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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초 안에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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뭄멈몸
작품등록일 :
2023.05.11 21:31
최근연재일 :
2023.05.13 20:03
연재수 :
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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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6,669

작성
23.05.12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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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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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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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 그래도 살아간다

DUMMY

1. 그래도 살아간다



어느 날 횡단보도를 건너다 트럭에 치였고, 이세계로 전생했다는 뻔한 이야기.


그 뻔한 이야기의 주인공이 바로 나다.


- 긴급 속보 : X시 23구역에서 원인불명의 폭발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히어로 협회에서 X시 23구역에 A급 경계태세를 발령했으며···.

- 속보 : S급 범죄조직 검은 태양의 하부 조직이 S급 8위 뇌신에게 전멸···.


“하여튼간, 괴인은 대체 어디서 맨날 솟아나는 건지.”


우물우물.


나는 돈까스를 먹으며 뉴스를 훑어봤다.


오늘도 여전히 뉴스엔 괴인 투성이.


하루가 멀다하고 괴인과 빌런이 사고를 쳐대는 정신나간 세계에서, 나는 그래도 살아간다.


“꺼억.”


사실 살만하긴 했다. 아니, 존나 살만했다.


언제 어디서 괴인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세계였지만, 신기하게도 전에 살던 지구보다 문명 수준이 높았다. 폰도 있고 컴도 있고 TV도 있고, 편의점도 있었다.


심지어 배달로 치킨, 피자, 햄버거도 시켜먹을 수 있는데 불평하는 것은 사치.


전기는커녕 물도 제대로 못쓰는 중세랜드에 떨어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해야겠지. 그런 좆같은 곳으로 전생해서 야만인들이랑 우가우가 하고 있으면 다시 자살했을지도 몰랐다.


- 랜덤 뽑기 RPG의 업데이트가 완료되었습니다.

- 업데이트 : 신 캐릭터 ‘만야차 도황’ 등장! 지급 픽업뽑기 가능!


“오.”


폰겜 업데이트가 다 됐다.


나는 바로 들어가서 신캐를 확인했다. 들어가자마자 분홍색 털코트를 두르고 있는 미소녀가 나를 반겨줬다.


바로 뽑아야지.


- ‘랜덤 뽑기 RPG’에 114,000원을 충전합니다.


드가자~.


- 잔액이 부족합니다.


“뭐야.”


나는 은행 잔고를 확인했다. 언제 다 썼는지 통장이 텅텅 비어있었다. 요새 현질을 너무 많이했나?


‘일하기 싫은데.’


게임 현질은 그렇다 치더라도 당장 내일 밥을 먹으려면 돈을 벌어야 되는 상황. 존나 일하기 싫지만 어쩔 수 없이 돈을 벌러 나가야 될 것 같았다.


“아, 맞다.”


어떻게 돈을 벌까 고민하다가 아까 오는 길에 괴인 하나를 쳐죽였던 기억이 떠올랐다. 녀석의 시체를 팔면 한동안 쓸 생활비가 나올터.


잡은지 얼마 안됐으니 다른 스캐빈져가 털어가진 않았을 거다.


나는 옷을 챙겨입고 슬리퍼를 질질 끌며 밖으로 나갔다. 예상대로 괴인의 시체는 잘 보존되어 있었다.


“저리 꺼져 임마.”


시체를 주워먹으러 온 쥐새끼들을 쫒아내고 나는 괴인 시체를 살폈다. 이 세계의 괴인들은 마석같은 가성비 좋은 부위가 없었기 때문에 어디가 비쌀지 직접 감별해야했다.


‘대충 외골격 몇 개 들고가면 되겠네.’


나름 스캐빈져 짬바가 있어서 금방 가치판단을 끝냈다. 나는 흩어진 잔해를 뒤적거리며 쓸만한 외골격 몇 개를 건져냈다.


“이건 뭐야.”


물컹~.


그러다 뭔가 이상한 걸 잡았다. 말랑말랑하면서도 부드러운 무언가. 죽은 괴인의 살점이라기엔 너무 부드러워서, 뭔지 한번 확인해봤다.


“···여자?”


놀랍게도, 괴인의 사체 아래에 여자가 하나 잠자고 있었다.


나와 같은 검은 머리와 새하얀 피부. 피로 얼룩져있어도 숨길 수 없는 미모를 뽐내는 그녀는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공주님 같은 모습이었다.


나는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다가 손을 다시 움직였다.


여전히 말랑하다.


“으읏···. 읏? 꺄아악!!”

“어··· 안녕하세요?”


