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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님의 서재입니다.

선인들에게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봉미
작품등록일 :
2023.12.19 07:48
최근연재일 :
2024.02.10 17:10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1,637
추천수 :
22
글자수 :
106,843

작성
24.01.30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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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3화 대결

DUMMY


“......낙명이 아니군. 본존인가?”


“크카카카카카카카카캇캇캇.”


낙명이, 아니 좀 전까지 낙명이 들어있던 육체가 웃음을 터트렸다.


“본존.....본존이라.....인간이란 역시 참으로 어리석어.”


“무슨 소리지?”


“실체도 없는 허상에 호칭을 붙이고 섬기질 않나, 어디까지나 거래상대에 불과한 이에게 신의 이름붙이고 모든 것을 내맡기질 않나.”


“......그런 인간에게 받아쳐먹는 네놈은 뭐가 그렇게 잘났다고?”


“하하....역시 벌레다운 발상이구나. 생각해 보거라. 인간들도 선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짐승들을 잡아먹지. 그거랑 다를 바가 없는 일이다. 너희들은 짐승보다 강하기에 그들의 생사여탈을 지배하는 것이고, 나 또한 타고나기를 선계인이니 마땅히 너희들의 생사여탈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지.”


“그러냐. 그럼 그 강자의 권리라는 것으로 네놈을 찢어 죽여주마.”


“카카카카캇.”


“벌레주제에 가상하구나. 원래대로라면 이렇게 말을 붙이는 것도 허락지 않을 일이거늘. 확실하게 말해두마 네놈이라는 그릇의 겉모습 따윈 아무런 볼일도 없다. 그저 네놈이 품고 있는 그것에 볼일이 있을 뿐이라 이렇게 대화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 것뿐이다. 그러니....어서 모습을 드러내 거라. 원숭이.”


“.....원숭이가 뭔지는 모르겠고 네놈이 늘어놓는 말 따위도 잘 모르겠다만.....계속해서 그 따위 이야기를 들어줄 마음 따윈 없다!!”


위지혁이 곧장 보법을 밟으며 돌진했다.


“쯧.”


본존이 혀를 한 번 차고는 멀찍이 물러났다. 그 신묘한 빠르기는 마치 공간을 압축해 이동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분명 상대의 얼굴을 향해 뻗었던 위지혁의 주먹은 공중에 멈춰 있는 채였다. 서로간의 시간축이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


“어쩔 수 없구나. 거추장스러워도 우선은 너라는 겉껍질을 떼어내는 것부터 할 수밖에.”


“.....할 수 있다면 해보시지.”


‘지지 않는다.’


그것이 위지혁의 결심이었다. 상대가 아무리 강해도, 아무리 강대해도 결코 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마음에서부터 지면 그 무엇도 이길 수 없다 라는 것이 그의 마음이자 각오였다.


“와랏!!”


위지혁이 기세 좋게 외쳤다.


본존이 낙명의 육체를 다루기 시작하자 그 차이는 이루 말로 할 수가 없었다. 분명 같은 육체임에도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위지혁이 새로이 만들어가고 있는 무공으로 아무리 건드리려고 해도 상대의 털끝 하나 건드릴 수 없었다. 마치 추오와 싸우던 그 느낌이었다. 아니 그 이상의 차이를 느끼는 위지혁이었다.


“하아.....”


수없이 휘두른 검과 주먹에 입에서 단내가 섞여 나왔다. 추오와는 다르게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어떻게 된 놈이지....’


딱히 자만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힘을 지닌 이후엔 그 무엇도 꺾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고 한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마치 허공을 때리는 듯한 느낌, 거기다가 상대는 무엇을 살피는지 몇 번 공격 외엔 공격해오지 않았다.


“뭘 그렇게 살피고 있지?”


초조함에 말을 던졌다.


“굉장히 요상한 상태구나. 죽지도 살지도 않은 것 같기도 하고....인간의 혼과 요괴의 백이라....”


위지혁으로선 영문을 알 수 없는 말이었다. 사실 안다고 해도 달라질 것은 없었다. 그저 우직하게 공격해서 상대방을 쓰러트린다. 그것만이 위지혁이 할 일이었다.


‘....저번과는 달리 운신하기가 어려운 곳은 아니야..’


위지혁은 마지막 방도로 남겨두고 있었던 방법을 사용하고자 마음먹었다. 이유는 모르지만 털을 사용하면 자신의 분신들이 나타나는 기이한 현상.


마음을 다진 위지혁을 머리털을 뽑아 후욱 하고 불었다.


파바바바밧.


수 백, 수 천의 그림자가 마을의 한 구석을 메웠다.


“크카카카카카카카캇. 오랜만에 보는 분신술이구나. 네놈의 장기였지. 발모변후(拔毛變猴)라고 해야 하나?”


본존은 수 천의 그림자가 달려듦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있었다.


“허나....”


본존이 손을 들어올렸다.


“어설퍼!”


