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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막껍
작품등록일 :
2020.09.03 05:08
최근연재일 :
2020.10.17 19:22
연재수 :
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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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1,7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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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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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삼부완성

DUMMY

월요일 학교를 마친 황덕만은 숙소로 향했다.


운동부란 이유로 오전 수업 시간엔 엎드려 자고 야구부 훈련시간에도 그늘진 곳에서 누워 자서 하루 종일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았지만 후덥지근한 여름 날씨에 하교하자 바로 땀 쏟아져 내렸다. 오토바이라도 시원하게 타면 좋으련만 조직에 들어가니 타고 다니던 오토바이를 강제로 빼앗겨 버렸다.


대전에 막 올라와 뒷골목을 전전하면서 먹을 것 못 먹고 입을 것 안 입고 한푼두푼 갈취해 겨우 중고로 샀던 자신의 애마 빨간색 구형 하야부사였지만 식구들을 끔찍이 챙기는 두목 김만식이 위험하단 이유로 오토바이 대신 타라고 전동 킥보드를 던져 줬기 때문이었다.


'아니 위험할 거면 조폭을 하면 안 되는거 아냐?"


창고에 박혀있는 자신의 애마를 생각하면서 한숨을 크게 쉰 덕만은 킥보드에 걸려있는 헬멧을 잡았다. 헬멧 없이 타다가 만식에게 걸려 뒤지게 욕먹었던 적이 있었기에 폼은 안 나지만 투덜거리면서 착용했다.


자신의 애마와 비교 했을 때 하품만 나오는 속도의 킥보드지만 내리막을 질주하니 그럭저럭 기분이 좋아졌다. 작은 바퀴에 조작은 쇠 막대기 하나, 조악한 브래이크에 안전장비가 전혀 없는 것이 덕만의 심장을 뛰게 했다.


기대하던 조직생활은 평온하기 그지없었고 허드렛일이나 하는 막내 생활 중에 그나마 신나는 순간은 지금 뿐이었다. 스릴이 고픈 우리 안에 들어온 짐승은 운전자들의 쌍욕을 유발하는 킥라니 주행으로 자신의 답답한 마음을 풀어냈다.


숙소에 금방 도착한 덕만은 간단한 샤워를 하고 유니폼이나 다름없는 정장을 걸치고 출근했다. 꿈돌이파의 핵심본부이자 매인 영업장인 국빈관의 후문으로 들어간 덕만은 이내 오늘이 한달에 한번 있는 총회 날이라는 것을 기억해 냈다.


한달에 한번씩 식구끼리 얼굴 맞대고 밥이나 먹자는 만식의 말 때문에 있는 날이었고 전 조직원이 모였기에 막내들이 개고생하는 날이었다.


"아오 허리아파."


쉴 새 없이 90도로 인사하고 수발든다고 정신없이 움직이다 겨우 시간이나 옥상에 올라와 담배에 불을 붙였다. 막내라고 자신의 앞에서 꼴값을 떠는 것들을 성격 같아선 전부 때려눕히고 싶었지만 우선은 꾹 참았다.


"역시 조직에 들어오는 것보다 싸워서 먹어버리는 건데."


김만식을 중심으로 단단히 뭉쳐있는 꿈돌이파 조직력에 정면 대결은 쉽지 않겠다는 생각에 너무 쉽게 꼬리를 말고 들어온 게 아닐까 슬그머니 후회가 들었다.


급하게 담배를 빨아 니코틴을 빠르게 충전한 덕만은 연달아 한 대 더 태웠다. 맞다이로 붙으면 전부 골로 보낼 수 있는 것들을 형님 취급해준다고 생긴 스트레스가 조금은 가시면서 근래 덕만의 머릿속에 가장 크게 자리 잡고 있던 지난 만남를 떠올렸다.



그냥 서울로 올라가야 했는데 괜히 대전에 남아서 좁은 바닥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게 아닐까 심란한 마음에 술을 퍼먹고 학교에 가니 난데없이 야구부 원정이 잡혔다고 해서 부랴부랴 버스에 탔고 뒷자리에서 그대로 잠이 들어 버렸다.


