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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님 님의 서재입니다.

역대급 사기능력자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운명님
작품등록일 :
2020.05.11 10:40
최근연재일 :
2020.06.10 00:36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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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글자수 :
52,970

작성
20.06.09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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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9화

DUMMY

“내가 너에게 줄 특권은···.”


거인 신이 입을 열었다.

후우, 하고 강한 입김이 불어닥쳐 기동의 몸을 사정없이 때렸다.

마치 태풍이라도 만난 기분이었다.


띠롱.

기분 탓인지 머릿속에서 그런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하루에 딱 한 번. 네게 ‘시스템’에 간섭할 수 있는 권한을 주겠다.”


이건 생각한 것 이상의 특권이었다.

‘시스템’에 간섭을 한다?

그렇다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을 읽기라도 한 듯 거인 신이 웃었다.


“작은 아이야. 그런 말을 들어본 적 있느냐. 한국말은 끝까지 들으라고.”

“···.”


거인 신은 껄껄, 웃음 지었다.

기동의 반응이 꽤 재미있는 듯했다.


“내가 말한 ‘시스템’에 간섭할 수 있는 권한이라는 것은 네 스킬을 말하는 것이다. 아까 네가 하려다 실패한 것, 하루 한 번까지는 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뜻이다.”

“신이 만든 물건을 만든다거나?”

“그렇다. 시스템, 즉 신이 만든 현상에 간섭할 권리를 주겠다는 것이다. 이걸 어떻게 쓸지는 네가 결정할 문제다.”


쿠구구궁.

고개를 숙일 때와 달리 거인 신이 허리를 펴자 세상이 무너질 것 같은 소리가 났다.

아무래도 몸을 일으키며 무언가를 건드린 모양이었다.


“나한테 줄 건 이게 다야?”

“···후후. 작은 아이야. 너는 욕심을 숨기질 않는구나. 아니, 내게는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냐.”

“앞으로 계속 이인삼각 해 나가야 하는 거잖아? 그럼 서로의 속내를 캐내고 이런 거 귀찮지 않아? 그냥 툭 터놓고 이야기하자고.”

“재미있구나. 판테온의 참가자들은 다 너와 같은가? 아니, 아닐 것이다. 나는 너 같은 인간을 그리 많이 본 적이 없다.”

“본 적은 꽤 있다는 거네?”

“후후. 두려움을 모르는 인간은 네 생각보다도 많단다, 아이야.”


거인 신은 피곤한 듯 눈을 감았다.

그리고 마치 잠에 빠져든 것처럼 조용해졌다.

이야기는 이제 끝이라는 것일까.

기동은 머리를 긁적이고 주변을 살펴보았다.


이 공간에서 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문득, 기동의 머리에 환경설정 창에서 보았던 ‘시크릿룸’이 떠올랐다.


“환경설정.”


낯익은 창이 눈앞에 떠올랐다.


『 옵션

게임 종료

시크릿룸

플레이어 호출 』


혹시 여기가 시크릿룸인 것이 아닐까.


“작은 아이야. 그곳에는 아직 들어가지 말아라.”


잠든 것 같던 거인 신이 어느새 눈을 뜨고 기동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성질도 급한 아이로구나. 그 잠시를 기다리기가 어렵더냐.”

“뭐, 자는 것 같아서.”

“신에게는 잠조차 존재하지 않는단다, 아이야. 그러니 영원이라는 시간이 얼마나 지루한지···. 아이야, 너는 짐작할 수 있느냐?”

“모르겠는데. 영원을 살아본 적이 없어서. 소원으로 빌면 영원히 살게도 해주나?”

“후후. 신이 되고 싶다면 네 자리를 만들어 줄 수도 있단다, 아이야. 그것 역시 하나의 여흥이 될 것이다.”


기분 탓인지 조금 전과 달리 꽤 기운이 없어 보였다.

자신에게 특권을 준 것 때문일까.

꽤 많은 힘을 소모한 듯했다.


“괜찮아?”


아무 생각 없이 말이 튀어나갔다.

긴장을 풀어야지, 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너무 푼 듯했다.

거인 신은 조금 놀란 눈으로 기동을 바라보더니, 이내 피식 웃었다.


“후후. 아까 한 말을 정정하마. 너 같은 녀석은 본 적도 없다. 건방지면 건방졌지, 챙겨주는 것은 또 무어냐. 나도 그러하다만 너도 괴이한 성격이로구나.”

“괴이하다니. 앞에서 욕하는 거야, 지금?”

“칭찬이니라, 아이야. 신에게 있어서 인간에게 재미있다고 하는 것이나 괴이하다고 하는 것은 최고의 칭찬이니라.”


