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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막껍
작품등록일 :
2020.09.03 05:08
최근연재일 :
2020.10.17 19:22
연재수 :
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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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92
추천수 :
208
글자수 :
281,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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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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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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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2쪽

자강두천

DUMMY

"그만 좀 하시죠."


틈만 나면 진후에게 들러붙어 이것저것 물어보는 한단장은 멈출 줄 몰랐다.


이번에 고3이 된 자신의 큰 조카의 진로까지 물어보는 통에 진후의 짜증 섞인 한 소리를 듣고 나서야 질척거림이 멎었고 그제야 조용한 관람이 이뤄졌다.


이틀간 두 개의 구장을 왕복하면서 얻은 결과는 꽤나 짭짤했다.

문제는 올해 뽑을 고3 자원들이 수준이 예전만 못하다는 세간의 평을 입증이라도 하듯이 괜찮은 선수들이 전부 1,2 학년에 몰려 있다는 것이었다.


어차피 꼴찌가 거의 확정이 된 팔콘스 입장에서 내년 자원이 좋다는 것은 반가울 일이지만 당장 다가오는 드래프트에서 팀에 도움이 되는 자원을 뽑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진 진후 입장에선 썩 좋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대회 예선 3일 중 이틀간 고른 선수중 올해 뽑을만한 선수는 3명뿐이었다.

은빛을 가진 포수 한명과 두명의 옅은 은빛을 가진 투수였다. 이틀 차 관람을 끝내고 연희를 만나러 가기 전에 한단장에게 3명을 찍어주자 저런 선수도 있었냐는 반응과 함께 열심히 선수 자료를 뒤적여 본 한단장의 표정이 떨떠름 해졌다.


"수비가 좋은 편이긴 한데 고교통산 성적이 2할 4푼밖에 안되는 타자랑 하위라운드에서 지명이 유력한 투수 두명이 눈에 들어오신다는 거죠?"


한단장이 어리둥절해 하던 말던 산신과 함께가 찍어주는 3학년 선수들은 셋뿐이었다.


"제 눈에 들어 오는게 이 선수들밖에 없습니다."


진후의 말에 한단장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저희는 아무래도 내야수 특히 유격수 쪽 자원이 시급합니다."


투수 쪽보다 공격력이 최악인 팔콘스의 현 상황에서 내년에도 유격수를 외국인 선수로 채운다는 것은 아무래도 공격력에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컸다. 공격과 수비를 둘 다 잘하는 선수가 머나먼 한국까지 올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에 한국 프로야구 대부분의 팀은 외국인 타자에게 시원한 일발 장타를 기대하고 있었다.


홍원찬의 발굴 덕분에 아론 스미스와의 키스톤 콤비가 수비에서 제 역할을 해내고 있지만 공격으로 보면 리그 평균에 못 미치고 있었기에 아론의 자리를 공격력이 좋은 선수로 교체하고 장기적으로 유격수 자리를 지켜줄 선수를 뽑는 것이 바람직했다.


한단장은 유격수와 2루수를 동시 트레이드해 버린 사장의 만행이 생각나 원망의 눈빛을 던져 봤지만 사장은 그저 웃고만 있었다.


"조만간 굉장한 유망주가 나타날지 누가 압니까. 한단장님이 엄청 바빠지실지도 몰라요."


당장 내년도 내야 수비를 생각하면 위장병이 도지는데 속 편한 소리를 한다 생각한 한단장은 한숨과 함께 말했다.


"그런거로 바빠진다면 얼마든지 환영입니다."


진짜 바빠질 거라고 속으로 생각한 진후는 오늘 아침 보고 받은 내용을 떠올렸다.


경호팀에게 황덕만이 딴짓 못 하게 감시하라고 한 덕분에 덕만에 관한 보고가 업무 보고에 같이 올라온 것이었다. 두개의 영상이 포함된 덕만의 리포트는 정식으로 야구를 배운지 3일 만에 코치가 더는 가르칠 게 없다고 손을 털었다는 결론이 나 있었다.


한단장에게는 덕만의 존재를 우선 숨겨야 해서 한단장이 없을 때 영상을 확인한 진후는 환한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첫번째 토스 배팅 영상에선 흡사 메이저리거에 있는 몇몇 슬러거처럼 공을 쪼개 버릴 듯 타격을 하는 덕만이 있었고 두번째 영상은 덕만의 수비 영상이었다. 일부러 타구 속도를 높이기 위해 알루미늄 배트를 든 코치가 좌우로 미친 듯이 평고를 쳤고 큰 몸집이 무색하게 짐승처럼 공을 쫒아가 잡아내는 덕만의 운동 능력은 어마어마했다.


기술적으로 글러브를 핸들링하는 법이나 빠르게 공을 빼는 법 등 스킬에서 부족할 순 있어도 야생의 감각으로 공을 쫒는 모습은 현재 팔콘스의 선수 중 아론을 제외하곤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할 움직임이었다.


