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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931님의 서재입니다.

모범 죄수 용사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완결

기하학
작품등록일 :
2022.01.08 22:22
최근연재일 :
2022.06.23 02:12
연재수 :
152 회
조회수 :
16,958
추천수 :
493
글자수 :
517,793

작성
22.01.31 23:20
조회
139
추천
4
글자
10쪽

8. 폭풍 속으로 - 2

DUMMY

8. 폭풍 속으로 - 2




1.





내 호언장담에도 나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던 그는 한숨을 푹 쉰 후 말했다.



"그럼 됐습니다. 각하도 잊으시죠. 어차피 의미 없는 감정일 뿐이니까요."



"정말로? 네가 그 아이에게 무슨 마음을 품든 그건 네 자유지만 그 마음이 우리 일행의 앞으로의 여정에 해를 끼치게 된다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제 개인적인 감정일 뿐 실현될 수도, 실현돼 서도 안 되는 감정이니까요."



'왜 이렇게 극단적이야 얜 또.'



"설마 사생아인 자신은 그녀와 맞지 않는다 그딴 소리는 하지 않겠지?"



"그 역시도 이유 중 하나겠지요. 하지만 본질적으로 그녀는 뱀파르의 가주이고, 저는 그런 뱀파르를 감시하기 위한 황실의 장기말인 스칸데르의 일원입니다. 그런 그녀와 저의 결합이라..세상 그 누구도 반기지 않겠네요. 그리고 그런 사랑이 어떻게 끝나는지는 제 스스로가 증명하고 있군요."



가문이 어쩌니, 계급이 어쩌니. 참 인간들은 어느 시대건, 어떤 세상이던 별것 아닌 것으로 고민하고, 좌절하고 있었다.



설령 가문이 나를 막아서든, 사회가 나를 막아서든 그게 다 무슨 의미란 말인가? 장애물이 생겼다면 그것조차 넘어서면 될 일이었다. 절대 넘어 수 없는 벽이 자신을 막어서지 않는 이상 그것이 주저않을 이유는 되지않았다.



"그건 니가 세상 눈치를 봐야 하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거고. 네가 세상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닌 세상이 너의 눈치를 봐야 되게 된다면 그딴 걱정도 의미 없겠지?"



내 진지한 조언에도 그는 피식 웃을 뿐이었다.



"파프날님처럼 강한 사람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저 같이 사회의 부품으로서 살아가는 소시민들에게는 사회의 시선이라는 게 너무 무겁더라고요."



"그러니까 내 밑에서 열심히 배워야지. 내 말만 잘 들어도 최소한 검성의 경지 정도는 도달 할 수 있을걸?"



"예.예. 제가 뭐 때문에 이 고생을 하는데 당연하죠."



검성을 언급했음에도 그는 장난스럽게 대답했다. 하긴 그 자신도 본인의 재능을 잘 알고 있을 테니 자신이 천하제일 검의 경지에 도달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할 수도 있겠지.



그렇다고는 해도 앞으로 내 밑에서 배울 제자라는 놈이 저렇게 맥 빠지는 소리 나 하다니.



'나한테 검을 배운 놈이 세상 눈치나 보느라 지 사랑도 제대로 못 이룬다라면 자존심 상하는데.'



우리 둘의 대화는 나갔던 두 사람이 돌아옴으로써 자연스럽게 일단락됐다.



다장다감한 예린과 무뚝뚝한 아나스타샤, 워낙 성격이 다른 두 사람이었기에 잘 어울리지 못할 줄 알았으나 둘은 뜻밖에도 그리 어색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파프날, 우리가 이곳에 들어온 목표가 아나스타샤의 부모님을 찾는 거랑 침식의 중심이 되는 통로를 찾아 부수는 거잖아요. 부모님을 찾는 거야 그렇다 쳐도 통로를 찾는 방법은 알고 있는거예요?"



벌써 가주 대리와 이름의 부르는 사이가 되다니. 내 생각보다 예린은 사교적인 사람이었던 모양이다.



"그거야 간단해. 이 공간 안에서 가장 큰 에너지가 느껴지는 곳이 바로 그 통로라고 할 수 있지."



"..네?"



