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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쿨드워프의 서재입니다.

스팀펑크 속 엑스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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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쿨드워프
작품등록일 :
2021.05.13 02:19
최근연재일 :
2021.07.2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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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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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시끄러운 식당(2)

DUMMY

“필요없다. 연금술사.”


허나 내가 생각하던 반응과는 다르게 크라이악은 아주 평온했다. 아니 그 뿐을 넘어서서 자연스럽게 말을 걸기까지 했다.


“그러고 보니 넌.. 가장 오랫동안 날고 있던 연금술사군. 맞나?”


그 말에 연금술사가 킬킬 웃었다.


“정답이올시다! 역시 제국의 귀족답게 눈썰미가 아주 예리하시구만!”


“..자 여기 커피요.”


“아. 고맙군! 아직 이빨이 다 안자라나서 뭔가를 씹기엔 좀 곤란하거든.”


애초에 좀 다 자라나고나서 실험이든 뭐든 하면 고생할 것도 없지 않을까..


내 표정을 읽었는지 연금술사 아저씨는 호탕하게 웃었다.


“내 실험 정신은 그 어떤 것도 막지 못 한다!”


“그래도 맛있는 거 먹고싶을 땐 어떻게 참으세요?”


“그럴 땐 포션을 좀 독하게 제조한다! 급속도로 이빨이 자라나게끔 만들고, 몇 시간 뒤면 빠져버리게 만드는 거지!”


“...”


별로 이해가 안 가지만 애초에 연금술사의 사상은 이해해서 좋을 게 없었다.


“그렇게 되면 먹고 싶은 것도 먹고, 연구도 하지 않느냐? 껄껄껄!”


“미쳤군.”


크라이악은 짧게 평가했다. 연금술사는 개이치 않는 다는 듯 낄낄 웃었다.


“원래 무언가에 깊숙이 빠지면 모두 미쳤다는 소릴 듣기 마련이올시다. 댁도 그러지 않수?”


크라이악은 그 말에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미친놈 소리를 듣긴 했지.”


“거보쇼. 원래 우리같은 족속들은...”


“죄다 불태우고 죽이다보니 항상 죽기 전에 다들 나보고 미친놈이라고 하더군.”


“...취소해도 되겠수?”


“마음대로 하거라.”


크라이악은 말을 마치고 커피를 홀짝였다. 행동은 포악하기 그지 없어도 몸짓에는 귀족의 예절이 깊숙이 묻어나 있었다.


“커피 맛이 그리 나쁘지 않군. 네가 만든게냐?”


“네.. 뭐 비슷하죠.”


커피믹스 비율을 그대로 따라했긴 했지만, 이 세상에선 커피 믹스가 없으니 따지고 보면 내가 만들었다고 할 수 있을 거다.


크라이악은 고개를 끄덕이고서 말을 이었다.


“노점상 같은 집을 팔아치우고, 나중에 샌드위치 카페를 만들면 꽤나 성공하겠군. 수도에 가서도 그리 밀리지 않겠어.”


“수도요?”


“그래. 돈은 줄테니까 제국 수도에 네 식당을 마련해보거라.”


“..갈 생각 없는데요.”


크라이악은 칭찬을 하면서 아주 자연스럽게 이사를 유도했다. 보나마나 트로이라가 목적이겠고, 또 내가 이사한다 해도 목적을 채우면 팽할게 분명했다.


크라이악은 내 시선을 느꼈는지 반응도 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팽 당하는게 두려우면 계약서를 작성해줄 수 있다. 원하는 금액을 써 놓도록. 나는 쓸모 없을 만큼 돈이 많으니까.”


“그래도 전 이 곳 생활이 만족스러워서요. 죄송해요. 경.”


“흠. 그런가.”


크라이악은 더 이상 말을 붙이지 않았다. 아마 더 해봤자 의미가 없다는 걸 본능적으로 깨달은 듯 했다.


