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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초 안에 끝낸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뭄멈몸
작품등록일 :
2023.05.11 21:31
최근연재일 :
2023.05.13 20:03
연재수 :
4 회
조회수 :
125
추천수 :
6
글자수 :
16,669

작성
23.05.13 20:03
조회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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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3. 천소하

DUMMY

“점심 다 차렸어요 사부님.”

“어.”


편하다.


“빨래 널고 올게요.”

“응.”


너무 편하다.


노예, 아니 메이드··· 아니, 제자라는건 참 편리한 것이었구나.


나는 매트리스에서 식탁까지 굴러갔다. 내가 에어프라이어를 돌리지 않아도, 전자레인지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맛있는 식사가 식탁 위에 차려져있었다.


음식이 나오는 마법의 식탁보가 생긴 것 같은 느낌. 나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쌀밥 위에 제육을 얹어먹었다.


“음~ 여미.”


오늘도 끝내주는 맛이었다.


밥을 먹는 동안 천소하가 세탁기에서 빨래를 걷어 베란다에 널어놓기 시작했다. 나는 제육을 우물거리며 그녀가 일하는 것을 지켜봤다.


‘슬슬 수업을 시작해야되나?’


원래 대충 하는 척하다가 적당히 쫒아내려고 했는데, 며칠 지나니까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이 편리한 생활을 좀 더 누리고 싶은 욕심이 그득그득 튀어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밥도, 빨래도, 청소도 전부 해주는 노예··· 아니 제자가 사라진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어떻게 그녀를 계속 묶어두려면 뭔가 가르치긴 해야될 듯하다.


근데 대체 뭘 가르쳐야 되는거지?


내가 알고있는 방법이라고 해봐야 전생에서 6개월정도 했던 헬스뿐. 하늘을 날아다니고 대지를 쪼개는 초인들이 널려있는 이 세계에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지식이었다.


- 수련법.

- 수련하는법.

- 강해지는 법


나는 재빨리 핸드폰을 켜고 수련법에 대해 검색했다.


‘개쓰잘데기 없는 소리밖에 없군.’


물론 정보의 바다에서 쓸만한 정보를 건져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30분 정도 검색을 해봤지만 생초보인 내가 봐도 개소리 같은 것들 밖에 찾지 못했다.


이런걸 따라할 바엔 그냥 내가 대충 지어내는게 더 나을 것 같았다. 그래도 나름 만화와 소설 짬밥이 있으니 거기에 나온 것들을 따라하면 되지 않을까?


판타지 만화나 소설에 나오는 것들이긴 하지만 여기가 판타지잖아.


통하겠지 뭐.


‘아님 말고.’


“다 드셨어요?”

“엉.”


밥그릇을 회수한 천소하가 설거지를 시작했다. 나는 다시 데굴데굴 굴러가 매트리스 위에 누웠다.


“소하야.”

“네?”

“슬슬 실력좀 볼까?”

“실력···이요?”


나는 그녀를 가르치기에 앞서 그녀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파악하기로 했다. 개소리를 어디까지 해야 먹힐 수 있는지 간을 보기 위해서다.


“응, 이제 볼 때가 됐잖아.”

“넵···. 금방 준비하겠습니다···!”


천소하가 화들짝 놀라며 설거지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비장한 표정을 짓더니 갑자기 구석에 꿍쳐둔 쓰레기 봉투를 들고왔다.


벌써 쓰레기가 저렇게 나왔나? 빨리도 쌓이네.


혼자 살았을 땐, 걍 바닥에 늘어놓고 움직이지 못할 때쯤 한번에 치웠던지라 잘 몰랐는데 생각보다 쓰레기가 많이나왔다.


과자를 좀 줄여야 될까?


근데 어차피 이제 내가 안치울 거니까 상관없을지도.


“그, 그럼 시작할게요?”

“응? 어, 그래.”


실력 테스트를 보기 전에 집안일부터 다 끝낼 작정인 듯했다. 지금까지 보면서 느낀 건데, 얘가 참 성실하단 말이지.


만사를 대충대충 하는 나와는 정반대의 인간이었다.


드르륵.


천소하가 베란다로 나갔다. 내가 알려준대로 쓰레기를 던져서 처리하려나보다. 배운 걸 잘 써먹는 좋은 학생이었다.


근데 쟤 저번에 저거 던지다가 터뜨려먹지 않았나?


뭔가 불안해졌다.


괜히 누워있다가 베란다에서 날아오는 쓰레기 폭탄이라도 맞으면 낭패. 나는 일단 일어나서 그녀 옆으로 갔다.


“후우···.”


그녀가 심호흡을 하며 쓰레기봉투를 던질 준비를 했다. 몸이 딱딱하게 굳어있는게 나한테도 보일 정도로 긴장하고 있는 그녀. 또 터뜨릴까봐 걱정하고 있나보다.


아니, 그냥 무리하지 말고 대충 던져도 되는데 말이야.


“그냥 힘 빼고 편하게 던져.”

“네? 아, 넵!”


