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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초 안에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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뭄멈몸
작품등록일 :
2023.05.11 21:31
최근연재일 :
2023.05.13 20:03
연재수 :
4 회
조회수 :
121
추천수 :
6
글자수 :
16,669

작성
23.05.12 15:37
조회
19
추천
1
글자
13쪽

2. 제자가 생겼다.

DUMMY

2. 제자가 생겼다.



“저를 제자로 받아주세요!”

“···뭐?”


오늘 처음 본 여자가 제자 선언을 하며 도게자했다.


나는 멍청한 표정으로 그녀를 내려다봤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내 눈치를 살피더니 다시 머리를 아래로 숙였다.


“저기요?”

“네, 넵!”


내가 부르자 벌떡 일어났다. 쪽팔린 줄은 아는지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대체 뉘신지.”

“저는 천소하라고 합니다!”

“어, 그래 천소하씨. 갑자기 제자라니 그게 뭔 개소리야?”


그녀가 말없이 고개를 푹 숙였다. 지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긴 했나보다.


“그게···.”

“그리고 난 네가 생각하는 그런 대단한 사람이 아니야.”


전생하면서 얻은 능력을 제외하면 그냥 일반인이랑 다를게 없는데, 내 주제에 제자는 무슨 제자.


뭔가를 알려주고 싶지도 않지만, 알려주고 싶었어도 알려줄게 없었다.


굳이 알려줄 게 있다면 트럭에 치여서 죽고 다시 태어나라는 것 정도일까?


혹시 모르지, 나 처럼 사기 능력을 얻을지도.


“저는 봤어요···. 당신이 지옥의 대악마 디아볼로스를 일격에 쓰러트리는 것을.”

“그 존나 쎄보이는 놈은 대체 누군데.”

“저도 당신처럼 강해지고 싶어요. 제발 저를 제자로 받아주세요. 저는··· 반드시 강해져야만 한단 말이에요!”

“아니, 안된다니까?”

“제발···.”


때를 써봤자 안되는 건 안되는 거다. 나는 그녀에게 철벽을 치며 다시 문을 닫았다. 하지만 천소하씨는 굉장히 끈질겼다.


“그, 그러면··· 제 가슴을 만진 책임이라도 져주세요!”

“···.”


필살기를 써버리면 곤란한데.


나는 오밤중에 찾아온 미친년을 어떻게 떼어내야 할지 고민했다.


가장 쉬운 방법은 내가 타고난 이능력빨을 빼면 그냥 좆밥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일 테지만, 그건 절대 안될 말이었다.


‘처음 보는 녀석한테 이 능력을 밝힐 거였으면 진작 히어로하면서 꿀빨았지.’


내가 왜 어지간한 괴인은 한방에 쳐죽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히어로가 아니라 개백수 스캐빈져로 살고 있겠냐고.


능력에 시간제한이 있다는 것을 들키면 좆될 수도 있으니까 그렇지.


나는 이 여자를 어떻게 설득해야할지 고민했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천소하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냈다.


“제, 제자비도 낼 게요! 지금 전재산은 이 정도지만··· 앞으로 많이 벌어서 더 낼 수 있어요!”


그건 돈이었다.


노란 빛으로 빛나는 10만원짜리 지폐묶음과 딱봐도 값비싸보이는 패물들. 나는 그녀가 나에게 내민 돈에 눈길이 쏠렸다.


아니 내가 돈 좋아하는 건 어떻게 알고···.


‘저게 얼마야.’


두툼한게 거의 천만원은 되어보인다. 거기에 얼만지 감도 잘 안오는 보석들까지 합치면 억소리가 날 것 같았다.


이거, 그냥 제자로 받아준다고 하고 먹튀할까?


고민이 됐다.


제자로 받아준 다음에 적당히 가르치는 척 하면 되는거 아니야? 어차피 저 녀석도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나에게 배울 점이 단 하나도 없다는 건 금방 눈치챌 수 있을테고, 원래 투자의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는 것이었으니 합법적으로 저 돈을 먹고 째는게 가능하지 않을까?


