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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931님의 서재입니다.

모범 죄수 용사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완결

기하학
작품등록일 :
2022.01.08 22:22
최근연재일 :
2022.06.23 02:12
연재수 :
152 회
조회수 :
16,959
추천수 :
493
글자수 :
517,793

작성
22.01.14 22:04
조회
283
추천
5
글자
9쪽

2. 살려주실 수 있나요 용사님? - 3

DUMMY

1.


심연의 존재의 근본이 무엇인지는 천상의 역사서에조차 적혀있지 않았다. 언젠가부터 등장한 그들은 차원의 틈 속에서 기어 나와 다른 차원들을 중심으로부터 단절시키고, 자신과 같은 심연으로 만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심연 내의 수많은 차원 속에서 서로 다른 심연의 존재들이 수많은 차원이 섞인 뒤틀린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나와 두 고위기사의 시야에 보이는 세 놈 역시 상당히 기괴했으며 내 시각에서는 꽤나 미래지향적인 모습을 하고 있었다.


특히나 가운데 녀석의 경우 머리에 박힌 파이프관이 하반신으로 퍼져나가 다리를 대체 한 사이버펑크스러운 모습이어서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기계 촉수로 된 하반신이라니 미쳤네.’


물론 일반적인 시선에서는 세 마리 모두 역겨운 모습이긴 했다.


“흠, 그 [경험치]라고 불리는 것이 놈들을 죽인 순간 자동으로 처치한 자의 몸에 스며들어 힘을 부여한다고 했지?”


“예, 다만 사도님 같이 괴물과의 격의 차이가 너무 난다면 힘이 느껴지지 않을 겁니다.”


‘흡혈이 아니라 죽인 자에게 힘이 스며든 다니, 자연 속 에너지의 흐름을 생각한다면 절대 불가능한데 말이지.‘


내가 한때 자주 읽었던 게임 판타지 소설도 아니고, 괴물을 잡으면 놈이 능력치를 뱉는다니, 아무리 생각해 봐도 너무 수상한 설정 아닌가? 별다른 증거는 존재하지 않았으나 나의 날카로운 감각이 저 [경험치]라는 에너지원이야말로 집정관들을 침식시킨 범인이라고 나에게 경고하고 있었다.


‘그런 경험치라는 에너지를 지금 직접 흡수해 볼 거고.’


솔직히 이 방법이 정말로 맞는지 나 역시도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 나에게는, 이 위험에 빠진 세상을 구하기 위해선 안전한 길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게다가 어머니가 나만이 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침식에 대항할 수 있다고 하셨으니, 저 멍청한 집정관놈들이 지금까지 방치한 만큼 내가 세상을 지켜줘야겠지.


거침없이 나아간 나와 고위기사 둘은 놈들로부터 단 500미터만을 남겨둔 채 자리에 멈춰 섰다.


“어때, 너희들 할 수 있겠어?”


“솔직히 자신은 없습니다만, 성벽 안에서 떨고 있을 가족을 생각한다면 어떻게든 해야겠죠. 후...”


“야, 아무리 반푼이라도 너희는 초월자야. 자신감을 가져라. 10미터를 간신히 넘는 괴물들의 발을 잠깐 묶어두는 정도야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을 거야. 그러니 걱정 말고 가서 애들 데리고 준비나 하고 있어.”


내 말에 한결 나아진 얼굴의 두 기사가 나에게 인사를 고했다.


“예. 사도님 무운을.”


적당히 두 명을 돌려보낸 후 나는 다시금 앞을 향해 걸어갔다.


아까 전의 둘이라면 방금 선을 넘은 순간 적들에게 발각되었겠으나 몸에서 기운을 지우고, 세상과 하나가 됨으로써 존재감을 없애는 건 나에게는 일도 아니었다.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 점차 괴물들과의 거리가 좁혀졌고, 어느새 그들의 역겨운 모습이 내 안구를 공격했지만 내 발은 더욱 힘차게 놈들을 향해 나아갔다.


‘옛날이었다면 아무 생각 없이 검기나 권능을 때려 박았을 텐데’


팔다리가 잘린 후 많은 시간을 고민했다. 이곳에서 나간 후 어떻게 싸워야 할 것인가. 꽤나 막막한 주제였다. 팔 다리가 없으니 전신의 순환 역시 망가졌고, 그 텅 빈 사지를 채우기 위해 막대한 마나와 에너지를 쏟아야 했으니 큰 기술은 물론이요, 집정관으로서의 권능 역시 잠겨버렸다.


오랜 시간의 고민 끝에 나온 정답이야 간단했다. 최소한의 마나와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최대한 많은 적들을 죽이면 되지 않겠는가?


신공이라고 자신했으나 그 내용은 별거 없었다. 상대의 반응을 유도하는 현혹이나 심리전 따위는 하지 않는다. 오직 나의 움직임을 극한까지 갈고닦아 상대가 방어할 수 없을 완벽한 검로로 적들을 배제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기도 했으나, 2000년간 수많은 무인들의 깨달음들과 기술을 학습한 게 바로 자신이었다. 내 검에 담긴 묘리는 단순히 나만의 것이 아닌 전 차원의, 영겁의 시간 속에서 쌓인 진리와 같았다.


이제 놈들과의 거리는 단 100미터. 오러나 마법을 이용한다면 타격이 가능하겠지만 나는 담담히 걸음을 옮겼다.


