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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ossbong 님의 서재입니다.

나의 구원은 오늘도 그림자를 남긴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완결

crossbong
작품등록일 :
2023.07.03 20:16
최근연재일 :
2023.08.14 17:00
연재수 :
2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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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26
글자수 :
167,491

작성
23.07.0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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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뒤집힌 불행 - 3

DUMMY

나는 재빨리 쇠사슬을 날려 녀석의 손을 휘감았고, 힘껏 당겼다. 녀석의 팔에서 강한 인력이 작용했지만, 다행히 내 쪽이 강했다. 사거리에 닿기가 무섭게 재빨리 내리쳐 잡고 있던 칼을 빼내었고 이어 손바닥을 펴 녀석의 명치를 강하게 타격했다. 그대로 벽을 향해 밀려난 녀석은 호흡을 잠깐 캑캑대더니 망설임도 없이 다시 일어서고 있었다. 믿을 수 없었다.


저 녀석은 도대체 뭐지?


나는 녀석이 일어나기 전에 제압하기 위해 힘껏 턱을 향해 발을 올려 찼다. 그 순간 운 좋게 비틀거린 녀석이 다시 주저앉으며 나의 공격은 어이없게 빗나가고 말았다. 그 덕에 녀석은 나의 다리를 붙잡아 그대로 내던졌고, 나는 바닥에 나가떨어졌다. 자리를 털고 바로 일어나 자세를 잡기도 무섭게 녀석은 이미 일어서 허옇게 물든 눈깔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방금 날 내던진 힘이면 방심할 수는 없었기에 이번엔 거리를 벌린 채 녀석의 움직임을 지켜보았다. 순간 녀석이 나에게 돌진하였다.


빠르다! 하지만, 높다!


놈의 공격포인트가 높은 것을 이용해 최대한 몸을 숙여 피하고 다리를 걸어버렸다. 예상대로 내 다리에 걸린 녀석의 자세는 엉거주춤하게 변하였다. 하지만 용케 버텨내며 넘어지지 않고 균형을 잡는 녀석은······.


어? 뭐야. 저 녀석! 뭐 하는 거야!!!


놈은 그대로 내달려 어둠이 가려진 벽, 아니! 창문을 박살 내며 밖으로 뛰어내렸다! 박살 난 창문으로 드러난 주변 풍경은 내 눈에 익숙한 집들로 가득했다. 나는 고민할 틈도 없이 바로 밖으로 나갔다. 너무나 익숙한 풍경. 나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았다.


내가 사는 동네라고?


머리가 갑자기 어지러워졌다. 이대로 있으면 기절해버릴 것 같았다. 뭔가 꼬여버렸다. 그것도 심각하게 말이다. 다행히 거리에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서둘러 이곳을 빠져나와 골목골목의 추적자들을 피하며 안식처로 들어섰다. 정신이 몽롱해지려던 순간 은은하게 퍼져오는 향긋한 향기. 식탁으로 가보니 화사한 색을 뽐내는 노랑 장미가 피어있었다.


일단 상담받은 후 집에는 왔다는 소린가?

그럼 해답은 의외로 이 집에 있을 수도?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흔적 지우기! 바로 시간을 확인했다. 새벽 2시였다. 세탁기는 글렀다. 난 입고 있던 모든 것을 벗어 화장실 바닥에 던져놓고 독한 세제와 섬유유연제를 잔뜩 뿌린 후 샤워기를 틀고 열심히 손빨래를 시작했다. 꿈인지 생신인지도 모르는 시체, 이번엔 갑자기 통제하기 힘든 분노에 휩싸여 싸운 녀석은 창문으로 몸을 던졌다. 높이는 낮았지만, 머리부터 떨어졌다면 장담할 수 없었다.


아니다!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야!

나의 능력을 맞고도 어떻게 일어설 수 있지?


내가 능력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이후에 이런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나의 능력은 죗값의 등가교환. 상대가 지은 죄악을 읽어내 그 값만큼 그대로 죗값을 되돌려 줄 수 있었다. 소년원 3년 동안 별의별 놈들과 피 터지게 싸우면서 깨닫게 된 능력이었다. 덕분에 심심치 않게 튀어나오는 분노 때문에 사회생활이 힘들었지만, 불만은 없었다. 이 능력은 신의 메시지라 믿고 있었다. 그래서 능력을 사용해도 불안 따윈 없었다.