경기를 위해 선수들이 빠져나가자 웃통까지 벗고 본격적으로 잠에 빠질 무렵 자신을 찾아온 남자. 거대 조직에서 자신을 찾아온게 아닐까 잠시 착각하게 만들었던 남자는 자기 이름 석자만 돌아섰고 무시해 버리기엔 부티 넘치는 차림새에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이름이었기에 남자가 버스를 나가자 곧바로 검색한 덕만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서진후 팔콘스 사장 비상그룹의 외아들. 자신과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이 자신을 찾았던 것이다.


'나한테 야구를 기대한 건 아닌 거 같고.'


덕만은 명목상 야구부였지 글러브 한번 끼워본 적 없었고 방망이는 다른 용도로 휘둘러 본 기억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덕만의 특기인 주먹질을 바라고 온 것도 말이 되지 않았다. 체계적으로 훈련을 받은 경호원이 즐비할 텐데 자신 같은 길거리 싸움꾼을 찾아올 이유도 없는 사람이었고 조폭이 필요하면 김만식이 버선발로 뛰어나갔을 것이었다.


왜 재벌집 아들이 자신을 찾았는지 풀리지 않는 의문 속에 생각만 깊어지던 덕만의 상념은 밑에 층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오면서 깨졌다. 우당탕탕 하는 소리와 다급한 숨소리, 빠르게 계단을 오르는 무리가 느껴졌고 이내 비상구의 문이 벌컥 열리면서 꿈돌이파 조직원들이 튀어나왔다.


"덕만아 좃 됐다. 경찰이다."


조직원이 된 지 한달도 되지 않아 그 어떤 범죄 협의도 없는 덕만이지만 19살짜리의 미숙한 사고력은 상황 파악보단 분위기에 휩쓸려 같이 패닉에 빠져버렸다.


옆 건물로 뛰어 볼까 빠르게 주변을 돌아봤지만 적당한 곳이 없었고 얼마 되지 않아 형사들이 옥상으로 들이닥치자 공권력에 고분고분한 반도의 조폭답게 얌전히 수갑을 찰 수밖에 없었다.


덕만은 도저히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보도진이 깔린 경찰서 앞에서 플래쉬 샤워를 받고 유치장에 들어와 벽에 기대앉았지만 사고가 정지된 머리 속은 움직이지 않았고 다른 조직원들도 무슨 일인지 짐작이 가지 않는지 멍하게 앉아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갑자기 밖이 소란스러워졌다.


30분 전만 해도 조직원들의 머리통을 쳐대면서 쌍욕을 하던 형사들이 밝게 웃으며 한 남자를 수행하며 유치장으로 들어왔다. 피곤해 보이는 인상에 구겨진 셔츠의 남자는 주변을 쓱 둘러보고 말했다.


"여기 황덕만 누구야."


형사들이 굽신거리는 양복을 입은 젊은 남자 누가 봐도 검사일 것이고 검사가 자신을 왜 찾는지는 모르겠지만 순순히 대답을 하는 게 이득일 거 같아 덕만은 어정쩡하게 손을 들었다.


손을 든 덕만을 발견하고 고개를 살짝 젖힌 남자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니가 황덕만이구나."


많은 것을 담은 말이었다. 이 사건을 지휘한 것으로 보이는 검사가 굳이 유치장까지 내려와서 덕만을 찾는다는건 이 사건의 원인이 덕만에게 있거나 혹은 사건의 열쇠라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잠시 덕만을 관찰한 남자는 형사들에게 고생했다는 치하를 하고 유치장을 빠져나갔다.


형사들이 빠져나가자마자 유치장 안의 조직원들의 시선은 모두 덕만에게 꽂혔다.


"야 황덕만 너 이새끼 무슨 사고를 친 거야."


무리 중 중견급 조직원의 말을 시작으로 그들만의 취조가 시작됐다. cctv 티비의 사각지대로 덕만을 끌고 가 티가 나지 않는 부위만 골라 패면서 말하라고 해봤자 덕만도 아는 것이 없었기에 닦달한다고 나올것도 없었다.


