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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르소 님의 서재입니다.

저격병과 장미와 늑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비르소
작품등록일 :
2020.11.27 23:39
최근연재일 :
2021.02.13 22:25
연재수 :
6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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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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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7
글자수 :
350,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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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30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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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세 사람 - 2

DUMMY

레빈은 샤워 후 수건을 목에 걸치고 크림소다를 마시고 있었다. 하루 훈련이 끝난 뒤 마시는 소다는 그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청량감을 주었다.


그는 텔레튜브를 틀었다. 별 생각 없이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다가 이브닝 뉴스에서 멈추었다. 텔레튜브 대신 바이찰스의 음악이나 들으려던 레빈은 문득 뉴스 좀 보라던 모리스 브렌버그의 조언이 생각나 채널을 그대로 두었다.


“다음 소식입니다. 금일 오후에 비공함 아벨라르와 그 승조원들이 벨마덴으로 무사히 귀환하였습니다. 이들은 공화국 변경 카펠라 공역에서 작전 수행을 하였던 것으로 전해집니다. 자세한 소식 글렌 카사드 기자가 전합니다.”


“요즘 한창 뜨는 부대죠. ‘백은의 장미부대’.”

어느새 옆자리에 앉은 은가이가 레빈에게 말했다.


“백은의 장미?”


“비공함 승조원들이 전부 여자래요.”


“아아, 그렇군요.”

레빈은 크림소다를 한 모금 홀짝였다.


“정부에서 대대적으로 밀어주고 있는 모양입디다. 일거수일투족이 뉴스로 나오니까······. 분명 공화국엔 제국에서 보낸 스파이들도 있을텐데, 무슨 생각으로 저러는지 원.”


“꽤나 유명한가 보네요.”


“뭐랄까? 전과가 상당히 탁월해요. 출격 한 번에 열 대는 너끈히 잡거든요. 그것도 아무 지원 없이 단독으로요. 더 놀라운 건 서른 번이 넘는 출격 동안 승조원 사망이 제로라는 거죠.”


“열 대 이상 격추에 승조원 사망 제로라······. 정말 대단하네요.”


“대단한 건 함장 이젤린 그린필드 대위죠.”


레빈은 아린이 말한 ‘백은의 장미’부대가 바로 저들이었구나 생각에 뉴스를 관심 있게 보았다. 함장 이젤린 대위는 간단하고 통상적인 말로 인터뷰를 마치고 사라졌는데 누가 보아도 얼굴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렇지만 꼬질꼬질한 제복에 화장을 하지 않았음에도 저 정도 미모라면, 실제로는 상당한 미인일 거라고 생각했다. 레빈은 자기도 모르게 뉴스에 집중하다 크림소다 한 캔을 전부 비우고 말았다.


“곧이어 모리스 브렌버그의 일일 정부브리핑이 방송됩니다. 많은 시청 바랍니다.”


그 말을 듣자마자 레빈은 빈 크림소다캔을 구겨서 쓰레기통에 버리고는 아무 미련 없이 텔레튜브를 꺼버렸다.



이젤린은 벨마덴의 특급호텔에 머물고 있었다. 3박 4일간 그녀가 스위트룸에 머물고 있는 것은 일부 정부 관계자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살라니케 호수와 어우러진 도시의 야경이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녀는 아까 뜨거운 물에 몸을 푹 담근 채로 세 시간이나 자버렸기 때문에 밤이 깊었음에도 졸음이 오지 않았다.


이젤린은 역시 같은 호텔에서 머물고 있는 세리에게 전화를 하려다 말았다. 매사 기계같은 그녀에게도 쉬는 시간은 있어야지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런 이젤린이 왼손에 들고 있는 목이 긴 와인 잔에는 고급 브랜디가 잔뜩 채워져 있었다.


잠을 더 자고 싶었지만 아까 어설프게 자는 바람에 잠이 오지 않아 고육지책으로 선택한 것이었다. 작전 후에는 도통 잠을 이루기 힘들었다. 푹 자본 게 정확히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아침에는 편두통에 시달리기 일쑤였다.


브랜디를 홀짝이며 야경을 보던 이젤린은 문득 이것이 자신과 어울리는 옷이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책상으로 가 가방에 있던 서류뭉치들을 꺼내 들었다.


