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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작 님의 서재입니다.

SSSSS급 레벨업하는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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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훈작
작품등록일 :
2024.05.08 15:51
최근연재일 :
2024.05.22 22:32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1,509
추천수 :
54
글자수 :
73,982

작성
24.05.22 22:32
조회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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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14화 거인의 태동

DUMMY

14화



거인의 태동





강원도.


대한민국을 가로지르는 태백산맥이 자리하고 있는 이 지방은 예로부터 많은 이들이 대자연의 정기를 찾아 방문하는 명지다.


산맥의 정기를 얻기 위해서는 속세와 멀리 떨어진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야 했기에 헌터 그 중에서도 이름을 떨칠 정도의 극소수만이 기맥을 찾아 터를 잡을 수 있었다.


태백산맥 깊은 곳.


사람의 발길이 허용되지 않던 거친 대자연 속에 터를 잡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이 모인 작은 마을을 사람들은 신선곡이라 불렀다.


일반인은커녕 웬만한 헌터들 조차도 발을 들이댈 수 없는 거친 자연에 선택받은 이들을 우러러 보며.


그리고 현재의 신선곡을 대표하는 것이 바로 3대 길드 중 하나인 천명이었다.


압도적인 재력으로 지어진 천명의 별장은 신선속 안에서도 남다르고 화려했다.


"하앗!"


짙푸른 녹음이 우거진 아름다운 수련장.


새하얀 무복 차림의 여성이 홀로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소녀라기엔 성숙하고 숙녀라 부르기엔 아직 앳된 얼굴. 허나 눈빛은 그녀의 뺴어난 외모를 잊게 할 정도로 무겁고 진중했다.


“합!”


마치 춤을 추는것만 같은 아름다운 검술이었다.


검을 쥔 손의 움직임은 부드럽고 자유로웠으며 검이 그려가는 궤적은 한 폭의 그림같았다.


문외한이 봐도 한 눈에 그녀가 이룬 경지가 심상치 않음을 짐작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이 고운 미간을 타고 내려 오뚝 솟은 코에 닿을 무렵.


“후우.”


여성의 움직임이 멈췄다.


작게 숨을 뱉어내며 검을 놓자 기척을 죽이고 있던 이들이 다가와 빠르게 수건과 마실것을 건네 준다.


여성은 익숙하게 그 수건을 받아 얼굴을 닦았다.


“제가 수련장에는 오지 말라고 말씀드리지 않았나요?”


청초한 외모에 반대되는 눈빛. 그것에 어울리는 시리도록 차가운 말투였다.


여성의 질책에 어느샌가 그녀의 앞에 나타난 한 사내는 어색하게 웃을 뿐이다.


“아가씨가 한번 수련장에 들어가시면 좀처럼 나오지를 않으시니···.하하.”


수련을 방해받은 탓일까 고운 이마를 찡그린 여성은 수련장에 한 편에 놓인 벤치에 앉았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사내는 여성에게 태블릿을 건네주었다.


“이번에 서울 지부에서 일이 좀 있었습니다.”


“괴인인가요?”


“역시 아가씨군요. 네. 맞습니다. 협회에선 A급 괴인 김기현이라고 추정하는 듯합니다.”


“A급이라면 소란스러울 만은 한데, ···이게 저희와 무슨 상관이죠?”


차가운 눈동자가 사내를 응시한다.


나이는 어려도 태어나면서 부터 타인 위에 군림해왔던 지배자의 눈빛이다.


사내는 짐짓 헛기침하며 서둘러 말을 이어갔다.


“협회의 일은 별거 아닙니다만, 다음으로 넘겨보시죠.”


태블릿 속에선 영상 하나가 재생되고 있었다.


몰려드는 구울과 정면으로 싸우는 헌터들. 민혁과 그 일행들의 전투였다.


“지금 그 친구 때문에 엉덩이를 들썩이는 길드가 한둘이 아닙니다. 오랜만에 쓸모있는 인재가 나왔다고요.”


굳이 이름을 지칭하진 않았지만 사내가 가리킨 인물을 여성은 단박에 알아챘다.


그 정도로 다른 이들과 확연한 차이가 있었으니까.


같은 검을 휘둘러도 전혀 다른 결과물을 가져온다.


검술을 제대로 배운 이와 그렇지 않은 이들. 그녀에겐 무엇보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장면이다.


“협회 내부자한테 들은 건데 이번에 B급으로 승급이 확정이랍니다.”


“···?”


처음으로 여성의 표정에 변화가 생겼다. 그것은 의문.