적당히 눈감아 주던 경찰관이 그만하라는 헛기침을 보내고 나서야 취조는 끝이 났고 잠깐 사이에 꽤나 맞은 덕만은 그대로 바닥에 널부러 졌다. 다구리에는 장사 없는 법이었고 아직 자신의 신분이 말단 조직원이었기에 순순히 맞긴 했지만 덕만은 너무 억울했다.

난생 처음 보는 검사가 자신을 지목했단 이유로 앞뒤 가리지 않고 배신자 다루듯이 린치를 가한 인간들의 대갈통을 지금이라도 쪼개고 싶지만 장소가 장소다 보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억울함과 분노로 인해 떨리는 몸이 잦아들 때쯤 덕만은 한가지 생각이 번뜩 들었다. 버스에서 자다 일어나면서 서진후에게 쌍욕 했던 것이 생각난 덕만은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꼈다.


'아니 설마 욕 한번 했다고 공권력을 이용한 건 아니겠지?'


자신도 막 나간다고 하면 꽤나 막 나가는 편이지만 일반인의 상식으로 판단하는 것이 불가능한 족속이 재벌이었다. 지난번 창천동 폭력 사건도 상대방이 욕했다는 이유로 벌어진 일이었다는 것을 기억해낸 덕만은 자신에게 오늘 일어난 일의 원인이 지난번 버스에서의 만남이 때문이라는 합리적 의심을 가지게 되었다.


맞은 통증이 싹 가시고 말로 설명 못 할 억울함과 이까짓 일로 공권력을 휘두를 수 있다는 사실에 공포감이 밀려온 덕만의 몸은 더욱더 떨려왔다.


억울하고 분해도 수마는 이길 수 없는법이었고 누운 채로 깜빡 잠이든 덕만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눈을 떴다.


"황덕만. 나와. 아직 고삐리라며 검사님이 급식이나 더 먹으란다."


부스스 일어나 조직원들의 도끼눈을 뒤로하고 유치장을 나서자 새벽 5시였다.


어스름하게 밝아오는 새벽 비척거리며 경찰서 문을 지나는 순간 덕만의 앞에 검은 세단 한 대가 섰다. 조수석의 창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타라는 손짓을 했다. 자신을 픽업하기에는 과하게 좋은 차였기에 자신의 짐작대로 서진후가 벌인 일이라 생각한 덕만은 모든 것을 포기한 체 차량에 탑승했다.


한산한 새벽 도심을 빠져나온 차는 금방 국도로 빠졌고 목적지는 진후가 기다리고 있는 옥천의 별장이었다. 차창 밖으로 인가의 수가 점점 적어지고 야산이 많이 보이면서 덕만의 표정은 새하얗게 변해갔고 국도를 벗어나 산길로 접어들자 덕만의 상태는 급속하게 나빠졌다.


'욕 한번 했다고 이건 너무 하자나.'


자신이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상상 속에 빠진 덕만은 계속 올라오는 헛구역질을 참으며 차가 멈추길 기다렸다. 이윽고 별장에 도착한 차가 멈추자 덕만은 쏜살같이 차에서 내려 정원 구석으로 튀어가 속에 있는 것을 게우기 시작했다.


조수석의 남자는 계속 구역질을 하는 덕만을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마중 나온 부하직원에게 물었다.


"애가 담이 약하네. 사장님은 아직 안 일어나셨지?"


"아니요. 곧 준비하시고 나오실 겁니다."


"지난번에 고라니 죽은 거는 어떻게 했냐?"


"어떡하긴요. 파묻었죠."


들려오는 스산한 대화에 살려면 튀어야겠다고 생각한 덕만은 주변을 열심히 살폈다.

경호 인력으로 보이는 사람은 3명이었지만 자신에게 신경을 덜 쓰고 있었기에 담장이 높은 입구 쪽이 아닌 별장의 뒤편 저수지 쪽으로 달리면 충분히 도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속을 진정시키고 맘의 준비를 끝낸 덕만이 총알처럼 튀어 나가려던 순간 덕만의 몸을 잡아끄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야 황덕만 오래간만이다."


