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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왼팔 님의 서재입니다.

언더핸드로 너클볼을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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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왼팔
작품등록일 :
2024.09.05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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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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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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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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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013화 용병 고율

DUMMY

다음날.

농장에 위치한 실내 연습장 안.


“세 번째 구종을 익히기 전까지는 높은 공은 버릴 거야. 장점을 하나 버리는 거지만 다른 장점 하나를 완전히 극대화하는 방법으로 가는 거지.”

“그건 알겠는데... 이거 너무 낮은 거 아니에요?”

“낮긴 뭐가 낮아. 너 생각해서 많이 높인 거야. 원래 생각은 여기까지였어.”

“..... 그 정도면 홈 플레이트 가기 전에 땅에 떨어지지 않을까요?”

“구속 높이면 충분히 가능해.”

“.....”


‘이게 되려나? 여긴 너무 낮은 거 같은데.’


컷 패스트볼과 투심 패스트볼이 손에 익자 새로운 훈련을 꺼내 드신 코치님.

이동식 마운드와 홈 플레이트 사이 몇 가닥의 실들이 설치가 되었다.

최대한 낮은 궤적을 유지하며 공을 던지라는 코치님이었지만 실들의 높이가 내 생각보다 무척이나 낮았다.


“그만 구경하고 빨리 준비해.”

“알았어요.”


의구심이 드는 것도 잠시.

코치님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난 자리에서 일어나 마운드로 향했다.


그리고.


틱!

틱!

틱!


당연하게도 시간이 흐를수록 빠르게 끊어지는 실들.


‘너무 부담스러운데...’


난 코치님 몰래 인상을 쓸 수밖에 없었다.

실이 끊어질 때마다 지팡이를 짚으시며 실을 다시 설치하시는 코치님.

내가 설치한다 해도 훈련에 집중하라며 호통을 치시니 마음이 무척이나 불편하다.

아니... 미치도록 불편하다.


그래서.


“저기 코치님... 차라리 고무줄 같은 거 설치하는 게 어때요? 너무 번거로운 거 같은데...”

“번거로우면 제대로 던져. 그러면 아무 문제없잖아.”

“아니. 제 말은 그게 아니잖아요.”

“알아. 그러니까 제대로 집중해.”


‘미치겠네. 진짜.’


다시 용기를 내어 코치님께 다른 방법을 제시했다.

하지만 내 걱정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시지 않는 코치님.

코치님이 어떤 의도인지는 알겠지만 이게 무협 소설도 아니고...

스승의 건강을 담보로 훈련을 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또한 너무 올드하다.

말씀하실 땐 최신 이론들도 거침없이 말을 하시는데 이건 참...


“뭐해? 설치 끝난 거 안 보여?”

“네. 네.”


‘아닌 거 같은데...’


이건 아니라고 다시 말을 꺼내고 싶지만 코치님의 고집을 꺾기엔 내가 너무 부족하다.


결국.


‘집중하자. 고율. 제발.’


난 코치님의 의도대로 제발이란 말을 하며 집중을 하기 시작했다.


다만 무협 소설처럼 내가 각성한다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게 이틀이 지나고.


“코치님. 이건 또 어디서 구하셨어요?”

“아마존. 생각보다 빠르네.”

“.....”


‘내가 올드 한 거였어...’


실내 연습장엔 소리까지 나는 최신식의 레이저 포인트가 설치가 되었다.


*****


알렉산드리아에서 배턴 루지. 그리고 다시 알렉산드리아.


“반가워. 에드워드야. 앞으로 에디라고 부르라고 하하.”

“안녕하세요. 저도 편하게 그냥 고라고 불러주세요.”


난 드디어 코치님이 말한 훈련 파트너를 만날 수 있었다.

호탕한 웃음을 지으시며 내 손을 강하게 쥐시는 중년의 남성 에디.

약간은 의외라 난 멋쩍은 웃음을 짓고 있었다.


‘무슨 조그만 동네에...’


마이너리그 출신이라는 에디.

코치님 바로 옆집에 사신다고 한다.

오고 가며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에 설마 했지만.

에디의 직업은 여행 작가.

프랑스에서 어제 돌아왔다고 한다.

야구에 이어 여행작가라니. 조합하기 힘든 조합이다.


그건 그렇고.


“겨울까지 잘 지내보자고.”

“네. 저도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맙긴. 이것도 일인데. 하하.”

“네? 일이요?”


일이라는 에디의 말.

난 자연스레 코치님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별 거 아니야. 회원권 몇 개 쓸 수 있게 해준 거뿐이야. 빨리 장비나 챙겨. 훈련하러 가야지.”

“...네.”


‘뭔가 내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은 거 같은데...’


