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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ossbong 님의 서재입니다.

나의 구원은 오늘도 그림자를 남긴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crossbong
작품등록일 :
2023.07.03 20:16
최근연재일 :
2023.08.14 17:00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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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4
추천수 :
26
글자수 :
167,491

작성
23.08.0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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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새로운 시작 - 9

DUMMY

확실한 의식을 가진 박주로를 보며 나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죄악의 장 너머의 이 공간에 녀석의 죄가 저장되어 있을 테지만, 스스로 그것을 방어할 수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거기에 녀석의 얼굴이 현실의 모습보다 더 젊어 보였다.

밖에선 잘 관리한 50대라면 여기선 30대 정도로 보였다.


박주로의 눈에서 섬뜩한 기운이 뿜어지자 뒤쪽의 펄펄 끓는 죄악의 웅덩이가 치솟아 오르더니 날카로운 물줄기로 변해 나를 향해 날아왔다.


뜨거운 열기가 순식간에 사방에 퍼지는 것을 보아하니 닿는 순간 끔찍한 경험을 할 것 같았기에 일단 녀석 공격을 피하며 빈틈을 찾기로 한다. 하지만 쉽게 풀릴 리 없었다.


겨우겨우 녀석의 공격을 피하는데 급급한 데다가 어떻게든 붙어보려고 다가가면 숨이 막힐 것 같은 열기에 함부로 다가갈 수도 없었다.


거기에 놈이 가진 죄악의 본질조차 알 길이 없으니 여기서 나가 현실에서 싸우는 게 낫다고 판단했으나 박주로가 날 가만히 놔두질 않고 있는 데다가 생각해보니 나는 이곳에 들어올 줄만 알았지 나가는 방법을 전혀 알지 못했다.


기억을 더듬어보면 정다혜 때는 김수호가 구해주었고 변하세 때는 알 수 없는 존재가 나에게 녀석을 바치며 나가게 되었다.


지금까지 나 스스로 나갔든 적이 없었던 거다.


하지만. 들어오는 문이 있다면 나가는 문이 분명 있다. 나는 거기를 벌린 채 기억을 더듬으며 주변을 관찰해 나갔으나 안타깝게도 녀석은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너. 여기서 나가는 방법을 모르는 거야?”


“여기까지 힘들게 들어왔는데 왜 나가지!”


“하하하. 뭐, 네 말도 맞네. 그런데 여기가 어딘지 모르면 넌 영원히 못 나갈 거야.”


“네놈의 죄악을 숨기고 있는 곳이라는 걸 내가 모를 것 같아?”


“뭐, 틀린 건 아닌데. 아쉽지만, 100점 만점에 30점도 안 돼. 오랜만에 놀아주고 싶은데 나도 시간이 얼마 없거든? 그러니 인제 그만 까불라고!!”


녀석의 성질이 폭발하자 그의 감정을 이어받은 죄악의 웅덩이가 일제히 치솟아 오르며 나를 향해 파도처럼 몰려왔다. 광범위한 공격에 나는 최대한 공간을 찾아봤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나는 녀석의 웅덩이에 빨려 들어갔다.


제대로 호흡할 수 없을 정도의 열기가 온몸에서 느껴졌다.

이런 상태에서 정신이 유지될 리 없었다.

나의 의식은 서서히 잠식되어갔다.


“쾅쾅쾅~!!!”


어디서 미친 듯이 뭔가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규칙 없는 이 멜로디에 내 신경이 곤두서기 시작한다.

덕분에 정신이 살아났다.


“문 열어~!! 문 안 열어~!?”


매우 신경질적인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처음 들어보는 목소리다.

계속해서 문을 두드리며 외치자 귀가 아파왔다.


그런데 열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여긴 어디지? 분명 눈을 뜨고 있었는데 온통 어둠뿐이다.

그래도 괜찮았다. 뭐, 이젠 나름 익숙한 공간이다.

“이 여편네가~!! 너도 갇히고 싶어? 빨리 문 안 열어~!!!”


이 너머에 있는 남자는 화가 잔뜩 나 있었다.

뭐, 무슨 이유가 있겠지. 나랑 상관없는 일이다.


