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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쨍이

무당집 장남은 천재 배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꿀쨍이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5.12 11:04
최근연재일 :
2021.05.31 16:05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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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76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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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6,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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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2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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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13. 시사회

DUMMY

13화.




시원이 벼락을 맞은 것처럼 몸을 떨었다.


4년이 아니라, 10년이라니?


그의 떨리는 동공의 모습에 전국 제일의 무당인 이순자가 말했다.


“내가 모를 줄 알았더냐.”

“어, 어?”


감동하였던 눈빛은 어디 가고, 영험하게 빛나는 이순자의 눈동자가 시원을 꿰뚫었다.


“내가 그리 머리 위를 조심하라고 일렀건만.”


그리곤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할머니의 모습에 시원은 자신의 위로 떨어진 조명을 떠올렸다.


“그걸 어떻게?”


아무리 영험하다고 해도 어떻게 그런 것까지 알 수 있는 것인지.


“일단 밥이나 먹자꾸나.”


그리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할머니의 모습에 시원이 급하게 말했다.


“아니, 아니. 할머니. 그냥 그렇게 가면 안 되지.”

“예끼! 이누마. 10년 만에 와놓고 그럼 밥도 한 끼 안 먹고 갈 생각이었느냐!”

“내 말은 그게 아니라.”

“됐다. 조금 있으면 가연이도 올 테니, 상이나 꺼내와!”


시원은 할머니의 불호령에 뚱한 표정을 짓고는 옆 방으로 가서 밥상을 차릴 준비를 해야만 했다.


무척이나 오랜만에 왔지만, 위치에는 변함이 없었기에 차리는 것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차린 밥상 위로 할머니가 직접 요리한 음식들이 올라왔다.




* * *




“다녀왔습니다!”


가연이 활기찬 음성과 함께 집안으로 들어섰다.


“할머니! 나 배고파! 손님은 갔지?”


집안에 들어선 그녀는 신발을 대충 벗어 놓고는 방으로 들어섰다.


집이 조용한 걸 보니, 오늘 온다던 손님은 간 듯했고.


방에서 흘러나오는 맛있는 냄새에 군침을 삼키며 방으로 들어섰다.


그렇게 그녀는 오늘 온다던 손님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오랜만이네?”


등에 멘 가방을 내려놓으려고 했던 그녀는 행동을 멈추곤 앞에 있는 인물을 바라보았다.


4년.


절대 짧다고 말할 수 있는 시간은 아니었다.


그런 시간 동안, 한 번도 연락도 없었다.


가연은 어깨에 멘 가방을 천천히 팔에서 빼고는 손잡이 부분을 손으로 잡았다.


그리고는.


“야이 미친 새끼야! 여기가 어디라고 기어들어 와!”


그대로 앞에 있는 상대를 향해 힘껏 휘둘렀다.


교과서와 참고서가 가든 든 가방은 제법 묵직했고.


그런 가방에 정통으로 맞은 시원은 뒤로 엎어졌다.


그는 퍽 씁쓸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다시 자리했다.


피하려고 했으면 충분히 피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피하는 건 오히려 화를 더욱 돋우는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대로 얻어맞았다.


다만, 입안에서 짭짤한 맛이 도는 걸 보니. 볼 안쪽이 작게 터진듯싶었다.


“가연아.”


시원이 여동생의 이름을 불렀다.


“야. 나가.”

“내 말 좀 들어 봐.”

“나가라고.”


하지만, 그녀는 시원과 말을 섞는 것도 싫은 듯했다.


“말도 없이 나갈 땐 언제고. 왜? 이제 갑자기 필요한 게 생기니까 기어들어 와?”

“그게 아니라···!”

“됐다. 니가 어떤 이유로 왔든 간에. 내가 알 바 아니고. 나가. 나가라고! 그냥 꺼지라고!”

“가연아!”

“역겨우니까 내 이름 부르지 마! 귀신만도 못한 쓰레기 새끼야.”


경멸 어린 시선으로 시원을 바라보던 그녀는.


바닥에 떨어진 가방을 주워들었다.


“그래, 니가 안 가면 내가 가야지.”


그렇게 말하곤 방문을 쾅! 하고 닫으며 밖으로 나갔다.


그런 그녀를 차마 부를 수가 없었던 시원은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


“못난 놈.”


두 사람의 행태를 보고 있던 할머니가 쯧쯧 혀를 차며 들어왔다.


“어렸을 때부터, 네 놈을 따르던 애다. 그런데, 네 놈이 말도 없이 집을 나갔을 때. 가연이 그 애가 얼마나 너를 찾았던지 아느냐.”


할머니의 말에 차마 할 말이 없던 시원이 고갤 숙일 뿐이었다.


“한 숟갈이라도 하고 가거라.”