크라이악은 그 말을 끝으로 식사에 집중했다. 반면 연금술사 아저씨는 커피를 먹으면서 내게 말을 걸어오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 포션은 잘 썼나?”


“아뇨. 다친 데가 없어서요. 다행이죠.”


“아쉽군. 포션 하나를 더 주려고 했는데!”


“뭔데요?”


“내가 이번에 새로 만든 포션인데. 효과는 아주 끝내주게 좋다.”


“그리고 단점은요?”


“엄청나게 괴롭지. 일반적인 포션이 상처 부위에 뿌리거나 마시면, 간지러운 느낌. 꾸물꾸물거리는 느낌이 든다면..”


“이 포션은 지옥을 보여준다! 이 내가 구내염을 치료하려다가 거품을 물었으니 예상이 가지 않느뇨?”


알보칠 같은거네..


“제가 그걸 쓰면 두 세배는 더 아픈거 아니에요?”


“나도 그게 궁금해서 네게 주려고 한 거다. 그런데 아직 안 썼다니.. 아쉽구만.”


나는 그 말에 식은땀을 흘렸다. 그래도 한 편으론 고통스럽지만 멀쩡한 포션을 얻는다는 건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가지고 있어도 될까요?”


“이틀 동안 마실 커피 값으로 대신하마!”


“문제없어요.”


연금술사 아저씨는 내게 포션을 건넸다. 끝이 푸른 리본으로 말려 있었는데 고풍스런 무늬가 있었다.


“써보고 효과 알려주거라!”


“..네.”


이건 호신용으로 써야겠다. 나중에 상처든 뭐든 내고 확 뿌리면 어떻게든 되겠지.


띵동!


또 다른 손님이다.


“그럼 이만 저는 가볼게요. 다 드시고 난 이후에 그냥 놓으시면 제가 알아서 치울테니 걱정말고 가세요.”


“그래 수고해라!”


터벅. 터벅.


끼익..


“네. 무엇을 드릴까요?”


“안녕하세요! 배가 출출해서 더 먹으러 왔어요!”


아까 뵜던 그 엘프분이었다. 엘프는 활짝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어디보자.. 맥스의 샌드위치 주실래요? 음료수는 콜라 부탁드릴게요.”


“예. 알겠습니다.”


엘프는 내 대답을 들으면서 호들갑을 떨어댔다.


“참. 아까전에 갑자기 떠나셔서 당황하셨죠? 죄송해요. 급한 일이 있었거든요.”


“뭔데 그러셨나요?”


“약속 시간에 늦을 뻔 했지 뭐에요. 떠들다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있었어요.”


“그래서 약속에는 늦으셨나요 손님?”


“다행히 아슬아슬하게 도착했죠.”


“다행이군요.”


“그런데 친구가 드워프라서 바로 앞에 있는 걸 못 찾았다고 혼난 걸 생각하면 그리 다행인 것 같지도 않아요. 차라리 늦게 갈 걸!”


엘프는 활짝 웃으면서 손바닥을 흔들었다. 아주 활기찬 엘프였는데 굉장히 긍정적인 성격을 소유하고 있었다.


“참 제국 워 메이지가 이 곳에 왔다가셨다고 했었는데 그럼 이 곳에 다시 왔었던 적이 있나요?”


나는 그 말에 잠시 생각을 해보았다. 괜히 마주치면 곤란하니까 물어보는 거였다. 없다고 했다가 마주치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해주었다.


“안에서 식사하고 계세요. 단골 분이시라.”


“단골? 온지 얼마나 됐다고요?”


나는 그 말에 얌전히 돈 모양을 만들어주었다. 엘프는 내 손가락에 잠시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돈이 최고긴 하죠? 제 활도 사는데 얼마나 많은 돈이 들었는데요! 이 활은 수제작이라 몇 개 만들지도 않아가지고, 재빨리 달려가서 사지 않았다면 경매에서 몇 십 배는 더...”


