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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한필 님의 서재입니다.

이물사냥꾼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회한필
작품등록일 :
2020.05.11 15:06
최근연재일 :
2021.06.07 15:25
연재수 :
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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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6
추천수 :
59
글자수 :
53,613

작성
21.06.07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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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일순 - (2)

DUMMY

아드리안 루.

그가 겪은 전쟁은 총 3차례였다.

남작이었던 아버지가 호기롭게 이웃 영지에 전쟁을 선포하고 단 하루 뒤

애먼 화살에 끝난 전투도 없이 끝난 영지전이 가장 먼저 일어난 일이었다.

그렇게 12살에 남작이 아닌 장원하나 딸린 기사 가문의 가주가 되었다.


다음은 몰락한 가문을 살리기 위해서 뛰어들었다.

장원 하나를 가진 한미한 기사 가문이 아닌,

옛 영지 뿐 아니라 더 높고 큰 가문을 꿈을 위해서였다.

영주가 제안했다.

어린 가주이자 기사는 고급스런 양피지에 서명했다.

바로 다음 날 혼인식도 치르지 않은 젊은 기사는 영주를 대신해 사위로써

제국의 부름에 응했다.

그 전쟁에 15년이나 붙잡혀 있을 줄도 모른 채.


15년의 세월은 그가 제국 우월주의라는 세뇌를 벗고 현실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같은 날 동사자와 열사자가 나오고,

천막의 조그마한 틈으로 독사와 뱀이 들어와 어제의 전우가 시체가 되며,

적당히 살만한 날씨에 쳐들어오는 사막의 전사들은 죽음을 몰랐다.

머리를 날리지 않는 한 그들은 멀쩡한 모습으로 다음에도 역습을 가했다.

돌아버린 장소에서는 돌아버린 작자들이 정상인 현실을 말이다.


영주와의 거래, 책임감 그리고 아직 부당함을 느끼기엔 어려서 덜 돌아버려 오히려 미친놈 취급을 받던 루안은

단지 덜 돌았다는 죄로 온갖 미친놈들의 미친 짓을 보아야했다.


그런 의미에서 억지로 씌워진 공녀라는 직위에 미치지 않고 저 한마디를

끝으로 빛한점 없는 하늘을 보는 소녀에게 침묵으로 경의를 표했다.

그와 다르게 그러거나 말거나 레날은 허하고 의미모를 감탄을 했지만.

루안은 인상을 찌푸리며 강도에게 해야할 일을 던져주었다.


"레날. 니 생각을 말해봐라."

"방법이라. 이런 일에 내가 전문이긴하지."


레날은 칼 끝으로 마차와 말을 번갈아 가리켰다.

그러곤 마차의 벽에 기대어 섰다.

언제든 바퀴에 단검을 꽂아넣을 수 있게.


"일단 말이 겁을 먹는 것이 문제 아니요? 어려울 것도 없지. 내 경험상

저 굳어버린 놈들 중 하나를 죽여버리면 생각이 바뀔거요.

아무렴. 죽을지도 모르는 일과 죽을 일을 고르라고 하면 당연히 전자니까."

"...말이 그래도 움직이지 않으면?"

"흐흐흐. 해보면 될 일 아니요? 어차피 저 짐좀 버리면 차이도 없을건데."


대화를 듣던 마부는 미칠 것 같았다.

말을 듣던 기사는 제안에 마음이 동한 듯 말없이 말을 응시하고 있었다.

조용히 셈을 하던 루안은 결론을 내렸다.


"잠깐이면 모를까 말이 금새 지칠텐데? 짐을 다 버려도 사람이 넷이면.."

"셋이라면?"

"그럼 더 가볍겠지."


마부는 소리없는 비명을 지르며 고삐를 세게 당겼다.


'이놈들아 움직여라. 그래야 너희도 살고 나도 산다. 제발!'


하기는 싫은, 그러나 자꾸 가까워지는 상상으로부터

마부를 구원한 것은 아린이었다.


"저한테 떠오른 생각이 있어요."

"허...이런 상황을 겪지도 못했을 사람의 방법이라...한번 말해보쇼."

"마부."

"네헤! 왜 그러십니까요?"

"이중에 가장 힘 센 말이 뭐죠?"


