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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리즈 님의 서재입니다.

회귀자가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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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리즈
작품등록일 :
2018.10.06 21:11
최근연재일 :
2018.10.25 20:15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6,170
추천수 :
112
글자수 :
91,698

작성
18.10.13 18:29
조회
223
추천
5
글자
11쪽

새로운 이름

DUMMY

나를 모르는 듯한 녀석의 얼굴.


이세계에 와서 처음 마주쳤던 녀석과 또 다시 마주친다?

이게 과연 우연일까?


머릿속에서 퍼즐조각들이 하나 둘 씩 맞춰진다.


‘나는 회귀 했다.’


이 곳에서 흔히 말하는 진짜 회귀자가 되버렸다.


“회귀자님 저 소울시터입니다!!”


‘아는 척을 해야 할까. 하지 말아야 할까.’

지금 당장 아는 척을 한다면 기관으로 보내 질 것이 분명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냥 평범하게 살아 보자는 생각.


머릿속으로 지난 기억이 스쳐 지나간다.


둔재와 A급 각성자의 싸움.

칼이 내장을 찢고 척추를 부순 채로, 몸을 뚧고 튀어 나오던 개 같은 느낌.


‘8년 안에 내가 그 격차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


무섭다. 너무 무섭다.


‘내가 왜 굳이 그런 개 같은 모험을 해야 하는 거지?’


다시 회귀를 한다는 보장도 없다. 어쩌면 이번 생이 진짜 마지막일지도 모른다.

기관에 돌아가 부족한 재능으로 발버둥 치며 자괴감에 젖어든 생활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


힘들고 괴로운 건 이제 싫다.


‘그래. 그렇게 하자. 그렇게 하는 게 좋겠어.’


'우선, 기관의 눈을 피하려면 최대한 자연스럽게. 평범한 아기를 연기해야겠지.'


나는 생각을 정리하고는 목청 것 울었다.

태어 난지 얼마 안 된 아기가, 낯선 사람을 보고 울지 않으면 부자연스러우니까.



"으앙!! 으앙!!!!"


울음소리가 멀리 퍼져 나간다.


나를 안고 있는 여인의 눈가가 좁아진다.

"잘 못 짚으신 거 같은데요?"


"그.. 그럴 리가.. 아닌데.. 이 마나는 회귀자만이 가질 수 있는 양이 틀림이 없는데?"

반쯤 넋이 나간 목소리.


'미안하지만, 너나 나를 위해서도 이게 좋아.'


한참을 소리 내어 울자 녀석이 지친표정으로 돌아갔다.


그리곤 엄마 품에 안겼다.


눈을 감고 자려고 해도 쉽사리 잠이 안 온다.


그래서 마나를 느껴보려고 집중을 해봤다.


지난 생에 보유하고 있던 마나의 양보다 좀 더 많은 양.


‘회귀를 해서 마나가 더 증가한 건가? 저번 생에는 이 걸 배우려고, 몇 년 동안 개고생을 했는데..’


어이가 없을 정도로 손쉽게 마나를 감지해버리니, 기분이 묘해졌다.


오늘은 생각 할게 너무 많다.



--



녀석이 몇 번 더 찾아오더니, 돌아간 다음부터는 새로운 사람이 찾아왔다.


그 뒤로도 몇 번인가 계속해서, 새로운 사람이 찾아왔다.


그 때마다 난 매번 큰 소리로 울어댔다.


어쩔 수 없었다. 지금 당장은 기관으로 가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렇게 7명 쯤 왔다 갔을까?


그 뒤로는 저 쪽에서도 내 존재를 잊은 듯 잠잠해졌다.


초조하던 마음이 편해졌다.


그리고 상처 받은 내 마음을 위로하기라도 하듯, 머리색이 다른 아빠와 엄마에게 어리광을 피웠다.


이대로 사는 것도 나쁘진 않다.


아니, 오히려 이쪽이 훨씬 마음 편하다.









--







아버지는 목장을 하신다.


그리고 나는 아버지를 따라, 목장 일을 8살 때부터 배웠다.


내가 맡은 일은 간단하다. 글림프들을 산책시키면서 근처의 웅덩이에서 물을 먹이고 다시 우리로 몰아넣는 몰이꾼의 일이다.


글림프가 어떻게 생겼냐면, 양이랑 매우 비슷하게 생겼는데 살집이 돼지처럼 포동포동하다.

이 가축은 어느 것 하나 버릴 것 하나 없이 정말 유용하게 쓰여서 많은 목장에서는 글림프를 키운다. 글림프의 고기는 쇠고기보다 담백하고 훨씬 더 부드러워서 굉장히 인기가 많았고, 글림프의 털로 만들어진 침구나 옷감들은 푹신푹신 하고 따스한 보온효과를 가져왔기에 겨울철이면 정말이지 날개 돋친 듯이 팔린다.




