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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쨍이

무당집 장남은 천재 배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꿀쨍이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5.12 11:04
최근연재일 :
2021.05.31 16:05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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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6,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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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6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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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7. 비밀

DUMMY

17화.




추석 당일 이른 아침.


시원은 어제 샀던 옷들을 껴입었다.


뭔가 어딘가 조금 이상하게 껴입은 듯했지만, 시원은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드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준비를 마쳤다고 생각한 그는 어제 샀던 선물을 손에 쥐고 밖으로 나섰다.


택시를 타고 집 앞에 도착한 시원은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집으로 들어섰다.


마당의 중간쯤에 도착했을 때, 방에서 풍겨 오는 음식 냄새에 죄책감과 동시에 위로 감이 들었다.


시원은 냄새가 풍겨 오는 사랑방으로 향했고.


그곳에는 역시나 큰상 가득히 음식들이 놓여 있었다.


“할머니, 나 왔어.”

“오냐.”


마치, 잠깐 심부름 갔다가 온 손자를 맞이하는 반응에 다시금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뭘 이렇게 많이 준비했어.”


시원은 빠르게 표정을 풀며 물었다.


“많이는 무슨. 그냥 하다 보니 이렇게 된게지.”


별거 아니라는 투로 흘흘 웃으며 밥을 푸는 할머니는.


“그렇게 서 있지 말고. 자리에 앉거라.”


시원은 할머니의 말에 자리에 앉았고.


그때.


“할머니! 바압!”


자신의 방에서 나온 가연이 비몽사몽 한 눈으로 사랑방으로 향했다.


그리고.


“아.”


방에 있는 시원의 모습에 그녀는 눈에 붙은 눈곱을 뗄 생각도 없이 가만히 얼어붙었다.


다만, 그때와 같이 소릴 지르진 않았다.


그에 시원은 조심스럽게 동생의 이름을 불렀다.


“가연아.”


그러나, 그녀는 대답은 하지 않았다.


그저 잔뜩 인상을 쓴 상태로 방으로 들어와 시원과 가장 떨어진 자리에 앉을 뿐.


“할머니! 빨리 와서 밥 먹자!”


그리곤 어색한 분위기가 싫은지 서둘러 할머니를 불렀다.


“욘석아. 간다, 가!”


그에 할머니는 주걱을 놓으며 밥상으로 자리를 옮겼다.


“자, 먹자꾸나.”


먼저 수저를 든 할머니를 시작으로.


“잘 먹겠습니다!”

“잘 먹을게. 할머니.”


두 남매도 수저를 들었고.


세 가족의 식사는 무척이나 조용했다.


어색한 상황이 계속해서 이어지며 식사를 하고 있을 때.


끝없는 어색한 상황에서 먼저 입을 연 것은 할머니였다.


“요즘 떠들썩하더구나.”


할머니는 무심한 말투로 시원에게 말했다.


“응? 아, 아. 뭐, 그렇게 됐네. 하하.”


그에 시원이 민망하다는 웃음으로 답변했고.


다시 어색함이 찾아왔다.


그러나, 그런 어색함도 잠시.


“혜, 혜림이는 조, 좀 어, 어때?”


가연이 말을 약간 더듬으며 물었다.


“어? 아, 아. 자, 잘하지. 응. 그래. 잘해.”


설마하니, 동생이 먼저 말을 걸어올 줄 몰랐던 것인지.


시원이 당황해하며 답했다.


그리고 다시 침묵이 찾아오려고 했으나.


시원이 이런 기회를 저버리긴 싫었는지 말을 이어나갔다.


“학교는 잘 다니고?”


동생과 자신의 나이 차이는 6살.


지금 그녀는 18살로 한창 고등학교에 다닐 나이였다.


“다, 당연하지!”


시원의 질문에 조금 당황한 듯한 말로 답했지만.


시원은 그 정도로 만족했다.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다. 혹시 용돈 필요하면 말하고.”

“으, 응.”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가연은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밥을 먹었다.


동생의 모습에 시원은 처음부터 너무 급하게 나가지 말고.


천천히 천천히 다가가기로 했다.


동생이 자신을 원망하는 마음을 이해했으니까.


그렇게 약간은 어색했던 식사가 끝이 났다.


밥상을 치우고.


시원은 어제 백화점에서 샀던 선물을 할머니와 동생에게 건넸다.


“그, 별건 아니고. 그냥.”


약간은 머쓱한 표정을 짓는 그였다.


두 사람은 그에게서 받은 선물을 열어보았다.


할머니, 이순자는 손자가 사 온 종이가방에서 상자 두 개를 천천히 꺼냈다.


그리고, 상자를 열자 나온 것은.


비취로 만든 아름다운 빗과 끝에 봉황으로 장식된 비녀였다.


“고맙구나.”


그녀는 잔잔하게 웃으며 시원을 바라보았다.


“오, 개이뻐.”


가연도 빗과 비녀를 바라보고는 이쁘다고 소리쳤다.