“음···.”


내가 생각했지만 좋은 계획인 것 같았다. 딱히 사기를 치는 것도 아니고 내 능력부족을 증명할 뿐이었으니까 범죄도 아닐테고.


바로 진행시켜.


“제발 부탁드립니다. 저를 강하게 만들어주세요!”

“크흠···. 그래 정성이 갸륵하구나.”

“네?”

“내 제자가 되고 싶다고?”

“···바, 받아주시는 건가요?”


나는 일단 돈부터 챙겼다. 도황 전용무기 풀강할까 말까 고민했는데 마침 잘됐네.


나에게 돈을 바친 천소하가 기대감이 가득한 눈동자로 나를 올려다봤다. 나는 알아서 사기당하러 들어온 불쌍한 여자의 눈빛을 피하며 말했다.


“그래, 천소하라고 했지? 그렇게 원한다면 제자로 한번 받아주지. 단, 니가 생각한 거랑 다르다고 실망하지 마라. 굉장히 혹독하고···. 무자비한 수련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가, 감사합니다! 사부님! 뭐든지 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대충 겁을 줘봤지만 통하진 않았다.


“일단 오늘은 늦었으니까. 잠이나 자자. 여기 다 비었으니까 아무데나 써.”

“넵!”


천소하가 환하게 웃으며 허리를 숙였다. 나는 대충 손사래를 쳐서 쫒아내고 문을 닫았다.


해맑게 웃고있는 그녀를 보고있으니 마음의 삼각형이 양심을 쿡쿡 찔러대서 견딜 수가 없었거든.


‘근데 일단 가르치는 시늉은 해야될 것 같은데.’


일단 명색이 사부인데 최대한 가르치는 척은 해볼 예정이다. 근데, 대체 뭘 가르쳐야 되지? 뭐 주먹질 하는 법이라도 알려줘야되나?


근데 내가 봤을 땐 쟤가 나보다 몇 배는 더 잘치는 것 같은데.


처음에 나한테 주먹을 날렸을 때도 그렇고, 방금 전 쳐들어왔을 때도 그렇고, 내가봤을 때 천소하는 최소 A급 히어로는 되는 강자였다. 그런 녀석에게 뭔갈 가르치려고 해봤자 밑천만 털릴 터.


밑천이 털리는게 목적이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하루만에 털리는 건 조금 그렇지?


자존심도 있는데.


‘몰라 시발.’


쓸데없는 걸 생각하고 있으니 머리가 아팠다. 나는 침대에 드러누워 다시 신작 애니메이션이나 시청했다.


그러다가 인터넷을 뒤적거리며 수련법 같은 것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어느새 잠에 빠져들었다.



***



“흐흐흥, 흐흥.”


보글보글.


어디서 콧노래와 함께 물끓는 소리가 들린다. 슬슬 환청이 들릴 나이가 됐다고 생각하며, 나는 침대에서 눈을 떴다.


“앗! 일어나셨어요, 사부님?”

“뭐, 뭐야. 누구야.”


왠 여자가 부엌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국을 끓이고 있었다.


“밥 거의 다 됐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아.”


그녀의 정체는 천소하.


내가 어제 제자로 받아준 여자였다.


“아니 근데 너 왜 여깄냐?”

“문이 열려있길래 그냥 들어왔어요!”


해맑게 대답한 그녀는 다시 요리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인스턴트와는 차원이 다른 냄새가 퍼져나와 내 코끝을 찔렀다.


따지고 싶은건 많았지만, 뭔가 맛있는 걸 만들고 있는 것 같으니 걍 내버려두기로했다. 화를 내더라도 먹고 화내야지.


“다 됐어요!”


그녀가 식탁 위에 이런저런 음식을 올려놓았다. 진한 양송이 냄새가 나는 스프와 계란과 베이컨이 잔뜩 들어간 샌드위치가 오늘의 메뉴였다.


‘원래 아침 안먹는데.’


근데 이건 좀 맛있어보인다. 나는 천소하가 만들어놓은 샌드위치를 집고 한입 베어물었다. 짭쪼름한 베이컨 사이로 계란 노른자와 버터가 터져나오며 기가막힌 맛이 뿜어져나왔다.


