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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나는왜 님의 서재입니다.

돌아온 저니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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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왜
작품등록일 :
2022.10.31 22:36
최근연재일 :
2022.12.03 00:00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21,846
추천수 :
650
글자수 :
115,896

작성
22.11.01 20:22
조회
1,549
추천
76
글자
9쪽

프롤로그

DUMMY

“크으으! 좋다! 이제 곧 은퇴하니 맥주를 마음대로 마실 수 있다는 건 좋네!”


내일이 되면 드디어 나의 힘들고 우여곡절이 많았던 커리어가 완전히 끝난다.


그 질기디 질겼던 내 커리어가 끝난다는 것에서 마음이 기쁘기도 하고 싱숭생숭하기도 하여 목구멍에 많은 맥주를 들이 붓는다.


"드디어 끝났는데....이제부터 뭘 하면서 지내야 하지?"


맥주를 너무 많이 마셨는지 기분이 자꾸 감성적으로 변한다.


그 힘들었던 선수생활이 끝난 것에 기뻐하는 것도 잠시. 앞으로 뭘 하면서 살아야 할지 걱정이 앞선다.


감독이나 코치? 내 성격상 코치나 감독을 했다 가는 금세 스트레스로 인하여 죽을지도 모른다.


축구행정가나 구단프런트? 괜찮긴 해도 내 적성과는 거리가 약간 있다.


축구 해설가나 개인방송? 말빨이 딸린다.


막막하다. 축구선수가 아닌 다른 직업을 가진 내가 도저히 상상할 수 없다.


최근 들어서 수십 수백번을 부정하고 수십 수백번을 괜찮다며 되뇌었지만 여전히 이런 꼴을 보면, 난 아직도 축구선수에 미련이 많은 것 같다.


“지나간 일에 후회하면 뭐하냐. 이제는 다 끝난 일인데.”


괜스레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생각이 들 때는 넷플러스지.


소파에 누운 상태 그대로 TV를 켜서 넷플러스에 들어간다.


여기는 오리지널 시리즈도 많고, 영화도 많고, 드라마도 많은데... 오늘따라 평소엔 거들떠보지도 않는 다큐 쪽으로 자꾸 시선이 간다.


그렇게 다큐들을 뒤지던 도중에 제법 오래된 어느 다큐에 내 시선이 꽂혔다.


예전 나와 같은 팀 동료였던 축구선수, ‘저니맨’ 니콜라 아넬카의 다큐.


‘저 사람도 되게 오랜만에 보네. 그러고 보니 팀 동료들이 하나같이 내가 아넬카랑 비슷하다고 얘기하기도 했었지.’


아넬카와는 사이가 썩 좋지 못했지만 그 말을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보면 우리는 서로 동족혐오를 느끼고 있었고, 또한 앞으로의 내 커리어에 대한 예언이었다.


실력은 못 미쳐도 내 커리어를 정리하면 아넬카 못지않은 저니맨이었다.


아니, 오히려 이적한 팀 수만 따져보면 내가 아넬카보다 훨씬 더 많이 돌아다녔다.


객관적으로 내 커리어를 살펴보자면, 나도 나름 역대 한국선수 중에서 다섯 손가락에 안에 들어가는 족적을 남겼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다섯 명안에 들 뿐이지, 내 실력이나 성적으로 따지면 명백히 다른 네 명에 비해서 크게 처진다.


4대 리그 기준으로 냉정하게 따지자면 내 축구실력은 리그 중하위권 팀의 주전, 빅클럽의 부상자 예비용 로테이션 멤버였다.


괜찮은 드리블, 괜찮은 피지컬, 괜찮은 패스에 성실한 수비가담과 나쁘지 않은 축구지능 등, 나는 현대 축구가 요구하는 능력들을 여럿 갖춘 작은 육각형 선수였다.


덕분에 부르는 곳은 많았고 이십 년간 소위 말하는 4대 리그에서 전 커리어를 보낼 수는 있었지만...


“너무 극단적인 위치에 있던 선수였지...”


중하위권 팀에서 다리가 부러지도록 뛰거나, 빅클럽에서 벤치에만 앉아 있다가 가끔몇 분만 나오거나 어쩌다 부상선수가 생기면 그 땜빵을 하거나.