그때 문고리를 잡아 비트는 소리와 함께 어둠의 공간에 빛이 쏟아져 들어왔고, 그와 동시에 엄청난 배불뚝이 남성이 들어오더니 내 쪽으로 걸어왔다.


난 그를 알지 못했지만, 그는 나를 잘 알고 있는 듯했다.

아니, 대상이 내가 아니었다. 내 옆에 비스듬히 앉아있는 연약한 아이였다.


“너! 한 번만 더 지랄하면 한 달 동안 여기에 박혀있을 줄 알아! 알았어!!”


아이는 눈이 부신지 얼굴을 푹 내리고 아무 말도 움직임도 없다.


“말해 이 새끼야~!”


상대는 들고 있던 열쇠 꾸러미를 아이에게 던졌다.

난 손을 뻗어 그것을 막아보려 했지만, 전혀 도와줄 수 없었다.


나란 존재는 이곳에서 아무것도 아니었다.


열쇠 꾸러미에 머리통을 맞은 아이는 아픈지 머리를 만지기 시작했다. 그 가느다란 손과 그곳에 깊게 파인 상처에서 이 아이의 고통이 그대로 느껴졌다.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입을 열고서 뭔가를 말하는 듯 보였지만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이 자식이! 말을 하라고 말을~!!”


출렁거리는 배를 이끌고 아이에게 달려드는 남자에게 한 여자가 달려들었다. 그녀는 울부짖으며 그를 말렸지만,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말하지 못했다.


“이 년이 미쳤나! 안 놓아!? 놔~!!!”


남자는 잠시 당황한 듯 보였지만, 이내 자신의 분을 그녀에게 쏟아냈다. 그는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을 그녀에게 던지면서 치욕스럽고 상스러운 욕을 내뱉었다. 도망가다 넘어지자 따라와서 체중을 최대로 실어 짓밟기 시작했다.


녀석은 이 상황을 오히려 즐기는 듯 했다.


“이년이! 네가 교육을 거지같이 해서 애가 이 모양이잖아! 말도 못 하는 짐승 년을 받아줬더니!! 완전히 미쳐서!! 이제 나에게 대들어~!?”


여자는 반항도 못 하고 쓰려져 맞기만 하였다. 그녀의 몸은 빠짝 말라 있었다. 저기 쓰러진 아이와 별 다를 바 없었다.


어? 쓰러진 아이가 보이지 않는다?


“으악~~!!”


힘차게 발길질을 하던 남자는 괴성을 지르며 한쪽 발목을 잡고 쓰려졌다. 그곳에선 피가 철철 나오고 있었다. 그렇게 바닥을 뒹구는 남성의 뒤에 숨어있던 아이가 튀어나오더니 녀석의 목에 그대로 뭔가를 꽂아 넣었다. 날카로워 보였지만 투박한 그것은 지방으로 가득 찬 그의 목에 상처를 주었지만 치명적이지는 못한 듯 보였다.


남자는 분노하며 아이를 공격했지만, 발목의 상처가 그의 무거운 팔의 동선을 막았다. 아이는 무게를 실은 주먹으로 두 번째 공격을 가한다.


피가 폭포수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대로 두어도 죽을 것 같았지만, 아이는 녀석의 목에 박힌 그것을 두 손으로 잡고 더 깊숙이 찔러넣었다.


그 과정에 뿜어지는 피는 아이의 온몸을 덮었지만, 오히려 아이를 자극할 뿐이었다. 되려 입으로 흘러내리는 피를 혓바닥으로 받아마시며 생기를 느끼고 있었다.


마지막 한 방울까지 피가 나오지 않는 것을 확인한 아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쓰러져 흐느끼고 있는 여성에게 다가갔다. 이미 피범벅이 된 티셔츠에 손을 닦고 그녀의 얼굴을 살며시 쓰다듬어주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또렷한 아이의 목소리.


“엄마. 가자. 이제 가자.”


흐느껴 울던 엄마는 떨리는 손으로 아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그의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주었다. 그러자 드러나는 아이의 얼굴.


그때 아이의 눈과 나의 눈이 마주친다.

나는 깜짝 놀랐다. 그는 내 어렸을 때 얼굴과 똑같았다.


