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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기하고 재밌는 이야기와의 만남.

제왕기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진설우
작품등록일 :
2012.08.27 02:01
최근연재일 :
2010.07.24 12:12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428,998
추천수 :
943
글자수 :
40,457

작성
10.07.15 23:11
조회
51,027
추천
78
글자
9쪽

1, 숨겨진 진실

DUMMY

이제 더 이상 숨을 쉬기조차 힘들었다. 독은 이미 온몸 구석구석에 퍼져 점점 몸을 마비시켜갔다. 생각이 둔해지며 머릿속이 캄캄해졌다.

푸욱!

누구의 것인지도 모를 칼날이 날아와 배와 허벅지 어깨에 박혔다.

마지막 온힘을 다해 검을 크게 휘둘렀다. 이제 더 이상 힘이없다.

'끝인가?'

눈이감겼다. 아니 감겼는지도 확실히 인지하지 못했다. 그저 눈앞이 캄캄해지며 모든 것이 어둠에 먹혔다.

온통 검은색 일색의 공간.

"내가 죽은것인가?"

아무것도 없다. 죽으면 천국이나 지옥에 가는것이 아니었나? 혼란스러운 랑디의 앞에 검은 공간을 찢고 각각 희고 검은 두 개의 뿔을 가진 아기가 나타났다.

천진난만한 표정의 아기는 두쌍의 날개를 가지고 있어 요정같기도 했다.

"안녕?"

작은 날개를 파닥거리며 랑디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혼란스런 와중에 뜬금없이 요정이 나타나니 의아했다.

“넌 누구니?”

랑디의 물음에도 요정은 답할 생각도 않고 주위를 날며 요리조리 랑디의 전신을 훑어보며 키득거렸다.

황당하기도 하고, 이상황이 의아하기도 했지만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차분해 화가 나지도않았다.

마치 감정이 사라진 사람처럼 무표정한 얼굴의 랑디가 물었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니?"

"큭큭, 반가워서."

이제야 대답하는 요정에게 재차 물었다.

"넌 누구니?"

"난 니코라고해."

어리둥절하는 랑디에게 니코가 재잘거렸다.

"꿈을 파는 니코라고해."

요정은 주머니에서 검은 구슬 하나를 꺼내었다.


작은 구술이 깨어지며 무채색의 검은 공간이 변하기 시작했다.

소년 랑디가 크로니스왕국의 기사서임을 받고 기사가 되고 모험을 나서고 전쟁을 하고 백작이 되는모습.

검강을 만들어 처음 마스터의 단계에 올랐을때의 환희.

나서는 전쟁마다 연이은 승전에 후작이되고 공작이되기까지.

그리고 마지막 순간 카뮤라황제의 버림으로 제국의 모든 마스터들과의 일전.

황제의 검이 랑디의 심장을 파고들며 영상이 흩어졌다.

“후우우.”

랑디가 막혔던 숨을 토해내듯 긴 숨을 내뱉었다.

아주많은 시간 자신의 인생을 돌아본것 같았는데 또 그리 많은 시간이 흐른것 같지도 않았다.

정말 허무한 삶이었다.

평생을 누구를 위해살았단 말인가?

결말이 고작 충성을 다바친 존재로부터의 버림이라니.

"후회되니? 크큭"

니코의 외침에 랑디가 의아한듯 바라봤다.

"난 꿈을 파는 니코 모든 것은 꿈이 될 수 있어."

묘하게 생글거리며 웃는 니코의 말과 함께 다시 공간이 무채색의 암흑으로 바뀌었다.

"꿈? 이 모든 것이 꿈이 된다면....."

한동안 생각에 잠기었다.

인생을 살아가며 후회없이 살았냐는 물음에 자신있게 그렇다고 대답할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아니 있기나 한건지 알수없다.

만약 인생을 다시 산다면?

여러 가지 생각들이 떠올랐다. 여동생에게 좀더 상냥하게 대해주고 싶었고, 사촌형제들과도 사이좋게 지내고 싶었다.

늘 어머니에게 걱정만 안겨준것도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무엇보다 한가지는 확실했다.

다시 생을 산다면 그 누구에게도 충성하지 않을것이다. 이토록 허무한 결말만이 기다린다면 자신의 삶을 그누구를 위해서도 살지 않을것이다.

카뮤라는 황제의 자리에 올라보지않은자는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것이라했다.

'제국의 황제? 대륙의 패자? 좋아 내가 그 자리에 올라주지. 누구도 네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난 모든 것을 포용해 보이겠다. 유일무이한 대륙의 정점이 되어주마.'

랑디는 결심을 굳혔다.

그때 생글거리던 니코의 표정이 싸늘히 굳어졌다.

어린아이의 귀여운 얼굴이 시리도록 차게 굳은 표정을 짓자 묘한 공포를 자아냈다.

"댓가는 너의 영혼. 꿈을 원한다면 이 구슬을 받아."

니코가 주머니에서 꺼낸 흰 구슬을 바라보았다.

'댓가가 영혼? 이녀석은 악마인가?'

영혼을 가져가면 어떻고 악마면 어떠랴. 다시 살수만 있다면.

"좋아!"

랑디가 흰구슬을 건네받자 의식의 스위치가 꺼져버렸다.

"큭큭"

비틀린 일술사이로 새어나오는 웃음을 삼킨 니코가 다시 검은공간을 찢고 사라져버렸다.



***



의식의 끈이 이어지며 천천히 감각들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눈을 떠 보았다.

천정이 보인다. 하얀 벽지가 보였다.

머리가 몽롱하다.

한참을 그대로 누워있었다. 모두 꿈만 같았다. 크로니스왕국이 제국이 되고 자신이 공작이되고 또 죽고.....

