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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몬권 변호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스키한
작품등록일 :
2022.03.12 08:20
최근연재일 :
2022.03.17 22:15
연재수 :
2 회
조회수 :
61
추천수 :
0
글자수 :
10,255

작성
22.03.12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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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이세계

DUMMY

사람들은 억울한 일이 있을 때 법정을 찾는다.


그곳에서 자신이 입은 피해를 고하고 그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그렇다면 몬스터들은?


인간이 아닌 그들은 어디로 가야하나?


그들은 인간이 아니다. 그렇기에 인간들의 법이 적용 되지 않는다. 오직 처벌만이 있을 뿐.


"그렇기에 저는 피고인 오크 로거의 무죄를 주장합니다!"


침묵이 짙게 가라앉았다.


사람들 한 명 한 명의 침 삼키는 소리가 울릴 정도로 고요하다.


"흐음."


재판장 가장 높은 곳, 가운데 의자에 앉은 백발의 노인이 수염을 매만진다.


"자네는 인간일 터인데, 어째서 몬스터의 편을 드는게지?"


노인의 말에 뒤를 돌아보았다. 수많은 몬스터들이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누가 봐도 이상한 모습이다. 몬스터들을 대변하는 인간이라니.


"저는 이지한. 몬스터들의 인권, 아니 몬권을 대변하는."


쿵, 단상을 내리친다. 그리고 겁없이 외쳤다.


"몬권 변호사입니다!"


맞다. 정말 이상한 일이다.


나, 대체 왜 이러고 있는거지······?



*


이지한.


내 이름 석자.


학창시절부터 되고 싶은 직업을 골라 써 오라고 준 종이에 나는 남들이 적는 것들을 대충 몇 개 골라 적었다.


의사, 판검사, 변호사, 대통령, 우주비행사······.


그런데 현실은? 사자 들어가는 직업은 게임에서나 구경했고 취직은 커녕 편의점 알바일이나 하면서 하루 하루 살아가고 있었다.


"오천 사백원입니다."


얼마나 지루하고 비참한 인생인가?


"봉투 필요하신가요?"


자연스럽게 봉투를 꺼내 물건들을 안에 담았다. 그리고 손님에게 넘겨준 뒤 시계를 확인했다. 곧있으면 교대시간이었다.


"하······."


아무도 없을 때, 홀로 한숨을 길게 내뱉었다. 휴대폰으로 확인한 통장 잔고는 털어봤자 먼지만 날리는 수준이었다.


온갖 후회가 밀려들어왔다.


공부 열심히 하라고 할 때 했어야지, 주식 시작하지 말았어야지, 게임 좀 줄였어야지.


하지만 이제와서 후회하고 돌아보기에는 너무나도 늦어버렸다.


*


"가보겠습니다. 수고하세요."


다음 타임 사람과 교대한 후 한적해진 밤거리를 걸었다. 한 손에는 봉투. 그것도 캔맥주가 가득 들어 있는 봉투다.


다 죽어가서 깜빡거리는 가로등 밑을 지나 골목 끝에서 오른쪽으로 돌면 나오는 낡은 건물 하나.


안쪽으로 들어가 계단을 올라 2층으로 향했다.


답답하고 두꺼운 철문 하나. 대충 열쇠를 쑤셔넣고 문을 열자 퀴퀴한 냄새가 풍겨왔다.


방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이불 위에 아무렇게나 드러누운 뒤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곰팡이 끼고, 낡은 집 냄새가 나고, 좁쌀만한 검은 벌레들이 기어다녔다.


"나 왜이러고 사냐······."


다시금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그리고 몸을 반쯤 일으킨 뒤 미지근해진 맥주를 땄다.


"푸하."


어렸을 때는 뭐라도 될 줄 알았다. 공부도 못하는 편은 아니었고 주변에서 말재간도 좋다는 소리를 몇 번이고 들어왔다.


하지만 그게 다였다.


특별한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죽을만큼 노력할 수 있을 근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무런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정도로 집안이 빵빵하게 잘 사는 것도 아니었다.


"모르겠다."


새 맥주를 땄다. 그리고 그 다음 맥주도, 그 다음의 다음 맥주도.


마침내 사온 모든 맥주를 다 마시자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대로 드러누우니 세상이 빙빙 돌기 시작했다.


