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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한필 님의 서재입니다.

이물사냥꾼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회한필
작품등록일 :
2020.05.11 15:06
최근연재일 :
2021.06.07 15:25
연재수 :
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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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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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0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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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순 - (1)

DUMMY

사람마다 가치관이 다르며, 그 가치관을 형성하는 것은 대부분 환경일 것이다.

그래서 저마다 최고로 쳐주는 환경이 달랐다.


내륙보다 섬 사람이 많은 서부인이라면

서부에서 가장 큰 조선소가 있는 에리크항일 것이고,

빈번하게 야만족이 침범하여 어릴 때부터 무기 휘두르는 법을 배우는 북부인은

천혜의 요새 말드락 요새를 꼽을 것이다.

온화한 기후에 교통이 발달한 남부인들은 아직 분명하지 않았다.

학문을 높게 치는 사람은 지식의 보고라는 대학이 세워진 오스본을 꼽을 것이고,

돈을 높게 치는 자라면 모든 돈이 유통된다는

상인 연합이 있는 베리츠를 있는 땅을 꼽았다.


그렇게 각자의 자부심을 가진 이들은 절대 동부인에게 자랑하지 않는다.

두 부류의 동부인들 모두 신경쓰지 않았다.

최강의 요새와 함대 그리고 최고의 부와 지식 모두 제국이 가진 것이었으니까.

많은 위정자들은 생각했다.

자신의 조상들은 어째서 저 땅에 가지 못했다는지

맨몸뚱이나 다름 없던 인간들은 건넌 저 사막을 건너지 못했냐고.

이전에 한 숱한 시도를 외면하면서.


...


저 끝도 없이 펼쳐진 모래의 바다에 쓰러지고 매몰된 원정대는 헤아릴 수 없었다.

철저히 준비해도 성공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아무리 준비를 해봤자 그저 묘비없는 무덤의 부장품이 될 뿐이었다.

그렇게 점차 처참한 실패가 이어지자 사막밖에 없는 동부는 볼모지로 사용되었다.

북부와 서부 그리고 남부간의 전쟁이 만들어낸.

전쟁에서 진 난민들과 도망자들은 간신히 만든 허름한 도시에 갇혀 생을 연명하고 있을 때 어떤 한 사람이 무리를 만들어 그들의 요람을 벗어났다.

당사자를 제외한 남들이 본 그들은 적극적인 집단자살으로 보였다.

절대 그들이 사막을 뚫고 제국을 세울거라고는 상상하지 않았을 것이다.


백여년이 지나고 각 나라에 사절을 보내기 전까지는.

그 땅을 잊고 지내던 그들은 반신반의 했으나 결국 믿기로 했다.

그들이 내민 제물도 상당하거니와 같이 따라온 신비한 자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도 살지 않는다고 생각한 사막의 원주민들이 사절과 함께했으니까.


결국 각국의 장들은 저마다의 속셈을 품고 같이 사절을 보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3달이 지나서 좀 그을린게 전부인 사절단에게 들은 이야기는 충격적이었다.

북부의 왕은 제국의 입구이자 수도에 지어진 거대한 요새에 감탄했고,

서부의 대선주는 그 요새를 지키는 거대한 함대를 듣자 눈을 빛냈다.

남부의 상회장은 그들의 자원과 재력에 경악했으며,

제국 사절의 말을 듣던 학자들 중 많은 이들은 떠날 준비를 했다.

그만큼 제국은 매력적인 장소였다.

그리고 지금 나타난 제국은 그들이 엄두조차 못낼 만큼 거대한 혜성이었고.

혜성은 소리 없이 꽂혀 거인이 되었다.


제국력 950년.

다른 모든 국가의 국력을 합쳐도 이길 수 없을만큼 강대해진 제국의 황제는 말했다.


"제국은 신의 나라다."


각국의 사절들은 본심과 반대로 그 말이 맞다며 맞장구를 쳤다.

거친 야만인을 상대할 철과 무역선을 만들 가볍고 튼튼한 목재,

그리고 이미 반쯤 틀어쥔 재화의 유통을 위해서.


"웃기는군."

"뭐라?"


황제는 어디에 선전 포고 할 것인지 행복한 고민을 하던 중 들린 소리에 반문했다.

