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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쨍이

무당집 장남은 천재 배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꿀쨍이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5.12 11:04
최근연재일 :
2021.05.31 16:05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8,675
추천수 :
557
글자수 :
116,261

작성
21.05.21 09:10
조회
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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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글자
12쪽

#12. 뭐?

DUMMY

12화.




대본 리딩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와중.


PD인 조광수가 주연 배우인 강재호를 불렀다.


“강재호 배우님.”

“네, 피디님.”

“혹시, 조금만 더 열 내는 연기를 부탁해도 될까요?”

“알겠습니다.”


조광수는 솟아오를 것 같은 화를 간신히 참았다.


대본 리딩은 배우들 간의 호흡을 맞춰보고, 앞으로 어떤 식으로 극을 이끌어 나갈지를 알아보는 자리다.


그저, 대본만 툭툭 읽으면 끝나는 자리가 절대 아니었다.


그런데, 저기 저 강재호라는 새끼는 아까부터 계속 건성건성 교과서를 읽듯이 연기를 하니.


분명히 연기를 못하는 배우는 아니다.


부탁하면 그래도 나름 곧잘 하니까.


다만, 문제는 바로 부탁해야지만 똑바로 한다는 것이다.


후우.


조광수는 터져 나올 것 같은 화를 가라앉히며 다짐했다.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가면, 지금 있었던 일을 반드시 갚아주겠다고.


그렇게 조광수가 분을 삭이고 있을 때.


“강재호 선배님. 지금은 대본 리딩 시간입니다. 배우들의 호흡을 첫 번째로 맞춰보는 시간이며, 앞으로 있을 촬영을 어떤 방향으로 맞춰나갈 중요한 시간 말입니다.”


“드라마의 주연 배우로서 부디, 그 점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시원이 재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 시원의 말에 다들 동의라도 하는지, 작게 웅성이는 소리가 있었고.


재호도 눈치가 영 없지는 않은지, 사과를 해왔다.


“아, 죄송합니다. 집중하겠습니다. 제가 어제 늦게까지 스케쥴이 있었던 터라.”


그리고.


“기분 나쁘셨다면 유감입니다. 임시원 신인 배우.”


입은 웃고 있지만, 눈에는 분노로 가득 찬 눈빛으로 시원을 바라보았다.




* * *




두 시간 예정이었던 리딩은 네 시간이 지나서야 끝이 났다.


“모두 수고들 많으셨습니다!”


PD인 조광수가 끝을 알리자, 모두 인사를 나누고 있을 때.


강재호는 인사도 없이 회의실을 나갔다.


그리고는 잔뜩 화가난 표정으로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 모습이 보였다.


“어, 형. 끝났어. 아니, 것보다 대표님은 지금 어디에 계시지?”


그런 그의 모습에 인상을 찌푸리는 이는 여럿 있었다.


걔 중 시원은 애꿎이 적을 만드는 행동을 하는 그의 모습이 이해가 안 되는지 작게 고개를 저었고.


옆에 있던 희연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인사했다.


“고생하셨어요. 선배님.”

“...그래, 너도 고생했어. 근데.”


시원의 인사에 희연이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너, 뭐하니?”


그녀가 인상을 쓴 이유는, 시원이 자신의 옷에 묻은 작은 티끌의 먼지를 하나, 하나 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는 희연의 말에 스스로 한 행동에 놀라며, 고개를 숙였다.


“아···!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뭐, 그래. 배역에 집중하다 보면 매소드 연기를 할 때도 있지.”


희연은 별거 아니라는 듯, 신경을 껐다.


그때.


“어허, 선배 몸에 함부로 손을 대거나 하면 쓰나.”


중견 배우이자, ‘일 회차’에서 주인공인 김태경의 아버지 역할인 김성광이 다가와서는 장난치듯 시원을 꾸짖었다.


“안 그렇습니까? 누님.”


그는 뒤에 있던 이선영을 향해 물었다.


작중 그와 부부 사이인 이선영이 좋을 때다. 라는 표정을 지었다.


“너도 참 주책이다. 요즘 애들이 얼마나 개방적인데. 너 그러다가 꼰대 소리 듣는다?”