그 안에는 이런저런 곳으로부터 온 보고서들과 작전 수행 기간 동안 밀려버린 결재서류들이 들어 있었다. 게 중에는 가족으로부터 온 편지도 보였는데 이젤린은 이를 뜯어 읽을까 하다가 다시 가방 속에 집어넣었다.


보고서를 읽고, 결재를 했는데도 잠이 오지 않아 그녀는 전화기를 켜고 음성메시지를 들었다. 당분간 호텔 전화로 자신에게 올 모든 메시지를 돌려놓은 터라 메시지가 누락될 일은 없었다.


“대위님, 로즈베리입니다. 지난번 싸움에서 마성석에 심각한 타격이 있어서 벨리슈탈 공방에서 이에 대한 재가공에 들어갔습니다. 다만 그런 후에도 기존 출력이 나오지 않으면 아예 교체를 해야 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벨리슈탈 공방의 티록 만티고 공방장님이 직접 수리를 지휘하고 있으니 좋은 결과가 나오길 바라는 수밖에 없을 듯 합니다. 그럼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참 열심히 하네. 로즈베리는······.’


이젤린은 그녀의 전화를 듣고 생각했다. 스윗 로즈베리는 정식 군인이 아닌 5급 군속이자, 엔지니어였다.


스펠바우스-키네틱 급에 장착되는 신형 마성석에 대해서는 비공함에서의 직접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지상 근무를 마다하고 계속 비공함에 탑승하는 중이었다. 이젤린은 그녀가 아벨라르를 굉장히 사랑한다고 생각했다. 그녀의 아버지 힘비허 박사가 환자들을 사랑하듯이.


“아······. 함장님······. 아니 지상이니 이젤린 대위님이라 불러야 하나 딸꾹. 아니 대륙들도 비공함처럼 떠 있으니 함장님 맞네. 딸꾹. 에라 모르겠다. 그냥 언니라 부를래. 언니! 우리 나중에 한날한시에 같이 죽어서 저 불구덩이 위에서 춤춰여. 하하하. 언니라 부르니까 좋지? 언뉘. 헤헤. 언니는 언니가 나이 젤 많으면서 맨날 우리들 보고 언니들~, 언니들~ 그러고 있어······. 언뉘. 언뉘가 우리 중에 나이 제일 많잖아? 안 그래?”


‘이 년이······.’


리아 화이트송이었다.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그린필드 대위님. 인사담당관 나이젤 쉐퍼드 입니다. 전에 요청하신 인력충원 건 때문에 연락드렸습니다. 필요하신 서류를 호텔 사서함으로 보내 드렸습니다. 누구라고 지금 말씀드리긴 힘들지만, 압도적인 성적을 내고있는 훈련병이 하나 있긴 합니다. 직접 보시고 판단하시기 바라며 궁금하신 사항은 전화주십시오.”


이젤린은 남아있던 브랜디를 쭉 들이켰다.



2주가 흘렀다.


그동안 공화국도 제국도 영역의 방어에만 초점을 맞추어 전쟁은 아직 소강상태였다. 이에 아벨라르의 승조원들도 긴 휴가를 마치고 복귀하였다.


그러나 이젤린은 집에도 못 갈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우선 대위에서 소령으로 진급을 했다. 그리고, 정부에서 여는 리셉션에 참석했고, 공화국 의원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였으며, 대통령과 티타임을 갖기도 했다.


그렇지만 가장 즐거웠던 일은 어린이들과 연을 만드는 행사에 참석한 것이었다. 그 외는 본인도 쓰레기 같은 시간들이었다고 치부했다.


휴가 중에도 이젤린은 업무를 게을리하지 않았다. 지난 주말에는 사우세폴의 조병창에 들러 비공함의 수리현황을 체크했다.


로즈베리의 말대로 티록 만티고가 직접 지휘하는 팀은 달랐다. 그들은 마성석을 다 들어내지 않고도 신묘한 기술을 부려서, 원래 모습으로 고스란히 복구해 놓았다. 마성석이 완전히 충전되는 사흘 뒤면, 기존 대비 100%의 출력으로 다시 복귀할 수 있다고 하니 희망적인 소식이었다.