육각형 선수였지만 다른 관점으로 판단하면 특출난 강점이 없는 선수였다.

그리고 나는 드리블, 슈팅, 패스 등, 모두 준수했지만 그렇게 뛰어나지도 않았다.


“그때 그 이적만 안 했으면 그렇게 까지 망가지진...어휴, 이제 그만 탓해야 하는데...”


그때 상황도 상황대로 문제가 많았지만 나한테도 문제가 없다고는 할 순 없다.


이적하기 당시에는 나는 많은 이들에게 잠재력을 인정받은 뛰어난 유망주였다.


많은 이들이 내게 찬사를 보냈고, 많은 팀들이 나에게 이적을 제의했다.


하지만 그때 깨달았어야 했다.


난 아직은 검증된 선수가 아니라 아직 보여준 게 부족한 유망주였다는 내 위치를.


내 실력을 높게 평가받았던 것이 아니라 가진 잠재력을 높게 평가받았다는 사실을.


하지만 그 당시의 나는 이 당연했던 사실들을 파악하지 못했고 콧대만 잔뜩 올라서 내 실력을 과대평가 해버렸다.


그리고 결국에는 내 실력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빅클럽으로 이적을 강행했고.


너무나도 당연하게 망했다.

앞으로의 커리어 자체도 너무 심하게 꼬여버렸다.


출전을 아예 못하니 실력이 향상되기는 커녕 점점 퇴보하기만 했고, 결국 다음시즌부터 계약이 만료될 때까지 임대 뺑뺑이를 돌아다녀야 했다.


임대기간에도 적응이 좀 되려고 하면 다른 팀에 임대 보내졌다.


좀 뛸만하면 다른 환경, 다른 전술에 적응해야 했기에 갈수록 능력은 다양해 졌지만 잠재력 자체는 깎여나가는 것 같았다.


그게 주는 스트레스는 상당했기에 계약이 끝나고 나서는 무조건 주전보장을 해주는 팀으로만 이적했다.


이것 역시도 심리적으로 편하진 못했다.


덕분에 많이 뛸 수는 있었지만 매번 강등권 싸움을 해야 했다.


조금씩 강등권에 가까워질수록 도시 전체가 초조해지는 그 느낌을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다.


혹시라도 강등이라도 당해버리면 선수도, 구단도, 팬들도 모두가 미쳐버린다.


덕분에 팬들에게 쫓겼던 진기한 경험도 해봤다.


거기에 강등권 팀의 주요 목표는 이기는 경기보단 거의 지지 않는 경기가 우선이었다.


그럼에도 지는 경기가 이기는 경기보다 훨씬 많았고.


그렇게 야망도 없고, 승리하는 법을 모르는 팀 들에서만 오래 뛴 결과는 참혹했다.


본래의 장점은 사라지고, 단점만 조금 보안한 작은 육각형 선수, 잠재력을 다 터트리지 못한 선수.


그게 나의 최종적인 평가였다.


대형 유망주로 받은 주목에 비해서 참 씁쓸했던 결말이었다.


“쯧, 나도 아넬카처럼 임펙트라도 있었으면 저 다큐멘터리는 내가 찍었을 텐데.”


아무런 의미가 없을 텐데, 최근 들어 이런 생각이 멈추지 않는다.


정말로 다시 그때로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그냥 낮잠이나 자자, 푹 자고 나면 쓸데없는 생각들도 머리속에서 사라지겠지.”


TV를 끄고 그대로 소파에 누어 눈을 감는다.


내일이면 은퇴하는데 기자회견에서 말할 내용이나 생각해야...


그동안 잘 안 마시던 맥주를 마셔서 그런지 누우니 잠이 쏟아진다.


잠든 그 순간까지도 과거에 대한 후회를 멈추지 못했다.


*****

“어우....대체 왜 이레...”


분단위로 울리는 휴대폰 벨소리에 잠에서 깨버렸다.


대충 확인만 하려고 휴대폰을 잡고 눈을 떴고,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어, 뭐야? 이건 내 폰이 아닌데?”