속으로는 어떤 멍청한 놈이 명분을 만들어 주었다고 좋아하면서.

하지만 말을 한 주체는 북부의 전사장도,선주연합의 선주도 아니었다.

황제가 가장 먼저 선전포고를 생각하던 남부의 대상인을 보고있자

그가 당황하며 하면서 진범을 가리켰다.

황제가 말문이 막힌 동안 진범은 일어나며 술병을 천장에 던져 깨뜨렸다.

그리고 침착한 걸음걸이로 연회장의 가장 큰 식탁을 발로 차 엎어버렸다.


"마시지도 않은 술에 주사가 심한데, 입맛이 떨어지는구려. 그만 가겠소."


그리 말하고는 당당히 연회장을 걸어나갔다.

황제는 애써 침착하게 잔을 기울이며 합리화했다.

저 예절 없는 길잡이 놈들은 언젠가 정리 해야할 골칫거리였다고.

이것이 제국이 벌인 처음이자 마지막 전쟁,

훗날 사막 왕국이 될 부족연합과의 모래전쟁의 발단이었다.


건국일 다음 날 제국은 선전포고를 날렸으나,

저들의 생활방식을 안다면

부족연합이 먼저 선전포고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저들의 터전인 사막은 사람이 살기에 혹독한 기후다.

메마른 기후에 먹을 것은 항상 모자랐으며 마실것은 더더욱 그러했다.

그래서 그들은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는다.

그것이 가혹한 환경에서 만들어진 미덕이기 때문이다.


발단만 본다면 유치한, 그 속내를 본다면 많은 것들이 작용한 전쟁은

15년간이나 이어졌다.

승자는 제국이었다. 그러나 패배한 승리였고,

그것을 안겨준 왕국은 승리한 패배였다.

자신을 따라잡을 이가 없다고 자만하던 제국은

언제 쫓길지 모를 일인자로 격하됐고,

적어도 이겨봄직한 싸움을 만든 왕국은 할말은 할 수 있는 이인자가 되었다.

이는 부족 연합을 하나로 엮은 철가면의 왕과 제국의 영웅 대공이 연 회담이야말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 단어를 본 아드리아나는

읽던 책을 덮으며 책의 저자를 확인했다.


'동부의 격변기, 모래전쟁. 그 전쟁이 끼친 영향.'


10년정도 되어 멋스럽게 낡은 가죽 표지위로 남부학회의 학자의 서명이 그려져 있었다.

분명한 진품이었다.

몇달 전에 구했다면 온 동네에 자랑을 했을만큼 행복했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녀는 지금 최고로 불행했다.

저 책을 구했다는 행복이 희석조차 못시킬만큼.

혹시나 싶어 책을 읽어도 보았으나 재미는 느낄 수 없었다.

크게 본다면 이 상황은 저 전쟁에서 비롯되었으니까.

아드리아나의 눈이 기어코 불행의 원인을 담고 말았다.

고급스러운 종이 한장.

종이에는 그녀의 이름앞에 성이 쓰여 있었으며

신분을 보장한다는 내용과 인장이 있었다.


"망할 대공새끼...아니 대공 이 가짜 증조부새끼..."


아드리아나는 말을 수정하며 대공을 욕했다.

남이라면 불경죄로 처벌받겠지만 친족이라면 잘해봐야

친족을 모욕한 죄밖에 되지 않았다.

한때는 사막전쟁의 장군이었으며 긴 전쟁을 종식시키고,

오만한 전 황제를 폐위시킨 영웅이었으나 지금의 자신에겐 그저 개자식일 뿐이었다.

망가뜨린 영지를 버리고 사라졌으니 충분한 사유였다.


체불된 임금은

고용한 용병대를 산적으로 바뀌었고,

병기창을 점령한 산적들은 체불한 임금을 임의로 수취하기로 하였다.

여기까지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다.

돈과 사람이 만든 비극이야 흔했다.

정신나간 상황에 사람들은 정신을 놓기 시작했고 갑작스럽게 사교도들이 나타난것까지도 충분한 이해의 범위였다.

제국에서 가장 큰 영지에서 일어난 비극이란게 문제였지만.

