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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나라 님의 서재입니다.

주인공들의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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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나라
작품등록일 :
2019.05.04 02:29
최근연재일 :
2019.05.24 06:00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718
추천수 :
0
글자수 :
94,829

작성
19.05.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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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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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라이의 이야기8

DUMMY

“백작가의 영애가 제국에 죄를 짓는 것을 무릅쓰고 위대한 산맥에 입산했다는 것은 둘 중 하나를 의미하지. 죄를 지음으로써 잃는 것보다 더 큰 것을 얻기 위함이거나, 아니면 정말 중죄를 지어서 더 이상 제국에 발 붙일 곳이 없기 때문에 최후의 수단으로 입산 했거나. 아리엔 양. 어느 쪽인가?”


심바의 눈에 묘한 기색이 일었다.

그것은 호의도 부정도 아니었다.

그저 안타까움이었다.


“첫번째 가정은 말도 안되지. 레베스 백작가는 제국 동북부의 대귀족. 그런 백작가의 영애가 기사 한 명 만을 대동하고 산에 들어올 만큼 귀중한 것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네. 게다가 산맥 내부의 상황에 대해서도 제대로 모르고 있는 것 같은데... 이것은 절대로 준비된 입산이 아니라는 말이 되네. 그렇다면 남은 것은 하나 뿐이지. 자네들이 산으로 도망칠 수 밖에 없던 이유가 대체 뭔가? 반역죄가 아니고서야 그 레베스 백작가의 영애가 산으로 도망칠 이유가 없지.”

“...”

“게다가 자네들은 지금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네. 자네들은 지금 산맥을 빠져나가겠다고 말하고 있는데, 그것은 자네들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 근방은 불꽃단의 영역이지. 곳곳에 불꽃단 놈들의 감시의 눈길이 있다는 소리지. 혹시 여기로 오는 동안 누구 만난 적 없었는가?”


심바의 말에 라이는 문득 떠오르는 일이 있었다.

불과 몇 시간 전에 만났던 콧수염 난 사내였다.


“표정을 보아하니 알만하군. 자네들이 여기로 향한다는 것을 그들은 이미 알고 있을 걸세."


라이는 심바의 말에 짧은 질문이나 적당한 대답을 해주며 대화를 이어갔다.

심바는 뭐든지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더 물어보라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해소되지 않은 의문이 남아있었다.


“어째서 저희에게 이토록 호의적으로 대해주시는 겁니까?”

“아까도 말했다시피 오해로 인해 실례를 저지른 것에 대한 사과의 의미로...”

“그렇다 하더라도 너무 과합니다.”


아주 상세하게 산의 상황에 대해 설명해주는 친절함과 모든 질문에 대해 성의껏 대답해주는 모습까지.

아무리 실수를 저지른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이렇게까지 과한 친절을 베풀 이유는 없었다.

친절도 정도가 지나치면 의심스러운 법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한번쯤 집고 넘어갈 필요가 있었다.

라이의 질문에 대해 심바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대답했다.


“그렇군. 솔직히 말하자면... 자네들이 이 마을에 대해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길 바랬기 때문이지.”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네. 혹시 이 마을에 정착할 생각은 없는가? 어차피 산에서 살 작정이라면 우리 마을도 나쁘지 않은 곳이라네.”


정착을 권유하는 심바의 눈빛에서 무언가 알 수 없는 열망이 느껴지는 듯 했다.

라이는 여태까지 나눴던 대화와 그 눈빛을 통해서 심바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를 깨달았다.


**


심바는 그 말을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서 라이와 아리엔을 향해 말했다.


“밖으로 한 번 나와보게나. 눈으로 보면서 이야기하는 것이 낫겠지.”


라이와 아리엔이 심바의 말을 따라 문 밖으로 나가니, 심바가 손가락을 들어올려 어느 한쪽 방향을 가리켰다.


“저기가 동쪽일세. 자네들이 가려고 하는 방향이지. 그리고 그 방면에 있는 저 산봉우리들이 보이는가?”


라이가 심바의 손가락을 따라서 고개를 돌려보니 과연 그 말대로 그쪽 방면에는 머리 위에 눈이 덮인 산봉우리 몇 개가 줄지어 있는 것이 보였다.


“동쪽 방면을 향해서 나아가 지금 있는 이 산과 비슷한 높이의 산들을 여러 개 지나다 보면 방금 내가 가리킨 설산들이 나타난다네. 이 사실을 알고 있었는가?”

“...어렴풋이 보이기는 했습니다.”

“자네는 저 산을 넘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 말씀은, 저 산은 넘어갈 수 없다 말씀이십니까?”


라이는 자신이 동쪽으로 향한다는 사실을 감추지 않기로 했다.

아무래도 심바가 하는 말이 심상치가 않았다.

지금은 자신들에 대한 정보를 감추기보다는 심바에게 정보를 얻어내는 것이 더 우선인 듯 했다.

심바는 라이의 대답에 처음으로 혀를 한번 찼다.


“이런. 자네 아무래도 산을 우습게 보고 있었군. 특히 저렇게 눈 덮인 설산 같은 경우는 우리같이 몸을 단련한 무인이라 할지라도 넘어가기 힘든 법이네. 하물며 연약한 아가씨 같은 경우는 두말할 필요도 없겠지.”

