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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몬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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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한
작품등록일 :
2022.03.12 08:20
최근연재일 :
2022.03.17 22:15
연재수 :
2 회
조회수 :
60
추천수 :
0
글자수 :
10,255

작성
22.03.17 22:15
조회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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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내가 용사라고?

DUMMY

소리가 난 곳을 향해 달려갔다.


중간중간 나 있는 수풀 때문에 피부 이곳저곳이 긁혀 무척이나 따가웠다.


그렇게 달리다, 중간에 재수 없이 돌부리에 걸려 넘어졌다.


"우와아악!"


아니, 비탈길에서 구르기 시작했다.


입안에 흙이 들어가면서 쓴맛이 훅 올라왔다.


쿵!


강한 충격과 함께 구르는 걸 멈췄다.


고개를 들어 앞을 쳐다 보니 나무 그루터기 하나가 내 앞에 자리 잡고 있었다.


아마 여기에 부딪혀서 멈춘 것 같았다.


그나저나 아프다. 더럽게 아프다.


"윽."


머리를 싸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뭔가 분위기가 싸해졌음을 감지했다.


"이, 인간? 인간이 여기에?"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길쭉한 귀, 아름다운 외모, 길게 내려진 비단 같은 머리카락.


"엘프?"


창작물속에서나 보던 엘프의 모습 그대로, 두 명의 엘프가 내 앞에 서 있었다.


"인간이 어떻게 여기에, 설마 이것도 네 짓이냐!"


둘 중 금발의 머리카락을 가진 엘프가 활을 뽑아 들었다.


그런 뒤 머지않은 곳에 있는 소녀를 향해 겨냥했다.


소녀?


주변을 살펴보니 엘프 둘만 있는 게 아니었다.


조그마한, 연보랏빛 머리카락의 소녀가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도, 도와주세요."


소녀는 내게 다가와 내 옷자락을 붙잡았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어린아이한테!"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두 엘프에게 소리쳤다.


"닥쳐라 인간! 역시 한편이었나!"


화살의 끝이 이번에는 나를 향했다.


화살촉 끝부분이 햇빛을 맞고 반짝였다.


가짜가 아닌 진짜 활이라는 게 증명 되는 순간에 나는 공포심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진짜 활이라고? 화살이 날아가는 진짜 활? 그럼 맞게 되면.


"아니, 말로. 말로 하자구요!"


"시끄러워! 설마 녀석의 편을 드는 인간이 있을 줄은 몰랐군!"


활시위가 팽팽하게 당겨졌다.


저런 거에 맞으면 한 발이라도 즉사다.


그런 생각에 어떻게든 피하려고 몸부림치려던 찰나,


"찾았다! 인간! 찾았다!"


수풀 속에서 두 마리의 거대한 오크가 튀어나왔다.


아까 전에 나를 쫓아오던 두 녀석이었다.


"로거! 찾았다. 탄이 찾았다!"


"젠장, 오크들이잖아?"


금발의 엘프가 화살을 그 두 마리의 오크에게로 돌렸다, 하지만.


"아니, 멈춰. 지금은 안 돼."


그 옆에 서 있던 은발의 엘프가 그녀를 막아섰다.


"뭐? 어째서?"


"분명 저 두 마리가 끝은 아닐 거야. 지원군이 있을 거라고."


"그런. 칫. 어쩔 수 없나. 이번만이다. 인간, 그리고 모리아!"


두 엘프는 그렇게 말하고는 쏜살같이 달려 나갔다.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도, 도망쳐!"


나는 소녀의 손을 잡아끌었다.


두 마리의 오크가 아직 남아 있었다.


이대로 있으면 잡아먹힐 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고 소녀의 손을 당겼건만, 거대한 기둥에 밧줄을 묶은 뒤 당기는 느낌이 났다.


소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괜찮아요. 다들 착한 친구들이예요."


"뭐?"


무슨 뜻이냐고 물어보려던 찰나 두 마리의 오크가 다가왔다.


그리고 공손하게 두 무릎을 꿇은 뒤 소녀에게 두 번 절했다.


"인간! 찾았다! 그리고 마왕님도 찾았다!"


"마왕?"


순간적으로 이해가 안 가서 소녀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두 마리의 오크들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다시 소녀를 쳐다보았다.


마왕? 이 아이가? 이 가녀린 소녀가 마왕이라고?


내가 생각하는 마왕의 모습과는 달랐다.