타격은 이제 실제 투수와 대결을 통해 성장해야 하고 수비는 몇 가지 스킬과 성장과 실내 야구장이 아닌 실제 그라운드에서 타구 판단 및수비 감각 강화가 필요하다는 리포트의 결말을 읽고 난 진후는 흡족하게 웃었다.


신이 빗은 육체라더니만 타이틀값을 하는 덕만은 이제 고교 주말 리그를 통해 세상에 나올 준비를 마쳤다. 중학교 때 가출을 해 1년의 시간을 날린 덕만이었기에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역 1차 지명 선수로 분류가 되지 않았고 2차 드래프트에서도 지난 파이터스와의 트레이드에서 선수 대신 신인 1차 지명권을 얻어온 덕분에 지명에는 걸림돌이 없었다.


이제 잡음 없이 덕만을 무사히 영입하는 것이 남았고 그 시나리오의 주연은 옆에서 불만족스러운 얼굴로 그라운드를 내려다보고 있는 한단장이 될 것이었다.


"그럼 고생하세요. 단장님 전 이만."


여러 의미가 담긴 고생하란 말을 건네고 진후는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이젠 사는 곳까진 오픈한 연희였기에 기쁜 마음으로 그녀가 사는 오피스텔까지 운전해서 데리러 간 진후는 먼저 길거리에 나와 있는 연희를 발견했다.


매일 색만 바꿔 입던 후드티 브랜드가 바뀌어 있어 신기해하던 참에 어디선가 본듯한 낯익은 제품이었는데 차에 타는 연희의 등판에 크게 적혀 있는 D 라는 글자를 보고 보스킹 굿즈라는 것을 깨달았다.


주중에 서로 메신져로 얘기 나누면서 보스킹에 빠져있는 줄은 알고 있었지만 어제부터 팔기 시작한 후드티까지 사 입은 모습을 보니 생각보다 중증 인듯했다.


"더운데 왜 나와 있어. 전화하면 나오지."


"운전하는 사람이 힘들지 뭐."


자신을 배려해주는 연희의 마음씨에 기분이 좋아진 진후 부드럽게 운전을 시작하며 말했다.


"굿즈까지 샀어? 사무실에 많이 있던데 좀 보내 줄까?"


보스킹을 제작한다는 소리에 야구는 못 하지만 굿즈 뽑아내는 건 프로야구판 1등인 팔콘스 홍보팀이 기민하게 움직였다. 팔콘스 유니폼 계약 업체를 능숙하게 압박해서 홍보 계약을 갱신하고 지원자들에 나눠줄 유니폼과 각종 용품을 뽑아내기 시작한 것이었다.

어차피 관중도 받지 못해 팔리지도 않는 팔콘스 굿즈보다 보스킹으로 한 철 장사하겠다는 홍보팀의 의지는 생각보다 강했고 또 유능했다.


방송에도 주구장창 나올 아이템들이 이쁘게 뽑혀 심피디의 마음에 쏙 들었고 프로그램이 물이 오르면 판매하기로 했던 계획을 앞당길 만큼 시청률도 잘 나왔기에 바로 굿즈 판매를 했던 것이었다.


"괜찮아. 내가 돈이 없나."


움직이는 중소기업다운 쿨한 말에 진후는 수긍했다.


"넌 누구 응원하는데?"


"당연히 홍식 오빠지."


모두에게 오빠 소릴 하는 것이 연희의 말버릇인 건 알고 있지만 홍식이에게 오빠 소리가 붙자 살짝 심기가 불편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우리 처음 만난 날 술에 취해 꽐라된 인연이 있는데 응원해야지."


"기억을 하는구나?"


"그 정도로 순수하고 착한 사람 몇 없거든 오빠가 인복이 있어."


움직이는 인격 탐지기나 다름없는 연희가 좋은 평가를 한 홍식이는 자신이 보기에도 참 괜찮은 녀석이었지만 이어진 인복이 있단 말 때문에 진후는 한숨을 쉬었다.


"그렇지도 않은거 같다."


그동안 자신이 발견했던 이상한 사람들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한 진후는 코니와의 남 탓 대전까지 얘기했다.


"다 내 인복이라는데 환장하겠다. 아주."


"하여간 자기밖에 몰라요. 그것들. 아무튼 나 정도 되는 사람 이랑 엮인 것만 봐도 오빠 인복이 증명되는 게 아닐까?"


명쾌한 정리를 하면 자신의 편을 들어주는 연희 덕분에 진후는 절로 어깨에 힘이 들어가면서 뿌듯함이 차올랐다. 입이 귀에 걸린 진후를 웃으며 바라본 연희는 조곤조곤 말했다.


"이따 보스킹 본방 보게 오늘은 좀 천천히 먹자. 오빤 술이 좀 약한 게 흠이야."


양주 5병 먹는 서진후씨는 술이 약한 남자 타이틀을 획득했다.



