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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님 님의 서재입니다.

역대급 사기능력자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운명님
작품등록일 :
2020.05.11 10:40
최근연재일 :
2020.06.10 00:36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1,710
추천수 :
79
글자수 :
52,970

작성
20.06.04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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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

DUMMY

“북두파의 영감이 아니야! 네놈을 팔아넘긴 영감은···.”


거기까지 말한 지겸이 다시 입을 닫았다.

말할까 말까 망설이는 얼굴.

기동은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밀어 붙여보기로 했다.


“뭔데? 동네 영감쟁이한테 협박이라도 당했나 봐? 하긴, 너 같은 쫄보 상대로는 북두파보다 동네 영감쟁이 정도가 딱 어울리지.”


으득.

지겸이 이를 가는 소리가 방 안을 울렸다.

그는 마치 내뱉듯 소리를 질렀다.


“네놈은 조 씨 영감이 소개한 남자가 팔아먹은 거다!”


조 씨 영감.

그 한 마디로 모든 것이 풀렸다.


“조말생···, 말생 할아버지가 날 팔아넘겼다고?”


지겸은 아차, 하는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설마 조 씨 영감이라는 것만으로 말생을 떠올릴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한 듯했다.

하지만 어찌 모를 수 있을까.

말생은 할아버지의 제일 친한 친구 중 한 명이었다.


“그럴 리가···.”


기동의 할아버지인 김생과 조말생, 김원룡은 어릴 때부터 삼총사로 유명했다.

그 인연은 할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이어졌다.


“네가 고생이 많다.”


갑작스러운 부고에 망연자실해 있던 기동을 북돋아 주었던 것도 말생이었다.

그는 주름이 꽤 잡힌 손으로 툭툭 어깨를 두드려 주었었다.

많은 말은 없었지만, 그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었었다.


그 말생이 자신을 팔아넘겼다?

친우의 영정사진 앞에서 체면도 잊고 어린아이처럼 울던 말생이?


“···.”


넋을 잃은 채 가만히 서 있는 기동을 보던 지겸이 슬금 뒤로 물러났다.

힘을 중시하고 자신을 과신하는 면이 있는 지겸이지만,

이때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물러나야 할 때 역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기동에게 무력으로 앞서는 것은 사실이지만 저 정체 모를 힘이 께름칙했다.

질 것 같아서만은 아니었다.


지금의 지겸은 감정을 제대로 다스릴 수가 없었다.

기동이 입을 열 때마다 자신도 정보를 쏟아냈다.

이대로라면 해선 안 되는 말까지 떠벌리게 될 것 같았다.


“그럴 리가···. 아니, 하지만···.”


기동은 꽤 큰 충격을 받은 모양인지 정신을 차리질 못했다.

이때다.

지겸은 살짝 몸을 날리려 했다.


“냐아! 도망간다냥! 빨리 잡아라냥!”


찢어지는 듯한 목소리에 기동이 정신을 차렸다.

지겸은 작게 혀를 차고 재빠르게 몸을 날렸다.

뒤늦게 기동이 손을 뻗었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도망가냐, 오지겸!”


도발 스킬을 발동시키지 않은 말은 허망하게 흩어졌다.

기동은 이를 악물었다.


“멍청이냥! 왜 넋을 놓고 그러냥!”

“···아니, 좀···.”

“놓쳐버렸으니 어쩔거냥! 멍충이냥! 냥냥!”


신사가 분을 이기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굴렀다.

그 모습을 보자 어쩐지 맥이 탁 풀렸다.

기동은 털썩 주저앉아 신사를 올려다보았다.


“놓쳐도 별 상관은 없어.”

“무슨 소리냥! 어디 가서 신고라도 하면 어쩔거냥!”

“신고?”


기동이 싸늘하게 비웃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지겸이 기동을 신고하는 일은 절대로 불가능했다.

그리고, 삼인방 역시.


“내가 이래 봬도 뒷 세계에서는 유명해. 김개똥으로.”

“아까 그 남자도 널 개똥이라고 불렀다냥. 왜 개똥이냥?”

“사극 같은 거 못 봤어? 집에서 일하는 노비들 이름이 죄다 개똥이, 돌쇠 그런 거잖아.”

“그럼 널 노비로 취급한 거냥?”

“그렇지. 난 거의 저 개새끼의 노예랑 다름없었지. 시키는 건 다 했거든. 진짜 더러운 일도.”


