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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맨네

단죄의 아이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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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맨
작품등록일 :
2017.12.31 19:47
최근연재일 :
2018.01.3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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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02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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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폐허 속에서(1)

DUMMY

폐허 속에서(1)


병원의 폐허 속에서 3일차. 생존의 문제라면 불도 있고 식량도 있다. 그래도 식량은 언젠가 동이 날 것은 예견된 일이다. 이제 더 멀리 알아봐야 한다.


어젯밤에 생각한 것처럼 우선 이 폐허의 거리부터 파악해볼 생각이었다.


현우는 통조림 식사를 마치고 아침부터 곧장 놈들이 거주(?) 하는 병원의 고층으로 다시 올라가려 했다. 그것은 역시 꽤나 힘겨운 일이었다.


그러나 다행히 큰 탈 없이 상층부로 올라갈 수 있었고 올라가다 무언가 깨달은 게 있었다.


“아아! 없잖아? 위에는 기익이들이.”

아마도 이곳까지 올라올 리도 없지 않아?


현우는 이제 자연스럽게 그 녀석들을 기익이라고 부를 모양이다. 기익들이 지성이 없는 괴물이나 유령 같았지만 어쨌든 물리적인 형체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난··· 사실 천잰가!?” 라고 현우는 마음의 소리를 내뱉었다.


그리고 피식 웃었다가 이내 한숨을 쉬었다.


나··· 제법 긍정적인건가?


조금은 스스로에 대해서 성찰한 것 같다. 그리고 곧 이곳에 온 목적에 집중했다.


현우는 건물 상층의 깨진 창문으로 바깥을 바라봤다.


“뭔가··· 있을 거야.”


이곳은 폐허가 되어버린 도심의 중심이었고 다행인 것은 이 병원은 언덕위에 있으며 주변에 고층이 제대로 유지된 건물이 없었다.


시야는 넓었다. 유심히 밖을 보던 현우는 갑자기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있다.”


현우는 저 멀리의 평야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 평야는 꽤 넓은 크기로 사각이 지어져 있었다. 저것은 농작지라는 것을 한 눈에 알았다.


초원과 매우 우거진 숲, 산도 있지만 그 사이사이 잘 닦인 도로도 있었다. 틀림없이 인공적인 형태다. 사람이 살고 있다. 현우는 두 주먹을 세게 쥐며 미소를 감출 수가 없었다.


현우는 금방 그곳을 향해 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물건들은 매점에서 대부분을 찾아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만반의 준비가 필요한 것이었다.


준비를 하던 도중 자신의 바지 주머니 속에 무엇인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뭐지··· 이건?”


거기에는 잘 접혀 있는 너덜너덜한 종이쪽지가 있었다.


‘오빠, 치료 잘 받고 빨리 나아! 아프면 안 돼! 한나가.’ 라고 적혀있었다.


현우는 고개를 갸웃 했다.


이건 뭐지?


그것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왠지 가족이, 여동생이 쓴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뭔지는 몰라도 중요해 보였다. 일단 다시 고이 접어 주머니에 넣었다.


분명 그것은 일전에 한번 본 것이었다. 그러나 현우는 심하게 나쁜 기억력을 가진 것인지, 그것을 처음 본 것 같이 말했고 기억하지 못했다.


현우는 다시 밤이 찾아오기 전에 기익들이 닿지 않는 건물의 위로 올라갔다. 을씨년스러운 폐건물의 안은 조금 불안했지만 이곳에서는 기익들의 소리도 모습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원래는 병실이었던 것 같은 방에서 낡은 커튼 천을 한 가득 뜯었다. 그 천을 봇짐 삼아 짐을 싸보았다. 그리고 호신용이자, 정글도로 진급 혹은 전락한 칼에 감싸서 허리에 천을 둘러매었다.


“내일 나가자···!”


현우는 희망찬 한마디를 뱉고 커튼 천을 몸에 둘렀다. 두껍지는 않지만 안락한 느낌이었다. 그렇게 현우는 폐병원의 마지막 밤을 건물의 상층부에서 애써 불안한 잠을 청했다.


* * *


현우는 꽤나 숙면을 취했고 이미 몽롱한 태양이 중천에 떠있을 때 눈을 떴다. 현우는 늦기 전에 매점에서 챙긴 노트를 꺼내어 폐병원을 중심으로 대략적으로 지도를 그렸다.