“어때요?”

“맛있는데?”


아니 왜 진짜 맛있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내 소감을 기다리는 그녀에게 따봉을 날려줬다. 밖에서 사먹는 것보다 2배는 더 맛있었다.


이래서 사람들이 수제버거를 사먹으러 가는 걸까? 수제라 그런지 공산품과는 차원이 달랐다.


“음.”


양송이 스프까지 싸그리 비우고나서 나는 배를 두드렸다. 그 사이, 천소하는 방청소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페트병과 캔음료, 휴지따위를 집어서 비닐안에 넣는 그녀.


순식간에 커다란 봉투가 가득 채워졌다.


“쓰레기는 어디에 버려야 돼요?”

“집 밖에 적당한데에다 버려.”

“네? 그래도 되는 거에요?”

“어차피 여기 망한 곳이거든. 아무도 신경 안 써.”


내가 살고있는 곳은 X시 51구역이라는 곳이었다.


15년전 S급 레벨의 괴인이 반파시켜놓은 구역으로, 그 이후 복구되지 않고 그대로 폐허로 남은 장소다.


이 곳에 살고있는 사람은 나를 포함해도 천명이 채 되지 않았으며, 당연히 51구역은 사회의 법과 제도가 적용되지 않는 곳이었다.


즉 쓰레기를 무단투기해도 뭐라고 할 사람이 없다는 뜻. 애초에 제대로 된 장소에 내놓는다 해도 수거해갈 사람이 없다.


“그런데 사부님은 왜 이런 곳에서 사시는 거에요?”

“그냥, 여기가 고향이라서.”

“아···. 죄, 죄송합니다···.”


말실수라도 했다고 생각했던 걸까? 천소하가 쭈그러들었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귀찮아서 떠나지 않았을 뿐이야. 말이 폐허지 전기나 수도같은 것도 잘 통하거든, 집도 공짜고.”


주변에 편의시설이 하나도 없다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별로 큰 문제는 아니었다. 능력을 사용하면 옆 구역으로 가는데 1초도 걸리지 않았으니까.


살게 있으면 그냥 옆에 잠깐 갔다오면 됐다.


“이리줘봐. 어떻게 버리는지 알려줄게.”

“네? 네.”

“그냥 아무데나 버려도 되긴 하지만, 난 조금 다른 방법을 쓰거든.”

“다른 방법이요?”


하지만 아무리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곳이라 해도 쓰레기를 지구에 버리는 것은 엄연한 환경파괴. 그렇기에 나는 쓰레기 처리에 좀 더 수고를 들이는 편이었다.


나는 그녀가 들고있던 쓰레기 봉투를 가지고 베란다로 나갔다.


창문을 열고 기지개를 한번 편 다음,


“흐읍!”


콰아아!!


그대로 능력을 발동해 쓰레기 봉투를 던져버렸다.


순식간에 하늘의 점이 되어 사라지는 쓰레기 봉투. 인간의 예상을 벗어난 추진력을 받은 쓰레기가 우주로 날아가 우주 쓰레기로 진화했다.


“와아···.”

“이렇게 버리면 냄새도 안나고 좋지.”

“괴, 굉장해요···.”


천소하가 우주로 날아간 쓰레기를 보고 경악했다.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니니, 놀라는 것도 이해한다.


“한번 해볼래?”

“네? 제, 제가요?”


한동안 집 정리를 안해서 그런지 쓰레기 봉투는 하나가 더 나왔다. 나는 남은 하나는 천소하에게 맡기기로 했다.


이게 간단해 보여도 능력을 0.1초나 잡아먹는 행위거든. 하루에 10초밖에 못쓰는데 아껴서 써야된다.


“내가 아까 한 거 봤지? 따라하면 돼.”

“···넵!”


그녀가 비장한 표정으로 쓰레기 봉투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봉투의 끝을 잡고 자세를 잡더니,


“하앗!”


기합소리와 함께 봉투를 크게 내던졌다.


