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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931님의 서재입니다.

모범 죄수 용사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완결

기하학
작품등록일 :
2022.01.08 22:22
최근연재일 :
2022.06.23 02:12
연재수 :
152 회
조회수 :
16,976
추천수 :
493
글자수 :
517,793

작성
22.02.01 22:25
조회
143
추천
4
글자
11쪽

8. 폭풍 속으로 - 3

DUMMY

1.







천상의 삼신을 섬기는 신전은 황폐해진 세계 속에서 그 빛을 잃지 않았다.



"주위가 다 이 꼴인데 이곳만 멀쩡하니까 오히려 이상하네요. 파프날, 이곳 괜찮은 거 맞죠?"



"걱정 마. 이 건물 전체가 우리 천상의 가호 아래 있으니까."



천상의 보호 아래 셀 수없이 많은 차원이 존재했고, 각각의 차원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구원의 손길이 필요했다.



때문에 각 차원에서 벌어지는 심연의 침식에 일일이 집정관을 보내 대응하기에는 무리가 있었고, 심연의 통로가 이제 막 연결되기 시작한 차원에는 간접적인 지원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일행이 하룻밤 신세를 지고 있는 이 신전이었다. 해당 차원의 생명체들을 위한 보호시설 및 유사시 천상의 병력이 주둔할 수 있도록 설계된 다목적 공간.



"이곳의 안전은 내가 장담할 테니까 오늘은 다들 푹 쉬어둬. 내일부터는 오늘보다도 훨씬 바쁘게 움직여야 할 것 같으니까."



"오늘보다 더 바쁘게요? 으으.."



본래 계획했던 건 통로를 찾아 그 안에 숨어 있을 실험체가 된 용을 제거한 후 내 팔을 되찾고, 통로를 파괴해 마나의 흐름을 정상화시켜 아나스타샤의 가족을 찾으려 했지만, 이곳은 내 예상보다도 훨씬 빠른 속도로 침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심연에 가까워질 수록 공간좌표마저 왜곡되는데, 이미 내 기척에 잡히는 통로의 위치 역시 실시간으로 왜곡되고 있었다.



'그 녀석의 도움은 받기 싫었지만..'



대의를 위해서는 내 심리적 거부감은 잠시 접어둬야 했다. 그것이 설령 과거 나를 배신했던 부하를 만나는 것일지라도.









2.









내가 장담한 대로 밤사이 우리를 기습한 괴물은 단 한 마리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 신전 자체를 심연의 존재들은 인식하지 못하였으니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었다.



황폐한 세상 속 유일한 휴식처였지만 이곳에서 오래 머물 수는 없었기에 우리 일행은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마친 후 곧바로 내 인도에 따라 길을 나섰다.



내 껄끄러운 마음과는 별개로 놈을 찾는 것은 통로를 찾는 것보다 더욱 간단했다. 심연에는 존재할 리가 없는 대규모 마법진의 기운이 내 길잡이가 되어 주었으니. 통로가 내뿜는 기운에 비한다면 약하지만 탐지되는 정보의 정확성은 비교조차 할 수 없었기에 우리는 손쉽게 길을 찾을 수 있었다.



예린을 제외한 모두가 경지에 오른 실력자들이었기에 우리는 수 시간 동안 이동한 끝에 목표했던 배신자의 레어의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파프날? 여기도 천상의 가호 아래 있는 곳인가요? 그렇다고 하기에는 조금 분위기가 이상한 것 같은데.."



그녀의 의문은 합당했다. 자연 그대로의 기운을 간직한 채 심연에 물든 주위와 동화되지 못하던 신전과는 다르게 그들 앞에 놓인 거대한 돔은 분명 생기가 느껴짐과 동시에 심연이라고 불러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주위와 동화되어 있었다.



"아니, 여기는..내 옛 부하의 집이라고 해 두지. 이 녀석이 연구한 분야 중 하나가 바로 심연이라 이 와중에도 버티고 있는 거고. 그리고 칼리오스, 사역마를 통해 우리를 관찰하고 있는거 다 아니까 어서 나와."



내가 허공에 대고 말하자 우리를 관찰하는 시선이 사라짐과 동시에 한 사역마가 우리 앞에 나타났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파프날님. 마침네 죄인에게 징벌이 내려질 시간이 온 겁니까."



"징벌은 무슨, 다른 게 아니라 이 빌어먹을 심연의 통로를 없애야 하는데 이게 쉽지가 않아서 말이야, 이 구역의 지배자인 너라면 아는 게 있지 않을까 해서 찾아왔지."