할 일은 모두 마친 현우는 병원 건물의 밖으로 나왔다. 나아갈 길은 A동 폐병원 건물의 전방, 우거진 수풀. 그곳으로 떠나기 전에 건물을 돌아보았다.


“끼에에······.” “끼익··· 끼에엑.”


여전히 들리는 기익들의 소리. 현우는 그것을 듣고도 슬며시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그래, 안녕. 기익아. 난 간다!” 현우는 그 말을 끝으로 미련 없이 발걸음을 돌렸다.


* * *


“으아아악!”

“쫓아!” “잡아!”


현우는 한밤중의 폐허 속 수풀을 마구 가로지르며 내달렸다. 그 뒤로는 정체 모를 남자들이 뒤쫓고 있었다.


피슝-! 팍!


현우는 바람을 가르며 나무에 박히는 화살을 보곤 “흐억!” 하고 헛바람을 들이켰다.


“화살은 아까워!” “몰아!”


정체모를 남자들은 아마도 도적들이다. 그들은 현우와 위험한 술래잡기를 하며 현우를 몰아가고 있었다.


“왜, 왜애~ 그러세요! 저한테!”


현우는 흉흉한 무기도 들고 쫓아오는 그 남자들에게 들으라고 외쳤다.


“얌전히 있으면 목숨만은 살려주마!” 라고 도적들은 대답했다.


쉽게 잡힐 쏘냐. 현우는 죽을힘을 다해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잠시, 시야가 가려진 수풀을 헤치고 지나자, 건물이 무너진 잔해가 나타나 현우의 앞을 가로막았다.


가로막힌 벽 때문에 멈춰 서서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뒤를 돌아보았다. 그들은 이미 다 쫓아와 있었다.


“하악···! 하악···!”


현우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보기만 해도 흉흉한 칼을 꼬나 쥐고 있는 도적들은 현우를 에워싸기 시작했다.


“젠장.”


현우는 허리춤에서 천에 쌓인 식칼을 매만졌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 것일까? 일의 발생은 대략 두 시간 전이다.


* * *


현우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해는 이미 폐허의 너머로 넘어가려고 하고 있었다.


“끼에에······.” “끼엑끼엑.”


주변에서는 기익들의 울음소리로 가득하다. 현우는 주변의 폐건물들의 어둠 사이사이 기익들이 내고 있는 안광을 보며 말했다.


“음. 기익들이 그나마 적었지, 그곳에서는”


그곳이라고 하는 것은 현우가 나온 폐병원을 말하는 것이었다. 현우가 병원의 폐건물에서 나온 지 이틀째다. 지도상 조금 더 가면 인공적인 도로를 볼 수 있을 것이었다.


현우는 그나마 멀쩡한 삼 층짜리 폐건물을 보며 말했다.


“저기가 좋겠다.”


그리고 곧장 그곳으로 향했다. 건물은 제법 온전했고 삼층까지 이어지는 계단도 있었다. 이층까지는 기익들이 한두 마리 있었다.


적다. 현우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삼층까지 올라갔다. 삼층에는 내부로 통하는 문이 있었다. 그 문은 잠기지 않아 들어가 볼 수 있었다.


들어간 내부에는 널찍한 공간이 있고 나무로 된 수납장이 삼층 입구에 늘어서 있었다. 그리고 널찍한 중앙 내부와 방이 두 개, 그리고 기익이 두 마리가 거주하고 있었다.


현우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그들을 향해 손전등을 겨눴다.


“미안. 얍!”


간단히 한마디하고 장난스러운 기합을 넣으며 손전등의 스위치를 올렸다. 손전등의 불빛은 강하게 삼층에 위치한 기익들에게 쏘아졌다.


“끼륵?” “끼악끼악!”


기익들은 빛에 맞아서 혼비백산하여 우왕좌왕하는 꼴이었다. 현우는 적당히 빛을 쏘며 그들은 몰았다. 마치 양떼를 모는 양치기처럼 그들은 삼층에서 몰아 2층으로 밀어내었다.


“좋아, 이제 모닥불을 내어볼까.”


현우는 이곳에 오면서 주웠던 다소는 썩어 있는, 굵은 통나무들을 바닥에 놨다. 땔감으로 훌륭한 재료다. 그리고 바로 건물을 나섰다.