키는 내 절반밖에 안 되어 보이고 나이는 십 대 초중반으로 보였으며 마왕처럼 사악하지도 않은 순진무구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왕이라고? 말이 되는 소리를.


"고마워요 인간님. 아니,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나, 나? 이지한이라고 하는데."


"이잔? 이자한?"


"아니 아니. 이지한."


한 자 한 자 또박또박 발음해서 말해주자 그제야 소녀는 이지한이라는 이름 석 자를 발음해냈다.


"이곳의 이름은 아니네요. 그렇다는 말은."


소녀는 내 옷자락을 붙잡은 손을 놓았다.


그리고 공손하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드디어 부름에 응해주셨군요 용사님!"


"뭐?"


너무나도 뜬금없는 소리에 바보같이 멍하니 서 있었다.


그러자 소녀는 내 손을 잡아끌더니 반대 손으로 허공에 원을 그렸다.


그러자 놀랍게도 허공에서 선이 그려지더니 게임 속에서나 보던 화려한 마법진 하나가 금세 완성 됐다.


"로거, 탄. 돌아가죠!"


"네! 마왕님!"


"돌아간다! 집으로!"


집? 돌아가?


오크들의 집이라면, 잠깐만 내가 방금 도망쳐 나왔던 곳이잖아.


거기까지 생각이 닿았을 때는 이미.


"자, 어서 가죠!"


내 몸은 마법진의 너머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우와아아악!"


조금 멀미나는 느낌과 함께 세상이 일렁였다.


잠시 지면이 출렁이는 것 같아 제자리에 서서 숨을 고르자, 이내 몸 상태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주변을 침착하게 둘러보자.


"오, 미친."


내가 힘겹게 도망쳐 나왔던 마을, 그중심에 서 있었다.


"마왕님이 돌아오셨다!"


"만세! 마왕님!"


그리고 그중심에서 원 모양으로 늘어선 오크들이 하나 같이 마왕이라는 말을 외치면서 환호하고 있었다.


"다들 조용!"


연보랏빛 머리카락의 소녀가 그렇게 말하자 장내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제가 드디어 데려왔습니다. 우리를 구해주실 예언의 용사님을!"


그렇게 말하면서 소녀는 나를 그들의 앞으로 떠밀었다.


고요함의 속, 느껴지는 시선에 등에 소름이 돋아났다.


초록빛의 피부를 가진 오크들, 거대한 몸집을 가지고 있는 그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니 무서워서 오줌이라도 지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용사님! 부디 한 말씀을!"


"요, 용사? 내가? 난 용사 같은 거 아니야! 그냥 평범한 알바뛰는 백수라고!"


"백수? 그게 뭐죠? 설마! 용사의 칭호!"


"크워억! 용사! 백수 용사!"


"백수! 백수! 백수!"


주변에서 백수라는 단어를 연발하는 오크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백수 용사 이지한님!"


"아냐! 백수는 맞는데 용사는 아니고, 아무튼 그냥 이지한이라고 불러!"


"네 이지한님! 드디어 부름에 응해주셨군요!"


"아니 아니 아니야. 부름이니 뭐니 대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어. 여긴 어디야!"


그 말에 소녀는 고개를 돌려 오크들을 바라보았다.


"음, 잠시 용사님의 기억에 혼선이 생겼나 봐요. 어쩔 수 없네요. 가죠 용사님. 기억을 일깨워드리죠!"


소녀는 내 손을 붙잡고 어딘가로 이끌었다.






소녀의 손에 이끌려 수만은 나무들 사이를 지났다. 그리고 이내 거대한 나무의 앞에 도달했다.


나무 아래에는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는데, 그 구멍 안쪽에는 사람이 살 수 있도록 가구나 전등이 배치 되어 있었다.


"여긴 제 방이예요. 다들 마왕성이라고 부르죠. 에흠."


소녀는 당당한 표정으로 자기 방을 가리켰다.


생각보다 크기는 했지만 성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큰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여기 어딘가에 있었을 텐데."


방 안으로 들어간 소녀는 창고 같이 여러 상자들이 쌓여 있는 곳에서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먼지 먹은 책 한 권을 꺼낸 뒤 내게 내밀었다.


"용사님, 이게 뭔지 아시겠나요?"


"모르겠는데?"


소녀의 물음에 나는 즉답했다.


빨간색의 가죽으로 만든 하드커버가 씌워진 책.