얼굴에 드리워진 그림자로 지난 세월이 가늠되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절대 거부할 일들.

살아남기 위해서는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면죄부가 될 수 있을까.


신사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조심스럽게 개똥의 얼굴 앞으로 날아왔다.


“고생이 많았다냥.”

“···쥐새끼가 이상한 배려 하지 마.”

“쥐새끼 아니다냥! 신사다냥!”


이름이 깨나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기동은 피식 웃고는 몸을 일으켰다.


“어쨌든, 그런 호구가 칼 들고 덤볐다고 말한다? 저 새끼가 그럴 일은 절대 없어. 우리 일은 얕보이면 그대로 죽음으로 직결되거든.”


그것이 사채업자로서건, 아니면 인간으로서건.

신사는 이해가 되지 않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도 죽을 뻔했는데 그냥 넘기겠냥?”

“저런 놈들 생각은 내가 더 잘 알아. 신경 쓸 필요 없어.”


신사는 짧은 팔로 팔짱을 끼더니 으음, 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이내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라 생각했는지 다른 화제로 이야기를 꺼냈다.


“니가 얻고 싶은 정보는 다 못 얻은 거 아니냥? 지금이라도 쫓아가는 게 낫지 않냥?”

“···아니. 이 정도면 충분해.”


기동은 확실해진 것을 정리했다.

하나, 할아버지는 빚을 지지 않았다.

둘, 기동은 정말로 팔려온 것이었다.

셋, 그 뒤에는 조말생이 관여하고 있었다.

넷, 조말생이 소개해줬다는 남자가 직접적인 관계자다.


어렴풋이 그 남자의 정체가 잡힐 것 같았지만 아직 확신이 없었다.

그리고 만약, 자신이 생각하는 그 남자라면···.


“지금의 나로서는 어차피 뭣도 안 돼.”


능력 하나 얻었다고 뭐라고 된 것 같냐는 규림의 말은 옳았다.

그 전의 기동은 출발선에조차 설 수 없었다.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지금은 출발선에 서 있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앞으로 쌓아나가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일단 레벨을 좀 올리고 싶은데.”

“레벨 말이냥?”

“내 스킬이 변칙적인 방법이 될 순 있어도 배틀 자체에 도움이 되는 건 아니니까. 상대가 강하면 강할수록 내가 불리해지는 건 다르지 않잖아?”

“뭐가 걱정이냥! 올리면 된다냥!”

“···그건 그런데···. 난, 레벨 어떻게 올리는지 모르는데?”

“바보냥? 내가 어제 말 해줬잖···.”


신사가 말을 흐렸다.

까만 콩 같은 눈동자가 허공을 응시했다.

한참이나 생각하던 신사가 고개를 기울이더니 배시시 웃었다.


“말 안 해줬냥?”


그제야 신사는 자신이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기동의 눈이 가늘어졌다.


“···너.”

“아니, 니가 어제 너무 닦달해서 그렇다냥! 이야기 이거저거 하려는데 계속 말 막고냥!”


기동은 입을 다물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어제 신사에게 제발 좀 닥쳐보라고 한 건 자신이었다.


“아니, 잠깐만. 너 나한테 무슨 정보 이야기하려고 한 적 없는데? 내 스킬 놀리는 것 밖에 안 했잖아.”

“힉, 들켰다냥!”


사기꾼에게 사기를 치려 들다니.

기동은 그런 신사를 바라보다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뭐냥?”

“레벨업 하는 방법이 있다며.”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자 신사가 발끈 화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잘못한 게 있어서인지 얌전히 입을 열었다.


“십 년 전, 각 나라의 주요 도시에 판테온 경기장이 생긴 건 알고 있냥?”


기동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신사는 짐짓 엄숙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바보는 아니어서 다행이다냥.”

“이, 씨···, 하. 됐고, 빨리 말해.”

“그럼 기본 설명은 다 패스하고 판테온 경기장 아래에 가면 던전이 있는 건 알고 있냥?”

“던전?”


게임에서나 나오는 것 아니었나?

기동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신사가 츳츳, 하며 손가락을 흔들었다.


“멍충이다냥. 상태창이나 스킬창 자체가 이미 게임 같지 않냥? 그럼 레벨은 어디서 올리겠냥?”

“던전에서 사냥해서?”

“그렇다냥!”


던전이라는 어감에서 생각해보면,

그 안에는 아마 몬스터가 출몰할 것이다.