아직 해가 지진 않았지만 곧 지겠지. 그전에 더 땔감이나 주변을 탐색하는 편이 좋겠다. 그렇게 현우는 근처에서 쓸만한 땔감들을 주우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변 탐색은 얼마 못가 끝나고 건물로 돌아가야만 했다. 이미 해가 져버렸기 때문이다. 삼층에 올라선 현우는 문을 닫고, 만에 하나를 생각하여 나무수납장을 문 앞으로 끌었다.


“아, 신발.”


나무 수납장에는 가죽 재질인 것으로 보이는 신발이 보였다. 낡았지만 쓸만해보인다. 현우는 자신이 신고 있는 낡은 슬리퍼를 벗었다.


“음. 그럼 잘 쓰겠습니다.”


낡은 슬리퍼는 다시 가죽신발이 있었던 자리에 바꿔 넣었다. 그리고 현우는 고개를 돌려 이제 모닥불을 피울 준비를 했다. 솔직히 모닥불을 피우지 않아도 좋다.


지성이 전혀 없다고 봐도 좋을 기익들은 삼층까지 오를 리 없다. 2층으로 내쫓은 두 기익들도 내가 삼층에 있다는 것은 물론, 자신이 삼층에서 내몰렸다는 것부터 인지하지 않겠지.


그런데도 현우는 모닥불에 집착했다. 사실 그것은 어두운 밤에 모닥불의 불빛이라도 없다면 불안했기 때문이었다.


“혹시 모자르면······.”


현우는 나무수납장을 보았다. 아마도 저것까지 땔감으로 사용할 생각도 있는 모양이다. 어떻게 분해해서 사용할 지가 관건이 되겠지만 사용해낸다면 땔감은 충분하다.


현우는 곧 짐을 풀어서 통조림을 바라보았다.


“오늘은 육고기 통조림이다.”


현우는 입맛을 다시며 식사를 시작했고 그렇게 평안한 하룻밤이 될 터였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일이 나타났다.


뚜벅뚜벅. 누구인가의 발걸음.


“끼륵?” “끼아아악!” “끼엑!”


다급한 기익들의 울음소리. 현우는 이미 식사를 끝내고 조금 잠이 들었었는지 눈을 뜨고 귀를 쫑긋 세웠다.


뭐지?


웅성웅성.


사람소리다. 여기서?


폐허속에서 사람을 만날꺼라곤 생각지도 않았다. 사람들의 소리를 겨우 계단에서 들리기 시작했고, 현우는 조심히 일어나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철컥. 문고리가 돌아가는 소리가 났다. 그그극, 거리며 문 앞에 막아놓은 나무 수납장 한 개분이 밀리는 소리. 대 기익용 바리게이트는 의지를 가진 성인 남성들에게 그다지 쓸모없었다.


“뭐야, 이건.”

“어? 아무도 없네?”

“그럴 리가.”

“저것봐. 모닥불.”

“아하, 정말이네.”

“어이~ 숨박꼭질인가~? 그런 거야?”

“얌전히 다 내놓으면 살려는 줄게~”


살려는 준다니. 명백히 강도 내지는 도적이다. 이 도적들은 저마다 각각의 소리를 내며 내부를 돌아다니고 있다.


“아, 여기 방이 하나 더······.”


한 도적이 어느 방의 앞에 서서 그렇게 말했다. 그 순간 문이 쾅하고 열렸다.


현우였다. 넓은 내부와 현관문이 그나마 가까운 방에 숨어있었던 것이다.


현우는 냅다 고함을 질렀다.


“이야아아악!!”


그러자 그 자들의 얼굴엔 순간 당황과 놀랐다는 표정이 엿보였다. 그 틈에 현우는 그들을 사이를 헤치고 뿌리쳐서 건물 밖으로 나섰다.


“아, 이런.”

“자, 잡앗!”


그렇게 도적들과의 추격전이 시작되었다.


* * *


무너진 폐건물을 등지고 도적들과 대치상태다. 도적들은 7명이다. 각자가 흉흉한 칼이나 도끼, 석궁같은 것 발사체도 있고, 두 놈은 환한 램프를 손에 들고 있다.


그들은 저마다 비릿한 미소를 흘리고 있었다.


“읏···뭐, 뭘 원하는 거야?”


현우는 그들과 대화를 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지만, 일단은 이들의 목적을 충족시켜 자리를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다.


“많아. 원하는 건.”


현우의 등에서 미끄러지는 차가운 식은땀이 느껴졌다.


“나는 가진 게 없어.”


그러자 한 놈이 앞으로 나와서 미소를 멈추고 말했다.


“상황이 잘 이해가 안가니? 너.”


