치느냐에 따라 횟수가 정해지거든.”

“세 사람의 수준을 생각한다면?”

“사흘에서 나흘분?”


그 정도면 충분하다.

땅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다음 명령이다.”

“힘든 건 아니지?”

“목적지까지 나를 지켜. 나에게 용이 닿게도, 내가 용에 닿게도 하지 마.”

“아니, 그건 좀···.”


불까지 지필 필요는 없었다.

손만 들면 됐다.


“얘들아, 시작하자!”

“그러게, 까불지 좀 말지.”


스칼과 리드가 앞으로 달려간다.

드핸과 멀은 언제든 나를 지킬 수 있게 마도구와 가루를 손에 쥐었다.


“부탁할게.”

“한 가지 물어봐도 되나?”


앞에서 용을 학살하는 두 사람을 지켜봤다.


“물어봐.”

“이런 명령을 내리는 이유가 뭐지?”

“내 힘의 보존. 이 앞을 위해서 나는 최대한 힘을 아껴야 돼.”

“앞에 뭐가 있길래 그러는 거야?”

“대충 수명과 힘을 바꿔주는 생명체?”

“그게 무슨.”

“드핸! 한 놈 흘렸어!”


앞으로 움직이는 드핸.

마도구를 발동했다.

방어막이 감쌌다.

뒤이어 용의 입속에 주머니를 넣는 멀.

용은 피를 토하며 그대로 쓰러졌다.


“역시 실력이 좋아. 등을 맡길만해.”


유유자적이 시체를 넘어갔다.

길을 안내하며 네 사람을 이끌었다.

스칼과 리드 덕에 손에 피 한 방울 안 묻히고 도착했다.


“잘도 이곳에 도착했구나, 인간.”

“스칼, 리드. 용인을 최대한 저 빨간 거에서 떨어트려!”


달리는 두 사람.

나는 그들을 돕기 위해 화염을 뿌렸다.


“꺼져라!”


용인이 잠깐 떨어진 찰나의 순간.

핵을 잡고 뜯어냈다.

그리고.


으적으적.


“핵을···먹는다?”

“으윽!”


곧바로 반응이 왔다.

신체 내부에서부터 불로 태우는 감각.

전신을 전기로 지지는 감각.

피부가 갈라지고 붙고를 반복하는 감각.

끔찍한 고통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나···를 확실히···지···ㅋ··ㅕ···.”


정신을 잃었다.


* * *


나는 지금 모든 것이 암흑으로 물든 공간에 서 있다.

조금이지만 어둠을 밀어내는 찬란한 황금빛 덕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 황금은.


‘황제의 편린.’


편린과 마주하자마자 깨달은 사실도 있었다.


‘힘을 얻기 위해선 편린을 손대야 해.’


그래서 뻗었다.

손이 편린에 닿은 순간,


“이것은 이미 겪었던 과거, 혹은 예견된 미래.”


수많은 이미지가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온다.


“정신 차려라!”


병장기를 들거나 몸을 던져 싸우는 용인들.

상대는 새하얀 날개를 펼친 천사들이었다.


“살고 싶다면 싸워라!”


살고 싶다.

그 한마디가 내 생존 욕구에 다시금 불을 지폈다.


“으아아아!!!”


창으로 천사의 가슴을 꿰뚫었다.

뛰어올라 천사의 발을 붙잡았다.

날개를 뜯어냈다.

나는 전장의 한복판에 떨어졌다.


“용을 죽여라!”


살벌한 예기와 피와 살의에 취한 시선이 나에게 향했다.


‘죽기 싫어!’


움직였다.

죽음을 각오하고 모든 것을 뚫고 나갔다.

살기 위해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죽였다.

그렇게 나는 살아남았다.


“전쟁이다! 한눈팔지 마라!”


나의 정신을 일깨워준 용인의 머리가 터졌다.


‘나는 방금···.’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나는 다시 움직였다.

정신과 육체의 피로함을 억지로 이겨냈다.

천사들을 죽였다.

오직 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버티고 또 버텼다.


‘끝끝내 살아남았다···.’


다음 전장에서도,

그다음 전장에서도.

나는 계속해서 살아남았다.


“천사가 내려옵니다.”