진후의 목소리에 도주할 마음이 사라지고 사시나무 떨듯이 몸이 떨려오는 덕만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 버렸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려왔지만 무서워서 고개를 들어 쳐다볼 수도 없었다. 눈앞에 슬리퍼와 잠옷 자락이 보이자 덕만은 울며 애원하기 시작했다.


"사장님 한번만 살려주세요. 제발 살려주세요."


자신의 잠옷 자락을 꼭 잡고 펑펑 눈물을 흘리는 덕만의 모습에 진후는 당혹스러워졌다.


'아니 그냥 데려오라고 한 건데 왜 이렇게 된 거야.'


무슨 일 있었냐며 직원들에게 시선을 던지자 자신들도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이 돌아왔다. 그 순간 폰에서 알람이 울렸다. 코니놈이었다.


- 황덕만(귀인)이 생명의 위협을 느껴 굴종 상태에 빠집니다.


'김실장 이건 좀 과하잖아.'


황덕만의 인성을 운운하면서 과하게 힘을 써야 한다던 김실장에게 마음대로 진행해보라고 지시하긴 했지만 효과가 너무 뛰어났다. 어디서부터 착각을 한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굴종 상태에 빠졌다는 것을 확인한 이상 덕만은 이제 포획 완료된 포켓몬이었다.

원래는 좋은 말로 다독여서 야구를 시키려고 했지만 상황이 바뀌었으니 이용해 먹는 것이 인지상정.


진후는 빈정거리며 말했다.


"어른한테 초면에 욕을 하고 그러면 쓰나."


"잘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여기가 공기가 참 좋아. 주변에 사람들이 없어서 더 좋아. 참 조용해."


"끄윽...끅끄..."


눈치껏 의자를 가져온 부하직원에게 장난스런 웃음을 건넨 진후는 아직까지 바짓단을 잡고 있는 덕만의 손을 거칠게 뿌리 치고 앉았다.


"죄송할 짓을 안 하면 되잖냐. 안 그래?"


대답없이 울고만 있는 덕만의 등을 바라보고 있는 표정은 더 없이 장난스러웠다.


"고삐리 가지고 노는 것도 재미없다. 살려는 드릴게. 대신."


조건부 희망을 뜻하는 명사의 등장에 번쯕 정신이든 덕만은 고개를 들어 진후를 바라봤다.


"운동 좀 한다지 내 밑에서 몸으로 때워라."


눈물을 줄줄 흘리며 고개를 든 덕만은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감사합니다. 아버지처럼 모시겠습니다."


'아니 그건 좀.'


어차피 통수 칠 녀석이 아버지로 모신다니 속으로 기겁한 진후였지만 달리 할 말이 없어 그냥 넘어갔고


그렇게 덕만의 세번째 아버지가 탄생했다.


작가의말

꼴찌는 놓칠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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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점검 20.10.09 129 3 13쪽
42 포에버 20.10.08 122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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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사람이 문제다 20.10.06 136 4 11쪽
39 지져서? 20.10.05 146 6 12쪽
38 내비게이터? 20.10.03 139 4 12쪽
» 삼부완성 +1 20.10.02 144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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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사람이 변하나요 +1 20.09.29 153 5 12쪽
34 야구가 하고 싶어? 20.09.28 159 3 14쪽
33 생존왕의 상태도 이상하다 20.09.26 162 5 13쪽
32 삼부지자 +2 20.09.25 187 5 15쪽
31 귀인님의 상태가 이상하다. +2 20.09.24 179 5 13쪽
30 무산 20.09.23 178 4 12쪽
29 자진 사퇴 +2 20.09.22 191 6 12쪽
28 착한 해드샷 20.09.21 186 4 12쪽
27 야구 같은 걸 왜 해요? 20.09.19 207 6 12쪽
26 은퇴하시죠 20.09.18 186 6 13쪽
25 요행수 20.09.17 197 6 16쪽
24 닭집아저씨 +2 20.09.16 201 5 15쪽
23 쓰윽 +2 20.09.15 201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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