...


루안은 뒤를 흘끔였다.

말의 옆구리에 달린 배낭 둘과 그 사이에 배낭을 멘 채

말의 목에 달라붙듯 감싼 사람이 하나.

출발한 뒤 줄곧 저 불안한 형태가 그대로인 것을 생각보다 안정적인 듯하다.

반대로 안정적이면서 불안하기도 한 모습이었다.

대표적으로 말을 꼭 잡은 손과 사방으로 굴러가는 눈이 따로 노는

모습을 지켜보던 중 우연히 눈이 맞았다.


"루안경. 하시고 싶은 말이 많아 보이시네요. 말씀하세요. 시간이야 많으니까."

"레날이 말을 부릴 줄 아셨으면 그냥 마차로 이동하는것도 괜찮았을겁니다."

"아뇨 마차는 좋은 선택이 아니었어요. 각자의 물과 식량,채...을 버리는 점에서요.

레날이 협박을 한것도 마차때문이 아니라

영지에 남아있는 마을 지도를 원한 것 처럼 보였어요."


루안이 보기에도 그는 무자비한 강도를 연기한 모습이었다.

떨리는 손에서 낚아챈 지도를 받자마자 주위를 돌아본다며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돌아왔을 때 마차나 마부가 없었음에도 그리 신경쓰지 않는 눈치였다.

그저 지도가 생각보다 괜찮다며 그는 몰래 숨어 붙어 있겠다하며 수풀로 사라졌다.


"레날 그자를 믿으십니까?"

"예. 적어도 자기 하나 살겠다고 저한테 칼침을 놓지는 않을거에요."

"도망은 칠 수 있다는 뜻으로 들립니다만..."

"두 사람은 제가 직접 뽑은 사람이니까요.

잘못됐다면 제 안목이 부족했단 뜻이겠죠."


루안은 자기 뒤에 말을 탄 소녀가 진짜 귀족보다 훌룡했다.

이런 상황에서 자기 사람을 믿겠다고 하는 담력은

앞서 이 땅에 도착했던 진짜 귀족들보다 더 귀족스러웠다.

그는 잠시 앞서간 진짜 귀족들이 남긴 선례들을 떠올렸다.


그녀의 말처럼 떨어지는 안목으로 배신당해 죽은 귀족부터 뺏어온 자리를 믿고

호기롭게 봉토에서 병력을 차출하려던 자도 있었고,

혹은 호위를 명분으로 터무니없는 요구가 적힌 문서에

서명을 하라고 강요당하여 문서를 거절했던 그런 자들은

갑자기 병이 생기거나 스리슬쩍 사라져가니 사람들은 알게 되었다.


대공의 봉신이었던 영주들은 대공이 돌아오기를 원하지 않았다.

이윽고 가짜로 이어진 정통성을 주장하던 많은 가문의 상속권이 없던 진짜 공자와 공녀는

어느틈엔가 가짜 공자와 가짜 공녀로 둔갑시켰다.

그 가짜 중 하나가 기사와 강도 하나를 고용해서

밀수꾼의 마을을 통해 대공령으로 들어갔다.

우스운 일이었다.


"저기 앞에 표시가 있네요."


그녀의 말대로 나무에 교차된 칼자국에 보였다.

아린은 우울함이 가미된 팔로 말의 목을 힘껏 껴안으니

말은 푸르륵 거리며 다리를 멈췄다.

그러자 나무가 흔들리더니 복면을 쓴 레날이 소리없이 내려왔다.


"허. 꼴을 보면 잔뜩 얼어붙은 것 같은데,

말하는 꼴을 보면 아닌 것 같기도하고..."

"살려면 뭐든 해야죠. 일부러 말을 해서 주의를 끌고,

그러면서 주변을 살피는 것도 살려면 뭔들 못하겠어요?"

"...대단한 깡인데?"

"필요하니 해야죠."


레날은 그걸 깡이라고 한다고 생각하며 피식 웃었다.

그러곤 그녀에게 지도를 건내 받았다.

여기까지였다.

먼저 그가 확인했던 길은.

가짜 공녀와 기사가 이동하려면 이전처럼 그가 확인해야 했다.


"금방 다녀오겠수."


