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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나라 님의 서재입니다.

주인공들의 모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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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나라
작품등록일 :
2019.05.04 02:29
최근연재일 :
2019.05.24 06:00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719
추천수 :
0
글자수 :
94,829

작성
19.05.20 06:00
조회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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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라이의 이야기6

DUMMY

꿀렁- 꿀렁-


순간, 라이의 몸속에 있는 마나가 꿀렁거리듯 일어났다.

그러면서 전날 밤새도록 휘둘렀던 환상검이 떠올랐다.

순간적으로 수차례나 변화하는 마나의 흐름을 다루기 위해서는 속도감 있고 유연한 컨트롤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컨트롤은 머리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 몸과 마음이 저절로 따라서 가야 하는 것.

마나의 흐름 속에 몸을 맡기되 유연함과 속도감을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환상검을 다루기 위한 능력이었다.


솨악-


라이는 환상검을 다룰 때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서 자신을 덮쳐오는 기세에 대항했다.

라이를 덮쳐오던 거센 파도가 수십 수백 개의 작은 물줄기로 흩어지더니, 이내 물방울 단위로 분해되어 그 강대하던 기세가 사그라들었다.


“호오...”


라이가 자신의 기세를 흩어내는 것을 본 중년 남성은 짐짓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뭔가 생각하는 듯 하더니 뒤돌아서서 마을 사람들에게 말했다.


“이봐들. 아무래도 이번에는 아닌 것 같은데?”

“아무래도 그렇지?”

“아니, 그놈들 말을 어떻게 믿어?”


마을 사람은 다시 자기들끼리 의견 다툼을 시작했다.

중년 남성은 그들의 다툼을 한 마디로 일축하며 정리했다.


“내 말도 못 믿을 거면 다른 마을 가던가!”

“아, 아니, 뭔 말을 그렇게 한대.”

“알았어. 알았다고. 믿으면 될 거 아녀.”


중년 남성은 자신의 말에 기 죽은 듯 물러서는 마을 사람들을 뒤로 하고는 라이에게 다가왔다.


“정말 미안하네”

“이게 무슨 짓입니까?”

“뭔가 오해가 있었던 것 같네. 진심으로 사과 드리네.”


중년 남성은 아리엔과 라이를 향해 고개 숙여 인사했다.

그러다가 조심스럽게 다시 말을 이어갔다.


“잠깐 우리 마을에 들르지 않겠나? 뭐라도 사과의 뜻을 전해야 할 것 같아서 말이지.”


‘마을에?’


중년 남성의 말에 라이는 방금 전의 충돌을 떠올렸다.

서로 전력을 쏟아 부은 충돌은 아니지만, 어렴풋이 상대방의 힘을 가늠해볼 수는 있었다.

그리고 눈앞의 사내가 자신보다 결코 밑이 아니라는 판단도 섰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당장 검을 뽑아 들었으리라.


‘이 자가 계속 싸울 생각이었다면 거기서 멈추지는 않았겠지. 마을 안에 들어갔을 때 이 자의 태도가 변할 가능성은 낮다.’


그렇게 상대방에 대한 평가를 하던 중, 라이는 자신의 팔을 잡아당기는 아리엔의 손길을 느꼈다.

뒤를 돌아보니 아리엔이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자신의 생각을 전하고 있었다.

라이는 그것을 보고는 알았다는 듯 마찬가지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겸사겸사 필요한 정보도 얻어야겠군.’


그렇게 라이와 아리엔은 중년 남성을 따라서 바람 마을 안으로 들어섰다.

라이와 아리엔은 중년 남성을 따라가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마을 안에는 있을 건 다 있어 보였다.

저 멀리 울타리 너머에는 밭으로 보이는 것이 있었으며 어디선가 짐승 울음소리와 거름 냄새도 나는 듯 했다.

지나가는 길에 있던 마을 사람들은 처음 보는 얼굴인 아리엔과 라이를 힐끗 힐끗 쳐다봤다.

이윽고 중년 남성은 한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끼익-


나무 문이 뻑뻑한 소리를 내고 열리면서 내부의 모습이 드러났다.

침대 하나와 탁자 하나, 그리고 그 주위에 있는 의자 몇 개가 전부였다.

중년 남성이 의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앉아들 있게. 내 먹을 거라도 몇 개 가져올 테니.”


중년 남성이 나가자 아리엔과 라이는 의자를 하나씩 잡아서 앉았다.

아리엔이 탁자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런건 되게 오랜만인 것 같네.”


그 말을 하는 아리엔의 표정이 미묘했다.