내가 지은 이 죄는 신의 허락하에 일어난 사건이었으니까.


하지만 최근에 일어난 기억과 경험이 이 생각에 조금씩 균열을 내고 있었다. 심연하도 말했다. 최근에 동네 양아치들이 병원으로 실려 오고 있다고.


만약 분노에 사로잡힌 내가 무의식중에 벌인 짓이라면?


갑자기 불안감이 엄습했다. 지금의 불안감은 경찰에게 잡힐까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녀석을 심판하기 전에 선을 넘은 나의 죄로 신이 주신 이 선물을 잃을까에 대한 불안이었다. 그 와중에도 열심히 빨래하는 내 모습에 갑자기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정말 오랜만이었다. 이렇게 손빨래를 해본 건.

내가 학교에 돌아오면 가장 먼저 한 일이 양말을 빠는 것이었다. 직장에 나간 어머니를 대신해 내가 해줄 수 있는 몇 안 되는 일이었기에 나에겐 마치 놀이와도 같았다.


참나. 이 상황에서 이게 무슨.


일단 빨래를 끝내고 거실 바닥에 앉아 눈을 감고 심호흡하며 마음을 다스리기 시작하던 그 순간, 눈이 번뜩 떠졌다. 그리고 바로 스마트폰으로 뉴스 기사를 확인했다. 내가 꿈에서 본 시체가 진짜로 있었다면 이제 관련 뉴스가 나왔을 것이다.


최신 뉴스를 날짜 순서별로 검색해봤다. 이건 너무 많았다. 키워드가 필요했다. 일단 [시체]로 검색해봤다.


양재천에서 시체가 발견됐다는 기사가 나왔다. 이건 아니다.


[타살]


논현동의 한 골목에서 타살로 한 명이 죽었다고 나온다.

이것도 아니다.


[사고사]


교통사고, 등반사고, 건설사고, 사고, 사고, 사고.

별의별 사고가 다 튀어나왔다. 이것도 아니다.


뭐로 검색해야······.


그때 녀석이 스스로 몸을 던졌다는 것이 떠올랐다.


[자살]


첫 기사부터 뭔가 싸한 기분이 들었다.


[강남구 서초동의 한 아파트에서 은행원 000 씨가 스스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 최근 TK은행 강남지점 횡령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짐.]


[강남구 도곡동의 한 건물 옥상에서 비관 자살, 이유는 빚으로 추정 중.]


[반포 한강공원에서 발견된 시체. 자살일 가능성 큼.]


[누군가 갑자기 한남대교에서 몸 던져. 여전히 자살률 1위인 한국.]


내가 원하던 정보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강남구와 서초구 인근에서 뜬 자살 관련 기사만 1달 사이에 20건이 넘었다. 아무리 자살률이 1위라지만 이렇게 기사가 쏟아져나오기도 힘들었다. 무언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내가 의심을 하고 있다면 분명 경찰도 의심 중일 것이다. 다시 머리가 복잡해직디 시작했다. 순간 화면이 전환되며 울리는 전화.


[매일신문사 / 편집장 하성우]


이런 새벽에 연락이라니. 불길한 징조다.


“네. 편집장님.”


“안 자고 있었어?”


“요즘 밤낮이 바뀌는 바람에 적응이 늦네요.”


“그거 다행이네. 지금 방호 씨 집 주변에서 누가 자살했데. 경찰들이 조사 중이니까 부탁해. 오늘 사진은 특집 기사에 쓸 사진이니까 신경 좀 써줘. 빨리 보내줘야 해. 알았지?”


“네. 주소만 보내주세요.”


“쌩유~! 언제 회사와. 밥이나 먹자.”


“네네. 저야 고맙죠.”


“그래. 수고해.”


통화를 끝내기 무섭게 난 서둘러 옷을 입고 장비를 챙긴 후 예비 가방에 넣고 바로 이동하였다. 주머니에서 문자가 왔다는 진동이 울려 열자마자 바로 닫았다. 주소는 이미 알고 있었다.


