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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Junii 님의 서재입니다.

물약으로 천하무적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JJunii
작품등록일 :
2020.05.11 21:44
최근연재일 :
2020.06.14 01:22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6,602
추천수 :
277
글자수 :
167,083

작성
20.05.21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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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9)

DUMMY

“꺄악!”

비명을 지르며 사람들이 흩어졌다. 하늘로부터 날아든 마물은 거리 한복판에 있던 가판대 두 개를 부수고 다시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어두운데다 갑작스러운 습격이었지만 몇몇 마을 사람들은 그 마물을 알아보았다. 그게 바로 얼마 전 마을 한 복판에서 사람을 습격한 라데폰이라는 녀석임을 말이다.

“모두 좁은 골목으로 피해!”

놀란 마을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고 황급히 사방으로 몸을 피하려 했지만 라데폰의 공격은 그보다 빠르게 이어졌다.

와장창!

“꺄악!”

사람들이 어지럽게 쓰러졌다. 이번엔 날아든 라데폰에 의해 사람들이 끌고 가던 수레가 박살났다. 라데폰에게 직접적으로 당한 사람은 없었지만 대신 수레에 실려 있던 집기와 돌덩이들이 사방으로 튀어 사람들을 다치게 했다.

사방이 아수라장이 되었다. 동작이 빠른 자들은 그 와중에도 황급히 좁근 골목으로 몸을 숨겼지만 파편에 얻어맞아 다친 몇몇 사람들은 아직까지 광장 한 가운데에서 신음하고 있었다.

골목에 몸을 숨긴 자들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들 중 누군가가 소리쳤다.

“저들을 도와야 해요!”

하지만 어떻게?

저 밖으로 나선다면 라데폰의 표적이 될 게 분명했다. 때마침 허공으로 날아올랐던 라데폰이 괴성을 지르며 다시 활강해 내려오더니 다리가 다친 채 비틀거리며 골목을 향해 다가오던 한 중년 여인에게 달려들었다.

“꺄악!”

다시금 그 모습을 바라보던 주민들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그때 골목에서 한 사람이 뛰쳐나와 표적이 된 사람을 덮쳤다.

우당탕!

두 사람은 아슬아슬하게 라데폰의 공격을 피할 수 있었다. 라데폰이 괴성을 지르며 허공으로 치솟아 올랐다.

“키아아!”

지켜보던 마을 사람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뛰쳐나온 젊은 여인이 몸을 일으켜 자신이 구한 중년 여인에게 물었다.

“괜찮아요?”

“으, 으윽.”

중년 여인은 고통이 심한 듯 쓰러져 움직이지 못했다.

“이 사람을 옮겨야 해요. 누가 좀 도와줘요!”

뛰쳐나온 여인이 소리쳤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녀를 바라만 볼 뿐 선뜻 나서지 못했다. 여인은 애탄 시선으로 주변을 돌아보다가 혼자서 낑낑대며 중년 여인을 일으켜 세우려 했다. 하지만 라데폰은 이미 빠르게 허공을 선회해 다시 땅으로 쇄도하고 있었다.

“조, 조심해요!”

마을 사람들이 소리를 질렀다. 젊은 여인은 뒤를 돌아보곤 황급히 여인을 끌고 뒤집힌 수레 옆으로 엎드렸다.

와장창!

수레가 반쯤 박살나서 하늘높이 튕겨져 올랐다. 수레 옆에 엎드려 있던 두 사람도 그 충격에 한참을 땅바닥을 굴렀다.

“콜록, 콜록.”

다행히 젊은 여인은 크게 다친 곳이 없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젊은 여인이 구해 낸 중년의 여인은 방금 전 충격으로 상처를 건드린 건지 고통으로 크게 신음하고 있었다. 중년 여인 뿐 아니라 서너 명 정도의 주민이 다친 채 주변에 쓰러져 있었다.

“좀 도와달란 말이에요!”

여인은 다시 애타는 표정으로 골목 안의 사람들을 바라보다가 무언가 결심한 듯 주변에 떨어져 있는 돌덩이 하나를 주워들었다.