말과 동시에 손이 휘둘러졌다. 그의 손에서 뻗어 나온 장영(掌影)이 바닥에 큰 충격을 가하며 천지를 뒤흔들었다.


그와 동시에 위지혁의 분신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카캇. 그저 어설프게 담긴 영기 탓에 전혀 분신이라고 부를 수 없는 수준이구나. 이제 그만 끝내자.”


쿠웅!!


장영이 다시 한 번 날아들었다. 장영은 위에서 아래쪽으로 사선을 그리며 내리꽂혔다.


“커억.”


“굉장히 절묘하게 균형을 유지하고 있기는 한다만, 결국 인간의 혼과 요괴의 백의 균형이라면 죽음에 가까워지는 것으로 그 균형이 깨지는 것은 쉬운 일이지. 자 어디까지 버티나 볼까?”


쿵. 쿠웅!


한발 한발 육중한 충격이 위지혁의 몸을 꿰뚫었다.


“크으.....이딴 걸로 날 어쩔 수 없다!!”


“아니. 네놈 하나의 의식을 날려버리는 건 쉽게 할 수 있지.”


“웃기지....마라...”


계속해서 날아드는 충격에 위지혁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아무리 대요괴의 힘을 얻었다고는 하나, 그것을 다루는 놈이 인간이어서야 아무런 쓸모가 없지. 그래. 그렇게 버러지처럼 발버둥 치다 정신을 놓아버리는거다.”


‘버러지....버러지라고?’


그 말이 위지혁의 귓가에 계속해서 울렸다.


꾸구구국.


위지혁이 천천히 일어나고 있었다. 상대의 장영의 위력은 줄지 않았다.


“호? 일어난다고? 쯧쯧. 인간에게 그 정도의 정신력이 있을 리가 없지. 무리하면 그대로 미쳐버릴 수도 있는 것을.”


꾸우욱.


위지혁의 무릎이 마침내 완전히 펼쳐졌다.


탁.


천근같은 발이 앞으로 간신히 나아갔다.


“이거야 원. 불에 뛰어드는 나방이라는 말이 너희 인간들에게 있었던가? 완전히 그 짝이구나.”


터억.


본존은 말하면서도 계속해서 공격을 펼치고 있었다. 그럼에도 위지혁은 멈추지 않았다. 그의 눈은 핏빛으로 물든 안광이 불길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건방진.’


본존은 꿋꿋이 버티며 다가오는 것이 기분이 나빴다. 인간주제에 기절해서 나자빠지지도 않고 대항하려는 듯이 다가오다니.


엷게 붉은 색으로 빛나기 시작한 동공와 안광이 더 없이 불쾌했다. 물끄러미 위지혁의 눈을 바라보고 있자 손오공이 떠올라 더욱 그러했다.


‘무슨 생각을. 저놈은 그냥 인간이야 인간.’


하지만 본존은 다시 홀리듯이 위지혁의 눈을 보자 마치 빨려드는 것 같았다.


화아아악.


마치 눈에서 불길이 타오르는 듯 했다.


콰직!


본존이 잠시 넋을 잃은 사이 위지혁이 강하게 진각을 밟으며 나아갔다. 그리고 번개처럼 섬광이 번쩍였다.


본존이 검을 피해 간신히 물러났다. 얼핏 보면 검이 닿지 않은 것처럼 보이나, 본존의 뺨에서 한줄기 피가 흐르고 있었다.


피하는게 늦어졌던 것은 위지혁이 빨랐거나 본존의 방심 탓일까? 그도 아니면 본존이....공포심에 발이 마비되었던 탓일까.


‘그럴 리가 없어. 저놈은 인간이야!!’


본존은 강하게 자신을 타일렀다. 자신이 이러는 것은 그저 손오공의 잔재를 녀석에게서 보고 있는 것뿐이라고 납득시켰다.


설마하니 자신이 인간의 눈빛에 공포를 느꼈을 리가 없다.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럴 리가 없어!!”


본존이 발작하려던 찰나, 수개의 화살이 그의 얼굴에 날아 들어왔다.


촥!! 촥착! 착!


“감히......이 버러지 같은 것들이.”


장이족들의 화살이었다. 위지혁과 떨어져 마을을 살피던 그들이 이상함을 느끼고 싸움이 행해지는 곳까지 찾아온 것이다.


전황을 보자마자 위지혁을 돕기 위해 화살을 날렸지만 선도에 몸을 담은 그가 그런 단순한 공격에 당할 리는 없었다. 화살은 본존의 팔에 의해 튕겨져 바닥을 뒹굴고 있는 채였다.


“뭐해. 집중해.”


시선이 돌아간 본존을 향해 토해진 위지혁의 말.


뿌드드득.


위지혁의 도발에 본존의 턱과 이빨이 소리를 질렀다.


“좋다. 네놈이 그 알량한 힘으로 저 버러지들도 지킬 수 있나 한번 보자.”


“뭐?”


위지혁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네놈의 상대는 나잖아!”