그렇게 둘의 시야에서 한 남자가 숲속의 어둠으로 파고들었다.

곧 적막이 주변을 휘감았다.

돌아올 이를 기다리면서...


...


레날은 바닥에 바짝 엎드린 채 상황을 관찰했다.

사람이 넷.

정확히는 사람 하나와 둘, 그리고 좀 전까지는 한 명이었을 한 구였다.


"사..살려줘!"

"가..가까이 오지마!"


콰아앙!


레날의 등위로 파편이 튀며 수풀과 가는 나무를 세차게 흔들었다.

문외한이 본다면 섬찟함에 몸을 떨었을지도 모르겠으나 그는 아니었다.

그는 총을 든 산적이 무슨 짓을 했는지 잘 알고 있었다.

다가오는 상대가 두려운 나머지 탄과 화약을 때려박아 한번에 쏜 것이었다.

무식하게 장전된 아르케부스의 단말마쯤 되는 마지막 사격.

큰 굉음이후 작은 적막이 내려앉는 듯 싶었으나...


흠.


하고 여태 들어본 적 없는 음성이 들렸다.

어둠에 잠겨 간신히 보이는 누군가의 첫 목소리였다.

그리고 아주 건재한 모양이었다.


"죽어!"


라는 소리 이후 총 셋이었다.

이어진 날카로운 금속음이 한번.

무언가가 썰리는 소리가 한번.

무거운 뭔가가 쓰러지는 소리가 마지막이었다.

레날이 도착한 직후와 비슷했으니 아마 결과도 비슷했을 것이었다.


"여단이 너,널 쫓을..컥!"


대공령이 분해된 뒤로 여단이라 칭하는 곳은 하나밖에 없었다.

스스로를 도적이라 부르기엔 민망한 모양이라서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도적들은 깔끔히 전멸했다.


레날은 고민에 빠졌다.

지금 물러나 일행에 합류할지,

아니면 총도 없이 총든 무리를 토막낸 이자를 쫓아야할지...


"구경은 끝났나?"

"..."

"레날. 전직 강도출신. 이번에 영애에게 면죄를 조건으로 고용됨."

"..."

"정확히는 지금은 사라진 붉은 복면의 습격조 대장출신."


마지막 말까지는 무시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제국령도 정체를 몰라서 수배서에도 저렇게 나와있는 이력이 전부였다.

이 세상에 저 사실을 아는 사람은 자기밖에 없었어야 했을 사실이 저 작자에게서

나오니 참을 수 없었다.

허리춤에 매어둔 총과 단도를 뽑으며 상대를 겨누었다.


"그걸 어떻게 아는거지?"

"잘."

"헛소리 집어쳐. 그 이야기 누구에게 들었지...?"


답이 한참을 기다려도 없자 강도는 엄지손가락으로 장전하며 핸드건의 방아쇠에 손가락을 얹었다.

자신의 손가락이 조금만이라도 까딱이면 불을 내뿜을 것이었다.

그 사실을 상대에게 시사해 주고도 잠깐의 침묵 뒤에 입을 열었다.


"죽었다."

"그렇겠지. 나 말곤 다 뒤졌으니까. 셋을 셀때까지 제대로 답하는게 좋을걸. 하나..."


둘이라 말하기도 전에 상대가 움직인 것 같은 느낌이 들자 주저없이 검지를 당겼다.

가늠탄이 총구에서 불을 뿜자마자 즉시 허리춤에 꽂아둔 플린트락 머스킷을 뽑아 당겼다.

요란하고 실속없는 불길이 저 너머까지 어둠을 밀어낸 그곳에 그 자가 달려오고 있었다.

실루엣을 확인하자 늘 해왔던 익숙한 동작이 완성되었다.

좀 전의 소리와는 다른 단호한 소리와 함께 둥근 쇠구슬이 발사되었다.

그렇게 제압된 상대를 심문하는 그런 계획이었다.


‘손등으로...비껴냈어?’


레날은 당혹스러운 심정으로 저게 가능한 기예인가 눈을 의심했다.

그러나 그런 그의 사고와는 다르게 오랜 경험으로 다져진 육체는 다음 동작을 실행시켰다.

