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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마중감 님의 서재입니다.

검성 드래곤이 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마중감
작품등록일 :
2022.05.11 11:14
최근연재일 :
2022.09.21 06:00
연재수 :
118 회
조회수 :
83,601
추천수 :
1,880
글자수 :
483,632

작성
22.06.21 09:51
조회
796
추천
13
글자
9쪽

노력이다

DUMMY

펠레우스가 훈련소장에서 왕국기사를 은퇴한 것은 성격에 안 맞아서라는 것이 중설이었지만 비드의 생각은 달랐다. 펠레우스는 오러 사용법에 대해 한계에 부딪쳤기에 그만둔 것이다.


오러의 유무차이는 검사에게 치명적이다. 아무리 검을 귀신같이 쓰는 고블린이 있다고 해도 같은 실력의 오거에게 이길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리고 오러의 사용은 타고난 천재들의 영역. 간신히 발을 들인 펠레우스도 높이 평가할 만하지만 위에는 위가 있는 법이다. 바로 자신과 같이 상급으로 올라선 자들에게는 펠레우스의 재능은 반쪽짜리에 불과했으니까.


‘여기에 와서 나름 발버둥친 건 칭찬해주지! 하나 개미가 아무리 달려도 인간에게 닿을 수 있을 리 없다는 걸 알아야지!’


처음 봤을 때만 해도 가볍게 눌러주고 조롱한 다음 잊어버릴 생각이었다. 하나 펠레우스는 더 쓴맛을 봐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


지금 눈으로 쫒지도 못해 굳어있는 꼴을 봐라. 그런 주제에 아직도 옛날을 잊지 못해 내리깔아 보는 허세라니. 그 대가는 참혹할 것이다.


‘적어도 팔 하나는 받아가야겠다! 다시는 기사라고 할 수 없게 해주지!’


탓! 슈아아악!


마음을 굳힌 비드가 공중제비를 돌며 펠레우스의 시선의 사각을 타고 어깨를 향해 공중에서 찔러 들어갔다.


“......”


펠레우스는 그런 공격을 감지도 못한 듯 거의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끝이다!’


“고르고 고른 곳이 결국 그곳인가.”


휘릭!


“!”


순간 비드는 모공이 송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대로 당할 것만 같던 펠레우스의 고개가 단번에 돌아가더니 자신의 눈과 마주봤기 때문이었다.


‘그래봤자 늦었......’


깡!


“어?”


마치 멈춰진 것 같은 찰나 안에서 비드는 멈춘 자신의 검과 그 것과 바늘 하나 만큼만 맞닿아 있는 펠레우스의 꼬챙이 같은 얕은 검을 본 것이다.


“말도 안......!”


“상대의 사각을 노린다는 건 정석 중에 정석이지만 너무 파고들어서야 오히려 읽히게 되지.”


끼릭!


펠레우스는 그렇게 말하며 검을 비틀었다.


끼기기기긱!


그리고 자신의 검으로 비드의 검을 길처럼 타고 올라갔다.


따악!


“크윽!”


올라가 마침내 비드에게까지 닿은 검은 그 면으로 뺨을 사정없이 때렸다.


휘리리릭 쿠당탕!


그 충격으로 비드는 공중에서 회전하며 바닥에 거칠게 추락했다.


주르륵


그리고 터진 입 안에서 이빨과 함께 피가 바닥으로 흘러나왔다.


“어...어떻게?”


“음? 그야 공격이 뻔하니 그 두꺼운 검을 타고 올라가서......”


“그게 아니야! 오러가 실린 검에 닿았으면서 어떻게 그런 얇은 검 따위가 버틸 수 있지?”


오러가 실린 검에 닿으면 그게 날이 아니더라도 살은 찢어져 흩어지고 강철은 갈라지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펠레우스의 얇은 검은 갈라지기는커녕 긁으면서 들어왔음에도 생채기 하나 나지 않았다.


그건 비드의 상식과는 전혀 다른 결과였다.


“답은 간단하지. 오러를 두른 검을 버틸 수 있는 건 전설 속에나 나오는 오리하르콘이나 미스릴 같은 귀한 재료로 만든 검. 혹은......”


스스스스슥!


“똑같이 오러를 두른 검뿐이지.”


“허......”