그녀의 눈꼬리가 움직이는 것을 파악한 사내가 얼른 대답했다.


“믿기지는 않지만, 현재 C급이랍니다. 혹여나 무슨 꿍꿍이를 가지고 있나 싶어 여태 뭘 해왔는지 조사해봤지만 평범합니다. 아마도 다들 2차 각성이 아닌가 하고···.”


“2차 각성.”


또 다른 이름은 재각성.


모두가 그토록 바라지만 선택받은 이들만이 가지게 되는 막강한 힘.


무심했던 여성의 눈동자가 일순간 빛을 냈다.


“흐음. 제법 흥미가 당기네요.”


그녀의 애매모호한 대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사내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하하.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또 한 가지. 거기 영상 속의 마법사 있지 않습니까? 안경 낀 놈. 알려지지 않은 괴인이랍니다. 그것도 협회의 통신 마법을 무력화 할 정도의 실력자요.”


협회의 통신 마법을 무력화.


최소 A급이다. 김기현 이외에 또 다른 A급 마법사 괴인의 등장.


하지만 여성은 더 이상 볼 것 없다는 듯 태블릿을 건넸다.


“날짜는 언제쯤으로 잡는 게 편하실까요?”


사내의 물음에 여성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신선곡에 요양차 묵게 된 지도 벌써 5년.


슬슬 몸을 일으킬 때였다.


“다음 주 내로 잡아주세요. 그때쯤엔 서울에 있을 거예요.”


“네!?”


“언제까지 자리를 비워둘 수는 없으니까요.”


“아! 넵! 알겠습니니다!!!”


사내는 대답과 동시에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


거인의 태동.


눈 앞의 이 여성의 복귀는 한동안 잠잠했던 헌터계를 크게 뒤 흔들 것이다.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를 말이다.


“불편하신 점 없게 완벽하게 준비하겠습니다. 그러면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네.”


눈을 뜬 여성의 시선은 이미 검을 향해 있었다.


그것을 눈치 챈 사내는 정중히 고개를 숙이고는 조용히 수련장을 빠져나갔다.


사내가 빠져나가고 한참이나 검을 들여다보던 여성은 이내 고개를 올려 하늘을 향해 입을 열었다.


“지켜봐 주세요. 아버지. 천명은 세계 제일이 될거예요.”



* * *





쿵-


쿵-


발걸음 한 번에 천지가 뒤흔들린다.


고대의 악마가 다가오고 있다.


-도망가야 해.


어째서일까.


도망쳐야 한다. 도망쳐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몸이 굳어버린 것처럼 꿈쩍도 안 한다.


공포.


온몸을 잠식해 들어오는 이 감정은 틀림없는 공포다.


언젠가 느꼈던 그 절망이다.


민혁은 눈을 떴다.


“헉!”


익숙한 자취방의 풍경. 고대의 악마는 어디에도 없다.


“···개꿈이네.”


고개를 돌려 주위를 확인하니 어느새 창을 가린 커튼 사이로 햇살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민혁은 땀으로 축축해진 옷을 벗어 던졌다.


“개꿈으로 하루를 시작하다니 너무 찝찝한데.”


오늘처럼 중요한 날을 이렇게 시작할 수는 없지.


대충 세수를 하고 곧장 냉장고로 향했다. 벌컥 문을 여니 어제 사 온 캔맥주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쓰읍. 아침부터 이건 좀 아닌 거 같긴 한데. 그래도 기분을 푸는 데는 이게 최고긴 해.”


오늘 같은 날은 이래도 되겠지.


빈속에 먹으면 좀 그러니까 이것도 챙길까.


민혁은 맥주와 편의점 육포를 들고 소파로 향했다.


치익-


이 상쾌한 소리.


캔을 따는 순간부터 기분이 좋다.


그리고 더더욱 좋은 건.


벌컥벌컥-


“크흐~!!!”


목을 넘길 때마다 목구멍을 때리는 이 청량감.


방금까지의 꿀꿀한 기분이 사르르 녹았다.


여기에 육포를 한입 뜯으면 그냥 천국. 천국이 따로 없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조그마한 연회를 마치고 시간을 확인하니 어느새 약속 시각이었다.


민혁은 서둘러 자취방을 나섰다.


“날씨 한번 더럽게 좋구나. 산책하기 딱이구만.”


햇볕이 따사로운 주말의 어느 날.


날씨가 좋아서인지 오늘따라 유난히 길거리에 커플들이 많이 보인다.


부러움 반 시기 반으로 그들을 보며 걷고 있자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다.


이 먼지 하나 없이 맑고 깨끗한 날. 민혁은 헌터 협회 서울 지부에 와 있었다.