수많은 전장을 누비고 살아남으며 힘과 지위를 얻었다.

변한 건 없었다.


“가자.”


나는 여전히 살기 위해 싸우고 있다.


“하, 하···.”


나는 오늘도 살아남았다.

나만 살아남았다.

아룡, 준룡, 용인, 성룡.

모두가 죽었다.


‘목이 탈 것 같아. 물은···.’


없다.

빨리 이 갈증을 해소하고 싶다.


똑. 똑.


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황제의 수하인 성룡의 목에서 피가 떨어지고 있었다.

주둥이를 가져갔다.

들이켰다.

미친 듯이.


‘갈증이 사라진다···.’


일어났다.

아직 전장은 남아있었다.

살아남고 멈추지 않는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다음 전장으로 향했다.


‘갈증.’


천사와 싸우면서도 집중이 힘들었다.

전장을 적시는 피에 눈이 갔다.

또 한 번 살아남은 나는 피가 흐르는 성룡의 가슴에 주둥이를 박아넣었다.

뜨끈하고 끈적한 액체가 목을 넘어간다.


‘가자.’


어느 정도 갈증을 해소한 나는 다음 전장으로 향했다.

살아남고 마시고,

살아남고 마시고.

여러 전장을 겪으며 깨달았다.


‘이 전쟁을 끝내지 않으면 갈증은 해소되지 않아.’


끝없이 피를 들이켠 나는 성룡보다 더욱 강해졌다.

황제의 눈에 들었다.

그에게 불려갔으며,


‘황제의 피!’


오랫동안 이 무한의 갈증을 해소할 것을 찾았다.

그래서 걸어가 목을 뜯었다.

너무도 쉽게.

아가리를 벌리고 피를 마셨다.

황좌에 앉았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조금만 더 피를 들이켜면 이 갈증도 해소될 것이다.

밖으로 눈을 돌렸다.

하늘을 바라봤다.


‘천사들의 피를 마신다.’


그래서 전쟁을 선포했다.

새로운 성룡과 용인과 준룡과 아룡을 만들었다.

싸웠다.

피를 들이켰다.

수많은 천사의 피로 목을 축였다.

걔 중에는 천사장이라 불린 것들도 있었다.

그들은 나의 갈증을 더욱 해소해줬다.


“용의 황제여.”

“왜 그러나 천사들의 황제여.”


이놈을 죽이고 피를 마시면 분명 이 갈증이 사라질 거다.

하지만 죽일 수 없었다.

지주를 죽이기 위해서는 내 모든 걸 걸어야 한다.

그럼 살아남을 수가 없다.

지금은 참아야 한다.


‘조금 더 힘이 필요해.’

“지금은 여기서 물러나겠다.”


당분간 전쟁은 없다는 말이다.

조금이나마 갈증이 해소되는 것이 느껴졌다.


“언젠가 돌아올 것이다.”


갈증이 돌아왔다.


“우리가 돌아온 때가 마지막 전쟁일지니.”


목이 너무나도 탔다.


“그때 너희는 패배하고 소멸할 것이다.”


사라진 지주.

갈증은 나아지지 않았다.


‘피가 필요해.’


눈을 돌렸다.

어떤 생물이 눈에 들어왔다.

저것이다.

부족하겠지만 저것들의 피를 마시면 버틸 수 있을 거다.


“프리모.”

“예, 폐하.”

“저것들은 뭐지.”

“인간이라는 나약한 종입니다.”

“죽여라. 그리고 바쳐라.”


이미지는 사라졌다.


“이것은 너의 기억인가.”

“너희의 죽음은 예견된 것. 이 힘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용이 되어라. 예언의 날, 나를 위해 움직여라.”

“아니.”


나를 내려다보는 황제의 시선.


“너희는 질 것이다,”


마나를 발현하고,

불로 이 공간을 태웠다.


“이기는 건 우리다.”


황제의 몸이 재의 모습으로 사라지고,

서서히 공간이 깨져간다.


“그러니 죽어라, 페티지온 소브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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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2화 큰 그림 23.05.30 13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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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8화 메도우 평원(3) 23.05.27 11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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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6화 메도우 평원(1) 23.05.25 15 1 11쪽
6 5화 출정 23.05.24 16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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