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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계의 악역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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뭇찌
작품등록일 :
2019.09.13 15:15
최근연재일 :
2019.09.2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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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14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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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의 게임 - 인생 역전의 승부 (4)

DUMMY

그는 곧바로 감염충을 준비했다. 감염충은 과학선과 마찬가지로 최고급 테크 마법 유닛. 고효율을 자랑하기에 과학선과 같은 고효율을 상대하기 위해선 필수적이었다. 그러나 감염충을 꾸준히 생산하기 위해선 반드시 확장 기지들을 지켜야했다.

물론 황제가 그 사실을 모를 리는 없었다.

어느 정도 병력이 쌓인 황제는 수송선을 뽑아 드랍 러쉬를 준비했다. 그도 마찬가지로 확장 기지에 방어 타워를 건설하고, 수송선을 파괴할 수 있는 자폭충과 병력들을 근처에 흩뿌려놓았다.

그리고 긴장한 채 미니맵을 주시하던 그는 마침내 그의 확장 기지를 향하는 수송선 세 기를 발견했다. 수송선의 동선에는 절묘하게도 그의 자폭충들이 있었다. 황제는 곧바로 수송선의 방향을 바꾸었지만, 아무리 상대가 황제라고 해도 게임 시작 전부터 수를 읽은 그를 당해낼 수는 없었다. 황제가 방향을 틀어 이동한 바로 그곳에서, 다른 자폭충들이 수송선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는 황제의 드랍 러쉬를 어처구니없이 간단히 파해했던 것이다.


-대박

-드랍을 그냥 막았어

-이거 타격 큰데

-하필 저기에 자폭충이 있냐?

-위치 선정이 장난 아닌데

-운 진짜 좋네

-당연히 운이지 뭐


시청자들은 모두 자폭충의 위치를 행운으로 치부했지만, 그건 사실과 달랐다.

그는 게임 시작 전부터 자폭충을 그곳에 두기로 결정했었다.

황제는 처음부터 자폭충이 없을 거라고 예상한 위치로 수송선을 움직였던 것이고, 그는 그것을 읽었던 것이다.

하지만, 황제의 드랍 러쉬는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황제가 준비한 건 동시 드랍. 곧장 다른 지역에서 낙하한 총병과 의무병들이 잠복자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는 감염충의 스킬인 안개를 사용해 안전지대를 만들었다. 안개 속에서는 원거리 유닛들의 공격이 통하지 않는다. 게다가 이 상황은 이 승부를 위해 수십 번 넘게 연습해왔던 상황이다.

그의 안개의 위치는 완벽했다. 일꾼과 그의 잠복자들은 일사분란하게 안개 안으로 움직였고, 황제는 최대한 방어 타워와 잠복자들을 피하며 그의 중요 건물인 부화장을 공격했다. 안개 속에서도 건물은 데미지를 받기 때문이었다.


-야 안개 까는 위치 대박인데

-어떻게 타워랑 아다리가 다 맞네

-일벌레들 안개 속으로 도망치는 거 봐 ㅋㅋ

-나도 S랭크인데 얘는 진짜 잘하는 거 같다

-클래스가 있네

-인정

-솔직히 아마추어 주제에 황제랑 비비는 놈이 어딨겠냐


만 명이 넘는 시청자들 전부가 감탄할 정도의 대처였다. 이론대로라면 어쩔 수 없이 죽은 잠복자들과 일벌레 몇 마리가 손해의 끝이었겠지만.

다시 한번 황제의 컨트롤이 빛을 발했다. 잘 보이지도 않는 안개 속에서 발사되는 가시들을 황제는 익숙한 듯이 잘 피했던 것이다.

결국 총병들은 기어코 그의 부화장을 파괴한 후에나 목숨을 잃었다.


‘씨발!’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의 인구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황제가 드랍 러쉬를 하는 동시에 다른 지역에서 과학선들을 움직여 그의 병력들에게 독을 걸었던 것이다. 과연 정점이라고 불릴 정도의 실력이었지만.


‘아니, 타이밍이야.’


그는 타이머를 보고 떠올렸다.

그가 승부를 위해 준비한 최후의 수.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는 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성공만 한다면 방금 전의 손해를 뒤집을 수 있었다.


‘24분 57초.’


완벽하게 플레이하기에 생기는 틈이 있다.

그 시각은, 황제의 본진에서 자원이 전부 떨어질 시점이었다.