지글—지글— 지글--


네모난 철판 위에 올려 진 글림프 고기가, 맛있는 향기를 풍기며 노릇노릇하게 구워진다.


먹음직스럽게 칼집이 들어간 두툼한 글림프의 뒷 다리살 위로. 잡화점에서 사온 소금을 후두두 뿌려대고는 푸근한 인상을 지닌 남자는 손에 묻은 소금을 탁탁 털었다.


그러고는 눈앞에서 군침을 꿀꺽 삼키고 있는, 서글한 눈매에 은색눈동자를 지닌 은색머리의 남자아이에게 말했다.


"테오. 너도 이제 12살인데, 내일 도시로 내려갈 때 같이 가자구나."


"좋아요. 아버지."


“이번이 너에게는 첫 거래겠구나. 아비가 어떻게 거래를 하는지 잘 지켜보고 배우거라.”


“네. 아버지 고기 타겠어요. 이제 먹어도 되죠?”


“그래. 그래. 녀석 성격한번 급하구나.”


잘 익은 고기가 내 앞에 놓여진다.


언제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맛.


부드러운 육질이 입천장을 따뜻하게 데운다.

누린내 없이 부드러운 육질이 씹을수록 담백한 육즙을 자아낸다.


꿀꺽—


“진짜 맛있다. 아버지도 얼른 드세요.”


내가 먹는 모습을 보면서, 미소를 짓고 있는 아버지를 향해 소리쳤다.



이세계의 부모님에게 받은 내 이름.


내 이름은 테오였다.



--



날이 밝았다. 이른 새벽부터 아버지와 함께, 수레에 글림프의 털들이 담긴 자루를 하나 둘씩 옮겨 실었다. 몇 달 동안 모아온 털들이라 그런지 옮기는데 제법 시간이 걸렸다.

그 동안에 어머니가 내려가는 도중에 간단히 먹으라며 주먹밥을 챙겨 주었다.


“어머니, 다녀올게요!”


“가는 길에 조심하고.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와.”


“네!!”


힘차게 손을 흔들며, 푹신푹신한 글림프의 털 자루가 잔뜩 실린 수레 위에 올라 탔다.


아버지는 수레 앞에 있는 말에 올라타 고삐를 손에 쥐며 소리쳤다.


“여보 갔다 올게. 늦어도 해지기 전에는 돌아 올 거야.”


“많이 팔고 오세요.”


“어서 들어가. 마저 자.”


히히히힝---!!


울퉁불퉁한 길을 따라 말 수레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덜컹거리는 수레 위에서, 손을 흔드는 어머니를 향해 손을 마주 흔들어 준다.


‘따지고 보면, 이세계로 와서 가장 멀리 움직여 본 게 오늘이 처음인가?’


머리 뒤로 손깍지를 끼워서 푹신한 자루 위에 누웠다.


하늘이 파랗다.


‘평화롭구나.’


한국에서 살았던 기억들. 이세계로 처음 넘어와 부푼 꿈을 가지고 발버둥 쳤던 기억들.

바쁘게 살아왔던 지난날들의 기억들이 하나 둘 씩 떠오른다.


‘그때는, 뭘 그리 쫓기듯 살았을까.’


등 뒤에서 느껴지는 푹신함.

살랑 살랑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


‘아 기분 좋다.’


나도 모르게 눈꺼풀이 스르르 감긴다.

“녀석. 졸리면 한 숨 자거라, 마을에 도착하면 깨우마.”


귓가를 간질이는 목소리를 끝으로 잠에 빠졌다.




--



아스웰 공화국에서 2번째로 무역과 상업이 발달한 도시 '뷔렌'.


하루에도 수많은 상인들이 오가는 번잡한 거리에는 수많은 점포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고, 길거리 여기저기에서 자신의 물건을 바닥에 꺼내 놓고는 파는 행상인들이 즐비 했다.


북적이는 인파를 헤치며 천천히 움직이던 말 수레가 ‘황금 가지 상단’ 이라 쓰인 간판의 점포 앞에 멈춰 선다.


푸-히히힝---!


근처의 말뚝에 말을 메어 놓고는 아버지가 나를 흔들며 말했다.

“다 왔으니. 일어 나거라.”


“으음... 여기가 도시인가요?”


“그래.”

빼곡히 들어찬 점포. 형형색색의 다양한 복장을 한 사람들.


눈가를 비비고는 수레 위에서 내렸다.

“어서 팔러 가죠.”


번지르르한 외형의 건물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고급스러워 보이는 모피로 옷을 해 입은 점원이 다가왔다.


“어쩐 일로 오셨는지요?”


“물건을 팔러왔다. 상단주는 어디 계시지?”


점원이 위 아래로 아버지와 나를 훑어보더니 말을 이었다.


“상단주께서는 바쁘십니다. 우선은 제가 물건을 보도록 하죠.”

아버지가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밖으로 나왔고 점원이 따라 나왔다.