휴가의 마지막 일정은 펄필드였다.


“어서 오세요. 소령님. 얼마 전에 진급하셨다고요? 축하드립니다.”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인사 담당 나이젤 쉐퍼드 중위는 그녀를 자신의 집무실로 안내했다. 근처에 앉아 있던 이들이 이젤린이 들어오자마자 바로 알아보곤 경례를 하였다. 그녀는 그들의 경례를 받는 둥 마는 둥 하곤, 나이젤 옆에 앉았다.


나이젤은 그녀에게 마실 차와 몇 가지 쿠키들과 몇 장의 펄필드리포트를 내밀었다. 이젤린은 그것들을 면밀하게 들여다보았다.


탄도학 A+

중력역학 A+

진동보정학 A

호흡법 A

총기사용이해 A+

마성석공학심화 A+


“괴물 같은 성적이네요.”


“이 친구 성적뿐 아니라 사격술도 대단합니다. 얼마 전 사프슈터를 딴 친구죠. 관찰관인 쿠엘 헤페누스 하사에 의하면, 그 뒤로는 일부러 페이스 조절을 하는 느낌마저 든답니다. 다른 훈련생들과 너무 차이 나게 되면 위화감이 든다나?”


“샤프슈터라······. 그래도 이 친구는 패스할래요.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다면서요?”


“그렇긴 하죠. 그래도 그런 걸 다 떠나면 좀 아까운 실력이긴 합니다.”


“아까워요?”


“이 친구, 모병관으로 갈 예정이거든요. 전쟁과는 전혀 상관없는 곳에 배치되는 거죠.”


“음, 남자라서 우리 언니들하고 안 맞을 수도 있는데······.”


“그런가요? 여성 생도 중에는 이 친구가 괜찮습니다.”


탄도학 B

중력역학 C

진동보정학 B+

호흡법 B

총기사용이해 B

마성석공학심화 A


“음, 우리 기관포 사수의 성적을 보는 것 같네요. 예전에 그 친구 저격 특기였는데 제가 기관포로 바꿔버렸죠. 저격병으로는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들어서.”


“그래도 이 정도면 준수한 편입니다. 앞의 그 친구가 너무 독보적이랄까요?”


이젤린은 나이젤의 말에 수긍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10주간의 교육이 끝나고 모두 부대로 배치받을 날이 왔다.


임명장 안에는 각자의 배속지가 쓰여 있었다. 그것은 누구도 거절할 수 없는 신성한 공화국 의무의 징표였다. 이제는 이를 따라 그들이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할 곳으로 뿔뿔이 흩어져야만 했다.


저격1반에도 그날이 찾아왔다.


졸업식과도 같은 오늘. 모든 강사들이 훈련병들의 앞날을 축복했다. 그들에게 행운이 있기를 기원하는 이도 있었고, 지금의 성적이 꼭 생존을 의미하는 건 아니라는 이도 있었다. 눈물을 훔치는 이도 있었다. 쿠엘 하사였다. 큰 덩치가 흐느끼고 있는 걸 보니 레빈은 절로 웃음이 났다.


“그럼 지금부터 호명하는 사람은 한 명씩 앞으로 나와 임명장을 수령하기 바란다. 은가이 초스트.”


“네.”


“수고했다. 은가이 초스트······.”


메시스 라우덴에 의해 하나씩 이름이 불릴 때마다, 훈련병들은 긴장된 얼굴로 단상 앞으로 나갔다.


“아린 유스프 알디우스.”


“네.”


“수고했다.”


아린은 떨리는 마음으로 자신의 임명장을 펴 보았다.


‘토크란 공군 제1연대 159항공대 19번함 저격병’


순간 아린은 소리칠 뻔했다. 자신이 원하던 ‘백은의 장미’ 부대에 당당히 합격한 것이다.


“레빈 바르카슈.”


“네.”


“레빈. 고생했다. 앞으로 잘 되길 바란다.”


메시스가 먼저 악수를 청하자, 레빈이 쑥스럽게 응했다. 그런 후, 그 역시 임명장을 받아 자리로 돌아왔다.


“레빈은 어디야?”


“뭐가?”


“배속지.”


“비밀이야.”