무슨 말일까? 현우는 지금 이 상황을 누구보다도 직시하는 중이다.


“무슨 말이야! 제대로 말을···”


현우는 말을 끝가지 이어 갈 수 없었다. 그 앞으로 나온 도적A의 행동 때문이었다.


탕탕. 도적A은 자신이 쥐고 있는 칼, 아니 도에 가까운 것의 판판한 면 부분을 손가락으로 튕겨서 툭툭 치며 말했다.


“어이, 말이 짧다고. 여기서 너의 목숨 따윈 망자 따위들보다 못해.”


망자? 망자는 무엇을 말하는 걸까? 하지만 이놈의 말은 충분히 이해했다. 그래 상황 판단이 부족한 것은 인정한다. 지금은 굉장히 상상보다 훨씬 더 살벌한 상황인 것이다.


도적 A는 이어 말했다.


“꼬라질 보니까, 난민이나 부랑자구만. 이 폐허의 거리는 우리 시라손 일당의 영역이야. 몰라?”


시라손··· 일당? 무슨 말이지?


“표정을 보아하니, 모르는 모양이네. 어디서 날 때부터 노예질이나 하다가 도망을 친 놈이야. 이 정도면.”


도적A는 자신의 동료들에게 하는 말 같다. 그리고 노예질이라니? 전혀 못 알아듣겠다.


도적A가 다가왔다. 무엇을 하려고···? 현우는 살짝 뒷걸음질 쳤다. 그리고 도적A는 다리를 들어 현우의 배를 걷어찼다.


“컥!”


현우는 배를 감싸며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도적A는 현우의 머리채를 잡아 올렸다.


“어이, 내가 요즘 피맛을 못봐서.”


도적A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주먹을 휘둘렀다. 그리고 뺨따귀에 울리는 묵직한 타격음이 울렸다.


“으,윽···”


현우는 쓰러져서 그 도적A를 올려다 보았다.


이 녀석들, 도적질만이 목적이 아니구나. 젠장.


“어쭈? 뭘 올려다보는 거야?”


그의 발이 쓰러진 나의 몸 위로 올라갔다. 그때 다른 도적B의 말소리가 들렸다.


"이봐, 심하게는 하지마. 어느 어르신의 노예일지 모르니까.“

“아? 아, 알아, 알아. 뭐. 죽이진 않아.”


도적A는 다리를 내리고 고개를 쑥 내밀어 보였다.


“귀중품인데. 크큭.”


그리고 도적A는 다시 다리를 올려서 걷어차기 시작했다. 현우는 바닥에 웅크려서 배나, 얼굴을 감쌌으나 도적A는 아랑곳 하지 않고 절묘하게 현우는 밟아댔다.


그리고 다른 도적들도 현우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묵직한 발길질에 현우는 표정이 찡그려졌다.


윽, 으윽. 아파. 아프다고. 젠장. 이게 뭐야.


현우는 신음을 내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이 녀석들은 그저 폭력을 일삼는 깡패나 다름없었다. 현우는 다른 도적들을 쳐다보았다.


그들도 구타에 가담하려는 지 쓰러져서 밟히고 있는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수 없었다.


“씨이팔···!”


현우는 힘겹게 상체를 일으키며 팔을 아무렇게나 휘둘렀다.


“어이쿠.”


도적A는 살짝 뒤로 물러서며 피했다. 그리고 현우는 다급하게 몸을 일으켜 세웠다.


“오, 오지마! 개새끼들아!”


도적들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 어쩔껀데?”


현우는 도적의 말을 듣고 허리춤에 매어뒀던 식칼을 잡고 황급히 풀었다.


“젠장, 어떻게든 되라지! 쉽게 당할 거 같냐!”


현우는 식칼을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도적A은 칼부림에서 적당히 거리를 벌려보려 했으나, 우연찮게 현우의 칼부림이 뺨이 스쳤다. 이것은 도발 정도에는 충분한 행동이었다.


“아.”


도적은 여유 있던 미소가 사라졌다. 그리고 뺨을 만져보았다.


“피, 나잖아.”


뒤에 있던 도적들이 킥킥거리며 웃었다. 도적A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해져갔다.


“뒈, 뒈지고 싶어서! 어이! 너네! 나 말리지마.”


그의 말에 도적B는 어깨를 으쓱해보였다.


“시라손 일당의 최고의 칼잡이께서 어련하시겠나.”