산 생활을 한 지 며칠 되지도 않았건만, 이런 탁자 같은 인간 문명의 혜택을 누리던 것이 정말 옛일처럼 느껴졌다.

다시 이런 것들을 자연스럽게 누릴 수 있을 날이 올까?

확실치 않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손이 부르르 떨려왔다.


“미안하군. 당장 준비할 수 있는게 이런 것 밖에 없다네.”


중년 남성은 한 바구니 가득 과일을 담아 가지고 돌아왔다.

과일 뿐만이 아니라 빵 같은 것도 몇 개 섞여 있었다.

중년 남성이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그건 그렇고, 레베스 백작가의 영애께서 위대한 산맥에는 어쩐 일이신가?”


순간, 방안의 공기가 무겁게 내려앉았다.

아리엔은 깜짝 놀란 감정을 감추지 못해 표정에 그대로 드러났으며, 라이 또한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져서 중년 남성을 노려봤다.


‘제국의 손길이 벌써 여기까지 미친 것인가?!”


위대한 산맥은 봉금령이 내려진 지역.

때문의 제국군의 추격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건만, 이렇게 아리엔을 알아보는 사람이 나타나다니!

라이는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손을 뻗어 검집에 가져다 댔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중년 남성은 그저 웃음 지어 보일 뿐이었다.


“방금 전까지는 긴가민가했지만 자네들의 그런 반응을 보게 되니 오히려 확신하게 되었다네.”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군요.”

“이름이 아마 아리엔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내 기억이 맞는가, 아리엔 양?”


라이는 표정을 관리하며 애써 아닌 척 하려 했지만, 이름까지 알고 있는 마당에 더 이상 부정할 수는 없었다.


“대체 어떻게 아셨죠? 제가 누군지 말이에요.”


아리엔이 말했다.

그녀는 정체를 감추는 것은 이미 물 건너갔으니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상황을 파악해보기로 했다.

중년 남성은 아리엔을 얼굴을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말을 이어갔다.


“8년 전 쯤인가... 제국 동남부에서 커다란 행사가 있었지. 아까 전 자네들을 보고 있자니 그때 레베스 백작과 함께 왔던 꼬마 아가씨의 얼굴이 문득 떠오르더군.”

“8년 전 그 곳이라면... 혹시 평화 협정을 기념하는 행사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렇지. 제국과 <11국가연합> 사이에 맺은 평화 협정 10주년을 기념해 열렸던 대륙적인 행사였지. 그때 아주 장관이었어. 규모도 규모지만 그곳에 참석했던 자들의 면면들이 아주 대단했지. 다들 자기네 나라에서는 한 가닥 씩 하는 콧대 높은 자들이었는데... 그들도 제국에서는 기가 죽을 수 밖에 없었지.”


중년 남성은 그때를 떠올리고 있던 것인지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 했다.

아리엔은 어렴풋이 떠오르는 기억을 더듬어갔다.


‘그 사람인가? 아니... 아니야. 그러면 그 사람은...?’


아리엔은 그때 당시 레베스 백작의 옆에서 여러 사람과 인사를 나눴던 기억이 있었다.

하지만 중년 남성의 얼굴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떠오르지 않았다.


“당신은 어느 국가 출신이신가요?”


결국 사내의 얼굴을 떠올리지 못했던 아리엔은 물어볼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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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라이의 이야기4 19.05.15 19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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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아르헬의 이야기17 19.05.11 13 0 15쪽
16 아르헬의 이야기16 19.05.11 10 0 8쪽
15 아르헬의 이야기15 19.05.10 15 0 8쪽
14 아르헬의 이야기14 19.05.10 27 0 8쪽
13 아르헬의 이야기13 19.05.09 29 0 8쪽
12 아르헬의 이야기12 19.05.09 14 0 8쪽
11 아르헬의 이야기11 19.05.08 35 0 10쪽
10 아르헬의 이야기10 19.05.08 13 0 9쪽
9 아르헬의 이야기9 19.05.07 15 0 10쪽
8 아르헬의 이야기8 19.05.07 14 0 8쪽
7 아르헬의 이야기7 19.05.06 35 0 9쪽
6 아르헬의 이야기6 19.05.06 22 0 7쪽
5 아르헬의 이야기5 19.05.05 49 0 7쪽
4 아르헬의 이야기4 19.05.05 39 0 7쪽
3 아르헬의 이야기3 19.05.04 24 0 10쪽
2 아르헬의 이야기2 19.05.04 33 0 7쪽
1 아르헬의 이야기1 19.05.04 173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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