재빨리! 자전거에 올라탔다.

아니다. 자동차로 옮겨탔다.


주택가 골목을 지나 도착한 그곳은 이미 두 대의 경찰차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전구가 사방에 번져있었고 아깐 보이지 않던 구경꾼마저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경쟁사가 있는지 확인했겠지만, 지금은 나에게 다가오는 두 명의 경찰만 보일 뿐이었다.


“안녕하세요. 기자신가요?”


“네. 매일신문사의 이방호 기자라고 합니다.”


나는 그들에게 명함 지갑에서 명함을 꺼내주었다. 기자로 일할 때 가장 좋은 점이 바로 이것이었다. 신분증이 없더라고 이 명함에 적힌 신문사가 나의 신분을 보장했기에 웬만한 곳은 다 출입이 가능했다. 이번에도 별 의심 없이 무사 통과됐다.


“기자님. 라인 안으로는 들어가지 마세요. 집 내부는 우리가 먼저 들어가 보고 나서 가능하면 알려드릴게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자살인가요?”


“아직은 모르겠네요. 최근에 강남 일대에 자살 사건이 급증해서 이번에는 어떨지.”


나는 사진기를 꺼내 뒤집힌 그 녀석의 몸뚱어리를 미친 듯이 찍기 시작했다. 커다란 특이점은 없었지만, 녀석의 눈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는 것을 발견했다. 난 최대한 집중하기 시작했다.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내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최선을 다하던 그때 하필 걔가 나타났다. 나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녀석이.


“뭐야!? 나보다 빨리 왔네?”


“돈 벌려면 빨리 다녀야지. 너야말로 이 새벽의 웬일이냐?”


“나도 돈 벌려면 일해야지. 선배! 빨리 나와요!”


심연하의 뒤를 보니 차 문만 열어놓고 여전히 안에서 기지개를 피는 김무호가 보였다. 분명 눈을 감고 있었는데도 날 노려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정신 차려라! 이방호!

이 사람 앞에선 절대 긴장해서는 안 돼!


스스로 속을 단단히 다져가고 있을 때 타사 기자들이 속속 도착했다. 귀찮았던 경쟁자들이 그 누구보다 든든한 아군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니! S 뉴스 아저씨! 차를 그렇게 대시면 어떡해요!”


“내 저럴 줄 알았다.”


심연하와 김무호는 도착한 기자들을 관리하러 내 앞에서 사라지자 반대로 경쟁자들이 속속 도착하며 한 무리가 만들어졌다. 날 숨길 수 있는 방패가 만들어졌으니 당분간은 안심이었다. 때마침 내부를 살펴보러 들어갔던 경찰이 우리쪽으로 다가왔다.


“안쪽 깊숙이는 안되지만, 그래도 촬영하실 분 있으세요?”


“당연하죠. 지금 바로 가능한가요?”


“네. 대신 공간이 좁아서 한 명씩 오셔야 해요. 지금 매일신문에서 먼저 오셨으니 1번으로 하시고, 그다음 오신 순서대로 하시면 될 것 같은데. 어떤가요?”


“네. 좋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그럼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절 따라오세요. 이 분이 끝나면 안내해드릴 테니 여기 안으로는 들어오지 마세요.”


“네. 알겠습니다.”


나는 경찰을 따라 주택 안으로 들어갔다. 처음엔 정신없어서 몰랐는데 녀석의 집은 3층이었다. 경찰은 거실 쪽 녀석의 방이 보이는 지점에서 멈춰서서 움직이지 말고 그곳에서 촬영해달라고 낮고 근엄하게 말하였다. 고개를 끄덕이며 난 다시 흔적을 찾기 시작했다. 렌즈도 바꿔가면서 정말 열심히 촬영했지만, 딱히 특이점을 찾아내지는 못했다. 천만다행이었다.


아직 시간은 내 편이다.

이젠 혹시 모를 알리바이에 대해 생각할 때다!


“기자님. 다 하셨나요? 혼자 오래 있으시면 곤란해요.”


“네. 다했습니다.”


“다행이군요. 따라오세요.”