나야 할 수 있으니까 우주까지 날려버리는거지 사실 걍 아무데나 버려도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내 말을 들은 천소하의 자세가 좀 부드러워졌다. 그녀는 긴 호흡을 내뱉더니 가볍게 발을 굴렀다.


파앙!


그리고 봉투를 던졌다. 부드럽게 날아간 쓰레기 봉투가 포물선을 그리며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다행히 살살 던져서 그런지 봉투가 터지거나 하지는 않았다.


근데 대충 던진 것 같아보였는데, 봉투는 생각보다 멀리 날아갔다. 능력을 사용하지 않은 나로서는 육안으로 확인하지도 못할 정도.


아무리 쓰레기 봉투가 가볍다 해도 저 정도 거리를 날아가다니.


이 녀석, 내 생각보다 훨씬 강한 녀석인 것 같은데?


근데 그런 애가 대체 얼마나 더 강해지려고 내 제자 노릇이나 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네.


지금도 충분히 강한 것 같은데 말이야.


“근데 소하야. 넌 강해지고 싶은 이유가 대체 뭐냐? 내가 볼 땐 충분히 강한 것 같은데.”

“네? 그, 그것이.”


나는 물어봤다. 대체 무엇 때문에 그렇게 강해지려 하는지.


조금 당황했는지, 소하는 몸을 움찔 떨었다. 그녀가 미약한 살기를 피어올리며 대답했다.


“···반드시, 반드시 죽여야 할 사람이 있어서···.”


누군진 물어보지 않았다. 조금 쫄아버렸거든···.


누가 천소하의 원한을 샀는진 모르겠지만 명복은 빌어주기로했다.


“크흠, 그럼 이제 테스트하러 나갈까?”

“···네? 아, 알겠습니닷!”


이제 수련을 시작한다고 생각해서 그런 걸까? 그녀의 얼굴이 밝아졌다.


나는 내 전용 추리닝과 챙겨입었다. 오랜만에 슬리퍼가 아닌 운동화를 신은 뒤 빌라 밖으로 나갔다.


"그러고보니까 원래 고향은 어디야?"

"M시 쪽이에요."


M시인가, 거긴 여기서 꽤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인데.


"여기는 언제왔어?"

"사부님이랑 만났던 날에요. 그 날 Z시에서 건너왔거든요."

“오 그래? 근데 뭐하다가 M시에서 Z시랑 X시까지 온거야?”

“무사수행을 하던 중이었어요. X시 51구역에 강력한 괴인들이 있다고 들어서요. 물론, 오자마자 처참하게 당했지만···.”


천소하가 축 늘어지다가 다시 기운을 차렸다.


“하지만 덕분에 사부님을 만날 수 있게 되었으니까 괜찮아요!”


별로 안좋은 것 같은데.


집 떠나서 괴인에게 얻어맞은 걸로도 모자라 스스로 사기까지 당한 천소하. 나는 그녀의 해맑은 미소를 피하며 말을 돌렸다.


“여기 괴인 많으니까 조심해. 심심하면 튀어나오더라.”


X시 51구역은 괴인투성이다.


여기가 복구되지 않고 그대로 격리된 이유도 바로 괴인이 너무 많이 발생된다는 것이었다. 하루에도 수십 마리씩 괴인이 나타나는데 사람이 살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 지들끼리 싸우다 죽은 시체가 곳곳에 널려있기도 했다. 그리고 그 시체에서 뿜어져나오는 에너지 때문에 또 괴인이 나타나기도 하고, 또 지들끼리 싸우다 죽고 아주 그냥 총체적 난국이다.


“근데 그 많은 괴인들이 대체 어디서 튀어나오는 걸까요?”

“따른 곳에선 모르겠는데, 51구역은 저기서 튀어나올걸?”

“어디요?”


나는 손가락으로 저 멀리 보이는 거대한 산을 가리켰다. 51구역 사이를 가로지르는 검회색의 거대한 산맥.


사실 저건 산 같은게 아니었다. 저것의 정체는 ‘대재해 바르바토스’.


과거 51구역을 반파시킨 주범이며, 현재는 시체가 되어 51구역의 괴인을 만들어내는 콜로니 역할을 하고있었다.


“저, 저게 괴인이라고요?”

“살아있을 땐 더 컸지, 지금은 반절로 쪼개진거야.”


저건 바르바토스의 하체에 불과했다. 상체는 산산조각나서 사방으로 흩어졌기 때문이다. 사방으로 흩어진 조각들을 정부가 회수해가서 연구 중이라는 뉴스를 들은 적이 있었다.


“그럼 지금 저기로 가는 건가요?”

“아니? 저길 왜 가?”


저 더럽고 역겨운 곳에 제발로 기어들어가자니,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저긴 가까이 가기만 해도 악취 때문에 사람이 견디질 못한다. 누가 시체 주변에 냄새막는 결계를 쳐두지 않았다면 나도 여기서 못살고 이사를 갔을터. 저 주변엔 가지 않는게 신상에 이로웠다.