“무리에요! 돌아와요!”

사람들이 소리쳤지만 여인은 신경 쓰지 않고 돌덩이를 치켜들었다. 다시금 라데폰이 땅으로 활강해 오고 있었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였다.

“피해요!”

사람들이 다시금 소리쳤지만 여인은 있는 힘을 다해 집어든 돌을 날아드는 라데폰에게 던졌다. 그 순간 라데폰의 거체가 젊은 여인을 덮쳤다.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고개를 돌렸을 때,

쿠웅!

기대와는 다른 소음이 들려왔다.

사람들은 다시금 여인이 있던 곳을 바라보았고 그곳에서 예상했던 것과 전혀 다른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여인의 앞에 죽은 듯 쓰러져 있는 라데폰의 모습을 말이다.

설마 정말 그 돌덩이로 라데폰을 막아낸 것인가?

사람들이 의아하다는 듯 여인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여인 또한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누가 친구 아니랄까봐 엉뚱한 곳에서 무모한 건 라르가와 똑같군요.”

그때 여인의 뒤편에서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인이 뒤를 돌아보고는 반색하며 외쳤다.

“진!”

사람들은 그 이름을 기억하고 있었다.

“진? 진이라고?”

“아, 나 진이라는 사람 알고 있어. 저 사람이 라데폰을 물리친 거군.”

“그래, 진이라면 그 변태 마법사 맞지?”

“코, 콜록. 아니라고!”

진이 버럭 성질을 내다가 현기증이 나는 듯 비틀거렸다.

여인이 황급히 다가와 진을 부축했다.

“괜찮아요?”

“아, 괜찮아요. 시엘.”

방금 땅에 쓰러진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나선 젊은 여인은 일전 진과 라르가가 구한 아이들의 어머니이자 라르가의 옛 친구인 시엘이었다.

시엘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어디 다친 거예요?”

“아니, 단지 마법을 너무 무리하게 쓰다 보니···. 그보다 다른 녀석은요?”

“다른 녀석?”

“다른 라데폰 말이에요.”

“네?”

시엘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진은 허공을 살폈지만 거기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진이 인상을 찌푸렸다.

“애초에 따로 흩어졌었나보군.”

“혹시··· 저 마물··· 라데폰이 더 있었던 건가요?”

“마을로 두 마리가 들어왔어요. 젠장! 녀석을 또 어떻게 찾아야 하지? 비행마법은 더 못쓰겠는데···.”

진의 중얼거림에 시엘이 놀라 허공을 두리번거렸다. 잠시 고민하던 진이 주변을 돌아보며 말했다.

“난 라데폰을 쫓을 테니 모두들 숨어있도록 해요. 그리고 시엘.”

“아, 네?”

진의 부름에 시엘이 비로소 시선을 내리며 대답했다.

“이 근방에 녀석이 습격할 만한 곳이 어딘지 알고 있나요? 그러니까 밝고, 사람이 많이 오가고, 녀석이 날아들 만한 넓은 공터가 있는 곳 말이에요.”

“아, 네.”

“거기가 어디죠?”

“에, 그러니까 그게··· 여기서 북쪽으로 조금 가다가 오른쪽으로···.”

시엘은 잠시 말을 더듬다가 이내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내가 안내할게요. 따라와요.”

“아, 아니 그렇게까지는.”

“마을 사람들을 구하려는 거잖아요! 잔말 말고 따라와요!”

시엘이 성큼성큼 앞장서자 진은 어쩔 수 없이 시엘의 뒤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생각보다 다혈질인 모양이었다.

시엘은 진이 모르는 뒷길을 이리저리 돌아서 나아가기 시작했다. 진이 내심 시엘의 도움을 다행이라 생각하며 물었다.

“그런데 당신은··· 무섭지 않나요?”

“네?”

“방금 그 돌로 녀석에게 덤벼들었잖아요. 그런 무모한 일을 하면서 무섭지 않았어요?”

시엘은 비로소 진의 질문이 무엇인지 깨달은 듯 대답했다.