“그런 게 어딨어? 그러지 말고 좀 말해봐.”


“스트라본의 모병관이야.”


“진짜? 헐, 잘됐네. 완전 후방이잖아······.”


“그러게······.”


“총 잘 쏜 보람이 있네. 근무지는 좀 쌩뚱맞지만.”

아린의 말에 레빈이 씨익 웃었다.


훈련학교에서의 생활도 이제 끝이었다.


모두 거리에 나와 환호성을 질렀다. 이는 앞으로 살아남기 위한 삶의 의지이며, 희망찬 미래를 바라는 기도문이었다.


그런 그들을 맞이한 것은 가족이었다. 원하면 가족과 하룻밤을 지낼 수 있지만, 마음이 약해진다며 바로 근무지로 들어가는 친구들도 있었다. 다만, 레빈과 아린은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바로 근무지로 들어가기로 했다.


“왜 자꾸 따라오는 거야?”


“너 들어가는 거 보고 가려고.”


“아, 그러셔? 마음대로 하던가.”


레빈은 아린이 훈련을 받은 뒤 조금 달라졌다고 생각했다. 평소대로라면 저리가라며 진작에 내쳤을 텐데 오늘은 그러지 않았으니까.


“스트라본 간다며?”


“아직 버스가 안 왔나 봐. 편지할 거지?”


“내가 왜?”


“아니 아저씨한테 말이야.”

그러자 아린의 입이 뾰로퉁해졌다.


“근데 너 너무 대놓고 좋아하는 거 아니야? 후방으로 간다고.”


“내가? 언제?”


“지금. 너무 좋아하는 표정이잖아. 전장에 안 끌려가도 되니까.”


“그래? 난 네게 내 특기를 보여준 적이 없는데?”


“네가 말해줬잖아. 스트라본에 모병관으로 가게 되었다고.”


그러자 레빈이 그의 임명장을 아린의 얼굴에 쓰윽하고 들이밀었다. 그곳에는 또렷한 글씨로 '토크란 공군 제1연대 159항공대 19번함 저격병'이라고 쓰여 있었다.


“이게 뭐야!!!”


“뭐긴? 내 배속지지. 백문이불여일견.”


“너, 정말!”


레빈은 아린을 놀린 게 재밌었는지 연실 웃어대며 도망갔다. 그는 아저씨와의 약속을 계속 지켜나갈 수 있을 거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티록 만티고 공방장님?”


밤이 깊어졌을 때, 레빈이 티록의 숙소에 찾아왔다. 일주일에 한 번 훈련학교에 들르는 낯선 남자가 있다는 것과 그가 티록 만티고라는 사실은 훈련학교 안에 몇 명만이 알고 있었고, 그가 어떤 가치의 사람인지는 그보다 더 적은 사람만이 알고 있었다.


“어? 레빈군 웬일이야? 이 야심한 시간에.”


“공방장님께서 지난번에 부탁할 일 있으면 찾아와도 좋다고 하셨죠?”


“그랬지. 그래, 무슨 일인데?”


“많은 시간 빼앗지 않겠습니다. 다만 한 가지 청이 있어서 왔습니다. 공방장님께서 제게 새 팔과 새 다리를 주셨습니다. 한데, 이에 대한 데이터를 얻으시려면 아무래도 제가 계속 전쟁터에 있어야겠지요?”


“그야 당연하지. 미안한 얘기지만, 자네같은 훌륭한 저격수를 전쟁터에 투입하지 않는다면 누굴 내보낸단 말인가?”


“그럼 됐습니다. 전에 메시스 선생님께 들었는데, 공방장님께서도 공화국 정부에서 요직을 맡고 계시다 들었습니다.”


“요직은 아니지만, 고위층하고 연줄이 좀 있지.”


“잘됐네요. 그럼 모병관을 저격 보직으로 바꾸는 것쯤은 가능하실 것 같은데······.”


“아, 그 일 때문에 온 거군. 뭐 노력은 해보겠네만.”


“알겠습니다. 어려울 때 찾아오란 말이 생각나서 실례를 무릅쓰고 왔습니다. 지금이 제게 어렵고 고민스러운 때 거든요.”


“자네 뜻은 알겠네. 그래도 이게 잘하는 건지는 모르겠다만.”