"어차피 이 안에서 제대로 된 탐색은 불가능해. 너희도 느꼈겠지만 이 안에서는 마나의 흐름이 완전히 헝클어진 상태지. 그 말은 즉, 이 안에서 너희들이 사용하는 마법이 먹통이 될 확률이 높다는 거고. 그러니까 죽고 싶은 게 아니라면 내 옆에 꼭 붙어 있어. 나라고 해도 내 손 밖에서 너희를 구해줄 수는 없으니까."



솔직히 애들 앞에서 이렇게 약한 소리를 하고 싶지는 않았으나 이미 이곳은 심연 안이라고 봐야 했다. 그리고 심연이라는 장소는 나라고 한들 만만히 볼 수 있는 장소가 아니었고.



수많은 차원 속 고도로 발단된 문명들을 끝장낸 종말, 그것이 바로 심연이었으니.



예린, 아나스타샤, 그리고 표르트. 이 세 명을 안전하게 데리고 나가기 위해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했다.






2.









살을 애워오는 겨울바람도, 하늘을 뒤덮는 끝없는 하얀 눈 폭풍도, 대지를 가득 채운 침엽수림도 이곳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분명히 이곳은 북부임에도 더 이상 북부라고 부를 수 없는 마경, 심연 그 자체였으니.



바람도 눈보라도 사라진 검은 하늘 위에는 오직 단 하나의 태양 아니 둥근 빛 덩이 만이 존재했고, 생명체가 사라진 대지에는 심연의 아가리 속으로 사라진 문명의 흔적들 만이 널브러져 있었다.



세상의 이치가 뒤바뀌어 버린 죽은 대지 위에서 표르트의 검이 괴물의 다리를 노리기 내리쳐졌다.



"표르트! 혼자 앞으로 나가지 마, 진형이 무너진다!"



파프날의 지적에 표르트가 급하게 뒤로 물러났으나 이미 진형 안쪽에 위치한 두 주술사 예린과 아나스타샤를 노리고 달려든 괴물은 이미 진형의 안쪽까지 들이닥쳤다.



놈이 예린을 막아주기 위해 앞으로 나온 아나스타샤를 노리고 달려드는 순간 내가 뽑아낸 무형의 칼날이놈의 척추부터 심장을 관통했으나 심장이 멈췄음에도 놈의 본능은 멈추질 않았다.



"..읏."



괴물의 앞발이 아나스타샤가 만들어 낸 방어막을 찢고 그녀의 팔에 스쳐 지나갔다.



"표르트. 둘을 데리고 내 뒤에 숨어 있어."



자칫하면 그들과 나, 두 쪽 모두 위험해 질 수 있는 명령이었지만 그는 내 말에 토달지 않았다. 찰나의 순간 생사가 결정되는 이곳에서 내 말은 절대적인 규율이었다.



뒤를 돌아보지 않고 도망치는 그들을 노리고 달려드는 괴물들의 머리 위로 단호한 저승사자의 선고가 내 칼날을 통해 선고된다.



그들을 지키기 위해 보인 틈을 노리고 내 측면에서도 놈들이 달려들었으나 내 검은 그들의 접근을 용납하지 않았다.



일 검에 괴물의 머리가 떨어지니 수십 마리의 괴물들이 일초를 견디지를 못 했다.



그런데도 불과하고 수십, 수백 마리의 괴물들이 우리를 향해 달려들었고 그에 맞춰 내 검 역시 이제는 움직이는 게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적들을 베어 나가며 검이 그리는 은빛 선이 공간을 지배해나갔다.



마침내 내가 천 마리에 다라는 괴물을 베었을 때, 우리 일행은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예린아. 아나스타샤의 팔을 정화해 줘."



"알겠어요."



근처에 있는 괴물들은 모조리 베어 넘긴 것 같았으나 언제 위협이 그들의 뒤에서 들이닥칠지 몰랐기에 내가 주위의 경계를 맡고 있는 사이, 예린은 아나스타샤의 팔에 여신의 축복을 전했다.



"파르네시여..."



괴물이 남긴 상처에서 축적된 침식은 단명종인 인간에게는 크게 문제는 안되겠으나 장수종인 그녀에게는 큰 문제였다. 200년만 지나도 그녀의 몸은 이미 심연에 물들기 시작하겠지.



그리고 그런 질서에 위배되는 삿된 기운을 몰아내기 위해서 예린이 필요했고.