착. 착.


“자 여기 있습니다. 손님.”


“아. 고마워요. 생각해보니 안에 그.. 제국 사람이 있다고 했었죠?”


“네.”


“나중에 저도 식당 안으로 들어가서 식사를 해도 될까요?”


나는 그 말에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저었다.


“죄송하지만 앉을 수 있는 자리도 없고, 애초에 단골 분들을 위해서 만든 거라서요. 그건 안될 것 같네요.”


“이런.. 아쉬워라. 그렇다면 하루 세 끼를 꾸준히 여기서 먹으면, 며칠이면 들어갈 수 있을까요?”


어떻게든 들어오려고 하는 건가. 이유는 모르겠지만.


나는 턱을 긁적이며 말했다.


“사실 그냥 제가 단골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을 모시는 거라서요.. 자세한 기준까진 없어요.”


“아쉬워라.. 돈으로 해결할 순 있지만 아쉽게도 이 활을 사느라 돈이 없다는게 안타까울 따름이네요.”


“음. 죄송해요.”


“뭘요! 이 도시에 온지 얼마 안 되어서 그러는데 뭘 좀 더 물어봐도...”


이번엔 문 쪽에 시선이 간다. 엘프는 문 쪽을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빤히 쳐다보다가 곧 나를 쳐다보았다.


빙긋.


“이런. 이만 가봐야겠네요. 수고하세요!”


“..네.”


엘프는 총총 뛰어 내 시선에서 벗어났다. 역시나 발걸음이나, 움직임이나 예사롭지 않은 걸 보아 엘프는 엘프였다.


끼이익..


문이 열리고 크라이악이 나왔다. 크라이악은 어깨를 풀면서 또 다시 눈살을 찌푸렸다.


“귀쟁이 냄새가 또 나는 군. 휴양하러 와서 이딴 냄새나 맡아야 하는 건가?”


일부러 이런 식당까지 와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건데도.


“그게.. 느껴지시나요?”


크라이악은 불쾌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선 주머니에서 무언갈 꺼내 내게 건냈다.


“귀쟁이가 오면 냄새나니 이걸 뿌리라고 하거라.”


“이게 뭔가요?”


“불타는 숲 냄새.”


“...”


향수에 적힌 내용은 [ 엘프가 행복해지는 향수 ]라고 적혀 있다.


크라이악은 히죽 웃었다.


“아주 발광을 하더군. 놈들의 비명은 듣기 끔찍하지만 이걸 뿌린 순간만큼은 아주 즐거웠어.”


“아.. 그런가요.”


“그래.”


크라이악은 짧게 답변을 마치고 발을 움직여 어딘가로 떠나버렸다. 나는 크라이악이 사라진 쪽을 바라보다가 문을 열고 나오는 연금술사 아저씨를 쳐다봤다.


“식사 다 하셨.. 옷은 또 왜 그래요?”


맨날 입고 다니는 해어진 회색 코트가 불에 그을려져 있었다. 연금술사는 킬킬 웃으며 말했다.


“마법공학에 대해서 토론을 했지! 아주 흥미롭더군! 내일 이 곳에 다시 와서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누구 마음대로요?”


그 말에 연금술사는 뭐 당연한 걸 이야기하냐는 얼굴으로 말했다.


“그야 네 마음대로지. 당연한 것 아니냐.”


“...”“매상은 확실히 올려줄테니 걱정 말라고!”


“요근래 포션으로 값을 받았던 것 같은데요.”


하나같이 하자가 있는.


“아무리 그래도 포션이 더 비싼 건 알고 있지 않나?”


“그렇긴 하죠..”


“그럼 매상 올려준 거나 마찬가지지!”


연금술사는 그렇게 말하고서 떠나버렸다. 나는 잠시 둘의 사이를 생각하다가, 엉망이 되었을 방안을 생각하며 급히 안으로 들어섰다!


“...”


천만 다행이다.