안내를 마친 경찰은 바로 다음 타자를 불렀고, 나는 평소처럼 인사를 한 후 차에 미리 골라 빼놓은 사진을 먼저 신문사에 전송했다. 그리고 사진을 한 장, 한 장 살펴보며 놓친 것이 무엇인지 찾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얼마 걸리지 않았겠지만, 워낙 많은 양을 찍어서 시간이 꽤 걸렸지만, 결과는 안심.

드디어 찾아온 정적의 차 안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안정되기는커녕 점점 혼란스럽게 변하고 있었다. 계속 남아서 상황을 지켜볼까 했지만, 오히려 머릿속이 복잡해질 뿐이었다. 특히 저기서 걸어오는 심연하와 김무호를 보자마자 나는 시동을 걸고 그대로 그곳을 빠져나왔다. 나를 너무 잘 알고 있는 그녀는 내 조그마한 변화도 눈치챌 것이 뻔했다. 나의 유일한 절친이었다. 그녀에게 피해 주기 싫었다. 그리고 동물적인 감각을 가진 그와는 완벽한 알리바이를 찾기 전까진 절대 얽매이지 말아야 할 인물이었다. 그렇다고 바로 집으로 갈 수도 없었다.

그때 한 장소가 떠올랐다.


그자가 최근에 들린 곳.

그자를 처음 만난 곳.


나는 구원 정신과 의원을 향해 차를 몰았다. 혼잡한 사건 현장과는 정반대로 거리는 고요했다. 몇 개의 가로등을 제외하곤 아직 어둠이 지배하는 새벽하늘은 나의 혼잡했던 머리에 안정이란 영향을 주고 있었다. 그렇게 도착한 의원 건물 근처 어둠 속에 몸을 숨기기고 주변을 살폈다. 개미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잠깐의 환기를 위해 창문을 내리자 기분 좋은 향기가 느껴졌다. 분명 꽃향기였다. 그 순간 이상할 정도로 나의 긴장감도 차근차근 사라져갔고, 그것을 대체한 안정감은 날 자연스레 암흑의 세계로 인도했다.


“띵동~!”


“누구세요?”


“어? 배달왔나 보다. 확인해 볼래?”


나는 현관의 조그마한 구멍으로 상대를 확인했다. 평소처럼 친근한 웃음을 지으며 서 있지는 않았지만, 옷은 확실히 맞았다.


“배달이에요.”


“맞지? 네~ 잠시만요~!”


엄마는 손을 바지에 문지르며 문을 열어 주었다. 그곳엔 큰 상자를 들고 모자를 푹 눌러 쓴 배달 아저씨가 서 있었다. 엄마는 상자 놓을 곳을 알려 주자 그는 그곳에 내려놓았다. 평소라면 바로 갔을 테지만 이상하게도 그는 한 가족의 비극을 담은 뉴스를 계속 보고 있었다. 상자의 내용물을 보던 엄마도 그의 모습을 보고 뉴스를 같이 보기 시작했다.


“정말 너무하지 않아요? 어떻게 가족을 저렇게 죽일 수 있죠.”


“죽일 수 있죠.”


“네?”


순식간이었다. 녀석이 상자에서 그 쇠사슬을 꺼내자마자 엄마의 목을 감아버린 것이다. 정말 눈 깜짝할 세였다. 믿을 수 없었다. 그 녀석이었다. 죽은 줄 알았던 녀석이 멀쩡히 서서 역겨운 쇠사슬로 내 소중한 엄마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이년을 처리하고 다음은 너다.”


난 눈에서 벌어진 그 상황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내가 뜸 들이는 사이에 엄마는 이내 바닥으로 쓰러졌다. 모든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난 그녀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저놈이 방긋 웃으며 날 보고 있었으니까.

언제 TV에서 보았다. 고양이를 앞에 둔 쥐가 도망갈 생각도 안 하고 멍하니 있던 모습을. 이건 그것보다 더했다. 가만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기절해버릴 것 같았다.


녀석이 다가왔다.

본능은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몸은 신호를 받고만 있었다.

움직일 줄 모르는 나에게 다가온 녀석은 내 목을 한 손으로 잡더니 솜사탕을 들 듯이 들어 올렸다.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하! 하! 하~!!”


