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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릉 님의 서재입니다.

겁쟁이 마왕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르릉
작품등록일 :
2019.04.01 11:15
최근연재일 :
2019.04.11 10:15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1,272
추천수 :
0
글자수 :
82,695

작성
19.04.01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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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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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1화

DUMMY

-뚝 뚝 뚝


차가운 물방울이 코 끝을 간지럽힌다. 아무런 생각도, 아무런 행동도 하기 싫다. 난 그저 이 기분을 좀 더 느끼고 싶어 가만히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개미 한 마리가 목덜미를 타고 얼굴에 기어 올라왔다.


-짝


손과 얼굴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린다.


'어? 뭔가 이상한데?'


손으로 얼굴을 만져본다. 눈, 코, 입 그리고 왼쪽 이마가 부었는지, 만질 때마다 약간의 통증이 느껴진다.


이상하다. 무언가가 이상하다. 나는 영영 감겨있을 것 같았던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세상을 보았다.


먼지 하나 없이 새파란 하늘과 우거지다 못해 웅장하게 보이는 나무들이 보인다.


그리고 손을 들어 손바닥을 펴 보았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개의 손가락.


'분명 나는 죽었는데.'


혼신의 힘을 다해 뻗은 주먹조차 닿지 않고 잘려버린 나의 팔. 약한 것이 죄라면 너무나 큰 죄를 지은 나의 몸. 지금 이 몸은 나의 몸이 아닌 걸까. 나의 비통함을 하늘이 알아주어 복수를 위한 몸을 내려주신 것일까.


'아니. 그러기엔 너무나 익숙한 나의 몸이다. 20년 동안 함께해 왔던 삐쩍 마르고 나약한 나의 몸이다.'


그때, 멀리서 사람들이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일단 일어나야겠다.'


하지만 오른발을 움직인 순간. 나는 끔찍한 고통과 함께 쓰러졌다. 그제서야 내 오른발이 기이한 형태로 돌아가있는 게 보였다.


"찾았다. 마왕 후보자!"


고요한 숲.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붉은 피부에 우람한 덩치, 주먹만 한 뿔이 한 개 달린 마인이 나무뿌리 위에서 내 쪽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마왕, 그리고 후보자.


나와는 전혀 인연이 없는 호칭이다. 하지만 느낄 수 있다. 저자의 눈과 칼은 나를 향하고 있었으니까.


마인들은 하나둘씩 모이더니 어느새 네다섯 명의 마인들이 나를 향해 무기와 활을 겨누며 자기들끼리 떠들고 있었다. 그 순간에도 그들의 숫자는 늘어가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은 결코 내게 호의적인 분위기가 아니다. 그 순간, 무언가가 엄청난 속도로 날라오더니 내 왼쪽 허벅지에 박혔다.


화살이었다! 녀석들 중 일부가 나에게 화살을 쏘고 있었다! 난 본능적으로 몸을 돌려, 필사적으로 땅을 기어갔다. 날카로운 돌멩이에 허벅지가 베이고, 날아오는 화살에 왼쪽 어깨와 엉덩이를 맞았다. 나는 신음을 토하면서 말했다.


"쏘지 마세요! 저는. 저는 아니에요. 으흑. 저는 아니라고요!"


알고 있었다. 쏘지 말라고 소리쳐봤자, 저들은 멈추지 않을 거라는걸. 하지만 소리를 지르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어서 나는 계속해서 소리쳤고, 계속해서 애원했다.


"후윽. 쏘. 쏘지 마세요! 제발...."


그때, 기적처럼 화살 세례가 멈추었다. 나는 화끈한 통증을 전달하는 상처들을 애써 무시한 채 저들을 보았다.


저들은 내가 절대로 도망갈 수 없다는 걸 아는 듯, 서로 한가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맞다. 나는 도망칠 수 없다. 저들이 오기 전 나는 서있는 것조차 할 수 없었고, 지금은 화살까지 맞은 상황이니까.


나는 도망가길 포기했다. 그리고 필사적으로 생각했다. 여긴 어디며 저 마인들은 누구인지, 그리고 마왕 후보자는 또 무슨 말인지. 하지만 생각은 금세 끝나버렸다.


무언가 내 등을 묵직하게 눌렀고, 강하게 나를 짓밟았다. 나는 저항을 포기한 채 그저 엎드려 있었다.


내 등을 밟고 있는 녀석이 소리쳤다.


"으하하. 내가 후보자를 잡았다. 이봐! 괜히 도망가다 창에 찔리기 싫으면 가만히 있으라고!"


"크크.. 저 녀석 화살 좀 맞았다고 죽진 않겠지?"


"그럴 리가 아까까지만 해도 애벌레처럼 기어 다녔다고."


나는 이렇게, 또 한 번 죽는 건가? 살고 싶은 마음은커녕, 이대로 어서 죽고 싶었다


하지만 내 생각은 틀렸다는 걸 곧 알게 되었다.


-푸욱


나를 짓밟던 마인이 창끝으로 내 팔뚝을 찔렀다.


"으아악!!"