야구를 그만두시고 잠시 호텔 사업을 하셨다고는 들었다.

그러나 다음 지도자 생활 이야기에 그냥 그렇구나 하고 흘려들은 이야기.

그런데 그 규모가 내 상상 이상인 것 같다.


‘롤 모델을 삼으라면 완전히 코치님이네.’


야구도 성공.

사업도 성공.

지도자로서도 성공.

난 감사하다는 말이 나와야 했지만 딴 곳으로 생각이 새어버렸다.


그건 그렇고.


겨울까지 내 훈련을 도와주시기로 한 에디.

훈련 파트너가 더해지자 많은 것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특히 가장 큰 변화는.


“배트 컨트롤은 꽤나 괜찮아. 다만 그게 다야. 투수라서 그런 건 이해하는데 명확한 방향이 보이지가 않아. 그러니까 이도저도 아닌 거 같고. 아예 기본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 거 같네. 대신 기본기는 갖추어져 있으니까 빠르게 움직이자고.”


‘좀 자세히 알아보셨나?’


타격 훈련이 본격적으로 추가되었다.

코치님 말로는 실버 슬러거를 노리라는데 그건 아닌 거 같고 11월에 있을 쇼 케이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신 것 같다.

대학 야구팀에서 곁눈질로 배우고 있던 나로서는 코치님의 이런 배려가 무척이나 고맙게 느껴졌고.


어쨌든.


“자! 소리 한 번 크게 지르고 시작하자고.”


활기찬 에디 아저씨 덕분에 적막했던 훈련장이 살짝은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


그렇게 시간은 다시 빠르게 흘러 어느덧 8월.


“운동 장애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어떻게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지각 능력이 저번 검사 때보다 많이 떨어지지가 않았어요.”

“새로운 약 같은 소식은 없는 거죠? 아니면 무슨 실험 같은 거?”

“네. 연구는 많이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다는 소식은 없습니다.”


토마스와 낸시는 병원에 있었다.

정기적으로 병원을 찾을 수밖에 없는 토마스.

의사는 언제나 같은 말만 반복하고 있었다.


“낸시. 약이나 빨리 타고 가자고.”


그리고 토마스도 언제나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잠시만요. 남편이 예전보다 잠을 많이 못 자는 거 같아요. 저번에 수면 장애 이야기해 주셨는데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또 낸시도 매번 그렇듯 의사와의 대화를 끊을 생각이 없다.


잠시 후.


토마스는 낸시가 약을 타러 간 사이 잠시 대기실에 앉아 있었다.

노인 전문 병원답게 자신과 비슷한 환자들이 무척이나 많은 것이 보이는 병원 안.


‘손이 괜찮을 때 가르쳐야 하는데.’


토마스는 애써 그런 모습을 피하며 자신의 손을 쳐다보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의 움직임은 점점 둔해질 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너클볼은 말로만 가르칠 수가 없다.

오버와 사이드 그리고 언더. 모두의 그립이 다르고 손을 쓰는 것도 확연하게 다른 자신의 너클볼.

시간을 너무 지체했다가는 가르칠 타이밍을 놓칠 수가 있다.


‘1년을 버틸 수 있으려나?’


다만 꼬맹이에게 지금 너클볼을 가르치기엔 시기상조다.

폼도 완성되지 않았고 가장 중요한 힘쓰는 법을 깨우치지 못한 상태.

자신의 계획대로라면 1년 뒤엔 꼬맹이가 자신의 너클볼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때까지 자신의 몸이 버텨주는 지다.


‘답답하네...’


세월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는 법.

알고는 있지만 잠시 속이 답답해지는 토마스였다.


그리고.


‘계획대로만.. 계획대로.’


계획이란 단어를 되뇌는 토마스.

자신의 믿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기 시작했다.


...

.....

.......


한편.


알렉스 박스 스타디움.


‘게임도 아니고 레벨 1은 좀 그렇지 않나?’


복도를 걷고 있던 난 코치님과의 대화를 생각하고 있었다.

며칠 전 이제야 대충은 피칭 디자인 레벨 1을 완성했다는 코치님.

이제 어디 가서 욕먹을 정도는 아니라고 하셨다.

레벨이 몇까지 있는지는 알려주시지 않은 코치님이었기에 계속해서 신경이 쓰인다.

컷 패스트볼과 투심 패스트볼의 페어링.

거기에 더해 낮은 로케이션.

구속만 올라오면 완벽한 레벨 1이라 설명을 하셨다.

레벨 2가 궁금했지만 구속이라는 숙제를 아직 풀지 못했기에 묻지는 않았다.


다만.


어디 가서 욕먹을 정도는 아니라는 거에는 궁금함을 품었다.


그래서.