그리곤, 기대 어린 시선으로 자신의 선물을 바라보았다.


할머니보다는 더 큰 종이가방이었기에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선물을 꺼냈다.


그리고.


“와···!”


가연은 탄성을 지르며 좋아했다.


“이거 노트북이잖아!”


저 나이 때의 여자애들이 뭘 좋아할지 몰라서, 그냥 노트북을 산 것인데.


반응을 보아하니 나쁘지는 않은 듯했다.


시원은 만족스럽다는 얼굴로 작은 미소를 그렸고.


그런 그의 모습을 확인한 가연이 순간 멈칫하더니.


노트북을 조심스럽게 내려다 놓았다.


하지만, 그녀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


가만히 있기에는 너무 비싼 물건이었으니.


“흠, 흠.”


그녀는 민망한지 헛기침을 하였고.


“그, 그럼 난 이만.”


이내, 노트북을 들고는 방을 나섰다.


서둘러 나가려던 그녀는 잠깐 멈추더니.


“자, 잘 쓸게.”


라며 작게 속삭이듯 말하곤 그대로 자신의 방으로 빠르게 달려갔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할머니가 끌끌 웃었다.


“욘석이 그래도 조금 기분이 풀렸나 보다.”


한결 편안한 기분으로 웃는 할머니의 모습에 시원의 입꼬리도 작게나마 올라갔다.


그렇게, 동생이 자신의 방으로 돌아간 걸 확인한 시원이 입을 열었다.


방금까지 대화했던 것과는 조금 낮은 목소리로.


“할머니.”

“오냐.”

“그때, 내가 10년만에 왔었다고 했지?”

“그랬지.”

“그걸 어떻게 알았어?”


자신은 6년이라는 시간을 거슬러 왔다.


그리고 그 사실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남에게 말한 적이 없었다.


따로 기록해 놓지도 않았으며, 혹여나 술에 취해 헛소리할까 싶어서 시간을 거슬러 온 이후로는 술에 취한 적도 없었다.


그런데, 할머니는 그것을 도대체 어떻게 아는 것인지.


자신으로서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는 사실이었다.


“원아.”

“응.”

“이 할미가 모시는 분이 어떤 분인지 아느냐?”

“으, 응? 글쎄.... 할머니가 한번도 말해 준 적이 없는 거 같은데.”


어렸을 때, 할머니는 자신에게 꽤 많은 이야기를 해줬지만.


모시는 신에 대해서는 결코 한 마디도 하지 않았었다.


“그려, 이 할미가 모시는 신은 다른 무속인들이 모시는 신과는 달리 조금 특별한 분이기 때문이지.”


할머니가 혀를 굴리며 작게 웃었다.


“내가 모시는 분은 모든 이의 운명을 바라보는 분으로서, 덕분에 나도 사람들의 운명을 엿보는 것 정도는 할 수 있단다.”

“운명을 엿본다고?”

“그렇단다.”


그러고는 흘흘 웃으며 더는 말하지 않는 할머니였고.


그런 할머니의 모습에 시원은 아리송한 얼굴을 할 뿐이었다.



* * *




“오늘 기분이 좋아 보이네? 아니, 좋을 수밖에 없는 걸까?”

“네? 아, 네. 안 좋을 수가 있을까요?”


다음날, 촬영장에 도착한 시원이 저번과는 다르게 연신 밝은 얼굴을 하고 있자, 허연 이 물었다.


“그야 그렇지. 아직 일주일도 안 됐는데 300만이 코앞이니까.”


그렇게 말한 그녀도 지금 퍽 들떠있었다.


이정도 기세라면 1000만도 꿈이 아닐테니까.


물론, 주연이 아닌 조연에 불과했지만.


그래도 1000만 영화의 필모그래피를 얻는다는 것은 배우라면 누구나 바라마지 않는 일이니까.


“그러게요. 정말 1000만 찍겠는데요.”


그녀의 말에 시원도 긍정했다.


원래 기록이었던 883만을 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지금 보니, 1000만도 그냥 넘을 것 같았다.


데뷔작에 1000만이라니.


과거로 돌아오기 전에는 상상도 못 할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야, 우리 예비 천만 배우님들이 여기 계셨네.”


그때, 정재용 과장의 역을 맡은 김수용이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오셨습니까.”


그는 사람들이 말하는 명품 조연들 중의 한 명이었고.


험악하게 생긴 인상 덕분에 대게 악역을 많이 맡아서, 사람들에게는 악역 전문 배우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상의 그는.


“크흑!”

“선배님?”

“...?”

“너희들이 천만 배우가 된다는 생각에 너무 감격스러워서, 나도 모르게 그만···!”


무척이나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이었다.


두 사람의 입장에서는, 도대체 어떤 부분이 그렇게 감격스러운지는 모르겠지만.


“자! 이제 촬영 들어갈게요! 모두 제자리에 가주세요!”