“아니, 누님. 꼰대라뇨. 이래 봬도 요즘 애들이 좋아하는 건 다 알고 있습니다.”


꼰대라는 말에 김성광이 질색하며 말했다.


“고생 많으셨어요. 선배님.”


그런 그들의 모습이 익숙한지, 희연은 가볍게 허릴 숙이곤 인사했고.


그녀를 따라서 시원도 인사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에 이선영과 김성광이 고갤 끄덕였다.


“그래, 너희들도 고생 많았다.”

“아, 그리고 임시원. 이라고 했던가?”


김성광이 시원을 바라보고 물었다.


“네. 신인 배우 임시원입니다. 선배님.”

“녀석, 내가 재선이한테 듣기로 물건이라고 하더니. 거짓말은 아닌 모양이야.”

“재선이가 그랬다고?”

“그렇습니다, 누님. 저번 토요일에 낚시하면서 말이 나왔는데.”

“아, 아. 그래. 응. 알았어.”


낚시 이야기만 나오면 1시간은 기본인 그였기에 이선영이 재빨리 잘랐다.


“아참, 그리고 희연아.”

“네, 선배님.”

“연기 많이 늘었더라. 고생 좀 했겠네.”

“...네?”

“연기 많이 늘었다고. 네가.”


희연은 이선영의 칭찬에 잠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알기로 이선영은 칭찬에 매우 인색한 배우였다.


“아, 네. 감사합니다.”

“그래, 이제는 정말로 배우라고 불러도 되겠다.”


선영의 말에 희연이 눈동자가 흔들렸다.


“얘는. 내가 전에 말했지? 연기는 생각으로 하는 게 아니라고.”


선영이 어떤 뜻으로 말하는지 이해한 희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선배님.”

“으하하! 누님이 드디어 인정하네. 희연아. 나는 진즉에 네가 배우라고 인정하고 있었다.”


김성광이 호탕하게 웃으며 희연의 어깨를 두드렸다.


“인제 보니, 이 두 사람이 우리 드라마를 이끌어 갈 대단한 분들 아니냐!”


그는 시원과 희연을 향해 말했고.


선영은 그런 그의 모습에 고개를 저었다.


“그럼, 우린 먼저 가마.”


선영이 성광의 옷을 이끌고는 두 사람에게 인사했고.


“안녕히 가세요. 선배님.”

“다음에 뵙겠습니다!”


그들은 두 대선배를 향해 정중히 인사했다.


한바탕 난리가 난 것만 같은 기분을 느낀 두 사람이 동시에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


그런 그들을 향해 또 다른 그림자가 다가왔다.


“저, 저기.”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두 사람이 몸을 돌렸다.


“아, 안녕하세요······.”


작게 기어 다니는 듯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정유미 역의 신혜림이었다.


그녀의 등장에 유희연의 표정은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리딩할 때, 그녀의 연기력은 나쁘지는 않았다.


아니, 좋았다.


확실히 감정도 살아있었고, 지금 보니 자신의 캐릭터와 알맞은 배역이라는 것도 알 것 같았다.


하지만.


희연이 표정이 썩 좋지 않은 것은.


그녀는 소위 끼워 팔기로 조주연급 배역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바로 자신 때문에.


같은 소속사에서 지내고 있다곤 하더라도, 그녀를 본 건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매니저 말로는 아이돌로 키우다가, 완전히 연기 쪽으로 돌아선 경우라고 했는데.


확실히 아이돌 연습생을 지내서인지, 적잖게 마스크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래. 무슨 일이니?”


희연은 매니저의 적당히 봐주라는 말이 생각이 났다.


“그, 저. 그러니까.”


신혜림이 희연의 눈치를 보며 옆에 있던 시원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희연이 눈가를 찌푸렸고.


그에, 그녀는 화들짝 놀라며 입을 열었다.


“저, 저는 가, 가연이 친구예요!”


뜬금없는 혜림의 말에 두 사람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다가, 시원이 문득 뭔가가 떠올랐는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가연이?”

“네, 네.”

“임가연 말하는 거 맞아요?”

“네! 마, 맞아요.”


그녀의 긍정에 시원이 순간 멍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내가 생각하는 그런 건가?”

“아마도, 선배님이 생각하는 그런 게 맞는 거 같은데요.”