비극의 책임자가 어째서 자신인가는 내려놓고서도 말이다.


그 외에도 영지에 관한 정신나간 소문들이 있었다.

이곳에 오기까지 그저 뜬소문이라 생각했을 것들이...


-똑똑.


"경?"

"유감이구만. 그 기사 님이 아니라."

"...레날. 무슨 일이시죠?"

"거 일단 문좀 열어주시면 참 감사하겠는데. 공녀님?"


아르리아나는 루안을 부를까 잠시 고민했다.

공녀란 이름은 책임을 위해 지워진 신분이니 좋아할 수 없었다.

자신을 부른 호칭이 싫다고 분명히 말했음에도 느물거리며

불러대는 저 작자가 싫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싫은 현실과 호칭에 익숙해져버린 자신도 싫었다.

결국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사면을 약속한 범죄자를 방 안으로 들였다.


"아드리아나. 이름으로 부르세요."

"그러지. 나와 만날때마다 기사 나리를 부르지 않는다면.

어차피 우린 운명 공동체 잖나?"

"그건 한번에 이야기를 하려고..."

"오...그러셨군. 하지만 이번엔 두번 하셔야 하겠어.

나리도 탐문 중이시거든."

"그래서 어떤 일이시죠?"


레날은 두툼한 가죽코트에 손을 집어넣더니 오늘 구한 물건을 테이블에 내려놨다.

처음 보는 가죽과 그 가죽에 싸여있던 어떤 손이었다.

세개의 손가락에 마디 사이에 갈퀴가 붙은.

그 아래에는 비늘이 어지럽게 떨어져 있었다.


"어디서 구하셨죠?"

"조사차 이곳 저곳 다니다가 우연히 도박장을 갔지."

"...우연히?"

"사소한 건 넘어가자고.

어쨌든 그 자식들이 짜고 치는걸 들켜서 말이야.

그걸 꼬투리 삼아 정보를 두개를 넘겨주더군. 뭔지 알겠나?"

"...생선은 아니죠."

"그래. 진짜라면 소문의 그 어인놈들이겠지."


레날은 히죽 웃으며 가짜 공녀가 집으려던 가죽을 먼저 집어들었다.


"돼지 가죽은 아니야. 오는 중에 들린 피혁상 말로는 사람 가죽도 아니라더군."

"...그렇지만 둘과 아주 닮았겠죠."

"...뭐. 기운 차리라고. 마냥 나쁜 것만은 아니니까."


레날은 품 속에서 다른 증거품을 잡아 보여주었다.

투박하게 깎아낸 오팔이었다.

오팔을 내려놓고 아드리아나의 가슴팍 외투아래에 숨겨진 목걸이를 가리켰다.


"거기서 나온 보석이라던데, 어때? 좀 다르지 않나?

아마 그 목걸이에 있는 오팔은 대륙 남부산일텐데.

내가 봐도 이 묘한 느낌이 같으면서 확실히 다르단말이지."

"...목걸이는 언제 아셨죠?"

"지난번에 나리가 그거 돌려줬지? 잠들때 흘렸다고.

그 물건, 사실은 내가 주웠지만 나리에게 부탁했지.

내가 줬다면 훔쳤다고 의심받을까봐."

"...감사합니다."

"뭐 됐고. 마부 말로는 오늘 밤이라더군.

마음 단단히 먹으라고. 아드리아나 공녀님."


레날은 꺼내놨던 증거품들을 모두 챙기곤 조용히 방을 떠났다.

혼자가 된 아드리아나는 멍하니 문을 보다가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오늘의 밤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산의 밤은 이르게 찾아오니까.


...


덜컥거리는 마차에서 멍하니 멀어지는

마을을 보다가 마부석 옆에 앉은 사람이 보였다.

탁한 금속광을 내는 견갑과 어두운 가죽 갑옷을 입은 남자.


"루안경."

"예. 아드리아나님."


벼락 출세한 가짜 귀족의 호소에 응한 기사는 곧바로 답했다.


"거의 출발 직전에 오셨는데..."

"탐문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그건 레날에게 들었어요.

저는 탓하는게 아니라 피곤하시다면 한숨 주무시라고 제안하는겁니다."

"괜찮습니다."