대한민국 남자 사망원인 1위, 한번만 더를 시전하려다가 여자가 깼다. 나는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가슴에서 손을 떼고 그녀에게 안부를 물었다.


이제 막 일어났으니 가슴을 만진 건 들키지 않았을 거다.


“이, 이, 벼, 변태가!!”


들켰네.


내가 뭐라 변명하기도 전에 그녀가 주먹을 휘둘렀다. 나는 내 얼굴로 날아오는 그녀의 주먹을 멍하니 바라봤다.


능력을 사용하지 않으면 일반인이나 다름없는 나는, 그녀의 주먹에 반응하기엔 너무나도 느렸다.


쩌엉!


강렬한 충격파와 함께 뒤로 튕겨져나갔다.


내가 아니라 여자쪽이.


전생 특전으로 받은 능력이 자동으로 발동하며 그녀의 공격을 튕겨낸 것이었다.


내 능력은 의식하지 않아도 생명의 위기가 닥쳐오면 자동으로 발동했다.


“저기요? ···기절했네.”


여자는 다시 기절했다. 나는 그녀가 또다른 피해를 입지 않길 기원하며 원래의 위치, 그러니까 괴인 시체 아래로 다시 옮겨놨다.


뼛조각으로 잘 덮어주고, 나는 괴인의 시체를 마저 챙겼다.


쓸만해보이는 외골격과 뿔, 가시따위를 한 곳에 차곡차곡 쌓아뒀다. 적당히 들기 쉽게 모아놓은 뒤, 나는 능력을 사용해 한번에 들어올렸다.


오늘 남은 시간은 7초.


그 정도면 부산물을 팔고 집까지 돌아오는데 차고도 넘친다.


“3초 안에 끝낸다.”


파아앙!


나는 부산물을 들고 그대로 점프했다.


지면에 크레이터가 새겨지며 주변 풍경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내 몸이 순식간에 구름을 뚫고 드높은 창공 위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추락했다.


중력가속도보다 몇배는 빠른 속도로, 나는 지면을 향해 떨어져내렸다.


콰앙!


정확하게 내가 원하는 위치에 착지하고, 나는 들고 온 외골격을 바닥에 내려놨다. 운석이라도 떨어진 것처럼 바닥에 커다란 크레이터가 만들어졌다.


괜히 뿌듯해지는군.


“어떤 새끼··· 하, 시발. 너였냐?”


내가 착지하면서 나온 충격파를 느낀 가게 주인이 헐레벌떡 뛰어나와 나를 맞이했다.


“여어, 오랜만.”

“너 내가 그 따위로 오지 말랬지.”


왼팔에 이레즈미를 해놓은 양아치 년이 나를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들고 있던 검을 집어넣으며 나를 무섭게 째려봤다.


“겨우 메워놨는데 또 쳐박살내놨냐? 이 개새끼야?”

“쏘리.”


가게 앞에 커다란 구덩이가 생겼으니 머리가 아프긴 할 거다.


근데 내 알 바는 아니었다. 나는 가져온 외골격들을 발로 툭툭치면서 그녀에게 말했다.


“그보다, 이거 팔러왔는데.”

“···존나 많이도 가져오셨네.”


괴인의 몸뚱이가 커서 그런지 외골격도 꽤 많이나왔다. 무게만 따져도 1톤은 넘어갈 터. 부피도 작은 집을 가득 매울 수준이었다.


“너 바닥 고쳐놓고 가라.”


X시 51구역의 유일한 사체 처리업자, 레인이 외골격을 집어들고 감정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 동안 크레이터를 메우는 척을 하며 폰겜을 했다.


오늘의 할 일을 처리하고 있자 레인이 다가왔다. 감정이 끝난 모양이다.


“얼마야?”

“500.”

“뭐? 500? 야 이 미친년아. 고철도 그것보단 더 나오겠다.”


이 년이 봐줬더니 나를 호구로 봐도 개호구로 보고있다. 내가 따지자 레인이 몸을 움찔 떨면서 반박했다.


“그럼 고철이라도 가져오든가. 고철은 녹이기라도 쉽지. 이건 녹일 수도 없거든?”


주절주절.


레인이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누가 뭘로 잡았는진 모르겠는데 표면은 물론이고 속까지 잔금이 쩍쩍 가있어. 이대론 망치만 쳐도 부숴질 판이야. 근데 또 소재는 상등급이라 재가공하기도 어려울 것 같고, 이 상태면 재료로 사용하는건 무리니까 연구소에 납품해야되는데 그럴려면···.”

“거 참, 핑계는 존나게 많네. 알았으니까 12만원만 더 얹어줘. 현질해야 돼.”