“그럼 어디서 테스트를 보는···”

“크하하하! 인간주제에 이 몸의 영역을 침범하다니 배짱 한번 두둑하구나!”

“뭐야 저건.”

“괴인!”


스몰토크를 하면서 천소하랑 친분을 다지고 있는데, 갑자기 방해꾼이 나타났다.


나는 시끄럽게 고함을 쳐대는 괴인 쪽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팔이 6개나 달린, 3m짜리 거인이 옥상 위에서 우리를 향해 뛰어내렸다.


쿠앙!


녀석이 아스팔트 바닥을 부수고 내려와 우리에게 다가왔다. 못보던 녀석인데, 이 근처에 새로 자리잡은 괴인인 듯했다.


“넌 뭐냐?‘

“나는 무신 아수라! 투쟁과 전투의 화신이다! 근데 인간 따위가 내 이름을 묻다니, 건방지구나!!”


그러면서 대답은 잘 해주는 걸 보니 츤데레인 것 같았다. 귀여우니까 봐준다.


“야, 3초 안에 꺼지면 살려준다.”

“앙? 인간 놈이 대가리가 어떻게 되기라도 했나보구나 크하하하하···. 뒤져라!”


녀석이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며 웃었다. 그러더니 정색을 하며 주먹을 휘둘렀다.


일반인인 나는 반응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휘둘러진 주먹. 녀석의 주먹이 내 얼굴에 닿기 전에, 천소하가 나와 괴인사이로 끼어들었다.


그녀가 손등으로 괴인의 주먹을 옆으로 쳐냈다. 그녀는 괴인을 향해 살기를 뿜어내며 내 앞을 지켰다.


“뭐냐, 네 놈은.”

“감히 괴인주제에 사부님에게 무례를 저지르다니.”


쿵.


천소하가 진각을 밟았다. 그녀의 몸에서 붉은빛의 오오라가 피어올랐다.


투기.


기파가 유형화 되어 그녀의 몸을 휘감았다. 그녀의 몸이 부드러우면서도 패도적인 곡선을 그리며 천수나한을 향해 쏘아진다.


콰아앙!


그리고 괴인의 주먹에 얻어맞고 날아가 아파트에 쳐박혔다.


“건방진 꼬맹이녀석. 약하군!”

“천소하?”

“크하하하! 다음은 너다 말라깽···. 커헉!”


퍼엉!


나는 능력을 발동한 다음 괴인녀석을 후려쳤다. 녀석의 몸 절반이 핏덩이로 분해돼 뒤로 흩뿌려졌다.


널브러진 괴인을 뒤로 하고 나는 천소하를 향해 달려갔다. 설마 죽은 건 아니겠지?


“천소하! 괜찮아?”


나는 무너진 잔해 속에서 소하를 건져냈다. 일단 겉으로 보기엔 큰 상처는 없었다.


스물스물···.


“뭐지 이건?”


그녀의 몸 주위로 핏물이 몰려들었다. 실타래처럼 퍼진 피가 그녀의 상처를 봉합하며 몸 안으로 스며들었다.


‘재생 능력인가?’


이 세계의 인간들은 나처럼 특이한 능력을 타고나는 경우가 꽤 있었는데, 천소하도 그런 이능력을 타고난 모양이었다.


그러고보니까 처음 만났을 때도 다쳐서 누워있었지? 어떻게 그렇게 빨리 일어났나 했더니 재생능력자였구나.


“으읏···.”


천소하가 신음을 흘리며 눈을 떴다. 그녀는 내 얼굴을 보더니 벌떡 일어나 다시 자세를 잡았다.


“괴, 괴인은요?”

“죽었는데.”


나는 처참하게 뭉개진 괴인의 시체를 가리켰다. 그 모습을 본 천소하가 어깨를 추욱 늘어뜨리며 의기소침해졌다.


“죄송해요···.”

“뭐가?”

“기껏 사부님께서 가르쳐주셨는데, 고작 저런 괴인따위에게 당하고···.”


내가 뭘 가르쳤었나?


일단 그녀를 위로해줬다. 괜히 자존감을 잃어서 제자 못하겠다고 하면 큰일이니까.


얘 나가면 앞으로 내 밥은 누가 차려주냐고.


“크흠, 괜찮아.”

“하지만··· 테스트도 실패했는걸요?”

“아직 테스트 안했는데.”

“네? 괴인이랑 한판 붙는게 테스트 아니었나요···?”

“그런 걸로 테스트를 어떻게 해.”


남이 싸우는 것을 보고 강함을 매길 수 있었다면 내가 여기에 있는게 아니라 히어로 협회의 스카우터를 하고 있겠지.


게다가 능력을 해방하기 전까진 나는 일반인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싸우는걸 제대로 보지도 못한다.


“그럼 테스트는 어디서 하는 거에요?”

“전문가에게 맡겨야지.”

“전문가요?”

“응.”


나는 천소하를 일으켜 세우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목적지는 히어로 협회.


남의 능력을 매기는데에 도가 튼 사람들이 뭉쳐있는 곳이다.


작가의말

응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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