펠레우스의 검에서 파도와 같은 오러가 나오는 것을 본 비드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상급의 익스퍼트인 자신의 오러, 아니 그 이상으로 강하고 완전한 오러가 저 얇은 검에서 아름답게 흘러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다...당신 어떻게?”


“당연한 걸 묻는 군. 비드.”


“뭐?”


“노력이다. 그 외에 대체 뭐가 있을 수 있다는 말이냐.”


“......”


그제야 비드는 온전한 눈으로 펠레우스를 볼 수 있었다.


많은 나이에도 그 의지를 잊지 않은 형형한 눈과 통나무라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은 부풀은 몸. 말이야 쉽지 저 나이에 그게 어떻게 가능하겠는가. 필시 뼈를 깎는 노력이 저 뒤에서 땀과 피를 흘리며 바닥에 고였을 것이다.


“이제와 어디로 가려는 겁니까?”


“자세한 건 말할 수 없지만.......내게 가르침을 주신 분께서 오랜 꿈을 일깨워 주셨지.”


“꿈?”


“그래.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나뭇가지를 휘두르며 꿈꿔왔던, 소드마스터가 되고 싶다는 꿈 말이야.”


“!”


그 말에 비드는 충격을 받은 듯 그 자리에서 바닥에 무릎 꿇었다.


“보이기는.......하신 겁니까?”


“아직 손톱 정도의 크기지만 말이지.”


“......하하.”


주륵


아직 꿈을 향해 달릴 수 있다는 펠레우스의 빛나는 눈에 비드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왕국기사 단장을 끝내고 난 뒤부터 목표가 없었다. 이미 이룰 만큼 이뤘으니 남은 인생은 좀 즐기고자 했지만 그것도 잠시의 즐거움일 뿐 항상 후에 밀려들어오는 허무함에 이유모를 쓸쓸함으로 적셔 살아갔었다.


하나 이제는 깨달았다. 난 타협해 버린 것이다. 여기가 끝이라고, 왕국기사 단장이 이 인생의 정점이었다고 멋대로 꿈을 포기해 버렸다. 검을 손에 쥔 자라면 누구나 목표로 하지만 누구라도 절망하고 포기하고 마는 소드마스터라는 꿈을.


그리고 지금 펠레우스가 포기하고 있지 않다는 걸 깨닫자 자신 어딘가에 남아있었다고는 생각할 수가 없었던 불꽃이 다시 타오르기 시작했다.


스윽


비드는 다시 검을 두 손으로 단단히 잡아 자세를 취했다.


“호오. 포기하지 않고 오는 건가. 너 답지 않군.”


“사람이란 건 언제라도 성장하는 법 아니겠습니까. 스승님.”


“후후 그렇지.”


깨달은 듯 초연해진 비드를 보자 왜인지 펠레우스도 같이 웃어버렸다.


“이제부터는 만만치 않을 겁니다. 저는 태어나 처음으로 상쾌해진 상태니까요.”


“그건 좀 흥미롭군. 어디 한 번......”


쿠구구구구!


달라진 비드의 상태에 자극 받았는지 펠레우스에게서 엄청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네 진면목을 볼까!”


꿀꺽


진심으로 나오는 펠레우스를 보며 비드는 마른침을 삼켰다. 이 정도의 압박을 받은 것이 대체 언제인가. 몬스터 토벌에서 오거나 와이번을 만나도 이렇게 긴장하지는 않았다.


우득


비드는 각오를 다지듯 다시 검을 고쳐 잡았다.


“하압!”


그리고 지금까지의 그 어떤 움직임보다 아름다운 선을 그리며 펠레우스를 향해 나아갔다.


깡!


펠레우스는 그 검을 조금도 피하지 않고 정면에서 받아냈다. 그러면서도 조금도 뒤로 물러나지 않았다. 마치 그 검의 맛이라도 전부 보려는 듯이.


‘이 검 대체 뭐지? 보기보다 무거워!’


비드는 그런 상황에 당황했다.


분명 자신의 검보다 반 밖에 안 되는 부피인데 열기를 식히고 마주쳐보니 그 무게만큼은 전혀 뒤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이는 같은 무게의 금속을 압축해서 만들었다는 뜻.


스스스슥


거기다 저토록 충만하게 피어오르는 오러가 그 검의 단단함을 더 단련시키고 있었다. 이건 같은 오러 정도가 아니면 도저히 뚫을 수가 없다.


‘길이 있다면 오직 스피드뿐!’