“품질은 보장하지. 총 24자루다.”


“음. 뭐, 이정도면 나쁘지 않군요. 은화 3개 정도면 어떻습니까?”


“일 없네. 다른 곳으로 가보도록하지.”

아버지는 묵묵히 풀어헤친 자루를 다시 묶고는 말위에 올라탔다.


“은화 5개는 어떻습니까?”


“테오. 다른 곳으로 가자꾸나.”


“네 아버지.”

나는 수레 뒤편으로 올라 탔다.


“은화 10개. 10개 까지 해드리겠습니다.”


“자네 상단주가 일을 이리 처리한다는 걸 알면 실망할게야.”

점원의 얼굴이 점점 흙빛이 되어간다.


푸히히힝!!


쥐고 있던 말고삐에 힘을 넣자 수레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잠깐만요!!! 상단주님을 불러오겠습니다.”

남자가 헐레벌떡 점포로 뛰어 들어갔고. 아버지는 손에 쥐고 있던 고삐를 느슨하게 풀었다.


“아버지 원래 얼마정도 받아야 하는 건가요?”


“이제 곧 있으면 겨울이다. 그 때가되면 물량이 모자랄 수도 있으니 상단 측에서는 미리 물량을 최대한 확보해야하지. 이정도 품질이면 은화 24개는 받아야한다”


‘자루 한 개에 은화1개? 와.. 완전 날강도 새끼 였구만.’


정확한 시세를 모르면 눈뜨고 코 베이기 쉬운 곳이 이 바닥이다. 지구처럼 권장소비자가격이니 뭐니 하는 제도는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흥정을 얼마나 잘하냐에 따라서 가격이 천차만별로 바뀔 수 있다.


잠시 뒤, 저 멀리서 콧수염을 기른 뚱뚱한 남자가 느긋하게 걸어 나왔다.


“어디 물건부터 한번 봅시다.”

때깔 좋은 옷과 거만한 태도.


“여깄소.”


“호오.. 물건은 굉장히 좋구려.. 흠..흠... 은화로 20냥까지 드리리다. 다른 데선 이정도도 못 받을 거요. 우리 상단이니 이 정도를 주는 게지. 흠흠..”


남자의 소리에 아버지가 코웃음을 쳤다.


“팔 데가 여기 밖에 없는 줄 아시오? 겨울이 되면 당신네들도 물량이 부족 할 텐데.”


남자가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말을 이었다.

“음... 좋아.. 은화로 30개 까지 맞춰 드리지. 그이상은 안되네.”


‘뭐야 이 양반 제법 통이 큰데?’


“좋소.”


아버지가 수락하자 일사천리로 거래는 이루어졌다.


빈 수레에 기대 어머니가 싸준 주먹밥을 입안에 집어넣으며 말했다.

“아까 그 사람 생각보다 통이 크던데요?”


“그렇게 보이더냐? 대게 그런 부류들은 다른 누군가 보다 뒤쳐져 보이는 걸 극도로 싫어한단다.”


“아.. 그래서 거기부터 들른 거군요?”


“그렇기도 하지. 거기서 거래가 성사 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 쪽에서 낮은 가격에 매입하려 한 걸 다른 곳에서 더 비싸게 받고 팔았다는 소문이 퍼진다면 그런 부류들은 편하게 잠도 못 잘 테니.”


“재밌네요.”


“물건도 다 팔았으니 도시 구경이나 하다 돌아 가자구나.”


나는 남은 주먹밥을 입안에 털어 넣었다.


“네 아버지.”





--




한가롭게 도시를 구경하던 그 때.


상업도시 ‘뷔렌’의 상공위로 날개 달린 무언가가 빠르게 지나가더니


사람들이 지나다니던 대로 위에 떨어졌다.


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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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일단 패고 본다 +1 18.10.22 174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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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다시 만난 빨간머리 18.10.17 209 3 9쪽
15 B급 헌터 18.10.17 208 3 8쪽
14 다시 기관으로 18.10.16 211 4 11쪽
13 누나와 동생 18.10.15 232 3 10쪽
12 일그러진 반쪽 얼굴 18.10.14 219 4 8쪽
11 카오스 데몬 +1 18.10.14 245 5 10쪽
» 새로운 이름 +1 18.10.13 224 5 11쪽
9 각성자 시험 18.10.12 246 5 10쪽
8 회고록 18.10.10 265 5 10쪽
7 A급 각성자 라울 +1 18.10.09 265 6 9쪽
6 또 다른 회귀자 +1 18.10.09 325 6 9쪽
5 반쪽짜리 회귀자 +1 18.10.08 325 7 10쪽
4 각성자 기관 +1 18.10.08 323 7 10쪽
3 웅장한 이름 +2 18.10.07 398 8 10쪽
2 천릿길도 아기걸음부터 +1 18.10.06 495 9 9쪽
1 여기가 이세계야? +1 18.10.06 830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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