그리고 다른 도적들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한 마디씩 거들었다.


현우는 그들이 잡담하고 있는 것을 신경 쓸 수가 없었다. 놈들은 현우와 도적A를 에워 감싸고 있다. 도적A와 적당히 칼질을 주고받다가 기회를 봐야 한다.


생각대로 되지는 않겠지만.


“야! 어딜 건방지게! 여유를 부려!”


현우가 주위를 슥 쳐다보는 것을 알아챘는지 도적은 느닷없이 크게 도를 사선으로 휘둘렀다. 사선으로 크게 휘둘러오는 일격은 겉보기엔 그저 별거 아닐지 몰라도 생각보다 빨랐다.


피할 수 없다고 현우는 생각했다. 그래서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그때 현우는 기묘한 감각을 느꼈다.


카강! 쇠와 쇠가 부딪히는 소리.


현우는 눈동자를 올려 무겁게 울리는 두 팔과 식칼을 쥔 손을 슬쩍 보았다. 그리고 눈을 동그랗게 치켜떴다.


도적A의 일격을 잔가지 칠 때나 유용했던 식칼이 드디어 본래의 용도가 되어준 것이었다. 식칼을 쥔 손바닥이 좀 아팠지만 그보다 자신이 막아낸 것 때문에 스스로가 더 놀라웠다.


“이, 이게!”


도적A는 잠깐의 쉴 틈 없이 또 한 번 도를 크게 횡으로 휘둘렀다.


슥. 현우는 가까스로 그의 도격이 닿기도 전에 허리를 재끼며 피해냈다. 이번에도 그 기묘한 감각을 느낀 것이었다. 그 모습에 도적들의 표정도 시시각각 변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도적A가 내지르는 몇 번의 도질과 현우의 회피 능력이 몇 합을 이루어냈다. 현우의 표정은 여유가 없었지만 도적A의 도질도 허공을 가르거나 막혀버리기 일 수였다.


도적A는 점차 호흡이 다소 바빠지고 도적들은 웅성거렸다.


“어? 뭐야”

“지, 지는 거냐? 흥도 녀석.”

“저 녀석, 그나마 우리 중엔 실력자 아니었어?”


도적A는 머리에 피가 몰리는 것 같았다.


“이, 이 새끼가! 뭐 하는 놈이야!”


도적A는 이마에 힘줄이 서서 얼굴을 상기시킨 채 말을 이었다.


“뭔데···, 너 뭐냐. 어떻게 다 막을 수가 있지?”


대답해줄 수 있는 물음이 아니다. 현우 본인도 솔직히 믿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놈의 도는 커다랗다. 하지만, 그래서 느리니 대처 할 수 있다고 설명이 되는 것도 아니다.


의외로 현우의 동체시력이 빠르다거나, 순발력이 좋다는 차원의 문제로 전부 막거나 피했다고 말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애초에 처음 도적A의 일격 땐 현우는 눈을 감고 있었다.


다만 기묘한 감각이 있다.


현우는 혼란하게 생각하고 있을 수 없었다. 여유가 없어진 당황스러운 말투의 도적A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이, 이익!”


도적A는 다시 한 번 도격을 아래에서 위로 번뜩이며 올려치려고 했다. 그 순간 기묘한 감각이 다시 느껴졌다. 우측 허벅지와 배에 차갑고 따끔하는 감각이었다.


이 감각은 상당히 정교해서 어중간한 부위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 도격이 향하는 방향의 경로를 직선적으로 베이는듯한 감각이었다.


그리고 아마 그대로 도격이 몸에 닿으면 허벅지가 크게 베이고, 배까지 닿아서 창자까지 끄집어 흘러내리겠지. 이런 기묘한 감각과 흉흉한 상상까지 현우의 머리에 스쳐 지나갔다.


캉!


현우는 식칼을 두 손으로 잡고 아래로 내리며, 올려치려고 하기도 전에 도격을 막아냈다. 그리고 현우는 곧바로 식칼을 어설프게 내질렀다.


도적A가 아까 현우에게 당한 뺨에 두 번째 열상을 내었다. 도적은 뺨에 X자로 상처가 생겼다. 도적A는 뺨을 어루만졌다. 그리고 피가 흐르며 표정은 일그러졌다.


“시, 씨이팔!” 도적A의 표정뿐만 아니라 다른 도적들의 표정도 굳어버렸다.


작가의말

연참대전이라는 게 있었네요. 

저도 나름대로 한 번 도전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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