마차 뒤쪽에 드러누워 있던 레날은 속으로 킥킥거렸다.

근면함으로 호감을 사려는 기사나,

순진하게 속는 아가씨나 그에겐 퍽 우스웠다.

아마 여기 셋 중 가장 피곤한 것은 자신이었다.

마차에서 자고있다가 되돌아서 나타난 저 작자보다.


그럼에도 레날이 진실을 말하지 않는 것은 두가지 이유였다.

하나는 그가 보여준 실력은 진짜 기사라는 점과

그 진짜 기사에게 빚 하나 지워서 나쁠 것 없기 때문이었다.


"레날?"

"엉?"

"루안이 피곤하면 교대할 수 있나요?"

"뭐...그러지."

"저는 괜찮습니다. 아드리아나님."

"아린으로 괜찮아요. 레날도 그렇게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아린님."

"...그러지. 아린님."


무거운 침묵 속 마부는 흐르는 땀을 연신 닦아냈다.

그러던 중 갑작스레 말의 고삐가 느슨해졌다.

한손으로 쥐던 고삐에 딸려가던중 그의 옆에 있던 루안이 그의 덜미를 잡아 구했다.


"피곤한가?"

"아닙니다요! 괘..괜찮습니다! 이놈들아 얼른 앞으로 움직여!"


마부는 땀을 닦던 외투를 놓고 두 손으로 고삐를 당겨보았다.

석상이 된것처럼 마부가 고삐를 아무리 당겨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도리어 슬금슬금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이놈들아 움직여! 어서! 늦으면 안된다!"

"안전하다고 그렇게 자신을 했던 것 같은데..."

"아이고! 오해입니다 나으리! 이 가도는 산적 놈들의 영역인데..."

"산적?"


로안은 한손으로 마부의 멱살을 붙잡아 들었다.

그의 괴력에 당황한 마부는 고삐를 놓치고 팔다리를 버둥거렸다.

이마가 작게 부어오른 아린이 그 광경을 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말...말을...들어주십쇼...나리들..켁.."

"놓아주세요. 다 듣고 나서도 늦지 않으니까."

"...후. 이 땅은 산적의 영역이지만 지금은 안전합니다요."


마부의 설명은 이러했다.

예전에 해가지기 전 자신을 쫓아오던 산적들이 날이 어두워지니 사라졌다고.

그렇게 마음을 졸이며 밤새도록 움직였으나

습격없이 무사히 마을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그 이후부터는 야간에 움직이니 아무일도 없었다고 한다.


"말은 그렇게 할 수 있지."

"정말입니다요! 믿어주십쇼 나으리! 제가 이렇게 속인다고 뭐가 남겠습니까요!"

"그렇다면 마차를 다시 몰아라."


마부는 마차에 올라 고삐를 있는 힘껏 당겼으나 움직이지 않았다.

네마리 모두 꼬리는 축쳐지고 온몸을 가늘게 떨었다.


타아앙!


마부는 격음에 놀라지 않았다.

그보단 자기 목에 갖다댄 날붙이에 놀라는게 먼저였다.

그것도 갑작스럽게 등뒤에서부터 나타났다면 말이다.


"히이익! 살려주십쇼!"

"저 총소리는 나만 들은게 아닌 것 같은데? 마부양반."

"저도 이런 일은 처음입니다요!"

"괜찮아. 죽는 일도 다 처음이거든."

"아이고! 기사나리!아가씨! 살려주십쇼!

수십번을 오갔지만 이런 일은 처음입니다요!"

"혹은, 아니면 니놈이 산적놈들과 한패일수도 있지."

"아이고 기사나리! 그랬다면 제가 밤에 오가겠습니까!

저도 위험할 일을 하겠습니까아악!"


기사와 현상범은 가짜 공녀의 판결을 기다렸다.

아린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마부의 말은 타당하다는 뜻이었다.


들이댄 칼날이 사라지자 마부의 표정은 환해졌으나

기사와 현상범의 표정은 썩어 들어갔다.

마부의 타당성은 곧 처음 겪는 사고라는 뜻이었으니까.

아린은 마차 천장을 올려다 보았다.


"개새끼."


작가의말

좋은 하루 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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