채취할 자원이 사라지면 필연적으로 일꾼들은 놀게 된다. 하지만, 황제가 그걸 용납할 리 없었다. 황제는 마치 ‘외운 듯이’ 자원이 전부 소모되면 본진의 일꾼들을 다른 확장 기지로 옮긴다. 그는 그 시간을 외웠던 것이다.

24분 57초가 된 시각.

그의 병력이 있지 않아야 할 곳에 있었다.


‘반드시 올 거야. 황제니까.’


그리고 황제의 일꾼들이 지나쳐야 할 곳에 왔다.


‘믿고 있었다. 황제!’


그는 웃으며 황제의 일꾼들을 학살했다. 표정이 바뀐 건 황제도 마찬가지였다.

있지 않아야 할 곳에서 그의 병력들과 마주친 황제는 게임 중 처음으로 안색이 변했다.


‘병력이 왜 여기에 있지? 하필 타이밍이···.’


황제는 곧장 병력을 움직이며 생각하기 시작했다. 마왕의 게임의 정점에 선 황제조차도 그가 이 시각을 외웠다는 것은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던 것이다.


‘역시 완벽한 것도 불가능한 것도 없지? 내가 너를 읽었다.’


그는 신나서 생각했다.


Conquerorrrrrr : 이것도 방플이라고 해봐라


이어서 그는 트래쉬 토킹까지 감행했다. 이것도 그가 생각해둔 전략 중 하나였다.


‘방플인가? 이건 리플레이를 봐야 해. 아니, 이 녀석은 알고 있었어.’


중학생 때부터 프로게이머 생활을 해온 황제다. 동요는 잠깐이었다. 황제는 그의 전략을 읽었다.

그는 뮤들을 다시 본진으로 복귀시켰다. 25분이나 진행된 상황에서 아무런 피해도 없이 일꾼들을 사냥했던 것이었다.

물론 승부는 벌써 후반. 본진의 일꾼들을 전부 죽였다고 해도 치명적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여전히 황제는 과학선으로 그의 병력들을 죽였고, 이대로 계속 대치 상황이 흘러간다면 그는 패배했다.


‘다시 한번 타이밍이야.’


이때, 그의 병력이 쌓였다.

마물의 최종 유닛인 거대괴수가 감염충의 안개 속에서 싸울 수 있는 시점이었다. 그리고 황제는 아직 탱크로 체제 전환을 하지 못한 시점.


‘이제는 전략도 컨트롤도 필요 없어.’


이미 게임은 후반부에 접어들었다. 더 이상 나올 전략은 없었고, 물량이 쌓인 이 상황에선 프로게이머도 세세한 컨트롤은 불가능했다.

끝없는 소모전으로 계속 쏟아부을 뿐.

그는 본능에 몸을 맡겼다. 이 승기를 놓친다면 그의 승리는 요원했다.

25분간 서로에게 입혔던 피해가 이 난전의 행방을 결정지었다.

그렇기에 그는 교전에서 패했다.

결국 끝내 공격은 통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 사실에 그는 더 이상 손을 빠르게 움직일 수 없었다.


‘결국 못 이기는 거야. 황제는.’


그의 자원이 넘쳐흘렀다. 마왕의 게임에선 자원을 남겨둘 이유가 없다. 자원이 남는다면 그저 게이머의 손이 일꾼의 자원 채취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을 뿐.


‘이렇게 끝나는 건가?’


그의 눈엔 더 이상 게임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게임 속에서 자신의 인생을 보았다.

친구들에게 게임을 잘한다며 인정받았던 어린 시절, 매번 실패했던 프로 입단, 노가다 하는 인생, 부모님에게 자랑스럽지 못한 자식, 동생에게 부끄러운 오빠, 시청자 아홉 명의 방송인, 하나 있는 팬에 응원에도 보답하지 못하는 바보.


그 모든 것을 이 승부 하나로 뒤바꿀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결국 벽 앞에서 좌절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현실에 눈물이 참을 수 없게 되었을 때,


‘이길 수 있어. 할 수 있어. 너는 여기서 질 사람이 아니야.’


그는 하나 있는 팬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았다.


‘완벽한 것도 불가능한 것도 없잖아.’


몇 분전 스스로에게 했던 말이었다.


‘1%의 가능성이라도 있으면, 0.1%의 가능성이라도 있으면 나는 할 거야.’