“너 여동생 있었니?”

“네.”


희연의 질문에 시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앞에 있는 혜림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 그래. 혜림 씨.”

“그, 펴, 편하게 부르셔도 돼요.”

“아, 그래. 혜림아. 그러니까.”


하지만, 막상 입을 열어도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지금 시점으로는 집을 나온 지 4년째.


거의 5년이 다 되어가는 지점이다.


그동안 한 번도 집에 연락한 적이 없는데.


이제 와서 오빠 노릇이라니.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가당찮았다.


시원이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자.


그의 생각을 읽은 것일까.


“저, 가연이는 잘 지내고 있어요.”

“응? 아, 아. 그래, 말해줘서 고마워.”


혜림의 말에 약간은 멋쩍은 듯한 웃음을 지었다.


아무래도 진짜로 집에 한 번 가봐야 할 듯싶었다.




* * *




경기도 고양시.


북한산에 올라가는 길에 커다란 기와집 한 채가 있다.


그 기와집의 입구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었는데.


巫堂.


무당.


딱 그것뿐이었다.


다른 무당들처럼. 장군신이니, 조상신이니, 애기동자니, 하는 것들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무당집은 항상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그만큼 집 안에 있는 무당은 영험(靈驗)했기 때문이었다.


역대 대통령은 물론, 5선 국회의원, 유명한 의사와 판사, 스포츠 선수까지.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이들은 모두 이곳에 찾아와서 점을 봤다고 할 정도니.


두 번 말해 무어할까.


그렇게 매일 인산인해를 이루는 무당집의 앞은 오늘따라 한산했다.


마치,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마친 것처럼.


시원은 그런 집을 바라보고는 낮게 한숨을 쉬었다.


역시.


무당집의 주인은 자신이 오늘 올 줄 알고 있었던 듯싶다.


그는 대문으로 천천히 다가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끼이익.


익숙한 경첩 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다.


시원은 그런 대문을 너머 안쪽으로 한걸음, 한걸음 천천히 걸어 나갔다.


비록, 10년이 넘도록 보지 못한 광경이지만.


전과 비교했을 때,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넓은 마당. 그 가운데 있는 신목(神木).


담벼락과 함께 있는 작은 연못.


그리고.


큰 사당처럼 보이는 중앙방도.


“...할머니. 나 왔어.”


돌길로 이루어진 길을 따라 도착한 시원이 커다란 방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붉은색 벽지로 도배된 방이었고.


벽지에는 갖가지 그림들이 그려져 있었다.


거의 10년 만에 보는 벽지의 모습에 시원은 다시금 나오려는 한숨을 참았다.


그리고 그런 그의 시선은 입구에서 등을 돌린 채, 무릎을 꿇고 있는 할머니에게 향했다.


“할머니.”

“왔느냐.”


시원의 부름에, 할머니는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돌렸다.


10년.


10년 만에 만난 피붙이의 모습에 시원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예끼! 오랜만에 찾아왔으면 선물이라도 들고 왔어야지!”


빈손으로 온 자신에게 소릴 치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아하니,


변한 것이 하나도 없는 것 같았다.


“내가 설마 빈손으로 왔으려고?”


지금 시점으로는 4년이지만.


자신의 기억으로는 10년 만에 찾아온 집이기에 그에 걸맞은 선물을 준비했다.


그건 바로.


꽃 그림이 그려진 단화였다.


“이거. 할머니 거야.”


등 뒤에 몰래 숨겨온 단화를 할머니 앞에 꺼냈다.


그에 할머니는 손끝으로 조심스럽게 단화를 만졌다.


옛날에 할머니가 말했던 적이 있었다.


당시에 집이 가난해서, 어렸을 때부터 꽃 단화를 신고 싶었다고.


하지만, 젊은 날은 단화를 신을 돈이 없었고.


나이를 먹어서는 단화를 신을 날이 없었다고.


할머니는 주름진 눈시울을 붉히며, 그렇게 단화를 조심스럽게 다루었다.


“고맙구나.”


할머니의 인사에 시원은 쑥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숙였고.


“10년 만에 찾아와서는.... 좋은 선물을 주는구나.”

“뭐?”


이어진 할머니의 말에 고개를 번쩍 들 수밖에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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