분명히 내 폰은 출시 된지 얼마 되지 않은 최신기종이었다.


그랬는데 지금 내 손에 들려있는 폰은 십년도 더 된 기종이었다.


그리고 폰 화면에 비친 내 얼굴도 족히 십년 전 얼굴이었다.


“시발, 뭐지!?”


잠에서 확 깨어 주위를 둘러봤다. 이곳은 방금 전까지 있었던 내 집이 아니었다.


“여, 여기는 혹시...아니, 그럴 리가 있나 아닐 거야.”


하지만 비틀린 볼에서 느껴지는 생생한 고통은 꿈에서는 절대 나올 수가 없는 고통이었다.


거기에 폰에는 작년에 은퇴했던 에이전트의 연락으로 가득했다.


“꾸, 꿈이 아니라 진짜로 과거로 돌아온 건가.”


나는 지금 내 커리어의 첫 번째 팀이었던 SV 베르더 브레멘 때로 돌아왔다.



꿈에서까지도 그토록 바래왔던 그 순간이 정말 현실로 다가왔다.


술에 취한 것도 아니고, 미쳐버린 것도 아닌 진짜 현실로.


후회와 괴로움으로 가득 차있는 내 커리어를 바꿀 수 있다.


기쁜 마음에 눈에서 눈물이 약간 흘러나왔다.


“좋아, 다시 해보는 거야.”


지금의 나는 주제도 모르던 철없는 애송이가 아니다.


십년을 넘게 빅리그에서 뛰었던 배테랑 축구선수다.


우연히 찾아온 이 기회를 절대 헛되이 보내지 않을 거다.


예전에 잃어버린 꿈을 이번에는 반드시 이뤄 보고 말테다.


다시 한 번 최고의 선수에 도전해보는 거다.


아직까지 울리고 있던 폰에 오랜만에 그리운 이의 번호를 누른다.


“왜! 이제야 전화를 받으십니까? 제가 전화랑 문자를 몇 번이나...”


커다란 목소리에는 잔뜩 짜증이 묻어나왔다.


하지만 그것조차 너무 오랜만이었기에 그저 좋았다.


“그건 죄송합니다. 제가 낮잠을 자고 있었거든요.”


“허, 그런 인터뷰를 하고도 잠이 잘 옵니까?”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보면 이미 구단과 사이가 틀어지고 난 뒤군.


“그럼요, 아주 푹 잤습니다.”


“그럼...정말로”


내 생각을 알아차렸는지 말하는 속도가 느려지는 에이전트.


“네, 지금 생각하시는 것이 맞으실 겁니다.”


“뜻은 잘 알겠습니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협상을...”


“아뇨, 그러지 마세요.”


“네?”


좋아, 지금 이 결정부터 예전과 완전히 달라지는 거야.


“그 팀이랑 협상은 그만둡시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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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안데를레흐트(3) +3 22.11.22 595 20 9쪽
18 RSC 안데를레흐트(2) +6 22.11.21 608 18 9쪽
17 RSC 안데를레흐트(1) +1 22.11.19 672 21 9쪽
16 멤피스 데파이라는 인간(2) +3 22.11.18 709 20 10쪽
15 멤피스 데파이라는 인간(1) +1 22.11.17 719 24 9쪽
14 러시아 원정(3) +1 22.11.16 729 22 10쪽
13 러시아 원정(2) +3 22.11.15 743 25 9쪽
12 러시아 원정(1) +1 22.11.14 808 22 9쪽
11 20년만의 유럽대항전 +2 22.11.12 885 25 9쪽
10 더 탑퍼(De Topper)(3) +1 22.11.11 876 24 10쪽
9 더 탑퍼(De Topper)(2) +3 22.11.10 901 21 9쪽
8 더 탑퍼 (De Topper) (1) +5 22.11.09 967 23 10쪽
7 양학(2)그리고 깨달음 +1 22.11.08 996 24 10쪽
6 양학(1) +2 22.11.07 1,063 27 10쪽
5 개노답 삼형제 +1 22.11.05 1,124 27 12쪽
4 에레디비시 개막전 +1 22.11.04 1,175 33 10쪽
3 PSV 에인트호번 +3 22.11.03 1,287 4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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