"비록 한때 당신을 배신했으나 파프날님을 존경하는 제 마음은 변치 않았으니 그 정도야 당연히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제 사역마를 따라오시죠."



다행히도 칼리오스는 내게 협조적으로 나와 줬으나 그와 얼굴을 마주 봐야 한다는 것부터가 내게는 부담이었다.



'이래서 갑자기 출소하기가 부담스러웠던 거였는데..'



분명 먼저 나를 배신한 건 그였지만, 칼리오스가 나를 배신할 수밖에 없게 만든 것 역시 과거의 나였다.






막 감옥에 갇혔던 시기, 그 당시에는 나를 배반한 모든 것들이 증오스러웠지만 천년에 걸친 사색은 점차 내가 그들에게 얼마나 무리한 명령을 내렸었는지 나 스스로 일깨우게 만들어버렸다.



사역마를 따라 몇 번의 마법적 통로를 거친 끝에 우리는 현명한 중재자, 고룡 칼리오스를 만날 수 있었다.



"음, 오랜만이네. 그동안 잘 지냈냐?"



아무리 수천 년을 살아온 고룡이라고 해도 지난 몇백 년간 수많은 고난을 겪었을 터인데 그는 여전히 과거의 내가 봤던 세상을 초탈한 현자의 모습 그대로였다.



"이 비열한 배신자의 안위를 걱정해 주시다니, 동지들을 배신하고, 혼자 살길을 택한 만큼 지난 500년 동안 사는 거야 어렵지 않았죠."



"내 부하들 중 너를 원망하던 놈들이 많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녀석들이 위해를 가하진 않았어?"



"그 정도야 가장 중요한 순간, 동료들을 배신하고 안전한 곳에 숨어 있던 대가라고 하기에는 싼 거 아니겠습니까. 제가 다스리던 사람들을 데리고 이곳에서 죽은 듯이 처박혀 있으니 결국엔 다들 관심을 끊었습니다."



"하하..이것 참 그때 내가 조금만 더 잘했더라면 옛 친구들끼리 얼굴 붉힐 일도 없었을 텐데, 미안하네.."



"설령 그렇다 한들 제가 각하를 배신하고 도망친 건 변하지 않는 사실입니다. 지금이라도 벌을 내리신다면 달게 받겠습니다."



"됐다. 네가 자기 목숨 살리고자 도망쳤겠냐, 네 밑에 있던 불쌍한 아이들을 구하고자 그런 거겠지..애초에 그딴 명령을 내린 주인이라면 배신 당해도 싸."



심연에 물든 모두가 스스로가 원해서 그렇게 된 것도 아니었고, 심연에 물들었음에도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전선에 나가는 사람들 역시 많았다.



그런 불쌍한 영혼들을 구재하고 자 노력했던 칼리오스와 심연에 관련된 그 무엇도 용납하지 않았던 과거의 나.



설령 내가 그때 그들에게 자살에 가까운 공격을 명령하지 않았다고 한들, 우리가 끝내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한들 결국 독선에 빠진 나에게서 그는 도망쳤겠지.



"내가 저질렀었던 얼간이 짓은 나중에 곱씹어 보기로 하고 당장 시급한 저 통로부터 어떻게 해 보자고. 이대로 가다간 이 일대가 전부 심연에 끌려들어 갈 테니."



"정말..파프날님은 변하셨군요. 주인님이 순례자의 안내자가 된 데다가, 성격마저 바뀌셨다고 들었을 때에는 믿지 못했는데..알겠습니다. 저 지긋지긋한 심연이 이 아름다운 북부를 집어삼키게 둘 수는 없으니까요."



"잠깐, 내가 순례자의 곁에 붙었다는 걸 들었다고?? 어디서?"



"파프날님이 갇히신 뒤에도 주인님의 희생 덕분에 저희 추종자들에 대한 숙청은 없었고, 때문에 저희는 흩어지지 않았습니다. 아니 오히려 더욱 공고해졌다고 보는 게 맞을 겁니다. 그 결과 저희들 사이의 연락망 역시 더욱 발달했고요."



"그 말은 설마 예전에 내 밑에 있던 애들이.."



제발 그의 입에서 아니라는 말이 나오길 간절히 빌었으나 언제나 그렇듯 현실은 기대를 배신하는 법이었다.



"대부분은 알 겁니다. 오죽하면 배신자인 저도 알고 있겠습니까?"