"하하······하하."


천장에 달린 형광등이 깜빡거렸다.


저것도 이제 슬슬 갈아줘야하나?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형광등이 미친 듯이 깜빡이기 시작했다.


"뭐야?"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술에 취한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그렇게 휘청거리다 겨우 자세를 잡았지만 형광등은 픽하고 꺼져버렸다.


어둠속에서 손을 더듬어 전원 버튼을 찾았다.


하지만 몇 번을 눌러봐도 형광등에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전기가 아예 나가버린 것 같았다.


"아 이런씨······."


아무래도 새걸로 사와야할 것 같았다.



*



취해서 비틀거리는 몸을 이끌고 바깥으로 나왔다.


찬 바람을 맞자 조금 정신이 깨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직 어지러운 건 그대로였기에 걸을 때 마다 몸이 좌우로 휘청거렸다.


횡단보도 앞에 서서 고개를 흔들었다. 취기를 떨쳐내려고 해도 쉽지 않았다.


"아, 건너야지."


신호등이 녹색불로 바뀌었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신호등을 건넜다.


그러다 문득, 다시 올려다본 신호등의 색은.


"빨간불······?"


그때였다.


빠아아앙!


경적소리와 함께 거대한 트럭이 나를 덮쳤다.



*



몸이 하늘을 날았다. 그렇게 인지했을 때 몸에 찾아오는 고통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의식이 깊은 곳에서부터 천천히 올라왔다.


등에서 느껴지는 건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의 온도가 아닌 따뜻하고 푹신한 감각.


그리고 귓가에서 들리는 목소리들.


"인간이다. 왜 여기에 있지?"


"취익. 모른다! 인간, 여기에는 오지 않는다!"


"하지만 왔다. 자고있다."


굵고 바람이 새는 듯한 느낌의 목소리였다.


나는 죽은 게 아니었나?


분명 트럭이 날 치고, 난 바닥에 부딪혀서······.


기억을 더듬었다. 하지만 그 후에 이어지는 기억이 전혀 없었다.


그러니까 결국 죽었다는 게 아닌가?


여러 가지 생각과 의문과 함께 눈을 떴다.


가장 먼저 햇빛이 망막을 찔렀다. 그 다음으로 포근한 바람이 머리를 헝클었다, 그 다음에는 녹색의 돼지 같은 얼굴이······.


"으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구르듯이 근처에 있는 바위에 딱 붙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푸른 초원, 군데군데 자라나 있는 나무들, 그리고 의아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는 녹색의 돼지 머리를 한 기이한 존재가 둘.


아니, 어디서 본 것 같은 모습이다.


"오, 오크?"


흔히들 게임속에서나 묘사되는 오크의 모습.


머리는 돼지 같으며 송곳니가 삐져나와 있고 피부는 초록색이며 몸집은 거대하다.


또 목소리는 굵고 으르렁대며 난폭하게 방망이를 휘두르는 사악한 모습······과는 조금 다르게 꽃으로 만든 화관을 두 손에 들고 있었다.


"인간! 일어났다!"


"뭐, 뭐야?"


눈을 몇 번이나 비비고 다시 앞을 쳐다봤지만 풍경이 달라지는 일은 없었다.


여긴 어디지? 대체 무슨 상황이지? 몰래 카메라?


꿈이라기에는 또 너무 생생했다.


"로거, 인간. 놀랐다. 놀래키면 안 된다."


두 오크 중 한쪽 눈에 상처가 나 있는 오크가 머리에 뿔이 나 있는 오크에게 말했다.


"탄! 알고 있다! 하지만 인간이 여기에 있을 수는 없다. 대장한테 알린다!"


"그말이 맞다! 로거 말대로 대장한테 알린다!"


"그럼 인간은 어떡하지?"


그 둘은 서로 무어라 이야기하다 나를 쳐다봤다.


"오, 오지마. 오지 말라고!"


"인간! 데려간다."


"대장에게?"


"그렇다."


"로거. 천재다!"


두 오크는 내 몸을 붙잡아 위로 들어올렸다.


*


"이거놔! 이거 놓으라고! 야! 야아! 으아아악! 사람 살려요!"


나는 힘껏 발버둥을 쳤다. 다름아닌 오크들에게서 벗어나기 위해서.


