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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월 님의 서재입니다.

주인공에 빙의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건보
작품등록일 :
2023.05.22 16:05
최근연재일 :
2023.06.17 20:10
연재수 :
29 회
조회수 :
501
추천수 :
23
글자수 :
141,769

작성
23.05.22 20:16
조회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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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1쪽

2화 드래곤 웨이브(1)

DUMMY

2. 드래곤 웨이브(1)


깡! 깡!


“할아버지 계세요!”


깡! 깡!


나는 뜨거운 불길 속에서 묵묵히 철을 두드리는 할아버지 근처로 갔다.


“할아버지! 완성됐어요!?”

“어!? 뭐라고!?”

“제가 부탁한 거 다 완성 됐냐고요!”


할아버지는 망치를 내려놓고 나를 바라봤다.


“함성? 무슨 함성을 말하는 거냐?”

“함성이 아니라 완성이요. 1달 전에 제가 부탁했던 거 있잖아요.”

“아, 그거. 잠시만 기다려 봐라.”


방으로 들어갔던 할아버지는 작은 함을 들고 나타났다.


“내 살다 살다 이런 무기는 난생처음 만들어본다.”

“그래도 무언가를 확실히 죽일 수 있을 것 같이는 보이잖아요.”

“무언가를 죽이는 데에 있어서 검보다야 뭐 확실하겠지. 상태를 한번 봐봐라.”


할아버지가 함을 열어줬다.

맹수의 송곳니와도 같은 모습을 한.

두 개의 거대한 송곳.

나는 손잡이를 잡고 송곳을 들어 올렸다.


“어떠냐?”


묵직했다.

분명 마나가 없었다면 이런 어린아이의 몸으로는 조금도 들 수 없었을 거다.


“최대한 네가 말했던 것과 비슷하게 만들어보려고는 했는데 이게 맞는지는 모르겠구나.”


역수로 쥔 송곳 하나를 버려진 모루 위로 강하게 내려찍었다.


쾅!!!


모루에는 맹수가 문 것과도 같은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조금만 더 무거웠으면 좋겠지만···. 이 정도도 충분해요.”

“거기서 더 무거운 걸 바라는 거라면 이런 마을 말고 영주님이 계시는 곳으로 가라. 그것만 해도 얼마나 많은 철이 들어갔는데.”


할아버지는 진열장을 이리저리 살폈다.


“촌장님이 머리를 숙이지 않았다면 절대 안 만들었을 거야.”

“알겠어요. 그럼 저는 촌장님 댁으로 가볼게요.”

“그전에. 이것도 가져가라.”


할아버지가 던진 물건을 낚아챘다.

은백색의 액체가 들어있는 작은 유리병이었다.


“어디에 쓰려고 이런 걸 부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입에 닿지 않게 조심해라.”

“제가 앤 줄 아세요? 그런 일은 안 생겨요.”


나는 송곳을 도로 함에 넣고 촌장님의 집으로 향했다.


“촌장님, 뒷마당 좀 빌릴게요.”

“그래.”


나는 한 달간 해왔던 대로 나무 기둥을 세우고 철 막대기를 휘둘렀다.

땀이 나고 몸이 달궈질 때까지.


“몸은 다 풀렸지?”

“네, 촌장님.”

“그럼, 마지막 대련을 시작하자.”


촌장님은 나를 향해 진검을 겨눴다.


“너도 무기를 들어라. 마지막 점검이다.”


나는 함에서 송곳을 꺼내 쥐었다.


“네 부탁으로 만들어주기는 했다만···. 정말 그걸 들고 싸울 수는 있는 거냐?”

“보시면 알아요.”


나는 마나를 이용해 순식간에 촌장님과의 거리를 좁혔고.


쾅!


힘을 가득 실어 오른손의 송곳을 휘둘렀다.


“흡!”


나는 거리를 벌리는 촌장님의 오른쪽으로 이동했다.

오른쪽 눈을 잃으신 촌장님에게 이곳은 사각지대다.