장난감한테 할 수 있는 최고의 칭찬.

그렇게 생각하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았다.


“뭐, 하긴. 그럼 난 간다.”


미련 없이 손을 흔들어 보인 기동이 뒤돌아서서 걸었다.

하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멈춰섰다.


“아, 근데 여기 어떻게 나가냐?”


****


“으음, 이걸 어쩐다냥.”


눈을 떠보니 아까 그 자리였다.

작은 쥐가 뒷모습을 보이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맡은 참가자가 죽어버리다니냥. 이걸 어쩐다냥.”


죽다니.

대체 누가 죽었다는 건지.

기동은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먹어버릴까냥! 해 본 적은 없지만 내 몸은 인벤토리랑 연결되어있으니 먹을 수 있지 않겠냥!”

“이 빌어먹을 쥐새끼가.”

“히야야야야냥!”


으르렁거리는 것 같은 목소리에 신사가 질겁을 하며 뛰어올랐다.

마치 뒤에 두려운 무언가가 있다는 듯 천천히 고개를 돌리던 신사가 다시 한번 경기를 일으켰다.


“히아아아아아냥!”

“···귀신이라도 봤냐.”

“살아났냥?! 너 어떻게 살아났냥!”

“애초에 죽지도 않았다.”


머리가 띵하니 아팠다.

아무래도 신과 만나는 통로는 ‘꿈’ 혹은 ‘무의식’ 안인 모양이었다.


“으으.”

“배후신과 만난거냥?”

“뭐, 그렇지.”

“설명 좀 듣고 왔냥?”

“아.”


그러고 보니 대회에 대한 설명은 거의 듣지 못했다.

선문답만 반복한 기분이 들었다.


“뭐, 이제는 호출하면 대답할 테니까. 궁금한 게 생기면 언제든지 물어볼 수 있겠지.”


멍하니 앉아있던 기동이 문득 고개를 들었다.

기절해서인지 눈앞에 떠 있던 창들이 모조리 사라진 상태였다.


“멍청한 짓 하는 걸 배후신이 도와줬구나냥? 앞으로 그런 짓 하지 말아라냥.”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묘하게 기분이 나빴다.

신사의 건들건들한 태도 때문인지, 비웃음 가득한 목소리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기동은 그걸 참고 견뎌줄 생각은 없었다.


“아얏! 왜 때리냥!”

“열 받아서.”

“뭐라냥! 폭행죄다냥! 경찰 아저씨, 얘 잡아가라냥! 나처럼 작고 귀여운 멧밭쥐가 때릴 데가 어딨냥!”


시끄럽게 떠드는 신사를 무시하고 기동은 상태창을 불러냈다.


<인물 스탯>

이름 : 김기동

나이 : 27세

배후신 : 무명의 거인 신

레벨 : 20

체력 : C

정신력 : B

근력 : C

민첩 : B


무명의 거인 신.

기동의 예상대로였다.

이미 들킨 마당에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일까.


“···야, 신사.”

“왜 그러냥?”

“혹시···.”


신이 상태창이나 스킬창 등을 마음대로 만질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시스템이 신이 만든 현상이라고 이야기한 점.

그 두 가지에서 끌어낼 수 있는 결론은 하나였다.


“아니야.”


어쩌면 그것 역시 이용해 먹을 수 있는 길이 있을지도 모른다.

기동은 씨익 웃고는 고개를 내저었다.


패는 많을수록 좋다.

하지만 그 패를 공개할 필요는 없다.

숨긴 패가 많으면 더 유리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을 테니까.


“그것보다 던전이나 열어줘.”

“너 조금 전까지 죽을 뻔했다냥! 돌아가는 게···.”

“헛소리하지 말고. 안 죽었잖아? 안 죽었으면 움직여야지.”


그렇게 이야기하던 기동이 멈칫하더니 눈앞을 바라보았다.

그러고 보니 확인해야 할 것이 남아있었다.


“야.”

“왜 그러냥.”

“잠깐만 기다려봐.”


기절한지 시간이 꽤 되었는지,

스킬 실패의 영향인지 모르지만 생성해뒀던 건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

그렇다면 다시 처음부터 만들면 될 일.

기동은 손을 내밀고 스킬을 발동시켰다.


“퓨전 레벨1, 짝퉁상 레벨1, 짝퉁상 레벨1 사용.”


여기까지는 이미 익숙했다.

시간 낭비는 필요 없다.

기동은 바로 다음 스킬을 발동했다.


“짝퉁상 레벨3 사용.”


아까 만들었을 때보다 미묘하게 빨리 빛이 사라졌다.