놈들의 거대한 꼬리가 휘둘릴 때마다 대지가 흔들리고, 기계촉수와 부딪혀 박살 난 성곽이 내뿜는 흙먼지가 시야를 가렸으나 내 담담한 걸음은 결코 멈추지 않았다.


마침내 놈들과의 거리가 15미터 까지 좁혀진 순간, 더 이상 나는 나의 존재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와 동시에 천진난만하기까지 하던 괴물들의 얼굴이 무표정으로 바뀌며 놈들의 시선이 나에게 향함과 동시에 수십 개의 기계촉수가 나를 향해 달려들었으나 나는 그저 단 한 걸음을 옮겼다.


최적의 움직임. 이 하나를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명상했는가. 한 걸음으로 촉수를 피하고, 두 걸음으로 나를 향해 날라 오는 괴물의 어깨 위에 올라탔다. 세 번째 걸음으로 반대쪽 팔을 피하며 올라갔고, 마침내 네 번째 걸음에 놈의 눈앞까지 간 순간 이미 내 검은 반월을 그리며 놈의 안구를 베었다.


당연하게도 놈은 심연 출신답게 급소를 공격당했다 해서 쓰러지지 않았다. 나 역시 그런 안일한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고.


여전히 놈의 머리 위에 있는 나를 향해 이번에는 수백 개의 촉수가 달려들었지만 나는 물러서지 않았다. 내가 첫 번째 걸음을 옮기는 순간 나를 향해 수백 개의 촉수가 비수가 되어 날아드는 순간, 내 손끝에서부터 피어난 이적이 세상을 물들였다.


시간의 여신 파르네의 권능이자 파프날 역시 그녀의 아들로서 물려받은 권능의 찌꺼기가 내 손안에서 퍼져나가 이 일대의 시간 축을 간섭한 것이다.


나의 정신을 제외한 모든 것이 느리게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가속화된 내 정신은 시간이 멈춘 것 같은 감각과 함께 나를 향해 좁혀져 오던 죽음의 그늘을 바라보았다.


탈출구 따위는 없을 것 같던 촉수들 사이에서 수십 개의 길들이 보였으나 내가 찾는 것은 오직 하나, 무방비해진 적의 심장으로 향하는 길뿐.


영원과도 같았던 찰나의 시간이 끝나고, 촉수들이 적을 분쇄하기 위해 달려들었으나 파프날의 신형은 이미 목표를 향해 쏘아진 이후였다.


뒤늦게 몸을 막기 위해 돌아온 일부 촉수들을 베는 검의 움직임은 단 일말의 낭비 없이 하나의 선을 그리며 적들을 베어 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적의 심장 앞에 다가섰을 때 적들의 피를 연료로 삼고, 적들의 살점들을 제물로 바친 후, 내 검이 그린 선을 매개로 캐스팅된 주문이 검에 깃들며 세상을 향해 울부짖었다.


천상과 대적하던 역천의 연금술사들이 만들어낸 8개의 대죄악, 피와 살을 먹고 피어오르는 꺼지지 않는 [증오의 불길].


불꽃이 피어오름과 동시에 내 검이 적들의 심장을 베어나갔고, 검을 통해 뻗어나간 증오의 불길은 검이 베어 넘긴 모든 것들을 남김없이 자신의 연료로 불태우며 더 큰 불꽃을 피워나갔다.


첫 번째 참격에 놈의 심장을 덮고 있던 기괴한 살덩이들이 녹아내렸다. 두 번째 참격에 녹슨 쇠붙이 속 탁한 유리관으로 된 심장이 비명을 지르며 산산 조각났다. 마침내 세 번째 일격이 놈의 머리를 참수한 후 나는 탐욕스럽게 크기를 뻗어나가며 주인마저 먹어치우려는 불길을 강제로 꺼뜨렸다.


8개의 죄악들 대부분이 부족한 마나를 적들의 피로 대체 할 수 있고, 그 파괴력과 유동성 역시 전 차원에 존재하는 주문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강대했기에 몇 가지 심각한 단점만 제외한다면 연금술사들이 남기고간 마지막 유산들은 내게 있어 최적의 주문이라 할 수 있었다.


다만 그 파괴적인 위력과 비 인륜적인 발동 조건 때문에 지금에 와선 모조리 사장된 비기들이 담긴 책이 어째서 나한테 전달됐을까? 어머니가 이 모든 미래를 보고 나에게 전달하신 걸까?


어차피 지금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2마리의 괴물들이 여전히 살아 숨쉬며 이 세상 모든 것을 자신들의 일그러진 색으로 물들이기 위해 날뛰고 있었고, 집정관으로서의 자아가 내게 속삭이고 있었다.


‘저 타락한 배교자들을 모조리 숙청해라..’


이제는 정식 집정관도 아니거늘 이런 환청까지 들리다니. 참 내가 생각해도 집정관으로서 열심히 일하기는 했지. 정작 그 수백 년이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순간이었지만.


잠깐 숨을 돌린 나는 곧바로 적들을 향해 몸을 돌렸다. 집정관으로서의 나든 가석방 중인 죄수로서의 나이든 파프날이라는 남자는 심연의 존재들을 용납하지 않았다.


작가의말

드디어 즐거운 주말이 돌아왔습니다!


주말에는 설정에 관련해서 공지를 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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