그가 어떻게 나올 줄 알았던지, 먼저 말을 했지만. 시원이 고개를 저었다.


“아냐, 할머니. 이렇게 갑자기 찾아와서 미안해.”


그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그리고는 품에서 작은 상자 하나와 봉투를 꺼냈다.


“이거, 가연이한테 좀 전해줘.”

“못난 놈······.”


핀잔을 주는 말에도 그는 발걸음을 밖으로 옮겼다.


“다음에 또 올게. 할머니.”

“...그러거라.”


신발을 신고, 옷을 가지런히 했다.


“원아.”


그렇게 집을 나서려고 할 때.


할머니가 그를 불렀다.


“네 몸에 든 것은 백(魄)이 아닌 혼(魂)이니. 너무 무서워하지 않아도 될 것이야. 하지만, 혼일지라도. 넋은 남아 있으니. 너무 가까이해서도 안 된다.”

“고마워, 할머니.”

“그리고. 갈 땐 가더라도. 가연이에겐 인사라도 하고 가거라.”


그 말에 시원이 고갤 끄덕였다.


여동생의 방의 앞에 도착한 시원이 잠깐 서성이다가 입을 열었다.


“가연아.”


작은 목소리였지만, 방 안에 있던 그녀는 잠깐이지만 움찔한 모습을 보였다.


“미안하다.”


다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갈게.”


혹시나. 싶어 잠깐 기다렸지만, 역시나 답을 돌아오지 않았다.


시원은 씁쓸함을 뒤로 하며 집을 나섰다.




* * *




영화 평론가이자, 기자인 정성현은 진정호 감독의 신작인 ‘행복한 날’의 시사회에 참석했다.


진정호.


그가 가진 수식어는 많지만, 자신은 그를 이렇게 표현한다.


양산형의 귀재(鬼才).


그가 영화를 못 만든다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그는 영화를 ‘만드는’ 것에 한해서는 한국에서는 한 손.


세계로 따져도 꽤 상위권에 위치한 사람일 것이다.


연출과 카메라 워킹, 편집과 음악을 보는 눈까지.


충분히 뛰어나고, 또 한 작품이 끝날수록 실력이 느는 것이 느껴진다.


그러나, 그는 그런 장점을 두 가지의 이유로 다 말아먹는다.


그것은 바로 각본과 배우.


의미 없는 신파와 항상 어디서 본 듯한 장면의 연속인 각본.


제발. 스스로 각본을 쓰지 말고, 잘 만들어진 각본을 좀 사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지만, 반드시 스스로 적은 각본으로만 영화를 만드는 그의 특성상 절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배우라도 제대로 된 배우를 썼으면 좀 좋겠느냐만.


그의 작품에는 무조건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아이돌 출신들이 출연한다.


이번에도 유희연이 출연하는 것을 보라.


그녀가 아이돌로는 유명해도, 배우로는 글쎄.


그리고, 하마터면 차세형까지 출연할 뻔했다.


다행히도 오디션에서 떨어졌지만.


문제는.


차세형을 떨어뜨리고 붙은 배우가······.


그는 무대에서 인사를 하는 시원을 바라보았다.


비쥬얼은 좋았다.


하지만 배우 중에서 비쥬얼이 안 되는 인물을 뽑기가 더 힘들 만큼, 비쥬얼은 당연한 부분이었다.


그렇다면 연기력인데.


글쎄, 솔직한 말로 그대가 썩 되지는 않는다.


보나 마나, 아이돌이 두 명 나오면 욕먹을까 봐. 그나마 나은 애로 뽑았을 것이기에.


그러면서 돈도 아끼고.


정성현은 무대 인사를 마치고 자리에 앉는 그들의 모습에 다짐했다.


영화가 끝나고 있을, 질문과 답변 시간에 개처럼 물어뜯어 주겠다고.


상영실의 불이 전부 꺼지고, 스크린에서 영화가 시작되었다.


.

.

.


영화가 끝이 났고.


정성현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이게···. 진정호가 만든 영화라고···?


그 진정호가?


아니.


그것보다, 그 신인 배우는 뭐지?


도대체 정체가 뭐길래···!


정성현이 정신을 아직 못 차리고 있을 때.


무대 위에는 테이블이 세팅되더니, 배우들과 감독이 자신의 자리에 자리했다.


그들은 아까 했던 인사말을 한 번 더 반복하였고, 다른 기자들이 박수를 치며 그들을 환영해 주었다.


옆에 있던 기자들이 하나, 둘 감독과 배우들에게 질문을 던졌고.


꽤 좋은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었다.


그는 앞에 놓인 노트북을 바라보았다.


질문거리를 미리 정리해뒀던 파일이었다.


그는 망설임 없이 정리한 파일을 삭제했다.


그리고, 앞선 질의가 끝나자 손을 들었다.




* * *




진종호는 손을 든 기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나 저 인간도 왔구나 하며.