하지만 하나의 던전으로 어떻게 다양한 레벨을 커버하는 것일까.


“길게 생각해봤자 의미 없고, 가자.”

“어딜 말이냥?”

“던전.”

“지금 갈 거냥?”

“그럼 미뤄서 뭐하게?”


어차피 지겸과는 이대로 끝이다.

하지만 기동은 알고 있었다.


허세와 욕심으로 똘똘 뭉친 남자지만, 자존심은 있다.

이대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 뻔했다.

그게 어떤 형태건 틀림없이 자신을 방해할 것이다.


“···하하.”


그런데 어째서일까.

미지의 무언가를 보는 듯한,

두려음으로 가득 차 있던 눈동자를 떠올리면 몸이 떨렸다.

공포의 대상이었던 지겸이 무언가 다른 존재가 되어버린 것처럼.


“방해···.”


얼마든지 해 봐.

나는 더 강해질 테고, 너와의 차이는 더 커질 테니까.

기동의 눈이 번뜩였다.


****


“이게 던전···.”


던전 입구에 선 기동은 생각 외의 상황에 조금 당황했다.

동굴이나 돌로 만들어진 입구 같은 걸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평범한 건물이 눈앞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언뜻 보기에는 원룸 건물처럼도 보였다.


“그렇다냥. 이 건물의 디자인은···.”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어떻게 들어가는데?”

“이런 설명도 내 일이란 말이다냥!”

“알게 뭐야.”


열을 내며 발을 동동 구르는 신사를 버려둔 채 기동은 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유리로 된 현관문을 밀었다.


소리 없이 열린 문 안에서 냉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제야 이곳이 일개 원룸이 아니라 던전이 있는 건물이라는 실감이 났다.

뒤따라온 신사가 뾰로통한 얼굴로 멈춰섰다.


“삐졌냐?”

“흥이다냥.”

“지금 나한테 이걸 누가 지었는지 중요한 게 아니잖아. 내가 아까 그 새끼한테 당해서 죽었으면 좋겠어?”


신사가 흠칫, 몸을 떨었다.

작은 쥐는 잠시 생각에 빠지더니 이내 맹렬하게 고개를 저었다.


“절대 안 된다냥! 내가 담당하는 인간을 그런 식으로 죽게 할 순 없다냥”!

“그치? 그러니까 빨리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해줘.”

“이쪽으로 와라냥.”


얼마 걷지 않아 신사가 멈춰섰다.

문에는 이해할 수 없는 문자가 잔뜩 적혀 있었다.


“이게 뭔데?”

“초보자용 던전이다냥.”

“아.”


아무래도 이 건물은 던전의 입구를 모아놓은 곳인 모양이었다.

각 방의 문이 던전으로 통하는 입구인 듯했다.


“보통의 게임과 같다냥. 레벨이 오를수록 경험치를 먹기 힘들어 진다던가냥. 주의해야 할 건 하나다냥. 초보자용 던전의 경우 하루 입장 제한이 10번이다냥.”

“더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냥. 그러니까 사실은 첫날부터 던전에 들어갔어야 했다냥.”


10번의 기회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 날아가 버렸다.

기동은 묘한 눈으로 신사를 바라보다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지나간 일을 분하게 여겨도 방법이 없다.

그렇다면.


“이건 순전히 니 실수잖아?”

“윽. 뭐, 그, 그렇다고 볼 수도 있는 것 같기도 하다냥.”

“그럼 뭔가 보상을 줘야 하는 거 아냐?”

“윽.”


신사가 두 손을 모으고 꼼지락거렸다.

기동은 생각할 틈을 주지 않고 말을 이었다.


“설마 담당하는 참가자한테 그렇게 중요한 사항을 말하지 않아 놓고 그냥 넘어갈 생각은 아니지?”

“그, 그건···. 냐, 냐앙···.”


신사의 망설임이 눈에 보였다.

아무래도 이 작은 쥐는 자신이 신의 사자라는 것에 자부심을 품고 있는 듯했다.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으니 죄책감이 스멀거리기 시작했을 것이다.

기동은 한 발 더 신사에게 가까워졌다.


“줘.”

“뭐, 뭐 말이냥.”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해진 거 없어?”

“···윽, 없, 없다냥.”

“왜?”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냥···.”


어물거리는 신사를 보며 기동은 미소지었다.

전례가 없다는 것은, 정해진 것이 없다는 것.

그렇다면 무엇을 요구해볼까.


기동은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그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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