며칠 전 전 발생한 ‘협회 습격 사건’의 표창을 받기 위해서다. 더불어 새로운 헌터증도 발급받고.


“어우.”


서울 지부에 들어서자마자 절로 나온 소리가 이거다.


평소에도 많은 이들이 오가는 북적이는 장소였지만, 오늘은 그 정도가 불쾌지수를 팍 치솟게 할 정도다. 이 커다란 로비가 발 디딜 곳 하나 찾기가 어려울 정도라니.


그중에 평소와는 다른 행색의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거대한 카메라를 설치하고 옹기종기 자리 잡은 이들. 그들은 각자 방송사 로고가 박힌 옷을 입고 부지런히 무언가를 준비 하고 있었다.


“어. 왔냐?”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구경하던 민혁에게 누군가 손을 흔들며 다가왔다.


스포츠 머리사내. 최태환이었다.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그는 어딘가를 가리켰다.


“다른 애들은 저기 있더라. 저기 양아치, 저기 꼬맹이.”


그가 가리킨 방향엔 각각 박혁필 패거리와 어린 헌터가 보였다.


‘어차피 이따가 볼 건데.’


굳이 찾아갈 필요를 못 느낀 민혁이 다시 급조된 단상으로 고개를 돌리려 할 때, 박혁필 패거리들과 눈이 마주쳤다.


“쟤들 왜 저래?”


방금까지만 해도 큰 소리로 이야기하던 놈들이 갑자기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자 최태환이 의아한 듯 물었다.


“···뭐. 던전에 들어가기 전에 일이 좀 있었죠.”


[아. 아. 기자회견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때, 로비 한 쪽에 마련된 단상에 익숙한 얼굴이 올라섰다.

언젠가 민혁의 목숨을 한번 살려줬던 마태석이었다.


-목적은 아마 너일 거다.


문득 전날 마태석과 나누었던 대화가 생각났다.


-저요?


-그래. 이 구성원에서 그 안경 놈의 흥미를 끌 만한 건 너밖에 없어. 그러니까 조심해라. 언제 이러한 일들이 또 발생할지 몰라.


마태석의 표정은 그답지 않게 심각했다.


-협회 내부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오늘처럼 일을 벌이는 놈들이다. 괴인이란 것들은 말이야. 빌어먹을.


괴인.


헌터였거나 헌터와 상응하는 힘을 가진 범죄자.


C급 헌터였을때는 만나는 괴인이라 해봤자 그리 별 대단한 놈들은 아니었다.


행패 좀 부리다가 협회 소속 헌터들에게 일망타진당하는 언제 나의 잡범들.


그러나 그 안경 낀 사내는 뭔가 달랐다.


던전에서 나오던 그 순간까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지 못했다.


심지어 협회마저 아직 놈을 잡지 못했단다. 정확히는 놈의 정체도 밝히지 못했다.


새로운 A급 괴인의 등장.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헌터 강국 대한민국조차 채 100명이 넘지 못하는 게 A급 헌터다.


그런 A급 헌터랑 동급의 힘을 가진 새로운 괴인의 등장은 사회가 술렁이기에 충분했다.


지금처럼 말이다.


[······해서 일단은 사건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여기저기서 빛이 번쩍한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절대 버텨내지 못할 플래시 세례. 그 속에서 마태석은 당당하게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번엔 괴인의 마수에서 무사 귀환한 영웅 네 명을 소개하죠.]


“자 이쪽으로 와주세요.”


미리 약속되어 있던 대로 빠르게 모인 네 명은 협회 직원을 따라 단상으로 향했다.


“으허. 으허허허.”

“후우.후우.”

“헤헤헤헤.”“···.”


자신들을 향한 플래시 세례에 헤벌쭉 웃는 둘과 긴장한 듯 숨을 고르는 한 명. 그리고 민혁은 단상 앞에서 마태석을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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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화 거인의 태동 24.05.22 58 2 11쪽
13 13화. 귀환 24.05.21 63 3 12쪽
12 12화. 골렘 24.05.20 62 3 11쪽
11 11화. 구울 24.05.17 70 3 12쪽
10 10화 등급 재심사(2) 24.05.15 85 3 13쪽
9 9화. 등급 재심사(1) 24.05.14 109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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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화 습격 24.05.11 108 5 11쪽
5 5화 C급 대형 던전 24.05.10 118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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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화 마태석 +1 24.05.08 141 5 11쪽
2 2화 레벨업 24.05.08 153 3 11쪽
1 1화 플레이어. 24.05.08 198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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