“핑계? 기껏 단골 프리미엄 붙여줘서 잘쳐줬더니만 핑계? 진짜 뒤질래?”


말싸움 하는게 귀찮기도 하고, 걍 넘어가주기로 했다. 어차피 돈이 필요하면 괴인 한 마리 더 잡으면 그만이니까.


내 능력으로 히어로를 하는 것은 무리여도 괴인 사냥정도는 충분했다.


“빨리 돈 줘.”

“입금했다. 그리고 너 그거 꼭 메워놓고···.”

“다음에 또 올게.”


호다닥~.


나는 다시 능력을 발동해 집으로 날아갔다. 내 뒤로 레인의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하여튼간, 저 놈의 도약 능력···. 언제 한번 날잡아서 패버려야되는데···.”


내 능력에 대해 자세히 모르는 그녀의 작은 소망과 함께.


“허잇짜.”


콩~.


우리집 앞에 착지할 때는 최대한 살살 내렸다. 여기에 구덩이가 생기면 그건 내 알 바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이 빌라엔 나밖에 없기 때문에 무슨 일이 생기면 내가 다 처리해야 했다. 괜히 잘못 착지했다가 어디 부숴지기라도 하면 큰일이었다.


“자, 드가자~.”


- ‘랜덤 뽑기 RPG’에 114,000원을 충전합니다.


개처럼 돈을 벌었으니 이제 정승처럼 쓸 차례.


나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침대에 드러눕고 현질했다. 천장을 치긴 했지만 원하던 신캐를 뽑을 수 있었다.


역시, 전생이나 지금이나 돈이 최고라니까.


- 이래도 힘이 모자라?


“도황 진짜 씹간지네.”


풀강, 해줘야겠지?


- ‘랜덤 뽑기 RPG’에 114,000원을 충전합니다.

- ‘랜덤 뽑기 RPG’에 114,000원을 충전합니다.

- ‘랜덤 뽑기 RPG’에 114,000원을 충전합니다.

.

.

.


바로 300만원 정도를 현질해서 신캐 풀강과 전용무기 풀세트를 맞춰줬다. 돈으로 채운 싸구려 만족감이 내 심장을 가득 매웠다.


사이버 분재에 물을 주고나서 나는 폰을 충전기에 꽂았다.


그리고 태블릿을 꺼냈다.


밥도 먹고 일도 하고 겜도 했으니 이제 재밌는 동영상을 보면서 무의미한 시간을 보낼 차례.


이게 인생이지.


애니메이션이나 볼까? 아니면 드라마? 소설?


- 띵동~.


“응?”


신작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는데 벨이 울렸다.


누구지? 내가 여기 살고있다는 걸 아는 녀석은 없을텐데. 이번 생의 나는 친구도 가족도 없단 말이야.


자발적 아싸인 이 몸을 찾아온 사람은 대체 누구일까?


존나 궁금해져서, 나는 귀찮음을 감수하고 침대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봤다.


- 띵동~.


“나가요~.”


그 새를 못참고 벨을 한번 더 누르는 손님. 성미가 급한 사람인가보다.


“누구···.”


나는 문을 열고 고개를 빼꼼 내밀어 누가 왔는지 확인했다.


문 밖에선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여자가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우물쭈물거리고 있었다.


검은 머리를 뒤로 묶은, 붉은 눈의 미소녀.


이 녀석, 아까 그 괴인 시체에 깔려있던 그 여자 아니야?


“저기요!”

“죄송합니다! 사람 잘못보셨어요!”


설마 가슴좀 만졌다고 나를 쫒아온 건가? 아니, 그보다 어떻게 내가 여기 사는지 알고···.


나는 미투당하기 전에 문을 다시 닫았다. 하지만 여자는 문이 닫히기 전에 문 틈에 손을 끼워넣었다.


어쩌지? 걍 능력을 쓰고 튀어야 되나?


어차피 51구역은 망한 구역이라 빈집은 널렸다. 그냥 아무데나 자리잡고 이사하면 그만···


“자, 잠깐만요. 다, 당신. 아까 저를 구해주신 분 맞으시죠?”

“예? 그게 무슨 소린지.”


일단 모른척 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내가 자기 가슴을 만지고 튄 놈이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는 듯했다.


여자는 내가 잡고있던 문을 강제로 열어젖혔다. 능력을 사용하기 전까진 일반인 수준인 나로썬 초인으로 보이는 그녀의 힘을 당해낼 수 없었다.


그녀는 떨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바닥에 넙죽 엎드리며,


“저, 저를 제자로 받아주세요!”

“···뭐?”


갑자기 제자 선언을 했다.


나는 멍청한 표정으로 그녀를 내려다봤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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