어둠에서 튀어나오듯 다시 거리를 좁힌 뒤 목으로 송곳을 들이밀었다.


“···졌다.”


나는 기세를 죽이고 송곳을 함에 집어넣었다.


“한 달 전만 해도 호각으로 싸울 수 있었는데 지금은 두 합이면 끝나니, 원.”

“하지만 부족해요.”


촌장님의 밑에서 수련하고 대련을 하면서 느꼈다.

나는 지금 레반의 힘을 온전히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아직 어린 신체 때문인지.

아님, 내가 레반에게 완전히 동화되지 못해서 그런 건진 모르겠지만.


“이 정도로는 원군이 올 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 확신은 못 해요.”


촌장님이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마치 내 심정을 대변하는 듯했다.


“그래도 해낼 거 아니냐.”

“당연하죠.”

“그걸 위해서 오늘까지 미친 듯이 준비한 거고.”

“힘들었죠.”


정말로.

회귀한 날부터 매일매일 드래곤 웨이브가 올 거라고 사람들에게 경고했다.

하지만 대개 그렇듯 다들 이런 어린아이의 말을 믿을 리가 없었다.

아니, 믿지만 않으면 다행이었다.

망언을 내뱉는다고 하는 사람 중 일부는 나에게 돌을 던지기까지 했다.

나는 앞머리를 들어 올려 이마의 흉터를 보여줬다.


“얼마나 세게 던졌는지 흉이 희미해지질 않는다니까요?”


그뿐만이 아니다.

나는 몸 곳곳에 찢어지고 베인 상처의 흉터가 존재했다.


“새벽부터 일어나서 땅을 파고 나무를 베고 함정을 만들고.”

“하지만 네가 고생한 만큼 준비는 확실하지 않냐?”


말해 뭐할까.

나는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촌장님이 없었다면 이렇게까지 하질 못했죠.”


이 마을에서 유일하게 내 얘기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인물이니까.

이 설정 덕에 촌장님은 조금의 의문도 품지 않고 영주님에게 원군을 부탁하는 탄원서를 작성해주셨다.


“읏차!”


나는 울타리에서 내려왔다.


“가냐?”

“가야죠. 엄마를 부탁할게요.”

“나이는 들었어도 한때는 아룡을 잡으며 생활하던 용병이었다. 사람 하나 지키는 건 식은 죽 먹기지.”

“다른 사람들은요?”


그 순간 촌장님의 얼굴에 떠올라있던 감정이 사라졌다.


“네가 이미 경고했잖냐. 그 이후로는 다 본인 과실이야.”

“그렇죠.”

“그리고 너도 확실히 해라. 어정쩡한 자세를 취했다가는 목적을 이루지 못할뿐더러 지킬 것도 못 지켜. 버릴 건 과감히 버려야 한다.”

“알고 있어요.”


이곳은 분명 소설 속이다.


‘하지만 진짜기도 해.’


온기와 감정 등 모두.

그렇기에 막상 버리려고 하니 쉽게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버려야 해.’


나는 목걸이를 손으로 쥐었다.

눈을 감았다.


[만약 당신이 이 소설의 엔딩을 보게 된다면 어머니의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과 함께 밖으로 나갈 수 있습니다.]


‘엄마를 위해.’


함을 닫았다.


“각오를 다졌구나.”

“저는 모든 걸 지킬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니까요. 그런 역할은 동화 속의 용사나 성자님이 해야 할 일인걸요. 애초에 그들처럼 정의를 추구하는 사람도 아니고요.”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이지만 정의는 추구하지 마라. 상대적인 개념일뿐더러 본인이 아닌 남을 위해서 행동해야 한다.”

“알고 있어요. 정의감은 없으니, 손에 잡히는 것만 지킬 거예요. 신호를 드릴 테니 맞춰 움직여 주세요.”

“알았다.”


* * *


“후···.”


깊게 숨을 내뱉자 새하얀 입김이 났다.


“꽤 춥네.”