아무래도 만드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물품을 반복해서 만들다 보면 속도가 빨라지는 듯했다.


“후.”


확신은 있다.

하지만 막상 시도하려니 망설여졌다.

온몸에 힘이 쭉 빠져나가는 그 기분 나쁜 감각.

다시는 맛보고 싶지 않을 정도로 소름 끼치는 감각이었다.


“하, 하하.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나.

기동은 스스로를 비웃었다.


폭력에 무릎을 꿇었다.

힘에 짓눌려 살았다.

그 모든 것을 남의 탓으로만 돌리고 살았다.


하지만 알고 있었다.

나쁜 것은 자신이다.

힘없고 의지가 약한 자신이 나빴던 것이다.


죽음을 각오했다면 빠져나갈 수 있었지 않았을까.

더러운 짓에 손을 물들일 일 따위 없지 않았을까.

그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알고 있었다.

이미 그 기분 나쁜 감각보다 더 기분 나쁘고, 더 소름 끼치는 짓을 자신은 잔뜩 해왔다.


“멍청하긴.”


자유를 원하는 마음이 겨우 이 정도였나?

그래서 폭력 앞에 어쩔 수 없다며 무릎 꿇었나?

아직도 17살의 김기동에서 더 나아지질 못한 건가?


기동은 이를 갈았다.

까짓 실패 해도 죽기야 할까.

그 거인 신은 자신이 필요하다.

그러니 절대 죽게 하지 않을 터였다.


“너 뭐 하려는 거냥! 설마 또···!”


사태 파악을 하지 못하고 갸웃거리던 신사가 드디어 상황을 이해한 듯했다.

시끄러워지기 전에 빨리 끝내버리자.

말리려는 신사의 목소리가 오히려 기동의 등을 떠밀었다.


“짝퉁상 레벨3, 사용!”


눈이 멀 것 같은 빛이 주변을 휘감았다.

기동은 눈을 가늘게 뜨면서도 감지는 않았다.

제대로 봐야 한다.

제 생각대로 일이 진행되는지를.


세상에 믿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믿을 건 자신뿐.

그러니 확인해야 했다.

그 거인 신이 정말로 기동에게 ‘특권’을 준 게 맞는지.


“윽···.”


아까와는 달리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느낌이 좋았다.


“설마 성공한 거냥?!”


그 차이를 신사도 느낀 듯했다.

신사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눈으로 기동의 얼굴과 손을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거 같지?”


정말로 특권을 받았다.

신사가 놀라는 걸 봐선 다른 참가자들은 할 수 없거나, 하기 힘든 일인 듯했다.

그야말로 ‘특권’에 어울리는 힘.


게다가 사용처가 무궁무진했다.

거인 신은 ‘신의 물품’을 스킬로 만들 수 있는 힘이라고 하지 않았다.

‘시스템’에 간섭할 수 있는 힘이라고 했다.


즉, 기동의 스킬 중 ‘시스템’에 간섭할 수 있는 다른 스킬이 있다면 또 쓸 길이 있다는 뜻이었다.


“그동안 방치 플레이한 대가인가?”


나쁘지 않았다.

내버려 둬 준 덕분에 스스로 여러 가지를 조사했다.

어렵게 조사한 건 남이 알려준 것과 달리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기동이 환희 섞인 미소를 흘렸다.

지금까지 밑바닥에서 살아왔다.

이제 좀 기어올라 가보랬더니 잡은 지푸라기가 썩어있단다.


하지만 그러면 어떤가.

지푸라기임은 틀림없다.


아무것도 없던 과거에 비하면 지금은 천국과도 같다.

있는 것은 모조리 긁어모아 주겠다.

그게 티끌 같은 것이라 해도.


“진짜 성공했다냥!”


아직 빛이 채 가시지 않았지만, 신사는 뭔가를 느낀 모양이었다.

그리고 기동에게도 느껴졌다.

손 위에서 데굴거리는 동그란 환약의 감촉이.


“하, 하하하하···.”


이걸로 기동은 남들보다 하루 15분, 3배는 더 빠르게 레벨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신사의 말에 따르면, 아직 20레벨밖에 되지 않아 스탯이 낮다고 했었다.

즉, 레벨이 오르면 스탯도 자연히 더 올라갈 터였다.


“이거지. 이래야지.”


똥 밭이지만 그 안에 진주가 숨겨져 있었다.

기동이 해야 할 일은 이 진주의 값어치를 정확하게 파악해내고,

값어치 이상으로 비싸게 팔아먹는 것이었다.


“뼛속까지 빼먹어주지.”


가진 게 적다면 그 가진 걸 미친 듯이 굴리면 될 뿐.

기동은 손안의 환약을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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