“아··· 나도 무서웠어요. 하지만 아까 그 다친 사람들이 꼭 내 아이들처럼 보였어요. 아이들이 그렇게 당신에게 목숨을 구원 받았으니 나도···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에요.”

시엘은 말하면서 비로소 깨달은 듯 진을 돌아보며 말했다.

“당신에게 고마워요. 아이들과 저, 벌써 두 번이나 우리 가족의 목숨을 구해 주셨군요.”

진은 뭐라 대답할까 고민하다가 답했다.

“뭐, 당신은 라르가의 친구니까요.”

진은 말하고 곧바로 후회했다. 생각 없이 한 대답이었지만 시엘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라르가와의 친밀함을 드러낸다고 생각할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행히 시엘은 다른 곳에 신경을 썼다.

“훗, 그런 이야기는 라르가 아가씨에게는 하지 마세요.”

“음? 왜죠?”

“라르가 아가씨와 난 친구가 아니니까요.”

“에?”

진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시엘은 앞서 걷느라 그 표정을 보지는 못했지만 부연해서 말했다.

“아니, 그보다 난 그분의 친구라기에 어울리지 않으니까요.”

“에, 그게 무슨 소리죠?

“오래 전부터 그랬어요. 라르가 아가씨는 특별하니까요. 그분은 우리와 달라요. 아름답고, 영리하고, 또, 뭐랄까··· 고결하달까? 어쨌든 그분은 내가 친구라 말하는 걸 좋아하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 말하지 마세요.”

“···음.”

진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일단 말의 내용이 말이 안 되는 건 제쳐두고서라도 라르가에 대한 판단이 자신과 전혀 달랐다.

“···그건 어느 동네 라르가죠?”

“네?”

아름답고, 영리하고, 고결? 적어도 마지막의 고결 그 두글자와는 결코 어울리지 않는 게 라르가였다.

무엇보다 라르가가, 그녀를 친구라 말하는 시엘을 싫어할 리 없었다.

진이 무어라 반박할 말을 꺼내려 할 때 시엘이 먼저 입을 열었다.

“진, 저기! 하늘을 봐요!”

진은 시엘의 말에 따라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어두운 하늘 위로 자세히 바라보지 않으면 놓쳐버렸을 검은 그림자가 휙 지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라데폰.”

진이 긴장하여 중얼거렸을 때 시엘이 말했다.

“서둘러야 겠어요. 사람들이 있는 방향이에요.”

시엘이 황급히 걸음을 재촉했다. 진이 소리쳤다.

“너무 늦었어요. 그냥 이 주변이라도 좋으니 좀 높은 곳으로 가요. 내가 거기서 녀석에게 공격을 가하겠어요!”

시엘은 주변을 둘러보더니 골목을 몇 굽이 돌아 한 건물 위로 진을 안내했다.

“이 근방에서 제일 높은 곳이에요!”

진과 시엘은 황급히 건물 옥상으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거친 호흡을 몰아쉬며 라데폰을 바라보곤 왠지 모를 허탈함을 느꼈다.

“뭐야, 녀석 계속 날고만 있잖아?”

“왜, 공격하지 않는 거죠?”

진은 잠시 그 근방을 살핀 뒤에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어두워서 그래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광장 근처에 큰 건물이 있어 그늘이 져 달빛조차 가리고 있었다. 몇몇 사람들이 작게 불을 켜뒀지만 주행성인 라데폰으로선 섣불리 달려들기 힘들었을 것이다.

“다행이군.”

하지만 저렇게 멀리서 하늘을 유유히 날아다니기만 해서는 진으로서도 녀석을 처치하기가 어려워진다. 안 그래도 마력이 부족한 진으로서는 꽤 까다로운 상황이라 할 수 있었다. 진이 나직이 라데폰을 원망했다.

“그러게 왜 애초에 이 시간에 나와서는.”

진은 녀석을 유인한 방법을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괜찮은 방법을 떠올렸다. 진은 고개를 돌려 시엘에게 말했다.

“당신을 좀 이용해야 할 것 같군요.”


작가의말

주말에 지방에 내려갈 일이 있어서 내일분을 좀 일찍 올렸습니다.

모두 즐거운 저녁 되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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