선배의 알 수 없는 감격에 당황하고 있을 때.


다행히도 그들을 살리는 목소리가 사방을 울렸다.


“저, 선배님.”

“아, 아. 그래. 가야지.”


시원의 말에 울컥하던 그는 마음을 다스리고는 금세 표정을 말끔하게 만들었다.


괜히 명품이라는 소릴 듣는 것은 아닌지, 놀라운 감정 컨트롤이었다.


“자, 그럼 가볼까?”

“네, 선배님.”


이번에 찍을 장면은 박세현과 정재용 과장의 대립 씬이었다.


유희연은 자신의 촬영은 아직 남았기에, 차에서 대기할까 생각하다가.


그냥 한번 구경이나 해보자는 심정으로 감독의 옆으로 다가갔다.


촬영 준비가 끝나고.


두 배우도 카메라의 위치에 맞춰서 연기를 준비했다.


“스탠바이, 액션!”


감독의 제스쳐에 맞춰 조연출이 스텐바이를 외쳤다.


그리고, 촬영이 시작되는 즉시.


표정이 변하는 시원의 모습에 희연이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정말이지, 연기를 할 때 하고 평상시 모습이 매치가 안 된다.


영화에서도 그렇고.


지금 드라마에서도 녀석의 연기는 본래의 자신을 일절 넣지 않는다.


능숙하고 연기를 잘한다고 하는 대선배들조차, 자신의 본래 모습이 조금은 녹아 있는 법인데.


녀석은 절대 그런 게 없다.


오직 그 캐릭터로 빙의를 하는 것처럼, 완전한 캐릭터로 변신을 한다.


어떻게 저런 것이 가능한지 묻고 싶다만은······.


흥.


희연은 혼자 콧바람을 내뱉으며 앞을 바라보았다.


조금 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하며 시원이 앞에 있는 김수용을 향해 말한다.


“방금 뭐라고 하셨는지 다시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고저가 없는 목소리였지만, 끝 음이 조금 떨리는 것으로 그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를 느낄 수 있다.


“귓구멍이 막혔나. 다시 해오라고.”


김수용이 점심시간에 먹었던 것이 이에 꼈다는 듯이 이 책상에 놓인 거울을 보며 이쑤시개를 쑤셨다.


그리고는 다 됐다는 듯이 혀를 두어 번 굴리고는 시원을 바라보았다.


그에 희연은, 뭐랄까······.


연기인 걸 아는데도, 주먹이 쥐어졌다.


저 뒤통수를 한 대만 치고 싶어졌기에.


“뭐야? 아직도 안 갔어? 시간 많아?”

“...어떤 부분을 다시 해오라는 말씀입니까.”


김수용이 아직도 옆에 서 있는 시원을 올려다보며 말했고.


시원은 크게 숨을 내쉬고는, 끝 음을 내리며 물었다.


“그야, 그건 니가 알아서 찾아서 해와야지. 내가 그런 거까지 일일이 말해야 하나?”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그래, 그래. 그럼 수고!”


반듯하게 몸을 돌린 시원.


그리고 그런 그를 보고는 재수 없다는 비웃음을 짓는 수용의 모습이 모니터에 들어왔다.


보통 이 정도면 컷이 날 테지만.


카메라는 단정하게 매여 있는 넥타이를 조금 푸는 시원의 모습을 타이트하게 찍었고.


테이크를 조금 끌어서 그가 지나가는 뒷모습을 찍었다.


그리고.


그가 향하는 곳이 자신의 자리가 아닌.


부장의 자리로 향하는 것도 함께.




* * *




강재호는 하루가 지날수록 계속해서 초조해져만 갔다.


분명히 드라마를 시작할 때만 해도,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신인 새끼가.


하루가 다르게 인기가 솟구치고 있는 게 말이나 되는 상황인지.


“형!”

“엉?”

“형은 어떻게 생각해?”


강재호의 매니저, 김용대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저 새끼는 뭐가 그렇게 불만이 많아서 저 지랄을 하는 건지.


“어떤 게?”


그래도 어쩌겠나, 지랄 맞아도 맞춰줘야 하는 입장인 것을.


“그 신인 새끼 말이야.”

“임시원?”

“그래! 그 새끼가 계속 뜨잖아. 운 좋게 영화 하나 잘 된 거 가지고.”


운이 좋은 것도 맞다만, 실력도 좋은데? 특히 너보다.


라고는 차마 말할 수 없는 것이 한탄스러웠다.


“포스트 이병현이니, 뭐니. 언론에서 빨아 주는 게 소속사에서 돈 좀 썼나 본데. 그런다고 사람들이 알아줘?”


비죽이는 아티스트의 모습에 김용대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


원래 싸가지 없던 놈은 맞지만, 그렇다고 이 정도로 심하지는 않았는데.


도대체 뭘 어쨌길래, 혼자 열등감에 찌든 것인지.


이러다가 혹여나 사고는 치지 않을까 걱정이 드는 그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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