처음부터 상대가 되지 않는 승부였다.

황제는 프로게이머의 정점에 섰고, 그는 아마추어에 불과하다.

지금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기적이었다. 그는 다시금 그 사실을 되새겼다.


‘승산이 없다고 포기할 거라면 애초에 승부에 응하지도 않았어.’


그는 다시 한번 손을 빠르게 움직였다.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부모님에게 자랑스러운 자식이 되기 위해. 동생에게 부끄럽지 않은 오빠가 되기 위해. 하나 있는 팬의 응원에 보답하기 위해.

승리는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에도 그는 손을 멈출 수 없었다.

어느새 황제는 메카닉으로 체제 전환을 마쳤다. 모든 종족을 통틀어 가장 강력한 군세가 완성된 것이었다.


-끝났네

-이제 풀업임

-마물이 유리한 거 아님?

-어떻게 이게 마물이 유리함

-이거 황제가 그냥 이긴 것 같은데

-최소 6:4로 황제가 유리

-7:3 정도 될 듯

-애초에 마물이 유리한 적이 없었음

-9:1

-10:0이지


게임을 잘 알지 못하는 시청자들 눈에도 그의 승산은 없었다.

그는 최후의 결전을 준비했다.


-이제 나온다

-본진에 있던 무리군주들까지 다 나왔는데 ㅋㅋㅋ

-마지막 한 방이네


그의 마지막 승부수는 감염충 드랍이었다. 황제의 방어선을 뚫기 위해서는 황제의 군세 한가운데에 안개를 치는 수밖에 없었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전략을 썼던 것이다.

사냥개, 거대괴수, 감염충, 자폭충, 무리군주들이 대군을 이루어 마지막 싸움을 위해 진군했다. 그럼에도 황제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결국 황제가 해야 할 일은 같았다. 가만히 그의 공격을 수비하는 것만으로도 황제는 승리할 수 있었다.

이미 감염충 드랍을 대비해 대공 포탑들을 건설한 황제다. 자칫하면 병력을 내려놓기도 전에 몸속에 병력들을 실은 무리군주가 기동 포탑과 대공 포탑에 사망할 수도 있었다.


‘결국 운인가?’


싸움이 시작되기 직전, 그는 씁쓸하게 미소 지었다. 하지만 이내 부정했다.


‘운일 리가 없지. 황제가 운으로 황제가 된 건 아니니까.’


그렇기에 그의 머릿속에 하나의 가능성이 스쳤다.


‘분명 이기는 수는 있어.’


그는 수천, 수만 번이 넘는 게임을 해왔다. 이제껏 봐온 게임 수만 해도 수백을 넘었다.

지금 상황에서도 이기는 수는 있다.

그는 황제의 방어선을 바라보며 그와 유사했던 게임들을 되새겼다.

그리고.

그는 이 승부를 이길 수 있는 최적의 진형을 떠올렸다.


‘결국 내 손에 달린 거야.’


게임 시작 전, 그가 마음을 다잡으며 했던 말이었다.

끝끝내 모든 전략을 사용한 뒤의 이 최후의 순간에는 모든 것이 그의 손에 달려있었던 것이다.


‘황제가 내 벽인 게 아니야. 내 손이 내 한계지.’


그는 최대한 빠르게 키보드와 마우스를 움직였다. 이미 머릿속에 최적의 진형은 그려졌다.

그것을 현실로 옮기는 것도, 승부에서 이기는 것도 전부 그의 손이 결정짓는다.

황제는 정점에 선 게이머고, 그는 아마추어 고수에 불과하다.

그의 시청자 수는 고작 아홉. 반면에 황제의 시청자 수는 구천 명을 넘는다.

황제는 성공했고, 그는 실패했다.

현실의 그는 노가다꾼이다.


‘그런 건 지금 아무 상관도 없지, 황제?’


그는 모든 것을 쏟아부어 황제를 공격했다.

교전의 순간, 그의 APM이 999까지 치솟았다.

그는 벽을 부쉈다.


Emperor : GG


그날.

그는 승부에서 이기고, 인생을 역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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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마왕의 게임 - 승부가 끝난 뒤 (1) 19.09.15 156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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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마왕의 게임 - 인생 역전의 승부 (3) 19.09.13 154 1 12쪽
2 마왕의 게임 - 인생 역전의 승부 (2) 19.09.13 15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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