하지만 이것도 지금뿐이다.

잠시 뒤면 따뜻함을 넘어 뜨거운 열기에 숨도 쉬지 못할 테니.


“후···.”


[퀘스트 발생]

<퀘스트 2 – 드래곤 웨이브>

○마을을 향해 덮쳐오는 드래곤 웨이브를 막아라.

○보상 : 종이꽃

[수락하시겠습니까?]


“수락할게.”


[퀘스트를 수락하였습니다]


나는 소리 화살을 활시위에 걸었다.

그리고 숨을 죽여 숲속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새가 지저귀는 소리, 물이 흐르는 소리, 풀벌레의 소리, 수풀이 부딪히는 소리.

그리고 뒤를 잇는.


크워어어어!!!


“용의 울음소리.”


나는 소리 화살을 하늘에 쐈다.


삐이이이!!!


숲 전역에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크뤄어어어!!!


뒤를 이어 용의 포효가 숲을 울렸다.

대지가 진동했고.

나무가 쓰러졌고.

새들이 날아올랐고.

짐승들이 도망쳤다.

나는 양손에 송곳을 쥐고 용들이 오고 있는 방향을 바라봤다.


‘700M 정도.’


용들의 속도는 무척이나 빨랐다.

거리는 빠르게 좁혀갔다.

500M, 300M, 100M 그리고 0.


그워어어!


놈들이 함정에 빠졌다.

선두의 아룡들은 분명 구덩이 아래 나무 말뚝에 찔려 절명했을 것이다.

뒤를 이은 것들은 차례대로 압사당할 것이고.

나는 송곳으로 옆의 밧줄을 끊었다.

거대한 통나무가 날아와 놈들을 쳐냈다.

끝이 아니다.

계속해서 함정을 작동시키고 함정이 있는 쪽으로 유도했다.


‘그래도 많아.’


눈에 보이는 것만 해도 수십 마리다.

하지만 용을 죽인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 웨이브를 끝내기 위해서는 이를 조종하고 있는 용인을 죽여야 한다.


‘용을 반 정도 죽이면 웨이브의 지휘관이 나오도록 설정을 잡았지.“


나는 송곳에 뱀에게서 뽑아냈던 독을 뿌린 뒤.


”흡!“


함정에 겁을 먹어 쉽사리 발을 뻗지 못하는 아룡의 위로 떨어졌다.


콰직!


두개골이 박살 났다.

송곳과 두 팔은 순식간에 피범벅이 됐다.

피 냄새를 맡은 건지 아룡들이 이곳을 바라봤다.

이곳으로 방향을 틀었다.


우워어!


나는 아가리를 벌리는 아룡의 입천장을 그대로 송곳으로 뚫었다.

달려오는 놈을 향해 송곳을 집어 던졌다,

송곳이 눈에 박힌 아룡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난동을 피웠다.


“큽!”


용들의 피에서 흘러나오는 독기가 천을 뚫고 폐를 찔러 들어왔다.


‘이 정도 독기로는 절대 안 죽으니까 참아!’


난동을 피우는 용 위에 올라타 턱 아래에 송곳을 쑤신 다음 그대로 비틀었다.

아룡의 머리가 돌아가더니 목에서 떨어져 나왔다.

나는 계속해서 움직였다.

용의 가죽을 찢어내고 송곳을 집어넣어 심장을 꿰뚫었다.


크워어!!


아가리를 들이미는 것들은 송곳을 휘둘러 턱을 부숴줬다.


“크윽!”


놈들의 시체를 방패로 사용해가며 하나씩 하나씩 수를 줄여갔다.


“으아아아!!!”


땅에 굴러다니는 용의 대가리가 점점 많아졌다.

초목의 대지는 시체에서 흘러나오는 피로 붉게 물들었다.

울부짖고 부서지는 소리만이 숲을 울렸다.


“덤벼, 이 도마뱀 새끼들아!”


놈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낮게 울며 경계만 할 뿐이었다.