‘밀크셰이크는 배 터질 때까지 먹을 수는 있다고 하셨으니까.’


“타일러 준비 끝났어? 빨리 나가자고. 다음 훈련까지 시간 얼마 안 남았어.”

“얘들 다 같이 가도 되지?”

“나야 상관없지. 네가 살 건데.”

“응? 너도 밀크셰이크?”

“당연하지. 밀크셰이크엔 밀크셰이크로 복수해야지.”

“뭐 나야 상관없으니까.”

“빨리 가자고.”


타일러와의 2차전.

난 꼭 스페셜 사이즈를 주문하겠다는 다짐을 하며 비어있는 경기장 안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잠시 후.


깡!


“유격수 땅볼 맞지?”

“빠진 거 아니야?”

“쉐인!”

“티거가 한 말이 맞아. 저걸 못 잡으면 유격수 하면 안 되지.”


...


깡!


“3루 땅볼 맞지?”

“타구 속도 못 봤어? 잡을 수 없는 공이라고.”

“쉐인!”

“오스틴한테 물어봐. 오스틴이 3루잖아.”

“오스틴!”

“나라면 눈 감고도 잡지.”

“네가? 어제 수비 훈련 때 한 10개 놓치지 않았어?”

“타일러 인정하라고. 어제는 잡을 수 없는 공. 이번엔 잡을 수 있는 공. 나 로스쿨도 생각하고 있는 거 알지? 난 허언을 하지 않아.”

“너 저번에 게임할 때 속임수 쓴 거 알고 있거든!”


‘성장을 하긴 했구나. 그런데 확실히 상성이 좋긴 좋네.’


선수들이 투닥거리고 있는 사이.

난 마운드의 흙을 고르며 코치님과의 대화를 생각 중이었다.

언더핸드가 어퍼 스윙에 강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코치님은 그 정도가 아니라고 하셨다.

고작 1학년들 수준하고는 하시며 지금 내 궤적에선 정확히 노리고 들어오지 않는 이상 어퍼 스윙으로는 절대 정타를 때릴 수 없다는 코치님.

왜 타일러의 스윙을 물어본 후 밀크셰이크를 배 터지게 먹고 오라는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어쨌든.


“마운드 정리 끝났어. 이제 가자고. 곧 있으면 훈련 시간이야.”

“한 번만 더 해!”

“일단 밀크셰이크 먹고.”


난 욕먹을 정도는 아니란 게 어떤지 대충은 감을 잡았다.

그렇게 스페셜 사이즈의 밀크셰이크를 생각하며 걸음을 옮겼고.


*****


이틀 후. 알렉산드리아.


“토요일이요?”

“그래. 매주 토요일마다 에디하고 움직이면 돼.”

“.....”

“응? 왜?”

“아무리 그래도 파인빌 타이거스는 좀....”

“누가 거기 간데?”

“네? 그럼 어딜 가요?”


이제 슬슬 마운드에도 올라가야 된다는 코치님.

토요일마다 연습 경기에 참여해 공 좀 던지고 오라고 하신다.

당연히 내가 생각난 팀은 파인빌 타이거스.

그러나 내 생각과 다르게 무슨 소리냐는 코치님.

난 의아한 표정으로 코치님을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시 이틀 후.


“9명 중에 6명이 마이너리그 출신이라고요?”

“그래.”

“.....”


난 동네야구가 아닌 진짜 사회인 야구팀을 만날 수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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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015화 너클볼을 숨김 NEW 8시간 전 178 4 12쪽
15 014화 계획은 그저 계획일 뿐 +1 24.09.18 425 6 12쪽
» 013화 용병 고율 +2 24.09.17 529 5 11쪽
13 012화 할아버지의 너클볼 24.09.16 732 9 11쪽
12 011화 피아노 24.09.15 804 6 12쪽
11 010화 본격적인 시작 +3 24.09.14 835 7 14쪽
10 009화 사나이 고율 +3 24.09.13 858 9 11쪽
9 008화 지팡이의 용도 +2 24.09.12 878 8 14쪽
8 007화 잔디 깎는 소년 +1 24.09.11 907 11 15쪽
7 006화 인연의 시작 +1 24.09.10 940 12 16쪽
6 005화 도대체 마이크가 누구야? +2 24.09.09 980 12 15쪽
5 004화 LSU Tigers +1 24.09.08 1,014 15 12쪽
4 003화 삼촌은 언어 인류학자다 +2 24.09.07 1,063 20 13쪽
3 002화 두 마리 토끼 +3 24.09.06 1,108 16 12쪽
2 001화 허치 상(The Hutch Award) +3 24.09.05 1,251 17 13쪽
1 000화 프롤로그 +5 24.09.05 1,338 16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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