“레빈 하사님!”


아린과 한창 웃고 떠드는 레빈에게 반가운 얼굴 하나가 다가왔다. 벨마덴 공제병원의 천사. 마리온 실버트.


“아, 간호사님! 오랜만이에요!”


마리온은 찰랑거렸던 긴 머리를 숏컷으로 자른 상태였다. 시원시원한 기럭지가 예전보다 더 돋보인다고 생각했다.


“여긴 어쩐 일로 오셨어요?”


“하사님이 가신 뒤로 저도 병원을 그만뒀지요. 그 후로 의무병에 지원을 해서 오늘 첫 배속지로 가는 거랍니다.”


“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간호사, 아니 간호장교 님.”


레빈이 마리온에게 경례하자, 그녀가 쑥스러운 듯 웃었다. 이를 옆에서 지켜보던 아린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 다 같은 부대인가 보네요? 반가워요. 저는 마리온 실버트라고 해요.”


“아린 유스프 알디우스 입니다. 저격수에요.”


“와, 레빈 님과 같은 저격수시네요! 반가워요. 우리 앞으로 잘 지내봐요!”


“네.”

무슨 일인지 아린의 얼굴이 점점 흙빛이 되어갔다.



세 사람 앞에 이제 그들의 집이 되어 줄 스펠바우스-키네틱 급 비공함 아벨라르가 위용을 뽐내며 정박해 있었다. 레빈은 그 모습을 그의 눈이 꽉 찰 때까지 한없이 담아두고 싶었다.


이 앞은 전장이다.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곳이지만 레빈은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지키고 싶은 사람이, 지켜야 할 사람이 아직 그곳에 있었다. 몸이 따라주지 않더라도 당분간은 벤조트리아젬에 그리고 티록 씨가 만들어준 신체에 의지하기로 했다.


모든 게 잘 될 거라 생각했다.

두 번 다시 실수하지 않을 테니까.


레빈은 한 번 더 자신을 믿어보기로 했다.

그는 부푼 마음을 한 걸음 떼어 그곳으로 향했다.


“거기 신병들! 빨리 오지 못해!”

멀리서 이젤린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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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연극의 막이 오르면 - 1 21.01.04 188 5 12쪽
35 아스탈리아의 바텐더 - 2 21.01.02 215 4 13쪽
34 아스탈리아의 바텐더 - 1 21.01.01 203 6 11쪽
» 세 사람 - 2 +2 20.12.30 210 7 16쪽
32 세 사람 - 1 20.12.29 206 4 11쪽
31 저격수업 - 2 +2 20.12.28 216 7 10쪽
30 저격수업 - 1 +2 20.12.26 223 8 11쪽
29 악몽병 +1 20.12.25 218 6 13쪽
28 랑가르드 교전 - 2 20.12.24 217 7 11쪽
27 랑가르드 교전 - 1 20.12.23 248 6 12쪽
26 시험 20.12.22 230 7 11쪽
25 재시작 - 2 20.12.21 242 9 11쪽
24 재시작 - 1 20.12.19 257 10 10쪽
23 천공용 사그누스 - 2 20.12.18 255 6 10쪽
22 천공용 사그누스 - 1 +1 20.12.17 286 6 12쪽
21 의뢰 +2 20.12.16 316 9 13쪽
20 기사단장 임명식 - 2 +4 20.12.15 331 12 12쪽
19 기사단장 임명식 - 1 +2 20.12.14 365 7 14쪽
18 과거는 미래를 향해 - 2 +2 20.12.13 376 16 13쪽
17 과거는 미래를 향해 - 1 +4 20.12.12 421 9 12쪽
16 아린 - 2 +2 20.12.11 425 15 12쪽
15 아린 - 1 20.12.10 439 12 12쪽
14 귀향 +1 20.12.10 465 12 9쪽
13 카펠라 공역 회전 +3 20.12.08 476 13 15쪽
12 최후의 만찬 - 2 20.12.05 481 13 11쪽
11 최후의 만찬 - 1 20.12.04 492 10 9쪽
10 백은의 장미 - 2 +6 20.12.03 556 15 13쪽
9 백은의 장미 - 1 20.12.02 579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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