'이런 미친..'



어려운 시절을 같이 해준 이들에게 언젠가 한 번 찾아가 얘기나 나눌 생각은 있었지만..당장 그들 모두를 만나보기에는 지금의 다시 태어난 나에게는 미안하거나 어색한 사람들이 많았다.






그렇다고 그들 중 일부만 만나는 것 역시 문제였고.



어찌 됐든 지금 당장 시급한 건 저 빌어먹을 통로였다.



"후..그래서 통로로 향하는 길을 알고 있니?"



"예, 이미 공간좌표까지 마비되고 있지만 기존에 설치해 뒀던 추적 장치들은 다 제대로 작동하더군요."



"추적 장치?"



"통로가 설치된 위치가 바로 제가 관리하던 지맥 중 하나였습니다. 이 근처 마나의 흐름을 제어하는 중요한 곳이었기에 특별히 관리하고 있었는데 그곳 중 한 곳이.."



"제국에서 보낸 누군가가 그곳에 심연의 통로, 정확히는 놈들의 작업장을 그곳으로 연결했다는 건가?"



"예. 무슨 수를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곳에 통로를 연결할 때까지는 제 감시망에서 조차 잡히지 않더군요."



놈들은 자기들이 벌이는 짓거리들이 무슨 참사를 가져올지는 알고 있을까? 그들이 설치한 통로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동식물들을 먹어 치울 줄은 알고 그런 짓을 하는 걸까?



'제국의 황제, 수도 근처에 들릴 때 꼭 한번 만나서 진솔하게 [대화]를 나눠봐야겠는데.'



"위치는 확인됐고, 곧바로 출발 해야겠군. 칼리오스, 혹시 길 안내를 맡아줄 사역마를 붙여줄 수 있겠나?"



"물론입니다. 마음 같아서는 제가 직접 안내해 드리고 싶지만 레어에 대피해 있는 주민들 때문에..죄송합니다."



큰일 날 소리, 지금도 어색해 죽겠는데 통로가 있는 곳까지 칼리오스랑 같이 간다는 건 참을 수 없었다.



"걱정 말고 네가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나 잘 지켜. 근데 혹시 네 밑으로 대피한 주민 중에 뱀파르 가문의 사람도 있나?"



"뱀파르 가문이 저를 워낙 싫어하는지라, 제 레어로 도망친 사람 중에는 뱀파르 가문은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쉽네. 혹시라도 뱀파르 가문의 사람을 보게 되면 연락 좀 해 줘. 그래도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웠다. 일이 다끝나고 평화가 찾아오면 한번 밥이나 같이 먹자고."



"정말 많이 바뀌셨군요..네, 이 모든 혼란이 종식되면 이 못난 신하가 직접 찾아가겠습니다."



'아니 굳이 올 필요 없는데..'



워낙 서로에게 미안한 게 많은 사이였기에 방금 한 말 역시 상투적인 인사였지, 오늘을 마지막으로 한 몇백 년간은 만나고 싶지 않았거늘.






칼리오스란 용이 모든 말에 진지하게 대답하는 사람이란 걸 까먹은 대가는 너무나도 컸다.



해결 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고민은 미래의 나에게 맡기도록 하고 나와 일행은 그가 붙여 준 사역마를 따라 통로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내 팔이 봉인된 함과 심연의 힘, 그리고 그 두 개를 담을 그릇인 젊은 용. 그들이 준비한 세 재료는 분명히 이론상 완벽에 가까웠으나, 그 망할 무한동력을 만들겠다고 설치던 놈들이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무언가를 만들어낸 꼴을 본 적이 없었다.





과연 내 팔은 무사 할 수 있을지..


작가의말


설연휴에도 연재는 쉬지 않습니다. 


비축분은 만들었는데 검수를 하다보니 어째 또 연재시간이 늦어졌네요..


오늘도 읽어주신 독자분들에게 감사인사 드리고 오타지적은 환영입니다 ㅎㅎ


+최근 몇화을 읽어봤는데 전개가 너무 늘어지는것 같아서 다음화부터 이번 에피소드 끝까지 오직 메인스토리 전개만 빠르게 진행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ㅎ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16 기하학
    작성일
    22.02.02 00:35
    No. 1

    최근 몇 화간 너무 설명 위주라 내용 전개가 늘어지는것 같습니다ㅠ
    다음화부터 이번 에피소드 끝까지 오직 내용전개로만 달려보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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