“캇캇. 이놈이든 저놈이든 선후의 차이만 있을 뿐. 죽는 것 매한가지다.


“이 빌어먹을 놈이...”


‘하핫. 당첨이군.’


위지혁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을 본 본존은 쾌재를 불렀다. 그래 놈은 단순한 인간이다. 손오공의 백을 가지고 있을 뿐인. 아무리 그래도 본바탕이 인간인 이상 저런 표정을 짓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저 장이족들이 눈앞에서 죽어나가면 저 녀석의 얼굴이 어떻게 일그러질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상쾌했다.


지금 그에게 있어 보패의 재료인 장이족보다도 중요한 것은 위지혁의 생사와 그를 정신적으로 꺾는 것이었다.


“잘 지켜보고 있어라. 버러지.”


“거기 서지 못해!!!”


만류에 아랑곳없이 본존이 이곳저곳을 누볐다. 마치 축지법이라도 쓰는 것처럼 착각 할 정도의 속도였다.


위지혁의 필사적인 분투에도 불구하고 당연히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본존은 그 특유의 속도로 장이족들을 헤집었다.


그의 손과 발이 움직일 때마다 얼마 남지 않은 장이족들의 손과 발이 부러지고 죽어나갔다.


위지혁과 장이족 아무리 잡으려고 한들 너무나 빨라 옷자락하나 건드릴 수 없었다.


터억.


“컥.”


수많은 장이족들이 바닥을 나뒹굴고 마침내 명옥상의 목 또한 본존의 손아귀에 잡혔다.


“으...은공.”


무언가 할 말이 있는 것처럼 그녀가 위지혁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허나 그 말조차도 본존의 손이 막았다.


본존의 손이 그녀의 목을 강하게 움켜쥐고는 입을 열었다.


“자. 너도 죽어라.”


본존의 손이 하늘 위로 치솟고는 잠깐 멈추었다. 그리고 이내 내려오기 시작했다.


‘젠장젠장젠장젠장젠장젠장젠장젠장젠장젠장젠장젠장젠장젠장젠장젠장젠장젠장젠장젠장젠장젠장젠장젠장젠장.’


더없는 위기감 때문인지 위지혁의 사고는 응축된 시간 속에서 한없이 느리게 흘러갔다. 위지혁은 그 응축된 시간 속에서 미친 듯이 고민했다. 허나 빨라진 것은 그의 사고뿐, 육체는 그렇지 못했다.


‘......힘이 필요한가 보군?’


‘뭐?! 뭐야 넌.’


‘급한 상황이다. 힘이 필요하다면 잠깐 나에게 맡겨라. 애송이.’


‘........맡기라니 뭘!’


‘시간이 없을 텐데. 자신의 실수로 누군가를 잃고 싶은 것이냐?’


‘................;


침묵이 곧 대답이었다.


하나의 의식이 잠들고, 잠자고 있던 누군가가 깨어났다. 그 사이 본존의 팔은 이미 명옥상의 얼굴 근처까지 접근했다.


손바닥와 얼굴이 맞닿으려는 순간, 명옥상의 얼굴이 피떡으로 되기 직전에 검광이 번쩍였다.


사공혜가 깃든 보검이 검광을 토하며 본존을, 아니 세상까지 통째로 갈랐다. 기나긴 검흔은 마치 대지가 갈라진 것처럼 길게 새겨졌다.


“하핫!!!”


지금의 싸움과는 어울리지 않는 쾌할한 웃음 또한 동시에 터져나왔다.


그였다. 하늘과도 맞먹는 크나큰 성인이라 불리는 그였다. 자칭이기도 했지만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하는 불세출의 대 요괴. 손오공의 재림이었다.


본존이 자신의 떨어진 손을 인식하기도 전에 그의 입이 움직였다.


“나왔구나. 원숭이놈!!”


본존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작가의말

핸드폰으로 잘못 올라가서 수정했습니다.


재밌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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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7화 남섬부주 24.02.04 51 0 11쪽
17 16화 단(丹) 24.02.03 43 0 12쪽
16 15화 분열 24.02.01 84 0 11쪽
15 14화 최후 24.01.31 69 0 12쪽
» 13화 대결 24.01.30 43 0 11쪽
13 12화 되살아나는 자 24.01.28 38 0 14쪽
12 11화 살아간다는 것 24.01.26 52 0 12쪽
11 10화 천축의 진실 24.01.25 40 1 11쪽
10 9화 이상(異常) 24.01.24 60 1 11쪽
9 8화 사냥 24.01.23 72 1 12쪽
8 7화 천축에서의 일상 24.01.21 60 1 11쪽
7 6화 무공입문 24.01.20 69 2 13쪽
6 5화 천축 24.01.12 74 2 16쪽
5 4화 제천대성 24.01.10 129 2 11쪽
4 3화 혼세암주 24.01.07 126 3 12쪽
3 2화 장이족 24.01.06 149 2 11쪽
2 1화 혈원불사 24.01.06 169 3 12쪽
1 서(序) 24.01.06 242 4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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