"응?"

기억이 점점 이어지자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니코!"

악마인지 천사인지 모를 요정을 봤었다. 퍼뜩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았다. 가물가물하지만 분명 낯익은 방이다.

"이럴수가!"

창가에 쳐진 커튼을 열어젖혔다. 낮인듯 강한 햇살이 눈을 부시게했다. 군데군데 나무가 심어진 드넓은 정원이, 그리고 그너머로 높은 성벽이 보였다.

레이드성이다. 레이드자작가에 의해 100년간 통치되어오던 성이다.

"하하, 이게 대체?"

정말로 꿈으로 변했다. 생생하게만 박힌 기억은 모두 꿈이되어버렸다.

방을 뒤져 서둘러 동경을 찾았다. 탁자위에 놓인 동경에 얼굴을 비추어보았다.

동글동글

아직 젖살도 빠지지못한 소년의 모습이 비췄다. 동경을 내려놓고 두손을 살폈다. 굳은살이 박힐대로 박힌 그의 손이 아니었다. 햇빛에 그을린듯해보이지만 그전에 비하면 너무나 뽀송하고 가녀린 손이었다.

마흔여섯의 몸이 소년이 되어있었다.

"그럼 지금이 언제지?"

꿈을 꾸었다. 긴 미래를 한평생의 인생을 꿈으로 꾸었다. 헌데 너무 긴 꿈이었을까. 지금이 언제인지 무엇을 하다 잠이 들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똑똑

머리를 싸매고 기억을 되살리려 애쓰고 있는데 노크소리가 들렸다.

"누, 누구세요?"

"도련님! 몰린입니다."

몰린? 몰린이라니!

벌컥 방문을 열어제꼈다.

"아이쿠 깜작이야 오침은 다 하셨지요? 오후에 승마수업이 있습니다. 잊은건 아니시겠죠?"

콧수염을 양갈래로 멋지게 기른 몰린이 미소지었다.

정말 몰린이었다. 랑디는 눈물이 날것만 같았다. 어린시절 자신을 마치 친자식처럼 대해주며 키워준 몰린이 살아있었다. 몰린이 죽을때 얼마나 울었던가

목을 감싸안으며 펄쩍펄쩍 뛰는 랑디를 보자 몰린은 적잖이 당황하면서도 그리 싫은 기색이 아니었다.

"어이쿠 도련님 이러다 목떨어지겠습니다."

무뚝뚝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원래 이렇게 애교많은 성격은 아니었기에 몰린은 고개를 갸웃했다.

"하하, 도련님 뭐 좋은 꿈이라도 꾸신 겝니까?"

꿈, 꿈이라.

"꿈이요? 아니요. 전 꿈에서 깨서 너무 기뻐요. 하하."

실감이 났다.

아, 꿈이다. 모든 것이 꿈이다.

몰린을 보자 복잡하던 머리도 일순 정리가 되는 기분이었다.

랑디의 미소를 보자 몰린의 입가에도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고르곤자작의 첫째부인 미리나가 선척적으로 약해 후사를 잊지못하고 일찍 세상을 뜨자 그 후처로 들인 세린 사이에 1남1녀가 태어났다.

늦둥이로 얻은 자식이라 자작성내의 모든이들의 사랑을 받고 자랐다. 자작은 혹여 아들로 난 랑디가 이 때문에 약하게 성장할까봐 어릴적부터 검술은 물론 학문, 예절 등 엄격한 교육을 받았다.

어린나이에 반항도 하고 보채보기도 하겠는데 랑디는 여느아이처럼 응석도 부리지 않고 가신들이 맡아 지도하는 교육을 잘 따랐고 습득도 빨랐다.

특히 검술에 대한 재능이 매우 뛰어나 대대로 기사가문인 레이드자작가의 모든 이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자랐다.

거만하거나 게을러 질수도 있을텐데 그런 기색없이 예의도 바른것이 보면 볼수록 대견하고 기특했다.

"첫승마이시니 많이 설레이실겁니다. 헤네시경이 잘 지도해주실겁니다. 함께 가도록 하죠."

몰린은 소공자가 처음으로 말을 타보는 이 감격적인 장면을 참관하기 위해 함께 발걸음을 옮겼다. 속으론 혹여 다칠세라 걱정되어 따라나선것이기도했다.

'첫 승마라고?'

랑디는 처음으로 승마를 배운때가 언제인지 기억해내려 애썼다. 열두살이던가, 열세살이던가.

기억이 나지 않을때 가장 좋은 방법은 옆사람에게 확인받는 것.

"몰린 경. 올해 내 나이가 어찌 되던가요?"

오늘따라 소공자가 조금 이상하다 생각했지만 친절히 답했다.

"열 셋이지요."

열세살이라. 열세살?

랑디가 걸음을 멈추었다. 딱 이쯤이다. 그러고보니 처음으로 말을 타본후 기쁜마음에 자랑하기 위해 영지 순시를 떠나셨던 아버지가 돌아오시기만을 기다리던 기억이 난다.

몰린과 함께 걷던 랑디의 발걸음이 갑자기 뚝 멈췄다.

‘아버지.’

그때의 기억이 맞다면 삼일뒤 영지 순시를 마치고 돌아오는건 몬스터의 습격으로 죽은 아버지의 시신이 실린 마차일 것이다.

랑디의 표정이 굳을대로 굳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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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자유연재란에 연재했던 글입니다.

비축분을 쌓느라 연재를 소홀히해 카테고리가 정리되고 말았습니다. ㅠㅠ

새로운 마음으로,

하루 한편씩 성실연재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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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장 +37 10.07.15 56,186 89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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