혼란스러웠다.

정다혜 같은 정신공격인가?

너무나 현실 같은 상황에 그 어떤 반응도 할 수 없었다.


그때 어린 나의 입에서 미소가 번지더니 나를 보고 정확히 말을 하였다.


“봐봐. 내가 말했지? 너도 죽일 수 있다고.”


이 녀석! 꿈에서 나타났던 그 녀석이다!

그럼 이건 박주로의 능력이 아니라는 건가?

전부 꿈인 건가?


“넌 누구냐. 정다혜의 능력이 아직도 발동될 리는 없고.”


“봐봐. 네가 죽인 이 사람을.”


“네가 죽였지. 내가 죽인 게 아니야!”


“내 의지는 곧 너의 의지. 네 의지는 곧 나의 의지.”


“개소리는 그만하지? 네놈은 꿈에서 튀어나온 악몽 중 하나일 뿐이니까.”


“날 부정할수록 너만 힘들어져. 그것보다 여기서 나가고 싶지 않아?”


“여기서?”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나의 몸이 끓어올랐다.

공간은 그대로였지만, 내가 지금까지 어디에 있었는지 깨달았다.


이대로 있으면 정말 죽을 것 같았다.


“내가 나가게 해줄게. 대신 부탁이 있어.”


“내가 뭘 믿고!”


“말했잖아. 부정하지 않는 게 좋다고. 김수호도 그랬잖아? 네 죄를 사랑하라고.”


“너! 설마 내가 지닌 죄악의 근원이냐?”


“그건 차차 알아가도록 하고. 어쩔 거야? 도와줄까?”


이젠 숨조차 겨우 유지하는 상황에 몰리자 나는 어쩔 수 없이 저놈의 거래에 응하기로 한다.


“뭘 하면 되지?”


“간단해. 사람을 죽여줘. 그냥 아무나 한 명 만.”


“닥쳐! 그딴 조건을!”


“왜 그래. 저번엔 잘했잖아.”


“또다시 개소리를 짓··· 흐윽. 하······.”


숨이 턱 막히기 시작했다. 이젠 시야도 흐리멍덩하다. 내가 서 있는지 누워있는지 공중에 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 와중에 그놈의 소리는 정확히 내 귀에 들려오고 있었다.


“흠. 아무래도 이대로 두면 죽을 것 같네. 좋아. 이번엔 그냥 도와줄게. 하지만 넌 결국 사람을 죽일 수밖에 없을 거야. 내가 보장해.”


말을 마치며 미소짓던 녀석은 검지를 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알려주자면 네 힘은 분노가 아니야. 너의 의지를 쫓아가. 그게 바로 네 힘의 근원이니까.”


의미를 알 수 없는 녀석의 소리가 이어질수록 그 크기가 점점 작아졌지만, 반대로 나의 호흡과 정신은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점점 내 안의 화가 끓어올랐다. 이 정도의 분노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녀석을, 사도공을 만났을 때 만큼이나 강하게 표출되고 있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들끓던 열기가 순식간에 식어버리더니 나를 감싼 박주로의 죄악의 웅덩이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고 나는 어느새 현실로 돌아와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친 박주로도 놀랐는지 바로 반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사이에 등가교환에 성공한 폭발하는 분노를 주먹에 모아 그대로 녀석의 옆구리를 가격했다.


그 상황에서 발을 올려 방어하는 놀라운 반응속도를 보인 박주로는 내 공격을 어느 정도 흘리는 데 성공하였다. 그래도 상당한 힘이 실린 공격이었기에 녀석은 저 멀리 날아갔다.


건물 옥상에서 떨어지기 직전에 멈춘 그는 놀라운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봤다.


“대단한데? 거기서 나온 것도 모자라 이 정도의 공격을 가한다고?”


“날 사도공에 데려간댔지? 그렇다면 녀석의 위치를 알고 있단 말인데.”


“하하하. 뭐, 의도는 알겠어. 자신감이 붙은 거 같은데. 그런데 어쩌지? 넌 아직 내 공격을 보지도 않았잖아?”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갑자기 내 복부에 통증이 느껴졌다. 그렇게 강한 건 아니었지만, 몸이 움찔 정도의 거슬림은 되었다. 이번엔 허벅지, 다음엔 가슴, 다음엔 머리에서 차례로 통증이 느껴졌다.