하지만 그러기에는 힘이 부족한 건지 오크들이 내 상식 밖에 힘을 가지고 있는 건지, 나를 단단히 붙들어 멘 손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내려줘! 날 어디로 데려가는 거야!"


이거 꿈이지? 꿈 맞지?


스스로에게 계속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다는 건 나도 잘 알았다.


이렇게 생생한 꿈이 대체 어딨어?


오크들에게 강제로 옮겨지는 와중에 주변을 계속해서 살폈다.


풍경이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꽃이 널려 있던 초원에서 숲으로, 평범한 숲에서 깊숙하게 들어갈 수록 무언가 마을의 형태를 갖춘 장소로.


더 깊숙하게 들어가자, 이내 다른 수 많은 오크들이 거대한 나무를 파서 만든 집 같은 곳에서 나와 있었다.


"로거, 탄! 인간. 잡아왔다!"


"로거가 찾았다! 초원에서 자고 있었다!"


"인간은 초원으로 못 온다!"


"안다. 하지만 왔다!"


그들은 서로 이해하지 못할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보다, 난 어떻게 되는거지? 정석대로라면······.


무서운 생각이 들자 몸이 부르르 떨렸다.


이대로 잡아먹히는 건 아닌가? 오늘 나는 오크들의 일용할 양식이 되어 배고픈 새끼 오크들의 뱃속에 들어가게 되는 건가?


그건 싫다, 절대로, 사절이다!


"아아악! 내려줘! 빨리 내려달라고 이 망할 것들아!"


하지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힘으로 이 두 녀석들의 손아귀에 탈출하는 건 불가능했다.


결국 운명을 받아들여야 하나. 순순히 잡아먹힐 수 밖에 없단 말인가?


그렇게 생각하면서 절망하고 있을 때, 두 오크들이 멈춰섰다.


"여기다 인간."


"도착했다 인간!"


두 오크들은 순순히 나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다시 잡힐 쏘냐!"


나는 두 발이 땅에 닿았다는 건 인지하자 마자 미친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어디로? 어디든지 상관 없다. 일단 오크들이 안 보이는 쪽으로!


"인간! 도망친다! 잡아라!"


뒤쪽에서 나를 붙잡았던 오크 두 마리가 뒤뚱뒤뚱 걸으면서 나를 쫒아오기 시작했지만 너무나도 느린 속도였다.


다행히도 빨리 달리지 못하는 것 같았다.


"허억······허억."


가쁘게 숨을 몰아쉬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전히 울창한 숲이었다. 무언가 으스스한 기분이 드는 것도 같았다.


아니 그보다. 대체 어떻게 된 거지?


근처에 있는 바위에 걸터앉았다. 아무리봐도 이곳은 도시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시골이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대체 어느 나라 어느 시골에 말하는 오크가 실제로 존재한단 말이냐.


그러니까 내 뇌가 도출할 수 있는 결론은 하나밖에 없었다.


내가 살던 곳과는 다른 세계. 그러니까 이세계다.


그것 말고는 지금 이 장소나 아까 봤던 오크들에 대해 납득이 가지 않았다.


그리고 이세계로 넘어오게 된 경위는······죽음인가?


트럭이 내 시야를 가득 메꿨다. 그 순간 만큼은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젠장······."


취해서 빨간불을 초록불로 착각하다니. 이 무슨 바보 같은 일이란 말인가.


뭐가 되었든.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오크에게 잡아먹혀 죽을 뻔한 위기에서 탈출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이 세계에 무엇이 더 있을지는 모른다. 오크 말고 위험한 몬스터들이 실제로 존재할지도 모르고, 재수가 없다는 그런 녀석들에게 죽거나 잡아먹힐지도 몰랐다.


어떻게 해야하지?


"아, 맞아. 인간!"


이세계에 있는 인간들을 찾자. 찾아서 도움을 받던지 이 상황을 타개할 정보라도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꺄아아아악!"


그때였다. 비명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이건.


오크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분명 인간, 그것도 여성의 목소리였다.


"저쪽인가!"


소리의 방향을 향해서 달리기 시작했다.


운이 좋았다. 인간이라니!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 오크 녀석들을 다시 만나는 것보다는 나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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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세계 22.03.12 3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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