다행히 회색 코트에만 영향을 미쳤는지 실내는 아주 멀쩡했다.


“...다행이다.”


그나저나 대체 무슨 실험을 했기에 코트가 탄 걸까?


나는 이상하게도 가게를 걱정하는 한 편, 저 실험이 뭔지 궁금해하는 내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나는 머리를 탈탈 털어버리고선 다음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터벅. 터벅.


아니나 다를까 다음 손님은 곧바로 찾아왔다.


“어서오세요.”


“욥. 반갑구먼.”


가느다란 실선이 아래로 치우쳐져 있다. 누가봐도 눈을 감고 있는 것 같아보이는데 당사자 말로는 아니라고 한다.


알차게 기른 콧수염. 그리고 턱수염이 특징인 사내였다.


“못 보던 코트를 입고 계시네요?”


내 말에 남자, 도크 브라운이 콧수염 끝 부분을 위로 올리면서 대답했다.


“역시 눈썰미가 참 좋아. 최근 근처에서 서성거리던 몬스터 좀 잡고 벌어서 맞춘 옷이지! 쨔잔!”


“요 주변에 몬스터요?”


“그래. 아시다시피 이 도시 바깥은 전부 농가잖냐. 그래서 농가를 습격해서 배 채우려는 몬스터들이 많아지다 보니 나한테 일손이 떨어졌지.”


도크 브라운의 코에 붙인 밴드와, 한쪽 볼에 붙인 거즈. 그리고 다른 볼에는 긁힌 상처가 있었는데 꽤나 싸운 듯 했다.


“무슨 몬스터들 잡았어요?”


“고블린이랑. 늑대랑. 오우거랑. 야생화 오크들. 얘네들은 살려야 되서 포위하느라 특히 고역이었다.”


“아직도 이 주변에 문명화가 덜 된 오크들이 있나보네요.”


“그래. 끊임없이 나와서 골치가 아파. 돈은 더 벌 수 있긴 하지만.. 피곤해 죽겠다.”


“어떻게 그렇게 많이 나오는 걸까요?”


그 말에 브라운은 주변을 둘러보더니만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건.. 이런 말 하면 종족차별으로 들릴 수 있긴 한데. 오크 놈들은 정력이 더럽게 쌔서 숨풍숨풍 낳아대잖냐. 게다가 두 마리만 놓쳐도 순식간에 수를 늘리는데 가끔 보면 아주 그냥...”


“그 말을 꺼낸 순간.. 아니 브라운씨는 이미 휼륭한 인종차별자에요.”


“우리 사이에 뭘 그런 말을 하고 그러나! 샌드위치나 주시게.”


말투가 갑자기 공손해졌지만 나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참. 그런데 그 코트는 무슨 일로 사신 거에요?”


몬스터 추적자인 도크 브라운이 그런 거추장스러운 걸 살 이유가 없는데 말이다.


도크 브라운은 자신의 코트를 들면서 웃었다.


“이게 내 새로운 생명줄이거든.”


“생명줄이요?”


작가의말

아호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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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한 밤의 불청객(3) +6 21.05.28 3,438 153 12쪽
17 한 밤의 불청객(2) +11 21.05.27 3,573 18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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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비공정과 밀라(2) +14 21.05.23 4,002 17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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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시끄러운 식당(4) +11 21.05.22 4,292 194 15쪽
10 시끄러운 식당(3) +8 21.05.21 4,449 180 11쪽
» 시끄러운 식당(2) +8 21.05.20 4,602 188 12쪽
8 시끄러운 식당(1) +11 21.05.19 4,708 20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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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불친절한 소녀와 거한(3) +8 21.05.17 4,966 204 12쪽
5 불친절한 소녀와 거한(2) +12 21.05.16 5,318 188 11쪽
4 불친절한 소녀와 거한(1) +14 21.05.15 5,797 20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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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샌드위치 가게(2) +10 21.05.14 6,903 22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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