보스킹 2화에서부터는 선수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과 야구장인들의 쪽집게 과외 덕분에 비선출 파트의 사람들이 약진이 시작됐다. 선출이라고 기세등등하게 등장들 했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프로의 부름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었고 대다수의 선출 지원자들은 이런저런 코칭을 미리 받고 최대한 구속을 끌어올려 보스킹에 지원을 했었다.


아무래도 성장의 기대치 면에서 비선출들이 괜찮았고 오디션이란 것은 결국 성장 드라마를 지향해야 하기에 심피디의 입장에서도 비선출 파트 지원자들의 성장이 매우 기꺼웠다.


그래도 원수현은 A 클래스 담당 채동현의 손길 아래 눈부신 성장 모습을 보였다. 방송 내내 원수현에게 함박웃음을 지으며 우리 수현이라고 부르는 채동현의 모습에 원수현은 양아들 케릭터가 생기면서 지원자들의 부러움 섞인 별명 채동현을 획득했다.


실력이 부쩍 늘어난 선수들의 성장스토리로 시청자들을 집중시킨 방송의 초반부가 지나가고 1차 순위 발표를 하기 위한 멘토들의 선수평가가 이어졌다.


멘토들은 그야말로 자존심 덩어리였다. 팀의 수장까지 지냈고 다들 유니폼에 태극기 한 번씩은 올려본 내놓으라 하는 선수출신들이었기에 프로그램 초반에는 다들 선을 지키고 있었지만 이광훈이 선 없는 케릭터로 인기를 끌자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멘토들끼리는 은연중에 견제 할 수밖에 없는 관계였고 4명 중에 한명이 확 치고 나가면서 화제성을 흡수하자 존재감에서 밀릴 수 없다 판단한 멘토들은 슬슬 발언의 수위를 높였다.


원수현을 시작으로 유망주들을 평가할 때는 화기애애했지만 중위권을 평가할 때부터 슬슬 불이 붙기 시작하더니 하위권 선수들을 평가 할 땐 서로 목에 핏줄을 세웠다.


"아니. 얘 괜찮다니까요."


서로에게 반대를 외치는 활발한 아니시에팅이 시작되면서 멘토 중 막내인 전성욱도 자리에서 일어나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성욱아. 아무리 사이드암이라고 하지만 얘는 공이 너무 밎밎해."


"그래 장점이 별로 안 보이는데."


자신이 담당하는 선수에 대해 악평이 이어지자 차분한 성격의 전성욱도 뻘게진 얼굴로 화를 삭히며 자리에 앉았다. 다른 선수 평가 할때 두고 보자는 눈빛으로 기회만 엿보는 전성욱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저 사람한테 저런 면이 다 있었나 놀라고 있었다.


이윽고 윤홍식 평가가 다가왔다.


"어깨는 좋은데 운동능력이 떨어져요. 간단한 폼 수정도 안 되고 있는데요."


"투수도 결국 민첩해야 하는데 민첩성이 매우 떨어집니다."


"볼 것도 없습니다."


냉정한 멘토들의 평가가 이어지고 분노한 전성욱의 악담 분풀이까지 이어졌다.


이광훈도 다른 이들의 평가에 대체로 동감했지만 자신이 맞고 있는 선수이기도 했고 순박하고 서글서글한 홍식에게 왠지 모르게 정이 갔기 때문에 반박할 말을 찾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전 괜찮은데요. 발전이 느려서 그렇지 가지고 있는 재능은 큰 선수입니다."


"이감독님 그건 아닌 거 같습니다. 우린 2달 밖에 없고 기다려 줄 수가 없습니다. 우린 우리 수현이 같은 애들을 골라야 한다니까요."


은근슬쩍 자신의 양아들을 자랑하는 채동현의 모습에 이광훈은 화가 울컥 치밀었다.

자기가 발굴한 것도 아니고 짬 순으로 A클래스를 맡은 것 뿐인데 벌써 부터 싸고돌면서 비교질을 하니 영 마음에 들지가 않았다.


"홍식이 됍니다. 저 그지 같은 폼으로 138을 던진 선수입니다."


"안 될텐데요..."


여유 만만한 표정으로 살짝 빈정거리는 채동현의 모습에 이광훈이 크게 내질렀다.


"이 양반이 내가 되게 한다니까!"


홍식으로 인해 자존심 강한 두 멘토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작가의말

조금 늦엇습니다.  


팀 고액연봉자가 불쇼를 화려하게 하느라 


속이터져서 그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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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착한 해드샷 20.09.21 186 4 12쪽
27 야구 같은 걸 왜 해요? 20.09.19 207 6 12쪽
26 은퇴하시죠 20.09.18 186 6 13쪽
25 요행수 20.09.17 197 6 16쪽
24 닭집아저씨 +2 20.09.16 201 5 15쪽
23 쓰윽 +2 20.09.15 201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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