“...”


라이는 할 말을 잃었다.

산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도 단단히 몰랐다는 생각에 부끄러워졌다.


‘하마터면 아가씨를 위험에 처하게 할 뻔했구나.’


심바가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저것들 중 가장 높게 솟아있고 꼭대기가 구름에 가려서 보이지 않는 설산 하나가 보이는가? 저 산의 이름을 옥룡설산이라고 하는데, 저 산에 얽힌 일화가 몇 가지 있지. 천신교에서는 천신이 하늘에서 지상으로 타고 내려온 옥룡이 지상에 잠들어 생긴 것이 옥룡설산이라고 알려져 있네만... 내가 살던 나라에서는 조금 다르게 전해지고 있다네. 천상에서 지상으로 내려오는 천신에 맞서 싸운 용이 결국 패배하여 봉인된 곳이 저 옥룡설산이라는 전설이지. 뭐 어느 쪽이든 전설이니 상관 없다만, 두 전설의 결론은 모두 똑같다네. 옥룡설산을 넘으려 하는 자는 반드시 죽는다는 전설이지. 진위 여부야 뭐 밝혀지지 않았지만 말이야.”

“그러면 시리우스 왕국으로는 못 간다는 말씀이신가요?”


지금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던 아리엔이 말했다.

아리엔의 얼굴에는 실망감과 불안감이 어려있었다.

심바의 말은 곧 위대한 산맥을 동쪽으로 가로질러 빠져나가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말과 같았기 때문이다.


“굳이 시리우스 왕국으로 가야겠다면... 조금 돌아가는 수 밖에 없지.”


심바는 나뭇가지를 하나 주워들어 땅바닥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세로로 길게 선을 긋고 그 주변에 여러 개의 구역을 나누고 있는 것이 영락없는 대륙의 지도였다.

심바는 세로로 길게 그어진 선, 즉 위대한 산맥을 중심으로 그려진 지도를 통해서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 선을 위대한 산맥이라고 생각하시게나. 그리고 그 좌측은 제국이지. 제국에서 산맥으로 진입하고 나오는 것은 어느 위치에서나 가능하다만... 그 반대편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자네들이 모르는 것 같아 설명해주겠네.”


심바가 위대한 산맥을 상단 중단 하단으로 삼등분 한 뒤 상단 부분을 가리켰다.


“자, 보시게. 지금 우리가 있는 곳라네. 우리는 이 구역을 산맥의 북부 지역이라고 부르지.”


그리고는 북부 지역의 우측에 뾰족 뾰족한 것들을 잔뜩 그렸다.

심바가 그 뾰족 뾰족한 것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리고 이게 저 설산들이라네. 설산 너머에서 위대한 산맥으로 넘어오는 곳도 불가능하지만, 이곳을 넘어서 건너편으로 빠져나가는 것 또한 불가능하지. 그렇다면 다른 곳을 통해 빠져나가야지.”


나뭇가지가 점점 아래로 향해서 산맥의 중부 지역을 가리켰다.


“바로 중부 지역일세. 남부 지역은 산맥으로 들어오는 것은 가능한데 빠져나가는 것은 불가능하니, 자네들이 산맥을 빠져나갈 수 있는 곳은 사실상 중부 지역밖에 없다네.”


심바는 지도 위에 나뭇가지를 박박 긁어서 굵은 선으로 U자를 그렸다.


“정리하자면, 자네들이 시리우스 왕국으로 가는 길은 지금 있는 북부로부터 시작해서 중부로 내려간 뒤, 그곳에서 동쪽으로 이동해서 산맥에 인접해 있는 있는 베로스 왕국 방면으로 하산한 뒤 다시 북상하면 된다는 뜻이지.”

“여정이 많이 길어지겠군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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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라이의 이야기2 19.05.12 21 0 11쪽
18 라이의 이야기1 19.05.12 29 0 13쪽
17 아르헬의 이야기17 19.05.11 13 0 15쪽
16 아르헬의 이야기16 19.05.11 10 0 8쪽
15 아르헬의 이야기15 19.05.10 15 0 8쪽
14 아르헬의 이야기14 19.05.10 27 0 8쪽
13 아르헬의 이야기13 19.05.09 29 0 8쪽
12 아르헬의 이야기12 19.05.09 14 0 8쪽
11 아르헬의 이야기11 19.05.08 35 0 10쪽
10 아르헬의 이야기10 19.05.08 13 0 9쪽
9 아르헬의 이야기9 19.05.07 15 0 10쪽
8 아르헬의 이야기8 19.05.07 14 0 8쪽
7 아르헬의 이야기7 19.05.06 35 0 9쪽
6 아르헬의 이야기6 19.05.06 22 0 7쪽
5 아르헬의 이야기5 19.05.05 49 0 7쪽
4 아르헬의 이야기4 19.05.05 39 0 7쪽
3 아르헬의 이야기3 19.05.04 24 0 10쪽
2 아르헬의 이야기2 19.05.04 33 0 7쪽
1 아르헬의 이야기1 19.05.04 173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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