표면에는 알 수 없는 이세계의 문자로 제목 같은 게 쓰여 있었다.


당연히 무슨 뜻인지는 모른다.


"이건 예언의 서예요!"


"예언의 서?"


"네! 미래를 보여주고나 잠시 뒤의 미래에 대해서 알려주기도 해요. 마음대로 알 수 없다는 게 단점이긴 하지만요."


소녀는 책을 펼쳤다. 알 수 없는 글자들이곳곳에 쓰여 있었다.


"그중에서 여기. 용사에 대해 쓰여 있어요."


"그렇게 말해도 난 읽지를 못하니까."


"앗, 그러네요. 용사님은 이곳의 글자를 모르시겠죠. 그렇다면 제가 읽어드릴게요. 흠흠."


소녀는 목을 가다듬은 뒤 어색하게 책의 내용을 읊기 시작했다.



마왕에게 위기가 닥쳤을 때, 그 누구도 나타나지 않아 절망을 겪을 때, 한줄기 희망과도 같은 빛이 내려와 그 가녀린 마왕을 구원하리라.



그리고 그 구원자의 이름은 이계의 것이며, 그 구원자는 인간일 것이다.


짧은 글귀였다. 소녀는 그것을 전부 읽은 뒤 눈을 반짝이며 나를 바라보았다.


"이제 아시겠나요?"


"그러니까, 내가 구원자라고?"


"네! 맞아요! 제가 도움을 받기 위해서 수십, 아니 수 백번을 시도한 용사의 소환. 그 소환에 응해서 저를 구해주려고 오신 게 맞죠?"


아니다. 무슨 소리인지 전혀 모르겠다.


이 소녀는 아무래도 단단히 착각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자, 잠깐만. 나는 그런 게 아니야. 뭔가 착각하는 것 같은데."


그러다 문득, 아까 들었던 비명이 귓가에서 아른 거렸다.


"그러고 보니 아까 비명은 왜 질렀던 거야?"


"그야 공격당할 뻔했으니까요! 하마터면 엘프분들에게 잡혀갈 뻔했는데 용사님이 구해주셨잖아요!"


"구했다고? 그게 구한 건지는 잘 모르겠는데, 아무튼 엘프들이 왜 널 잡아가?"


"그건."


그 말에 소녀의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


"지금, 이 세상은 몬스터들끼리 다툼이 잦아요. 그사이에서 중재하려고 해도 매번 실패하고. 마왕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제가 약해서 그래요."


소녀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조금 전도 오크들과 엘프들 사이에 있는 다툼을 중재하다가 잡혀갈 뻔한 거예요."


"무슨 다툼이길래 그런데?"


"엘프들이 납치당하고 있어요. 범인은 모르지만 엘프들은 그게 오크들의 소행이라고 생각하나 봐요. 오크들은 생긴 게 무섭게 생겨서 그런 거지 사실은 착한 친구들인데. 너무해요. 그러니까 용사님!"


소녀가 내 손을 덥썩 붙잡았다.


"제발 저희들을 구해주세요! 몬스터들에게는 평화가 필요해요!"


"그, 그렇게 말해도 구체적으로 어떻게?"


"몬스터들과의 다툼을 중재해주세요. 어떻게든요!"


"난 그런 능력 없어! 그리고 내가 그런 걸 해야 할 이유가 없잖아!"


"아뇨 있어요!"


소녀는 조금 전에 읽었던 책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맨 뒷장을 펼쳤다.


"여기에 쓰여 있어요."


구원자는 세상에 평등과 평화를 가져와 준 뒤, 힘을 되찾은 마왕의 인도에 따라 다시 원래의 세계로 귀환할 것이다.


"잠깐, 그 말은. 그러니까 내가 원래 세계로 돌아갈 기회가 있다고?"


"네! 용사님은 이계의 사람이잖아요! 분명 돌아가고 싶으시겠죠! 그러니까 저희들을 도와주시면,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게 도와 드릴게요!"


나는 볼을 세게 꼬집었다. 이건 꿈이다.


"용사님?"


그다음에 볼을 힘껏 후려갈겼다. 아직도 꿈에서 깨질 않네.


"요, 용사님! 그만! 정신 차리세요!"


나는 근처에 있는 바위에 다가갔다.


쿵.


그리고 있는 힘껏 머리를 처박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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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용사라고? 22.03.17 23 0 11쪽
1 이세계 22.03.12 3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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