“고찮아ㅇ?”


어디선가 울리는 희미한 소리가 거친 숨소리에 막혀 잘 들리지 않았다. 일단 호흡을 가다듬어 보며 닫혀있던 눈을 천천히 열어보았다. 밖은 이제 빛이 지배하는 세상이 되어있었다.


“이바ㅎ ㅣ? ㅇ방호 씨? 괜찮아요?”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곳엔 생각지도 못한 김수호가 서 있었다. 그의 표정은 매우 놀란 사람처럼 보였으나 놀란 건 그만이 아니었다.


왜 창문이 열려···. 아! 창문을 열어놓고 잤었구나.


그것 말고도 수많은 질문이 머릿속을 헤집어 놨지만, 지금은 조심해야 했다. 정신을 차린 나는 곧장 영업용 미소를 지었다. 젊을 때라면 불가능했겠지만, 그녀는 날 바꾸는 데 성공했다.


“하. 잠깐 대기하다가 자버렸네요.”


“저번에 처음 보는 차량이 꽃집 주변에 주차되어있어서 눈여겨봤는데 이방호 씨 차였군요. 혹시 몰라 왔는데 안색이 안 좋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괜찮나요?”


“네. 그 악몽을 또 꿔버렸네요.”


“호흡도 많이 거치신 거 같은데. 잠깐 괜찮을까요?”


오히려 잘되었다. 갑작스럽게 방문하면 의심을 살 수도 있었는데 기회가 왔다. 살짝만 스치기만 해도 녀석이 무슨 죄를 지었는지 알 수 있었으니까.


“네. 들어오세요.”


나는 그가 보조석에 탈 수 있게 가방을 치워주었다. 김수호는 자리에 앉자마자 차 문을 닫고는 창문부터 올렸다. 그리고 나를 한번 위아래로 훑고 나의 눈을 응시하기 시작했다. 순간 컴컴한 선글라스 너머로 익숙한 뭔가가 느껴졌다. 그건 날 죽이러 다가오던 그 자식과 똑같은 눈빛 속에 들어있던 것이었다.


살기!


난 반사적으로 손을 들어보지만, 그의 지팡이가 내 몸을 누르고 있었다. 이 녀석. 힘이 보통이 아니었다. 그는 천천히 내 귀로 다가오고는 적당한 거리에서 절대 잊지 못할 톤의 목소리로 경고하였다.


“이방호 씨. 적당히 하셨으면 좋겠군요. 이대로는 저도 가만히 있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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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새로운 시작 - 8 23.08.04 12 1 12쪽
21 새로운 시작 - 7 23.08.02 14 1 13쪽
20 새로운 시작 - 6 23.08.01 14 2 13쪽
19 새로운 시작 - 5 +2 23.07.31 12 1 12쪽
18 새로운 시작 - 4 23.07.27 12 1 13쪽
17 새로운 시작 - 3 23.07.26 11 1 13쪽
16 새로운 시작 - 2 23.07.25 11 1 13쪽
15 새로운 시작 - 1 23.07.24 11 1 13쪽
14 구원자 회의 - 2 23.07.20 13 2 14쪽
13 구원자 회의 - 1 23.07.19 12 2 13쪽
12 부조리의 점 - 5 23.07.18 12 2 14쪽
11 부조리의 점 - 4 23.07.17 13 1 14쪽
10 부조리의 점 - 3 23.07.14 15 1 14쪽
9 부조리의 점 - 2 23.07.13 14 1 13쪽
8 부조리의 점 - 1 23.07.12 15 1 13쪽
7 뒤집힌 불행 - 7 23.07.11 18 1 15쪽
6 뒤집힌 불행 - 6 23.07.10 17 1 16쪽
5 뒤집힌 불행 - 5 23.07.07 19 1 16쪽
4 뒤집힌 불행 - 4 23.07.06 24 1 15쪽
» 뒤집힌 불행 - 3 23.07.05 24 1 16쪽
2 뒤집힌 불행 - 2 23.07.04 31 1 18쪽
1 뒤집힌 불행 - 1 23.07.03 38 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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