그렇다면 이기기 위해서는 저 검이 따라오지 못할 속도를 내는 수밖에 없다.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지금으로서는 그 길 뿐이다.


“하아아아!”


까가가가강!


비드는 자신의 전력을 다해 검을 휘둘렀다. 그야말로 검이 여러 개로 늘어난 것만 같은 속도의 파도가 펠레우스를 향해 밀려들었다.


‘좋군.’


그러한 공격을 전부 받아치는 펠레우스는 속으로 아주 흡족해 했다.


일일이 지적하기는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비드의 재능을 아까워하는 마음에서 그런 것뿐이다. 얼마든지 위로 올라갈 수 있는 힘이 있음에도 그 느슨한 태도 때문에 그대로 머무는 것이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비드는 지금껏 펠레우스가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정직하고 빠르고 그리고 강했다. 무엇보다 자신에게 배웠던 그 검들이 진화되어 비드의 스타일로 날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비드가 기사단장까지 어떻게 올라갈 수 있었는지 잘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어째서 그만두고 나왔는지는 모르지만.......스승으로서 어설프게 답해줄 수는 없지!’


쿠구구구구!


그 순간 펠레우스의 기운이 진심으로 요동치기 시작했다.


‘온다!’


비드는 벼락처럼 압박해 오는 그 기운에 드디어 펠레우스의 진면목이 나온다고 예감했다.


슈아아악!


“이건!”


그리고 자신을 향해 오는 그 검술의 궤도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것은 분명히 자신이 펠레우스에게 배운 검술. 그것이 더 깨끗하고 아름다운 선을 그리며 자신에게 날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까가강!


“큭!”


하지만 아름다움에 비례해 나오는 그 무거운 공격력에 비드는 뒤로 조금씩 밀려났다.


‘본래도 검술만큼은 나보다 훨씬 위에 있었으니까. 거기다 지금은 오러도 자유자재로 다루니.’


그야말로 드래곤에 날개다. 도저히 이길 수 있을 길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지!”


까강!


비드는 그에 주눅 들지 않고 더 힘을 내어 받아쳤다.


도망치고 외면하는 건 과거로 충분하다. 지금 눈앞에 그러지 않았던 스승의 훌륭한 모습을 보고 또 다시 포기한다면 세상에 그런 창피가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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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검과 허기 22.07.20 624 12 9쪽
59 왕국 수도로 +1 22.07.19 629 12 9쪽
58 정 곤란하시다면 22.07.18 631 12 9쪽
57 그래도 이 놈이? 22.07.17 641 12 9쪽
56 늑대수인 발토르 22.07.16 644 14 9쪽
55 최고의 검사 +1 22.07.15 656 16 9쪽
54 굴베이그와 아르카 22.07.14 658 12 9쪽
53 굴베이그와 펠레우스 22.07.13 659 13 9쪽
52 굴베이그 호메로스 22.07.12 694 13 9쪽
51 아 깜박했다. 22.07.11 708 15 9쪽
50 파프니르 22.07.09 711 16 9쪽
49 검은 불꽃 +1 22.07.08 707 14 9쪽
48 바코라와 레비 +1 22.07.07 717 15 9쪽
47 엔릴 신의 축복 +3 22.07.06 749 16 9쪽
46 어느 쪽이지? +2 22.07.05 720 15 9쪽
45 로드의 성 +1 22.07.04 733 16 9쪽
44 초대 +1 22.07.02 718 14 9쪽
43 스톤 불릿(?) +4 22.07.01 727 15 9쪽
42 마나 서클 +1 22.06.30 797 14 9쪽
41 이발디와 아르카 +2 22.06.29 756 15 9쪽
40 다 그러면서 배우는 거죠 +1 22.06.28 752 16 9쪽
39 원샷! 단번에! 쭉! +3 22.06.27 767 15 10쪽
38 드래곤블러드 +1 22.06.25 783 15 9쪽
37 충고하는데 +1 22.06.24 763 14 9쪽
36 마도구들 +1 22.06.23 762 14 9쪽
35 교육이죠 +1 22.06.22 787 12 9쪽
» 노력이다 +1 22.06.21 797 13 9쪽
33 가르침 +1 22.06.20 798 12 9쪽
32 그 죄! 몸으로 갚아라 +2 22.06.08 881 16 9쪽
31 아론 그리고 멘테 +1 22.06.07 813 1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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