아프다. 죽을 만큼 아프다. 피가 쏟아져 나오는 팔뚝을 부여잡지도 못하는 내 상태가 너무나 비참하다.


"크하핫! 살아있었군. 이봐 살아있으면 움직이라고. 죽은 줄 알았잖아."


'개 같은 새x. 방금 너 때문에 죽을뻔했다. 이 새x야.'


나는 입 밖으로 욕지거리가 나오려는 걸 속으로 삭혔다. 지금 상황에서 욕을 좋아지는 것 따윈 없으니까.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 거린다는 데, 우리 마왕 후보자님께선 창에 찔리셔야 꿈틀거리는군요! 대단하십니다! 카카."


"크하하하! 이봐 디아크. 너무 그러지 말라고 캬하하"


나를 향한 비웃음 소리가 가까워져 온다. 저들은 날 빙 에워싸며 비웃었고, 누군가는 내 허리를 걷어차며 말했다.


"이봐 후보자님. 도망갈 생각하지 말라고! 기어서는 아무 곳도 가지 못하겠지만 말이야. 만약 도망친다면 두 발목을 잘라주지."


키가 작고 왜소한 녀석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크큭. 로난 네가 그러니까 전혀 무섭지가 않잖아."


키가 작고 왜소하며, 방금 내 허리를 걷어찬 녀석의 이름은 로난 인가보다.


"막내야. 저 녀석을 부축해줘라. 귀중한 손님이니까."


처음 날 마주했던 마인이 말했다.


"예 알겠습니다. 라이언 형님!"


막내라고 불리는 마인이 날 일으켜 세우고, 내 팔을 목에 둘러 부축해 주었다. 나는 그를 지탱하며 조금씩 조금씩 걸어갈 수 있었다.


도망친다는 생각 따윈 전혀 들지 않았다. 처음부터 내 발목은 일어설 수조차 없이 돌아가 있었고, 화살에 맞은 부분은 내가 조금씩 걸을 때마다 끔찍한 고통을 안겨주었다.


저들이 여덟 명이 아닌, 한 명이라도 난 도망칠 수 없다. 아니 그 한 명이 드워프보다 약간 크고 왜소한 로난이라는 녀석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지금 난, 절대로 도망칠 수 없다.


"출발하자."


라이언이 소리쳤다. 마인들은 이동하면서 잡담을 하거나, 내가 잘 따라오는지 쳐다볼 뿐 더 이상 위협은 없었다. 나는 막내에게 거의 질질 끌려가다시피 부축을 받으며 앞서가는 마인들을 따라갔다.


그제서야 약간의 여유가 생긴 난. 나에게 일어난 일들을 정리했다.


-나는 분명히 죽었다.


죽기 직전의 불타는 마을, 잘려나간 팔, 죽음. 그리고 울부짖는 늑대 문양, 그 모든 걸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럼에도 지금 나는 살아있다.


막내에게 매달린 채, 지면을 밟을 때마다 끔찍한 고통을 안겨주는 왼쪽 엉덩이가 말해준다 나는 살아있다고.


-나는 부활했다.


나의 몸. 그러니까 지금 나의 몸은 떨어진 팔과 머리가 붙어 있었고, 이 녀석들을 만나기 전, 난도질당한 상처들도 없었다.


-이 녀석들은 충분히 날 죽일 수 있었지만 죽이지 않고 지금 날 데려간다.


아마도 이들의 주인이나, 의뢰자가 날 살려서 데려오라고 한 거겠지.


'그렇다면 이들의 주인은 내가 누구인지, 왜 내가 부활을 하게 된 건지, 마왕 후보자는 무슨 소리인지 알고 있는 걸까?'


거기까지 생각을 하고 나니 또 하나의 의문점이 들었다. 생각을 하고, 또 해보아도 마왕이니 마왕 후보자니 하는 소리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나는 부활을 했고, 마왕 후보자가 된 것일까?'


하지만 이 가설에도 문제가 있다. 나는 인간이다. 인간이 어떻게 마족이 되고, 그 마족들의 왕. 마왕의 후보자가 된단 말인가.


'일단은 이 녀석들을 따라가서 날 데려오라는 녀석을 만나야겠어.'


그렇게 생각하기도 잠시, 날 부축해주던 막내가 내게 말했다.


"저기. 몸은 좀 어때?"


묘하게 날 걱정하는 말투다.


"당신이 쓰러지시면 막내인 내가 더 힘들어. 그러니 체력관리 잘해."


"예...알겠습니다."


막내는 나에게 존대를 하는 건지, 하대를 하는 건지 구분이 가질 않았다. 이녀석은 좀 모자란 녀석인 듯싶다.


"어이, 이거라도 먹고 조금만 힘내세요. 싸구려 약이지만 안 먹는 것보단 나을 거니까."


"가. 감사합니다!"


모자란 녀석이 나에게 진통제를 건넸다. 혹여나 장난이라면서 도로 가져갈까, 나는 얼른 입속으로 넣었다. 그 순간, 내 눈앞에 반투명하고 푸른색 글씨가 떠올랐다


[진통제를 섭취합니다. 출혈과 통증이 줄어듭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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