이상했다.

난 박주로를 계속 지켜보고 관찰하고 있었다.


그의 몸에는 구적동에게 보였던 죄악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녀석은 가만히 있는데 왜 내 몸에 통증이 느껴지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흐흐흐. 재밌어. 다들 아무것도 모르고 죽어갈 때의 표정은 정말 최고야. 뭐, 너도 그러겠지?”


녀석이 움직인다!

이번엔 정신을 바짝 차리자!

분명 무슨 신호가 있!?


갑자기 이마에 묵직한 뭔가가 날 강타했다.

이해할 수 없는 공격에 난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졌다.

서둘러 녀석을 바라보았지만, 아직 나와의 거리가 7m는 벌어져 있었기에 혼란만 켜졌다.


바닥에서 일어나는 날 보며 박주로는 웃고 있었다.


순간!

내 앞에서 사라진 녀석!


엄청난 속도와 함께 내 등 뒤에서 살벌한 녀석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가자.”


섬뜩한 기운이 내 등줄기에 스며들었다.

그때 알았다.


이 녀석, 구적동과 동급인 만개 상태의 심판자다!


녀석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난 서둘러 방어하기 위해 몸을 최대한 빨리 돌렸다. 하지만 나보다 녀석의 공격이 빨랐다.

검은 그림자가 내 머리를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그런 내 눈에 상상도 못 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조그마한 그림자 하나가 덩치 큰 그림자의 공격을 먹어버렸다.


고개를 들어보자 도대체 언제 온 지 모를 하호정이 박주로의 머리통에 정확히 발차기를 날리고 있었다. 기습에 당황한 녀석은 나와 거리를 벌렸고 자신을 공격한 상대를 확인하였다.


“이방호! 괜찮아?”


“어. 조심해. 녀석의 공격이 이상하게 들어와.”


“저놈은 너와 상성 최악일 거야. 후각을 사용하거든.”


“후각? 너 쟤 알아?”


“알지. 5년 전 저놈에게 혼쭐을 내준 적이 있거든.”


난 깜짝 놀라 박주로를 바라봤다.

녀석의 표정이 나와 만났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구겨져 있었다. 너무 기뻐 미친 사람처럼 말이다.


“히히히~~! 오랜만이다~! 하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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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새로운 시작 - 10 23.08.08 10 0 13쪽
» 새로운 시작 - 9 23.08.07 12 0 12쪽
22 새로운 시작 - 8 23.08.04 12 1 12쪽
21 새로운 시작 - 7 23.08.02 14 1 13쪽
20 새로운 시작 - 6 23.08.01 14 2 13쪽
19 새로운 시작 - 5 +2 23.07.31 12 1 12쪽
18 새로운 시작 - 4 23.07.27 12 1 13쪽
17 새로운 시작 - 3 23.07.26 11 1 13쪽
16 새로운 시작 - 2 23.07.25 11 1 13쪽
15 새로운 시작 - 1 23.07.24 11 1 13쪽
14 구원자 회의 - 2 23.07.20 13 2 14쪽
13 구원자 회의 - 1 23.07.19 12 2 13쪽
12 부조리의 점 - 5 23.07.18 12 2 14쪽
11 부조리의 점 - 4 23.07.17 13 1 14쪽
10 부조리의 점 - 3 23.07.14 15 1 14쪽
9 부조리의 점 - 2 23.07.13 14 1 13쪽
8 부조리의 점 - 1 23.07.12 15 1 13쪽
7 뒤집힌 불행 - 7 23.07.11 18 1 15쪽
6 뒤집힌 불행 - 6 23.07.10 17 1 16쪽
5 뒤집힌 불행 - 5 23.07.07 19 1 16쪽
4 뒤집힌 불행 - 4 23.07.06 24 1 15쪽
3 뒤집힌 불행 - 3 23.07.05 25 1 16쪽
2 뒤집힌 불행 - 2 23.07.04 31 1 18쪽
1 뒤집힌 불행 - 1 23.07.03 38 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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