어머니가 내려주신 축복을 아직 제대로 사용조차 하지 못하는 그녀였지만, 그 기운을 이끌어내 타인에게 전하는 것 정도는 가능했다.



"넌 또 왜 이렇게 표정이 썩어 있어."



그녀의 상처가 마치 자신 때문에 생긴 것처럼 표르트는 정색한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조금 전 네가 한 실수는 너무 신경 쓰지 마라. 지금까지 네가 연습해온, 그리고 겪어왔던 전장과 이곳은 완전히 다르니 네가 적응하지 못하고 실수한 것 역시 당연한 거야."



보기보다 은근히 소심한 표르트는 내 말에도 표정을 풀지 못했다.



"일초도 채 되지 않는 순간을 노리고 달려드는 적을 너는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했겠지. 이건 말해준다고 감당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그녀가 다친 걸 굳이 따지자면 그런 너에게 후열을 맡긴 내 잘못이지."



역시나 이어진 내 말에도 그의 고개는 여전히 바닥만 쳐다보고 있었다. 여기서 그대로 죄책감과 넘볼 수 없는 적들의 벽에 주저앉느냐, 아니면 이 좌절을 극복하고 더 앞으로 나아가느냐는 이제 그의 선택에 달려 있었다.



"아나스타샤. 상처는 괜찮아?"



"네. 애초에 보호막을 뚫느라 힘이 빠진 팔에 살짝 스쳤을 뿐이었으니까요."



'이쪽도 자기 주술이 이렇게 손쉽게 무력화돼서 분한 모양이군.'



그녀가 혈마법으로 만들어 낸 보호막은 분명 그 정도에 뚫릴 만큼 약한 마법은 아니었다. 만약 심연 밖이었다면 대형 괴물의 일격조차 어느 정도 막아 낼 수 있을 정도였다. 그렇지만 이곳은 심연이었고, 마법이나 주술을 사용하기 위해 마나의 흐름을 제어하는 것부터가 어려운 곳이었다.



"너희들 모두 이제는 어느 정도 느꼈겠지만 이곳은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야. 서둘러 잘 곳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일정이 상당히 꼬일 수 있어."



"마나도 제대로 흐르지 않는 곳인데 안전한 곳이 있나요?"



"심연 안에 있으면서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는 곳. 그곳을 찾아야 돼."



내 말에도 모두가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으나 이미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기에 나는 곧바로 이들을 이끌고 발걸음을 옮겼다.



"파프날, 저 이상한 상자에서 빛이 나오는데요?"



"그거 6초이상 보고 있으면 심연에 물드니까 조심하렴."



내 말에 예린이 화들짝 놀라 반쯤 땅에 박혀 있는 디스플레이 패널에서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이미 본체의 절반이 사라졌고, 연료 또한 존재하지 않는 데다가 심지어 어떠한 신호조차 받지 못 하는 패널에 불이 들어오는 건 분명 정상적인 일은 아니었다.



그 말은 즉 패널에 비치는 영상이 심연의 통로에서 나오는 신호 그 자체라는거였고.



수많은 문명을 집어삼킨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는 대지에서 안전하게 휴식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찾는다는 건 분명 쉬운 일은 아니었다.



질서에 대한 끝없는 적의로 가득 찬 세상은 천상의 어린 양과 그 길잡이에게는 너무나 가혹했으니.



하지만 1시간 가까이 길을 헤맨 결과 우리는 마침내 찾아낼 수 있었다.



비상식이 지배하는 세상 속 몇 안 되는 최후의 휴식처를.


작가의말

설 전날 이네요.


독자분들은 모두 잘 지내시나요?


이 못난 작가는 여전히 비축분을 만들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다음날은 꼭 노력해 봐야겠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신 모든 독자여러분에게 감사인사 전하고 오타가 있을시 댓글 부탁드립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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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11. 버리지 않겠습니다. 용사님 - 1 22.02.10 112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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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10. 믿고있습니다 용사님 - 3 (오타수정) 22.02.08 121 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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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폭풍 속으로 - 2 22.01.31 140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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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6. 예의를 가르쳐주세요 용사님 - 2 22.01.24 176 5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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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5 오른팔은 어디가셨나요 용사님? - 3 22.01.21 192 5 10쪽
11 5 오른팔은 어디가셨나요 용사님? -2 22.01.20 191 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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