자신이 결과를 받아들이건 넘기건 어쨌거나

빗나갔다는 결과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였다.


총을 바닥에 흘리며 자연스레 상대를 향해 마주 달렸다.

자신의 대거보다 상대의 무기가 더 길었기 때문이었다.

날부터 손잡이 아래까지 하나의 색으로 통일된 외날도끼였다.

빗겨냈던 다른 손은 여전히 비어있었고, 특별한 무장은 더 없어보였다.


“받아라!”


레날은 외치며 몸을 낮추며 팔을 가슴 안쪽으로 가져왔다.

일부러 엇박자로 행동하여 상대의 자세를 무너뜨릴 생각이었다.

그에 반응하듯 상대도 엉뚱한 간격에서 순간적으로 몸을 낮췄다.

복면 속 입꼬리를 올리며 불안정한 자세를 한 상대를 베었다.


그러나 그의 칼질은 애처롭게 낮은 공기를 갈랐을 뿐이었다.

무기를 맞대기위해서 숙인다고 생각했던 동작에 깜빡 속은 레날은 멍하니 그 궤적을 쫓았다.

좀 전까지 직선으로 달려오던 저 괴인이 선택한 방향은 그와 반대였다.

위였다.

수 미터를 달려오며 도움닫기를 한 힘찬 도약이었다.


“...뛴다고?”


상대는 숲과 달 사이에 존재했다.

삼미터는 족히 되는 나무보다 높게 뛴 남자는 달빛을 받으며 도끼를 짓쳐들었다.

그리고는 몸을 조금 굽히며 중심을 기울였다.

상체부터 떨어지면서 쩍하고 갈라지는 소리가 났다.

처절한 단말마와 함께.


끼이익!!


그 어떤 짐승에게도 들어본 적 없는 소리였다.

레날은 몸을 긴장시키며 어둠속으로 물러났다.

달빛에 드러난 공터를 주시하면서 옆구리에 메어둔 여분의 머스킷을 꺼냈다.


“그러다 죽는다. 이놈들에게.”


그러면서 무언가 던져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공터에 떨어졌다.

말 그대로 무언가였다.

온몸에 박혀있는 붉은 눈과 규칙성 없이 돋아난 촉수를 가진 무언가.

달빛에 노출된 무언가는 알아서 일어난 푸른 불꽃에 몸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아직 다 크지 못한 이놈들은 의태하고 가까이 온 먹이를 덮치지.”

“...이게 새끼라고?”

“그래.”


남자는 그리 말하며 공터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정확히 레날이 있는 곳에 손을 까딱였다.

반대 손도 빈 상태였다.

레날은 그와 마주하는 곳에 모습을 드러냈다.


“...밀수꾼 마을에 있던 놈이 그러더군. 불은 늘 켜두라고. 이게 그 이유였나.”

“흠.”

“그리고 절대 혼자서는 돌아다니지 말라고도 했지. 그건 미친 짓이라고.”

“잘 전달된 모양이군.”


남자는 뒷춤에서 레날이 떨어뜨린 머스킷을 꺼내어 던져주었다.

이상한 답변이라 생각하면서도 무기를 추스르고 있으니 그가 도적들의 품을 뒤져 찾아낸 횃대에 불을 붙였다.

그러더니 그 횃불을 건내주었다.

오랜 인류의 동반자였던 불은 효과적이었다.

여태 가려졌던 도적들의 시체를 볼 수 있었다.


상하체가 비스듬히 잘린 거한.

머리가 쪼개진 칼잡이.

가슴이 내려앉은 총잡이.

그리고 더 먼곳에 반쯤 먹힌 하반신과 불에 비추자 타오르는 무언가였다.


“저놈들은...”

“탈주병이었지. 도적단의.”


레날은 몇가지 해소된 의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마지막 의문을 던졌다.


“말과 행동이 다른 것 같은데...

불도 없이 혼자서. 무슨 비결이 있길래 미친 짓을 하는거지?”


남자는 흠 하더니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충실히 준비된 도구와 신체능력 그리고 경험이 비술이라면 비술이었다.

하지만 니가 납득할만한 답은 아닌 것 같다.

라는 내용의 답변을 축약하여 답했다.


“잘.”


작가의말

좋은 하루 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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