“우와악!”

“엣···?”


그리고 압력을 이기지 못한 봉투가 터지며 안에 있던 쓰레기들이 비산했다. 쓰레기들이 뒤로 튕겨져 나가며 순식간에 방안이 페트병과 휴지투성이가 되어버렸다.


“죄, 죄송합니다!”

“···.”


천소하가 울먹거리며 방안으로 뛰어들어갔다. 허둥지둥 오물을 닦고 쓰레기를 주워 새로운 봉투에 담는 그녀. 재빠르게 방 정리를 마친 그녀가 쓰레기 봉투를 들고 축늘어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냥 나가서 버리고 올게요···.”

“이것도 가져가.”


나는 내 침대 밑에 굴러다니는 페트병 하나를 더 봉투에 넣어주며 그녀를 배웅했다.



***



“하아··· 하아···.”


달빛이 쏟아지는 밤.


흑단같은 검은 머리를 뒤로 묶어낸 여자, 천소하는 한 건물의 옥상에 서서 숨을 골랐다.


그녀의 옆에는 이런저런 쓰레기가 담긴 봉투가 가득 놓여있었다. 그리고 봉투 주변엔 찢어져서 재기능을 하지 못하는 봉투와 그 안에 담겨있던 쓰레기들이 이곳저곳 널브러져 있었다.


“후우···.”


그녀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치고 다시 쓰레기 봉투를 집었다. 그리고 허공을 향해 봉투를 집어던졌다.


“생각보다··· 어려워···.”


단순히 봉투를 멀리 던지는 행위일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너무나도 어려웠다. 봉투가 약해도 너무 약했기 때문이었다.


차라리 그냥 무거운 돌을 던지는 것이었다면 이렇게까지 어렵진 않았을 거다. 우주로 날려보내는 것 까진 못하더라도 적어도 전력으로 던질 수는 있었을 테니까.


하지만 쓰레기 봉투는 달랐다.


안에 들어있는, 모양도 크기도 다양한 종류의 쓰레기들이 뭉쳐있는 얇은 비닐은, 일정 힘 이상으로 던지는 순간 내부가 요동치며 봉투가 갈갈이 찢겨져 나갔기 때문이다.


그녀는 군데군데 터져나가 쓰레기를 흘리며 날아가는 봉투를 바라봤다. 어떻게 해야 저걸 손상시키지 않고 던질 수 있을까?


천소하는 다시 쓰레기 봉투를 집어들었다.


그리고 천천히 자세를 잡았다.


아침에 보았던, 사부님의 모습을 떠올랐다. 그냥 편안한 자세에서, 아무렇게나 봉투를 던졌던 그의 모습. 그 간단한 투척 과정에 어떤 신묘한 묘리가 숨어있는지, 그녀는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쿠웅!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모습에서 자그마한 편린이라도 붙잡아 자기 수준에 맞게 체화시키는 것 뿐.


그녀는 사부님의 모습을 뇌리에 새기며 진각을 밟았다. 봉투를 잡은 팔이 아래에서 위로 회전하며 굽혀져있던 팔꿈치가 펴진다.


파앙!


그리고 쓰레기 봉투가 하늘로 날아올랐다.


하늘 높은지 모르고 솟아오르는 봉투. 손톱만 가져다 대도 찢어지는 연약한 봉투가, 그녀의 손을 떠나 멀쩡한 모습으로 별을 향해 나아갔다.


“···서, 성공했어!”


수천 번의 시도 끝에 그녀는 쓰레기 봉투를 던질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아···.”


하지만 이내, 그녀는 탄식을 내쉬었다. 진각을 밟은 발의 아래로 금이 퍼져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봉투에 담긴 힘을 컨트롤 하는덴 성공했지만, 힘의 누수는 미처 신경쓰지 못한 그녀.


천소하는 다시 쓰레기 봉투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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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제자가 생겼다. 23.05.12 20 1 13쪽
2 1. 그래도 살아간다 +1 23.05.12 34 2 11쪽
1 0. 비켜 23.05.11 53 2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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