정성현.


영화인들 사이에서 그는 적(敵)이었다.


평론가와 기자라는 이름을 방패 삼아서 오직 물어뜯기만을 하는 적.


그렇기에 못 본 척 다른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려고 했지만.


저 인간이 손을 드는 즉시 모두 손을 내렸다.


정성현이 짬이 높은 탓도 있지만, 그보다는 그의 질문으로 자신과 배우들이 당황하는 장면을 기삿거리로 쓰기 위함이었다.


그에 그는 어쩔 수 없이 그를 선택했다.


“정성현 기자님. 어떤 질문이 있으십니까?”

“아, 우선 좋은 영화를 만들어 주신 감독님과 스태프. 그리고 배우님들의 노고에 감사를 드립니다.”


어?

저 인간이 왜 저러지?


평소에 안 하던 기자의 행동에 진정호는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받아들였다.


“감사합니다. 모두, 여러분들의 관심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작품입니다.”

“네, 그렇다면 질문드리겠습니다. 우선 영화 외적인 이야기인데. 제가 알기로 ‘김조한’ 역에는 차세형 배우와 지금 여기에 있는 임시원 배우가 최종 오디션에서 맞붙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네, 맞습니다.”

“그렇다면 차세형 배우 대신에, 임시원 배우를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기자의 질문에 진정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처음에는 차세형 배우를 눈여겨보고 있었습니다. 뭐, 소위 말하는 어른들의 사정이란 이유로요. 하지만, 여기 임시원 배우의 연기를 확인하고는 그 생각이 쏙 들어가더군요.”


그는 자신에게 질문한 정성현에게 역으로 질문했다.


“기자님. 영화에 나오는 김조한을 보고 어떻다고 생각하십니까?”

“...굉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게 제 답변입니다.”


진정호는 자신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는 그의 모습에 순간 고개를 갸웃했다.


저렇게 쉽게 끝날 인간이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그 생각은 정답이라는 듯이 그가 다시 질문했다.


다만.


“이번에는 임시원 배우님께 묻겠습니다.”


그의 타깃이 자신이 아닌, 신인 배우에게 향했다는 것이 문제지.


“아, 네.”

“임시원 배우님. 영화에서 나왔던 역할은 단순하게 생각하면 그냥 중간보스의 개념이었지만. 임시원 배우님이 보여주신 연기는 중간보스보다는 사연 있는 빌런처럼 보였습니다. 그런 역할을 연기하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연기를 했는지 궁금합니다.”


진정호는 그의 질문이 퍽 마음에 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은 자신도 궁금했던 부분이었으니까.


“네, 제가 맡은 ‘김조한’은 단순한 악역이라고 정의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이번 영화는 복수물을 표방하고 있지만. 저는 어떻게 보면 군상극으로도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캐릭터마다 각자의 사정이 있고. 그 사정이 남들과는 다른 ‘정의’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정의’를 김조한의 시점으로 볼 때. 그는 자신을 따르던 최성민에게 여러 가지 감정을 느끼고 있었죠.”


“자신을 암흑가로 끌어들였다는 원망. 하지만 자신을 구해주었다는 감사. 답을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는 답답함. 그래도 그런 사람이기에 믿을 수 있다는 신뢰.”


“그 외에도 여러 감정을 그렸고. 그런 복합적인 감정을 가지고 저는 ‘김조한’을 연기했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말한 시원이 조심스럽게 마이크를 내렸고.


“좋은 답변 감사합니다.”


정성현은 만족스러운 답변을 얻었는지, 더 질문은 없었다.


.

.

.


언론 시사회가 끝나고, 며칠이 흘렀다.


그동안 포털 사이트에는 시사회에 관한 여러 기사가 올라왔다.


하지만, 그중에 정성현의 기사는 없었는데.


그는 이번에 기사를 싣기보다는, 자신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


처음에는 영화에 대한 칭찬이 시작되었고.


중간마다 아쉽다는 평이 없잖아 있긴 했지만.


그를 아는 사람이 본다면 이것은 무척이나 부드럽게 쓴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또, 배우들의 연기에 관한 코멘트를 남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다만, 한 배우에 관한 코멘트는 다른 이들보다 상당히 길었다.


[나는 처음에 그를 믿지 못했다. 나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그를 믿기란 힘들었을 것이다. 무명의 배우가 진정호 감독의 작품에서 데뷔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가 이렇게까지 연기를 잘해 줄 것이란 것을.


그는 시사회에서 자신이 말한 연기를 그대로 보여주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신인의 치기 어린 소리라고 치부한 편협하고 선입견이 가득했던 과거의 나를 반성한다. 나는 감히 말할 수 있다. 그는 한국을 빛낼 배우가 될 것이란 사실을.


임시원. 그의 연기는 나의 가슴속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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