그 덕에 주변을 확인할 잠깐의 여유가 생겼다.

주위에는 아룡의 시체가 수북이 쌓여있었다.

처음에 비해 눈에 보이는 용들이 별로 없었다.

그리고 강하고 탁한 기운이 느껴졌다.


“앞쪽에서 소란이 들리기에 와봤더니.”


수풀을 헤치고 나타난 자.

용인이다.


“이런 애새끼 하나 때문에 발이 묶이고 있던 거냐.”


본격적인 투쟁이 시작될 거다.


“이래서 피가 희석된 것들은 도움이 안 돼. 너희는 가서 마을이나 덮쳐라.”


아룡들은 빠르게 지나쳐갔다.


“꼬맹아. 저것들을 안 죽이냐?”

“저것들을 죽이러 가는 순간 뒤를 노릴 거잖아.”

“그렇긴 하지. 그런데 한 가지 물어보자. 어떻게 우리가 덮칠 거라는 걸 아는 거냐?”

“말해줄 것 같아?”

“어차피 말하고 싶지 않아도 말하게 될 거다.”


용인이 자세를 잡는다.

그가 방심하고 있는 지금이 기회다.

나는 주머니에 넣어놨던 유리병을 꺼내 용인을 향해 던졌다.

그는 팔을 휘둘러 유리병을 깼다.

병에 들어있던 소량의 액체가 그의 팔과 목, 그리고 얼굴에 튀었다.


“우리는 위대하신 12용의 피를 이어받은 이들이다! 이딴 짓거리가 통할 것 같으냐!”


하지만 나는 진즉에 움직였다.

시야가 가려진 찰나의 순간에 용인의 뒤를 잡았다.


‘죽어!’


심장을 향해 들이밀었다.


“아까도 말하지 않았느냐. 이딴 짓거리는 통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는 다 알고 있었던 것인지 심장을 찌르려던 송곳을 붙잡았다.


“그리고 모르는 것 같으니 한 가지 알려 주도록 하마.”


그가 힘을 주자 쥐고 있던 송곳이 종이가 구겨지듯이 찌그러졌다.


“나와 같은 이들을 죽이기 위해서는 백은이나 용의 뼈로 만든 무구가 필요하단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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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5화 힘(2) 23.06.14 10 0 11쪽
25 24화 힘(1) 23.06.13 11 0 11쪽
24 23화 변화 23.06.12 9 0 11쪽
23 22화 두 번째 파트너 23.06.11 12 1 11쪽
22 21화 붉은 손 용병단 23.06.10 12 1 11쪽
21 20화 가치관 23.06.09 12 1 11쪽
20 19화 승전보 23.06.06 11 1 11쪽
19 18화 밥 23.06.05 10 0 11쪽
18 17화 첫 번째 파트너(4) 23.06.04 13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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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5화 첫 번째 파트너(2) 23.06.02 14 1 11쪽
15 14화 첫 번째 파트너(1) 23.06.01 15 1 11쪽
14 13화 조랄 성채 23.05.31 15 1 12쪽
13 12화 큰 그림 23.05.30 13 1 11쪽
12 11화 희망의 기사(3) 23.05.29 13 1 11쪽
11 10화 희망의 기사(2) 23.05.28 12 1 11쪽
10 9화 희망의 기사(1) 23.05.28 12 1 11쪽
9 8화 메도우 평원(3) 23.05.27 11 1 11쪽
8 7화 메도우 평원(2) 23.05.26 13 1 11쪽
7 6화 메도우 평원(1) 23.05.25 15 1 11쪽
6 5화 출정 23.05.24 16 1 11쪽
5 4화 거래 23.05.23 20 1 11쪽
4 3화 드래곤 웨이브(2) 23.05.22 24 1 11쪽
» 2화 드래곤 웨이브(1) 23.05.22 29 1 11쪽
2 1화 용살자, 회귀하다 23.05.22 49 1 11쪽
1 0화 엄마 23.05.22 91 2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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